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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기초가 되는 ‘여론 다양성’을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미디어는 균형적으로 발전해야 한다. 하지만 미디어 산업의 급속한 변화와 첨예한 이해관계 속에서, 미디어의 균형 발전을 위한 정책은 아직 미비한 것이 사실이다. 미디어 산업이 균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제21대 국회가 고만해야 할 쟁점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제21대 국회는 여당이 반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한 이른바 ‘여대야소’의 특징을 띠고 있다. 미디어 분야에 산적한 쟁점에 대해 여당이 주도권을 갖고 법제화를 이끌 가능성이 크고, 제20대 국회에서는 손을 놨던 미디어 산업지형 변화에 대한 대응을 보다 신속하게 할 수 있다. 또한 미디어 업계의 최대 현안인 ‘전통미디어의 축소’와 ‘뉴미디어의 확대’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의 확산에 따른 미디어 산업의 재편에 대한 적절한 정책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 산업의 급속한 변화
2010년에 시작된 인터넷과 모바일 미디어의 보편화로 미디어 산업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광대역의 인터넷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대용량의 정보와 콘텐츠를 신속하게 전달하고, 신문으로 대표되는 활자 정보와 방송으로 대표되는 영상정보가 양방향의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서비스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각 개인이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하는 환경이 마련됐다.
인터넷과 모바일은 미디어 이용자들의 정보와 콘텐츠 이용방식을 변화시켰다. 가장 큰 변화는 개인 중심의 선택형과 맞춤형 서비스가 확산했다는 점이다. 활자 중심의 전통방식을 고수했던 신문은 독자가 급속하게 감소했다. 아날로그 시대의 콘텐츠 제공방식을 유지했던 방송은 시청자가 점차 줄어들었다. 모든 정보와 콘텐츠를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전달하면서, 신문과 방송 등 전통미디어는 플랫폼으로서 매력과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용자의 정보와 콘텐츠 이용방식이 변화하면서 미디어 시장의 수익구조 또한 달라졌다. 신문과 방송의 전통적인 수입원이었던 광고는 정보와 콘텐츠 창구인 인터넷과 모바일로 이동하고, 인터넷과 모바일은 개인 선택형과 맞춤형의 서비스를 통해 유료서비스 모델을 확장하고 있다. 정보와 콘텐츠 생산자인 신문과 방송은 유통사업자인 인터넷과 모바일에 광고와 이용자 시장을 잠식당하고, 종속되고 있다.
‘비대칭 규제’를 ‘대칭 규제’로
인터넷과 모바일의 확산으로 촉발된 미디어 간 균형 발전에 대한 논의는 제20대 국회에서 시작됐다. 미디어 균형 발전에 대한 시각은 각 미디어가 동등한 수준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관점이다. 비대칭 규제를 대칭 규제로 전환하는 것으로, 전통미디어는 인터넷과 모바일 미디어가 받는 규제가 자신들에 비해 지나치게 약하다고 본다. 인터넷 기반의 포털사업자가 뉴스를 유통하는 사업자라는 점에서 기존의 언론매체와 동일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 미디어와 해외 미디어 간의 비대칭 규제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해외 위성방송과 PP( Program Provider)의 국내 미디어 시장 진출 논쟁에서 시작한 비대칭 규제 논의는 인터넷 기반 서비스로 확장됐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 같은 해외 OTT(Over The Top) 사업자가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IPTV 등 국내 유료방송 사업자보다 규제를 덜 받는다는 주장이 많다. OTT 사업자를 방송사업자로 규정하는 입법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논의에만 그쳤고, 입법을 통한 제도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국내 미디어 사업자 간의 비대칭 규제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지상파방송의 중간광고 허용을 놓고 신문과 다른 방송사들이 반대했고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간의 차별적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상파방송 내부에서 공영방송과 민영방송 간의 비대칭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논의와 함께 MBC에 수신료를 배분해야 한다는 의견도 등장했다. 미디어 간 비대칭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불거진 데는 한정된 광고와 이용자 시장을 놓고 사업자 간 경쟁이 증가하고 있다는 배경이 깔려 있다.
균형 발전, 여론 다양성을 위한 ‘열쇠’
특정 미디어가 다른 미디어에 비해 규제가 많으면, 그만큼 자유로운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 이 때문에 미디어 사업자는 다른 사업자의 규제는 강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자신과 관련한 규제를 완화해주기를 바란다. 정부는 큰 틀에서의 정책 추진보다는 사업자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데 급급해졌고, 규제와 관련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미디어 관련 현안이 해결되지 못하고 계속 지연되는 이유다.
그러나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면, 미디어 균형 발전은 단순히 매체 간 균형 정책을 통해 공정하게 경쟁하는 시장구조를 만들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미디어는 정보와 콘텐츠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므로, 다양성을 구현할 필요가 있다. 즉, 여러 미디어가 시장에서 활동해 이용자들이 다양한 정보와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통해 민주주의의 기초인 여론 다양성을 구현해야 한다. 다양한 미디어가 경쟁하는 구조를 만들어 양질의 정보와 콘텐츠가 제공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해야 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글로벌 시대에 해외 미디어 사업자와 경쟁에서 뒤지지 않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신문의 경쟁력 강화 방안은
제21대 국회에서는 제20대 국회에서부터 논란이 돼왔던 신문과 포털의 콘텐츠 거래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그동안 제기된 신문 콘텐츠의 포털 제공과정에서 빚어진 불평등한 거래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특히 그동안 우리나라 포털에서 신문사의 뉴스를 해당 포털의 화면 안에서 보는 이른바 ‘인링크(Inlink)’ 방식을, 이용자가 기사를 선택하면 해당 신문사의 사이트로 넘어가서 보는 ‘아웃링크(Outlink)’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쟁점이 될 것이다. 실제로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아웃링크 방식으로 서비스하고 있어, 이용자가 기사를 선택하면 해당 언론 사이트로 넘어가 기사를 볼 수 있다.
