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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코로나19 보도 - 중국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0-04-01

중국 언론은 당과 정부의 대변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관련 보도 또한 예외는 없다. 당에 대한 비판 보도를 내지 않고, 체제 우월성 과시에 골몰하고 있는 중국 언론의 코로나19 관련 보도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중국의 신문과 방송은 당의 노선과 정부 정책을 선전하는 역할에 충실하다. 유력 일간지 대부분이 당이나 정부에 속해 있고, 직접적으로 통제 받는다. 그 때문에 독자의 알 권리보다는 국가의 이익을 더 우선시하곤 한다. 특히 코로나19 같은 대형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이 같은 보도 행태가 더 도드라진다. 

코로나19에 대한 중국 매체의 보도 방향성은 당과 정부의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지난해 말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발병해 중국 전역으로 퍼져간 코로나19의 확진 환자 수가 8만 명을 넘어설 때까지 중국 매체는 당과 중앙정부의 조치에 대해 제대로 비판한 적이 없다. 책임과 비난 감수는 주로 지방정부나 타국의 몫이다. 3월 들어 중국 내 코로나19 사태가 빠르게 안정되는 반면, 미국과 유럽 내 상황이 심각해지자 중국 매체들은 체제 우월성 과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은 공산당 영도 하에 빠르게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민주주의 국가 체제에서는 ‘우한 봉쇄령’ 같은 강력 조치 시행이 어렵다는 점을 부각한다. 

지난 1월부터 3월 중순까지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报), 환구시보(環球時報), 신화통신(新華通訊) 등 관영 언론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관련 보도를 살펴보면 이 같은 흐름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코로나19 초반 중국 매체들은 국내외에서 제기된 정보 은폐·축소론 등 우려를 의식해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동시에, ‘우한 화이팅(加油), 중국 화이팅’ 같은 애국심 고취 성향의 캠페인성 보도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민족주의 성향인 환구시보는 지난 1월 21일 사설 격인 사평(社評)에서 “현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대기 때문에 정부에서 정보를 은폐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면서 “중국은 이미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정부를 믿고 질병 확산을 막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이미 우한 내 코로나19가 급격히 번져 모든 교통수단을 막는 초유의 ‘봉쇄령’을 발표하기 불과 이틀 전인데도, 투명한 정보 공개, 정부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고 안심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후 2월 중순까지 코로나19는 급격히 확산됐다. 2월 13일 하루에만 확진환자가 5,090명이나 불어났다. 고강도 조치에도 확진환자 수가 눈덩이처럼 불고, 마스크 등 방호물자와 신선 채소 공급난 등 불편함이 생기면서 정부를 향한 불만도 커졌다.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진다는 사실을 처음 알렸다가 오히려 괴담 유포자로 몰렸던 리원량(李文亮)이 코로나19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나자 불만은 극에 달했다. 우한중심병원 안과 의사였던 리원량이 2월 7일 사망하자 환구시보는 이례적으로 <의사 리원량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제목의 사평을 실었다. 이 글에서 “그의 경고는 무시됐고, 오히려 사회 질서를 해쳤다며 훈계 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은 전 사회가 반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리원량을 ‘영웅’으로 칭했다. 죽음 뒤에 존재하는 언론통제, 정보 은폐 문제는 짚지 않았다. 중국 매체들은 지방정부가 의료 지원 물자의 확보와 배분이라는 핵심 역할을 수행 못 하고 있다며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글로벌타임스도 “(리원량을 포함한) 여덟 명의 ‘내부 고발자’의 일은 지방 당국이 무능하다는 증거”라며 중앙정부에게 면죄부를 줬다. 리원량 이후에도 우한중심병원 의사들이 연이어 코로나19로 사망했지만 관영 언론에는 관련 보도가 나오지 않았다. 차이신(財新), 신경보(新京报), 남방주말(南方周末) 같은 온라인 매체와 지방신문에서만 관련 문제를 다뤘다.

 

 

지난 3월 10일, 코로나19 발원지에 첫 방문해 의료진·환자를 격려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중앙정부 비난 국외로 돌리는 관영 언론

 

