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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소통의 창, 디스플레이 기술
테크 | 등록일 : 2020-06-01

영화 속에서나 존재할 법한 일들이 현실로 옮겨지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시대, 디스플레이는 가장 혁신적인 기술로 진화하며 세상에 없던 기기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디스플레이 역사 120년의 고정관념을 뒤엎으며 세계 선두로 자리매김한 한국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2019년은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에 있어 기존에 전혀 없던 새로운 혁신 제품을 가장 먼저 선보인 기념비적인 해였다. 1월에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LG전자가 세계 처음으로 돌돌 말았다가 펼 수 있는 롤러블 TV를 공개하며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같은 해 중순에는 삼성전자가 품질·디자인·성능 면에서 탁월하게 앞선 폴더블 스마트폰을 공식 출시했다. 세계 디스플레이 역사 120여 년 동안 ‘디스플레이는 딱딱하다’, ‘디스플레이는 네모나다’라는 고정관념을 한국이 처음으로 타파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두 번째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플립’ <출처 - 삼성전자> 

 

이 같은 폼팩터1) 혁신은 디스플레이 기술 혁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액정표시장치(LCD) 개발로 노트북 PC가 등장할 수 있었던 것처럼 접었다 펼 수 있는 스마트폰, 돌돌 말았다가 펴는 TV는 모두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의 등장과 진화가 이뤄낸 결과다. 

 

노트북과 휴대폰 등장 이끈 LCD 


한국은 디스플레이 후발국이었다. 일본이 장악하던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 처음 뛰어들었던 당시 상황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무모한 도전’이었다고 회상할 정도다. 기술력도 부족하고 생산 경험도 없었다. 게다가 이를 도와줄 해외 협력 파트너도 없었다. 국내 대학 연구진과 기업이 합심해 기술 개발에 매진했고 정부가 전폭적인 육성책으로 받쳐주면서 시장 1위였던 일본을 꺾고 LCD 세계 1위로 올라섰다.

 

2000년대 시장에서는 브라운관(CRT)을 이을 신기술로 LCD와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이 치열하게 경쟁했다. PDP는 응답 속도가 빠르고 벽에 걸 수 있는 새로운 콘셉트로 인기를 끌었지만, 발열이 심해 전력 소모가 컸다. 이에 비해 LCD는 전력 소모가 적고 휘도가 높은 장점이 있었지만, 응답 속도가 늦어 스포츠 등 빠른 장면을 볼 때 영상이 끌려서 보이는 단점이 있었다. 이 같은 기술 단점에도 불구하고 LCD는 PDP를 누르고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류 기술로 빠르게 성장했다. 노트북, 휴대폰 등 소형 정보기술(IT) 기기에 적합한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기술 특성상 CRT나 PDP는 얇고 가벼운 모바일 기기를 만드는데 적합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LCD는 새로운 소형 전자기기 시장을 개척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세계 첫 AMOLED 양산, LCD에서 OLED로 세대교체

 

“난 너무 예뻐. 아몰레드~ 아몰레 몰레 몰레 아몰레드~”

2009년 가수 손담비와 걸그룹 애프터스쿨을 내세운 삼성전자 ‘애니콜 햅틱 아몰레드폰’은 국내 휴대폰 시장에 AMOLED 열풍을 일으켰다. 당시 이 광고는 AMOLED 기술 특성인 ‘자체 발광’을 전면에 내세운 콘셉트와 중독성 있는 아몰레드 송으로 높은 인기를 얻었다. LCD 중심이었던 휴대폰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OLED를 각인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삼성전자의 풀 터치 스크린폰 자체발광 ‘햅틱 아몰레드 신제품 발표회’에서 전속 모델 손담비 씨가 ‘햅틱 아몰레드’를 소개하고 있다. <출처 - 삼성전자>


세계에서 가장 먼저 휴대용 AMOLED를 상용화한 것은 삼성SDI다. 2011년 삼성SDI는 일본NEC와 각각 51%, 49%의 지분을 투자한 ‘삼성NEC 모바일디스플레이’를 설립했다. 2003년에는 세계 첫 4.5세대 기판 규격의 OLED 양산 라인에 투자했다. 2004년, 삼성SDI가 NEC의 지분 전량을 인수하며 ‘삼성OLED’로 재편됐다. 당시 삼성SDI와 NEC는 수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PMOLED)의 개발에 주력했었다. 양사뿐만 아니라 세계 연구 트렌드는 AMOLED가 아닌 PMOLED 연구였다. PMOLED는 화면을 정교하게 구현하는 것에 취약하고 패널 크기가 커지면 전력 소모도 커지는 단점이 있었지만, 생산 비용이 적게 든다. AMOLED는 정교한 화면을 구현할 수 있지만 당시 유기재료 기술력은 내구성이 좋지 않았고 제조 공정이 복잡한 데다 기술난도도 높았다. 신뢰성 있는 제품을 만들기 힘든 데다 생산 비용까지 많이 들어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을 하기는 어려웠다. 

