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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확산에 국민은 언론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다. 가짜뉴스는 넘쳐났고, 언론은 팩트체크로 분주했다. 이미 신뢰를 잃은 언론은 이번 사태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코로나19 보도 석 달을 돌아봤다. 편집자 주
2020년 1월 30일, 강원도 육군 모 부대에는 ‘양파 서너 알을 제수용 과일처럼 위와 아래를 잘라 실내에 비치하라”는 지침이 내려졌다. 사단장이 모든 예하부대에 내린 명령이었다. 양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누군가로부터 듣고 내려진 지시였다. 이것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많은 언론사들이 팩트체크 뉴스를 생산해 냈는데, 양파는 코로나19 예방 및 치료 효과가 전혀 없다며 해당 부대를 가짜뉴스의 단두대로 올려놨다. 복통을 호소하며 길거리에 쓰러진 사람의 영상을 두고 ‘코로나19가 원인’이라거나, ‘코로나19로 대구에 있는 의사 100명이 격리됐다’는 등 가짜뉴스는 늘 그렇듯 자극적이었다. 과도한 공포를 조장하는 해프닝을 넘어 감염병을 확산시키는 해악까지 나타났다. ‘따뜻한 물과 소금을 섞어 입을 헹구면 목에 있는 바이러스가 죽는다’는 가짜뉴스는 어느 교회 목사의 부인이 신도들에게 소금물을 분무기에 담아 코에 뿌리는 것으로 이어져 집단 감염을 일으켰다. ‘31번 확진자가 이송·격리된 병원에서 퇴원을 요구하며 난동을 부리고 제압하려던 간호사의 마스크를 벗기고 몸싸움을 했다’는 소식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미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낙인 효과를 증폭시킨 후였다. 팩트를 전하는 것만큼 가짜뉴스를 교정하는 것 역시 기자의 중요한 일이 됐다. 그럼에도 가짜뉴스를 오로지 처벌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분위기는 정보 부족을 초래할 수도 있다.
가짜뉴스 VS 정보 부족
2020년 1월 9일, 나는 SBS <8뉴스>에서 “코로나19가 사람 간 전파가 안 된다는 중국 측 발표를 완전히 신뢰하기는 아직 이른 것 같지만, 지금까지 상황으로 보면 설령 사람 사이에 전파된다고 하더라도 치명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는 물론 보건 당국의 당시 의견을 토대로 한 것이다. 이 보도는 사람 간 전파력이 확인된 현 시점에서는 분명한 가짜뉴스다. 내가 보도했던 내용을 스스로 부인하는 건 유쾌하지 않은 일이지만 정체가 파악되지 않은 신종 감염병 때마다 겪어 온 일이기도 하다. 나는 이것을 ‘시간차 가짜뉴스’라고 이름 붙이고 있는데 현재 기준으로 과거 뉴스는 항상 부족한 정보 속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고, 그래서 피할 수 없다. 기자는 신종 전염병에 대해 변화하는 팩트를 한시도 놓쳐서는 안 되며, 과거 팩트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는 순간 즉시 교정된 팩트를 전해야 한다. ‘무증상일 때 전파력이 없다’고 했다가 ‘무증상일 때 전파력이 크다’고 보도하는 것이 사회적 혼란을 줄 수 있겠지만, 한시적인 혼란을 피하기 위해 모든 게 확실할 때까지 보도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할 수는 없다. 아무런 정보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대중은 ‘무증상 때 전파력이 없다’는 일반론에 기대 행동하게 될 것이다. 조재희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는 “위중한 상황을 스포츠 경기처럼 보도하는 기사는 위험할 수 있다”면서도 “정보 제공 측면에서 언론이 어찌 보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높이 살 점이라고 본다”며 “정보 부족에 의한 불확실성과 정보 과다에 의한 불확실성을 놓고 봤을 때 위험한 건 오히려 정보 부족”이라고 지적했다.1) 게다가 가짜뉴스에 대한 과도한 제재는 보건 당국에 대한 비판의 자유로움을 저해할 수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박근혜 정부도 가짜뉴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는데, 학계는 “정보에 대한 부족으로 SNS 등을 통한 근거 없는 루머가 확산하자 정부는 유언비어를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행위에 대해 수사를 통해 바로 처벌하는 등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발표 등을 통해 국민들의 정서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기도 하였다”고 평가했다.2) 과거 뉴스가 현재 시점에서 가짜뉴스라고 비난받는다면 현재 취재 활동은 미래의 비판 가능성에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전문가들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여야 하지 않을까? 과학적 사실이 바뀌었다면 그것을 뒤엎는 게 오히려 맞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권과 공익의 담장, 동선 공개
(2월 2일) 12시경 서울시 중구 소재 호텔(프레지던트 호텔)에서 퇴실 후 차량 이용하여 서울시 중구 소재 백화점(롯데백화점 본점*, 12:15~13:19 체류) 방문, 지인 차량 이용하여 13시경 서울시 서대문구 숙소로 이동, 지인 차량 이용하여 14시 20분경 서울시 마포구 소재 대형마트(이마트 마포공덕점) 방문 (14:18~16:09 체류), 지인 차량 이용하여 서울시 서대문구 숙소로 이동.