당과 중앙정부에 쏠리는 비난을 지방정부나 국외로 돌리는 것은 중국 관영 언론의 오랜 임무다. 2월 20일 이후 한국의 코로나19가 대구 및 신천지교회 신도를 중심으로 급격히 늘어나자 한국의 상황이 주요 보도거리가 됐다. 마침 중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가 수백 명대로 줄어든 시기와도 맞물린다. 2월 24일 환구시보는 <일부 국가의 바이러스 대응이 늦다>는 제목의 사평에서 중국을 제외하고 코로나19 피해가 큰 나라들로 일본, 한국, 이란, 이탈리아를 꼽은 뒤 “이 국가들의 예방·통제 조치가 불충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한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훈수를 뒀다. 다음날에는 아예 한국을 지목해 “10~20일 내 발생 가능한 최악의 상황을 정책 수립의 근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봉황망(凤凰网) 등의 매체는 한국의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는데 왜 중국같이 도시 봉쇄령을 내리지 않는지 분석해 보도했다. 우한 봉쇄령으로 대표되는 중국식 조치가 최고의 방법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다.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연합뉴스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이 본격적으로 호전되면서 매체들은 중국 발원지 논란에 불을 붙인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처음 출현했다고 해서 꼭 발원지로 볼 수는 없다”는 중국 감염병 최고 권위자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中国工程院) 원사의 발언을 바탕으로, 코로나19가 다른 나라에서 왔을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환구시보는 3월 2일 자 사평에서 “현재는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어디라고 말할 충분한 근거가 없다”면서 “미국에서 먼저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중국으로 감염이 됐다는 ‘미국 발원설’까지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중국 내 상황은 안정되는데 외국에서 역유입되는 코로나19 환자 수가 늘어나고 있음을 부각시키고 있다. 

3월 7일 푸젠(福建)성 취안저우(泉州)시에서는 코로나19 격리시설로 사용되던 숙박시설 건물이 붕괴돼 2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격리시설의 안전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 터라 이 사건으로 본격 점화될 수 있었으나, 현지 매체들은 소방관들의 인명 구조 노력, 구조되는 순간 어머니를 챙긴 아들의 효심 같은 감동 스토리에만 집중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홍콩 민주화 시위와 미·중 무역전쟁,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 재선으로 인한 양안 관계 경색 등 중국 지도부의 위기론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관영 언론을 통한 애국심 강조라든지, 사태 호전 후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성과 과시 작업으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호전세 보이자 체제 우월성 강조

 

3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중국 매체의 임무는 확실히 더 늘어난 분위기다. 코로나19 호전세를 적극 홍보하면서, 시진핑 주석을 중국을 코로나19에서 구해낸 영웅으로 묘사하는 동시에 미국과의 발원지 설전에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신화통신은 코로나19 사태에서 “시 주석이 보여준 헌신은 그가 국민을 항상 최우선 순위에 두는, 신생아처럼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했다. 인민일보는 “시 주석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지 않도록 시간을 벌어준 지도자”라는 낯 뜨거운 찬사를 쏟아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우한 코로나’로 지칭하는 것을 중국에 대한 오명화로 규정하고 내부 결속 다지는 일도 중국 매체가 앞장섰다.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Global Times)는 3월 9일 사평에서 “‘우한 바이러스’라는 명칭은 과학적으로 아무런 증거가 없고 도의적으로도 무책임하며, 매우 편협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19일에는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첫 에이즈 환자가 1981년 6월 5일 미국에서 보고됐는데 그럼 에이즈를 ‘미국 성병 바이러스’라고 불러야 하는가, 북미 지역에서 발병해 유럽에서 널리 퍼진 매독도 ‘북미 매독’으로 불러야 하는가”라며 발원지 공방에 불을 지폈다. 

중국 매체가 코로나19를 통한 체제 우월성 강조에 이용하고 있는 곳 중 하나가 대만이다. 대만은 코로나19 초기인 1월에 이미 중국 본토에서 오는 모든 여행객을 전면 거부하고, 중국발 항공편 연기, 학교 폐쇄라는 발 빠른 조처로 방역 성공 사례로 꼽힌다. “대만은 홍콩·싱가포르와 함께 성공적 (코로나19 방역) 전략을 보여준다”(뉴욕타임스), “신속하고 공격적 대응으로 초기 발병을 효과적으로 통제했다는 찬사”(월스트리트저널) 등 서방 매체에서는 앞다퉈 대만을 추어올렸다. 그러나 중국 매체는 대만 내 코로나19 충격을 집중 보도한다. 환구시보는 대만 행정원이 600억 대만달러(약 2조 4,408억 원)를 풀어 관광업이 받은 충격에 대비하고 있다는 점을, 중국신문망(中国新闻网)은 신베이(新北)시가 대만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대규모 지역 감염 훈련을 시행했다는 등 코로나19 충격을 부각시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대만의 많은 매체들은 코로나19라는 공식 명칭 대신 우한 폐렴이라고 표현한다. 대만 자유시보(自由時報), 빈과일보((蘋果日報), 둥선신문(東森新聞) 등이 우한 폐렴이라고 적는다. 초반에 우한 폐렴이라고 쓰던 것을 바꾸지 않은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5년 표준 지침을 통해 오해, 혐오 및 인종 차별적 정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지명이나 동물이름 등을 병명에 포함시키지 말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홍콩, 마카오 같은 다른 중화권과 달리 대만 매체들은 유독 우한 폐렴이라는 표현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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