지역신문과 포털과의 관계개선 논의도 지속될 것이다. 그동안 지역신문은 포털의 지역뉴스 서비스 의무화 등 지역 언론의 포털 노출 확대를 주장해왔다. 이는 지역신문이 제공 뉴스를 포털에 유통하면서 서비스와 광고 수익 등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다. 지역신문의 지원 확대도 지속해온 쟁점이다. 점차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지역신문의 독자 확대와 경영 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역신문은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을 특별법에서 일반법으로 전환해 정부의 지원을 계속 이어가기를 원하고 있다.
방송 분야의 미디어 균형 발전 쟁점은
제21대 국회에서도 방송 분야는 한정된 광고와 이용자 시장의 지분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진행될 것이다. 제20대 국회에서 해결하지 못한 지상파방송의 중간광고 허용 여부를 두고 사업자 간의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방송시장의 주요 재원이 광고라는 점에서 중간광고를 허용하면 신문 등 인쇄미디어는 물론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등 유료방송의 광고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종합편성채널 등에서 시행 중인 1인 1 미디어렙을 지상파방송에도 도입하는 문제, 지상파방송의 온라인 광고 허용 등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중심의 광고체계 개편도 쟁점이다.
또한 방송사업자 간의 규제조정을 놓고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지상파방송은 종합편성채널과 CJ ENM으로 대표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보다 많은 규제에 대한 완화를 요구해왔다. 유료방송시장에서는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논쟁이 이어질 것이다.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적인 지위를 막기 위해 도입된 이른바 ‘합산규제’ 일몰에 따른 후속 조치가 불씨로 남아 있다. 합산규제는 제20대 국회 기간 일몰된 이후 후속 논의가 이어지지 못했다. OTT 사업자를 방송으로 포함해 규제할 것인지도 뜨거운 논쟁거리다. 방송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인터넷망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방송보다 훨씬 낮은 규제를 받고 있어, 규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방송 분야의 경우, 디지털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체계 개편도 쟁점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로 분산된 기능을 재편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특히 방송규제의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이원화된 정책기능을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제21대 총선 공약이기도 했다. 공영방송을 둘러싼 지배구조의 개선과 수신료 인상도 뜨거운 논쟁거리다. 지배구조의 개선과 수신료 제도 개선은 다른 공영방송체제와 민영방송 체제의 개편과 결부돼 있어, 사업자들도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나뉜다.
해외 사업자와 국내 사업자 간의 역차별 해소
더불어 제21대 국회에서 관심을 가져야 쟁점 중 하나는 해외 미디어 사업자의 국내 서비스 확산이다. 이미 OTT 사업자의 국내 시장진입과 점유율 확대에서 경험했듯이, 이미 해외 사업자와 국내 사업자 간 경쟁은 본궤도에 올랐다. 그러나 해외 사업자에 대한 국내 규제 체계가 정립되지 않아, 국내 사업자의 불만이 많다. 해외 사업자는 국내 시장에서 자유롭게 서비스하고 있지만, 국내 사업자는 상대적으로 많은 규제로 손발이 묶여 있기 때문이다.
해외 OTT 사업자를 국내 미디어 사업자로 간주해 규제하는 방안도 논란이 지속될 것이다. 해외 OTT 사업자를 국내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법안 개정 노력이 계속될 전망이다. 유튜브, 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OTT 사업자들이 국내 시장에서 수조 규모에 이르는 콘텐츠 이용료와 광고 수익을 얻고 있지만,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자유롭게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유한회사 형태로 운영하고 있어, 앞으로 법적인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이미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논쟁1)에서 확인되었듯이 국내 통신사와 해외 콘텐츠 사업자 간의 망 사용료 역차별도 쟁점이다. 제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했듯이, 글로벌 사업자가 정보통신망을 이용할 경우 국내 사업자와 동일한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는 규제가 검토될 것이다. 이 사안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제21대 총선 공약이기 때문에 법제화될 가능성이 크다.
[표] 미디어 균형 발전 관련 분야별 법제화 쟁점 사항
미디어 산업이 균형적으로 발전하려면
제21대 국회는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는 시점에 출범했다. 기업 광고와 국민의 콘텐츠 이용료 지불로 운영되는 미디어 산업은 더욱 어려움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다. 미디어 산업은 제한된 자원과 시장을 놓고 더욱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다. 그동안 미디어 분야의 쟁점이 정리되지 못했던 것은 사업자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해 정부가 효과적으로 조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제21대 공약으로 미디어 분야의 쟁점을 해결할 범사회적 미디어혁신기구를 운영할 계획을 밝혔다. 현재의 미디어 산업의 지형을 보면, 이러한 사회적 기구를 통해서라도 관련 쟁점을 해결해야만 미디어 산업의 균형 발전은 물론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을 펼칠 수 있다.
1) 넷플릭스 등 콘텐츠 사업자가 유발하는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속도에 부담을 지게 된 인터넷망 사업자들이 망 사용료를 추가로 부담하라고 콘텐츠 사업자에게 요구했다. 넷플릭스는 도리어 인터넷망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이용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채무부존재 확인을 위한 소’를 지난 4월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편집자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