*(4층)플리츠플리즈(12:25∼12:42), (1층)텍스 리펀드(12:48∼12:52, 13:15∼13:18), (지하 1층)창화루(12:55∼13:12)
보건 당국은 출입 기자들에게 하루 두 차례 이상 코로나19에 대한 보도자료를 보내고 있는데, 2월 초 23번째 환자에 대한 내용이다. 많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언론의 확진자 동선 공개의 원천은 보건 당국이 제공한 자료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확진자 개인 정보를 공개하는 것일까? 보도자료마다 하단에 붙어있는 문구를 보면 이해할 수 있다.
본 정보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34조의2(감염병 위기 시 정보공개)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27조의3(감염병 위기 시 정보공개 범위 및 절차 등) 제1항에 의거,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8조 제2항에 따른 주의 이상의 예보 또는 경보가 발령된 후에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 이동수단, 진료의료기관 및 접촉자 현황 등 국민들이 감염병 예방을 위하여 알아야 하는 정보를 정보통신망에 게재하거나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민에게 공개하도록 정한 규정에 따라 공개됩니다.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지 않는 게 오히려 위법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고, 이 법이 왜 생겼는지를 아는 사람은 더 적은 것 같다. 이해를 돕기 위해 2015년 6월 27일 JTBC <밤샘토론>에 나왔던 발언들을 들여다보겠다.
김용익 의원(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 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지금까지 사례를 살펴봐도 메르스 때처럼 정보 공개를 하지 않은 사례가 없었다. 사스 때도, 신종플루 때도 정보 공개가 즉시 이뤄졌다. 가축전염병 때는 법에 공개하도록 정해져 있어서 구제역, 조류독감 때도 다 공개했다.
문정림 의원(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병원 간 정보 공유가 기본적으로 됐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 부분은 분명히 잘못됐다고 본다. (중략) 정보 공개를 정부가 하게 된 시점을 보면 정책적으로 공개한 것이 아니라 밀려서 한 감이 있는데, 앞으로는 정책적인 결정으로 정보 공개가 돼야 한다.
코로나19를 두고 확진자의 동선 공개를 이구동성으로 비난하는 것과 정반대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는 확진자의 동선 비공개를 너나할 것 없이 비판했다. 동선을 공개하지 않아 대형 병원이 무방비 상태에서 감염 환자를 맞이했고, 병원에서 치료받기 위해 대기하는 환자들은 물론 의료진까지 집단 감염되는 사고가 벌어지는 일을 뼈저리게 겪었기 때문이다. 환자의 인권이 당시에는 간과된 것이 아니라 감염병 차단이라는 공익이 더 우선 돼야 한다고 힘들게 의견을 모았던 것이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얻을 것인지, 보도는 어떤 원칙을 지켜야 하는지를 원점에서 묻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기자협회 그리고 한국과학기자협회가 다시 머리를 맞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순수한 의학적 조언을 찾아서
2020년 3월 19일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17세 고등학생이 사망했다. 의료진이 숨진 고교생의 첫 사망진단서에 기재한 사인은 ‘코로나 폐렴에 의한 급성 호흡부전’이었다. 이에 대해 영남대병원은 ‘증세는 물론 흉부 엑스레이 및 CT 소견이 코로나19에 합당했다’며 ‘보호자에게 부검을 설득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코로나19가 아닌 것이 명백하다’며 부검도 필요 없다고 발표했다. 유족의 동의라는 사회적 절차를 밟아야겠지만, 의학적 판단 기관인 질병관리본부가 부검 무용론을 발표한 건 역사에 남을 만한 비의학적 사태였다. 검사에서 음성이라고 해도 코로나19가 아니라고 할 수 없는 사례들이 많았고, 원인이 불분명한 죽음에 대해 현대 의학 교과서는 부검을 통해 밝혀야 한다고 쓰여 있다. 이와 관련해 유성호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 교수와는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로 인연이 있었다.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숨을 거둔 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서울대병원은 병사라고 사망진단서에 기록했는데, 유 교수는 이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나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2016년 9월 박근혜 정권의 위세가 당당할 때였음에도, 해당 보도는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을 물대포에 의한 외인사로 바꾸게 했다.3) 유 교수는 17세 고등학생의 죽음을 부검 없이 코로나19가 아니라고 결론짓는 건 의학적인 절차가 아니라고 했다. 인터뷰를 조심스럽게 요청했다.