 

삼성은 PDP, LCD에 이어 AMOLED가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 먹거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후 휴대기기를 위한 중소형 AMOLED뿐만 아니라 40인치 TV용 OLED까지 선보이는 등 다양한 OLED 기술 개발을 시도했다. LG와 달리 삼성은 아직 TV용 OLED를 본격 생산하지 않았다. 당시 경험한 기술을 바탕으로 현재 유기소재가 아닌 양자점(QD, 퀀텀닷) 소재를 적용한 ‘QD디스플레이’를 개발하며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삼성SDI는 2007년 세계 최초로 OLED 양산을 시작했다. 당시 NEC, 소니 등도 양산에 도전했다가 포기하다시피 할 정도로 유기재료 기반의 전혀 다른 이 디스플레이는 기술 장벽이 높았다. 수분과 공기에 취약한 유기재료를 효과적으로 보호하되 LCD보다 더 선명하고 풍부한 색감을 표현하고 내구성도 높아야 하는 숙제를 제대로 풀지 못한 것이다.

 

삼성이 세계 최초로 OLED 양산을 시작한 것은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무게중심을 LCD에서 OLED로 바꿔놓는 터닝 포인트가 됐다. OLED를 탑재한 제품은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세계에서 가장 처음 OLED를 탑재한 휴대폰은 일본 교세라(Kyocera)가 출시한 ‘미디어스킨’으로 2.4인치 QVGA(Quarter Video Graphic Array)2) 해상도를 구현했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출시 3개월 만에 25만 대가 팔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었다. 국내에서는 아이리버 MP4 플레이어 ‘클릭스’가 OLED를 적용한 첫 제품이다. 2.2인치 QVGA 해상도를 구현했는데 출시 4개월 만에 10만 대 이상 팔렸다. 

 

삼성은 2009년 선보인 ‘애니콜 햅틱 아몰레드’ 휴대폰으로 OLED 기술을 대중에게 널리 알렸다. 2010년 갤럭시S 시리즈를 시작으로 OLED를 고급 스마트폰 위주로 채택하면서 LCD와 본격 차별화를 꾀했다. 이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선두인 애플 아이폰과 격차를 빠르게 좁히는 계기가 됐다. 결국 2011년에는 애플을 누르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CES 2019에서 처음 공개한 LG전자 롤러블 OLED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R’ <출처 - LG전자>

 

 

세상에 없던 제품, 디스플레이가 실현하다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 폼팩터 혁신을 이끈 것은 단연 디스플레이다. OLED로 더 선명하고 풍부한 영상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딱딱하고 네모난 디스플레이를 탈피하는 기술이 모바일 기기 폼팩터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삼성이 2013년 양산한 플렉시블(Flexible) OLED는 기존 OLED보다 더 얇고 가벼우면서도 구부러지는 특성을 갖췄다. 당시 삼성전자는 플렉시블 OLED를 적용해 세로로 오목하게 휜 ‘갤럭시 라운드’ 스마트폰으로 사용자 경험을 살폈다. 이후 대대적으로 선보인 ‘갤럭시노트 엣지’는 스마트폰 오른쪽 세로 부분이 구부러진 새로운 디자인으로 세계 사용자 이목을 집중시켰다. 갤럭시노트 엣지에 적용된 ‘커브드 엣지 디스플레이’는 플렉시블 OLED만 가능한 차별화된 결과물이었다. 딱딱한 경성(Rigid) OLED에 이어 플렉시블 OLED로 기술 초격차를 이뤄낸 것이다. 

 

갤럭시노트 엣지 성공 이후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화면 좌우가 모두 구부러진 듀얼 엣지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갤럭시S6 엣지’를 선보였다. ‘갤럭시S7’에서는 좌우는 물론 화면 위, 아래 4개면 끝부분을 모두 구부리는 쿼드 엣지 디자인을 채택했다. 첫 커브드 엣지 디스플레이에 비해 쿼드 엣지 디스플레이는 구부러진 각도가 좀 더 크되 구부러지는 각 부분의 각도를 다르게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을 강조하고 디스플레이 네 부분을 모두 구부려 화면 몰입도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노렸다. 엣지 부분에 별도 특화 기능을 부여해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만의 사용자 경험(UX)도 꾀했다. 

 

소비자 요구는 작고 가벼운 휴대용 기기에서 진화해 이동 중에도 더 크고 선명한 콘텐츠를 즐기는 방향으로 변했다. 대화면 디스플레이에서 고품질 영상을 즐기되 항상 소지하는 데 불편함이 없어야 했다. 그래서 평소에는 접어놨다가 필요할 때만 펼쳐서 사용하는 폴더블 제품 개발에 대한 요구도 커졌다.