“보건당국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건데 괜찮을까요?”
“뭐, 하겠습니다. 일은 전문성으로 해야 하니까요.”
‘부검이 필요 없다는 보건당국의 발표는 잘못’이라는 진술은 환자를 직접 치료한 영남대 의료진은 물론 숨진 고교생의 검체를 보건당국으로부터 의뢰받아 직접 검사한 대학병원 전문가한테도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었다. 문제는 보건당국이 ‘부검이 필요하지 않다’는 말을 전하면서 전문가의 입을 빌렸다는 것이다. 이런 정치적 조언을 한 전문가들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전문가들은) 부검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그렇게 결론을 주셨습니다.”4)
감염병 국면이라고 해도 국가의 정책을 반드시 의학적으로만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의학적․경제적․외교적․교육적 측면을 모두 검토한 후 가장 나은 방법을 선택하는 건 국가 지도자의 의무다. 다만, 종합적 판단은 순수한 의학적․경제적․외교적․교육적 정보를 토대로 내려져야 한다. 교육 전문가가 외교까지 고려해 조언한다면 교육은 무시된 채 외교에 치우친 결정이 내려질 수밖에 없다. 초기부터 논란이 됐던 중국 출입 제한도 종합적으로 따져봤을 때 하지 않는 게 더 이득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의학 전문가가 순수하게 의학적인 조언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2월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회의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대한의사협회가 일곱 차례 중국인 입국 금지조치를 건의했는데, 왜 시행하지 않는가”라고 물었을 때 박능후 장관은 “의학적 관점에서 의협보다 대한감염학회가 더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며 “대한감염학회는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금지를 추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대한감염학회를 비롯해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대한항균요법학회는 “2월 2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 대정부 권고안’을 내고 정부가 취한 조치 이상의 위험지역 입국자들의 제한과 방문 제한을 권고한 바 있다”며 장관의 말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장관이 직접 언급한 전문가 단체 역시 중국 출입 제한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혀왔던 것이다. 부정확한 장관의 발언도 문제지만, 정부가 의견을 청취하는 일부 전문가들의 조언이 순수하지 않았음이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했다. 내가 취재했던 의학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감염병 확산 방지 측면에서만 본다면 중국 출입 제한에 대한 이견이 거의 없었다. 마스크 문제 역시 과학적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는 걸 인정하더라도, 정치적인 성향이 강한 의학 전문가들로 인해 더 큰 혼란이 야기 됐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장(사회학과 교수)은 한·중·미·일의 정치적 접근이 심각하다고 진단했는데, “시진핑 주석과 아베 신조 총리는 물론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모두 코로나 사태를 과소평가하다가 상황을 악화시켰다. 국민 안전보다 자신들의 권위나 올림픽 개최 또는 선거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고려가 앞섰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5) 전문가의 정치적 성향을 배제하고 순수한 의학적 조언을 어떻게 찾을 것이냐,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풀어야 할 언론의 무거운 숙제가 하나 더 생긴 것 같다.
1) <'감염 질병과 언론보도' 긴급 토론회>, 기자협회보, 2020.2.14.
2) 최재욱, <공중보건 위기관리 대응과 소통 체계 구축: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경험과 교훈>, 《대한의사협회지》, 58(7), 624-634쪽, 2015.
3) 조동찬, <[단독] 사망진단서와 다른 의무 기록…원칙 어긴 병원>, SBS 8뉴스, 2016.9.29.
4) 조동찬, <폐렴 증세 8일 만에 왜 숨졌나…전문가들 "부검 필요">, SBS 8뉴스, 2020.3.19.
5) 신기욱, <국가 리더십이 ‘코로나 승부’ 가른다>, 문화일보, 2020.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