 

폴더블 기기 개발은 결코 쉽지 않았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내놓은 첫 폴더블 스마트폰의 별명은 ‘내년폰’이었다. 2019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5년여간 ‘내년에 출시된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수십만 번 접었다 펼쳐도 접히는 부분의 디스플레이 기능에 문제가 없어야 하고 떨어뜨려도 충격을 최소화하는 설계와 내구성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서는 패널을 보호하는 커버 유리 소재가 유연한 신소재로 바뀌어야 하고 접히는 부분의 터치 기능도 안정적으로 구현돼야 하는 등 여러 기술 난제가 있었다. 기존에 전혀 없던 제품인 만큼 상당히 긴 시간 동안 담금질을 해야만 했다.  

 

디스플레이·스마트폰 제조사가 관련 부품·소재·장비 기업과 합심하면서 천신만고 끝에 내놓은 폴더블폰은 여타 중국 브랜드와 품질·디자인·성능 등 모든 면을 압도하며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형성하기 충분했다. ‘세계 최초’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 삼성보다 먼저 폴더블 스마트폰을 선보인 중국 로욜(Royole) 등이 있었지만 제품과 기술 완성도, 실제 양산 기술력 등 모든 면에서 크게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불과 1년여 만에 삼성전자는 세 번째 폴더블폰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군인 갤럭시S 시리즈를 뛰어넘은 초프리미엄 제품으로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게 될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또한 폴더블은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노트북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CES 2020에서는 델(Dell)과 레노버(Lenovo)가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노트북 콘셉트 제품을 공개했다. 아직 정시 출시 계획이 없는 미래형 제품이지만 이 콘셉트 제품을 직접 체험해보려는 관람객이 몰렸다.  

 

어디에도 없고 어디에나 있는 ‘정보 소통 창구’

 

폴더블 스마트폰이 상용화된 후 디스플레이 업계는 다시 차세대 폼팩터 혁신을 이끌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TV로만 상용화된 롤러블 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과 차량용으로 연구·개발되고 있다. 마치 옷처럼 늘어났다 줄어드는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도 기존에 전혀 없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혁신 기술로 꼽힌다. 

 

OLED는 접었다 펼치는 디스플레이, 돌돌 말았다가 펴는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투명 디스플레이와 미러(거울) 디스플레이를 실현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투명 디스플레이는 평소 유리창 역할을 하다가도 날씨, 위치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전면 유리를 투명 디스플레이로 대체한다면 별도 내비게이션이나 주행 정보를 제공하는 대시보드 없이 전면 유리에서 모든 주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미러 디스플레이는 거울과 디스플레이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국내에서는 던킨도너츠, 골프장 등 일부 매장에서 미러 디스플레이를 시범 적용했고 해외에서는 대형 의류매장에서 적용된 사례가 있다. 옷을 직접 입어보지 않고도 미러 디스플레이에서 여러 옷을 매칭해 입어본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스트레처블(Stretchable) 디스플레이는 별도 기기를 갖고 다니지 않아도 옷이 디스플레이 역할을 하거나 피부에 붙이는 디스플레이를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또 개인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콘택트렌즈 형태로 구현하면 별도로 스마트 글라스를 착용하지 않아도 원하는 주변 정보를 보여주는 것도 가능하다. 홀로그램은 궁극의 디스플레이 기술로 평가받는다. 마치 사람이나 물건이 내 앞에 있는 것처럼 3차원 입체영상으로 사물을 보여주는 기술로, 아직은 영화 속에서나 가능하지만 언젠가는 내 눈앞에서 마치 살아 숨 쉬는 듯 현실감 넘치는 영상을 구현할 기술로 기대를 받고 있다. 

 

이처럼 모바일 기기는 디스플레이 기술 발전과 궤를 같이해왔다. 들고 다닐 수 있는 노트북, 접었다 펴는 스마트폰, 돌돌 말았다가 펼 수 있는 TV는 모두 디스플레이 기술 혁신이 이뤄낸 폼팩터 변화다. 디스플레이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세상에 없었을 혁신 제품이다. 디스플레이 기술은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기술 난도가 높아진 만큼 과거보다 변화가 빠르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 신기술에 적합한 사용자 경험이 충분하지 않아 대중화가 더디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디스플레이는 실시간으로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는 핵심 소통 창구 역할을 할 것이다. 도처에 있는 사물인터넷(IoT) 기기, 5G 통신,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과 연계해 사용자는 언제 어디서나 디스플레이를 접한다.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세상과의 소통 창구로서 디스플레이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다.      

 

 

 

 

 

 

1) 하드웨어 제품의 크기나 구성, 물리적 배열을 의미한다. <출처 - “폼팩터”, 시사상식사전, 2019>

2) 퍼스널 컴퓨터에 주로 사용되는 그래프 규격인 VGA의 4분의 1 해상도. 320×240 해상도로, 휴대폰이나 카메라폰처럼 화면 크기가 작은 기기에서 최적의 해상도를 제공하기 위해 적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출처 - 'QVGA', IT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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