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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제21대 국회에 바란다] 이용자 권익 보호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0-06-01

 


 

국민 누구나 미디어를 제작할 수 있는 시대, 미디어 이용자의 권익은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을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규정과 피해구제 제도 등 손질할 제도를 살펴보고, 제21대 국회에 바라는 점을 정리했다. 편집자 주

 

새로운 국회가 개원한다고 갑자기 획기적인 정책이 나올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플랫폼 다변화’라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는 방침이 나오겠지만, 표현의 자유 신장과 표현에 대한 비범죄화, 자율 규제의 확대 등 기본적인 방향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미디어 이용자들의 피해 예방 및 구제, 이용 편의 제고 등도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지속해서 다뤄져야 할 주제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면 

 

미디어 이용자의 권익 보호는 여러 기본 원칙이 중첩되는 분야다. 한 축에는 표현의 자유 신장이라는 가치가, 다른 축에는 미디어에 의한 피해 예방 및 구제의 실효성 제고라는 주제가 있다. 개인정보 보호와 미디어에 대한 이용자의 접근 및 이용 편의의 문제도 있다. 어느 한쪽이 절대적이라기보다 다양한 사회현상 속에서 서로 간 조화를 이루는 정책이 필요하다. 

 

요즘의 미디어 이용자는 단순한 수용자에 머물지 않는다. ‘1인 미디어 시대’란 말에서 보듯, 이용자는 유튜브와 같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미디어를 향유함은 물론 스스로 미디어 제공자의 역할도 하는 셈이다. 미디어 이용자와 미디어 제공자를 단순히 언론사라는 형식적 기준으로만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빛바랬다.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본다면, 개인이든 법에 따라 등록한 언론사이든 유의미한 차별은 없다. 법에 따른 제한도 동등하다. 1인 미디어든 언론매체든 명예훼손 같은 형사법적인 제한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현행법은 명예훼손죄에 대해 그 내용이 ‘사실’이든 ‘허위사실’이든 모두 처벌하고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도 인터넷 등을 이용한 명예훼손은 처벌 대상이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형사법 측면에서 그동안 논의되었던 부분은 명예훼손죄의 폐지다. 의사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권력자 등에 의한 표현의 자유 침해를 막고, 형사고발 남용 등을 부작용을 제거하자는 것이 폐지의 논거다. 명예훼손죄가 존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여전히 다수인 듯하나, 적어도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의 경우는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 불법행위임은 분명하나, 이를 형사처분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은 표현의 자유와 그 한계와 관련한 근본적인 물음으로 이어진다.

 

명예훼손죄를 폐지해야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폐지의 근거는 명예훼손이 불법행위로서 민사상 책임을 지울 수 있는데도, 명예훼손죄의 존치가 정부나 권력자에 대한 비판을 제한하고 언론 및 시민사회의 다양한 여론 형성을 저해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데 있다.1) 이는 현 정부의 문제뿐만이 아니다. 차후 어떠한 성격의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형사처분의 가능성은 존재한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자료를 봐도 ‘사실 적시 명예훼손 표현’을 형사처분하는 나라는 드물다.2) 다만, 명예훼손의 비범죄화에 대한 대안으로 민사법상 가중책임을 묻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또 다른 과제로는 공직선거법상 인터넷 실명제 폐지를 들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상 인터넷 실명제는 2012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폐지됐다.3) 다만 선거의 공정성과 선거관리 등을 이유로 공직선거법상 실명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선거는 유권자들의 정치적 의사가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분출되는 시기이므로,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를 넓게 보장하기 위해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형사처분 외에도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조치는 몇 가지 더 있다. 방송이나 동영상의 경우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시정·삭제 등의 조치가 있고, 정보통신망법은 민간사업자에게 임시적이지만 게시물 임의차단의 권한을 부여한다. 방심위의 심의 권한에 대해서는 그동안 민간자율로 이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러 차례 논의돼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 규정의 문제점 

 

현행 방심위의 유통정보 심의 규정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4) 첫째, 행정기관인 방심위가 표현의 자유에 대해 직접적으로 내용을 규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행정법원은 행정기관인 방심위의 시정 요구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5)

 

둘째, 그 규제의 법적 구조 때문에 미디어 이용자가 피해를 받을 수 있다. 법적 구조가 ‘방송통신위원회-방심위–정보통신제공업자’로 이뤄져 직접적인 명령 및 처벌의 대상자는 정보통신제공업자가 되지만, 그로 인해 실질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받는 자는 정보통신제공업자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미디어 이용자다. 정보통신제공업자를 형사 처분한다는 명목으로, 이용자의 표현 자유를 사실상 규제하고 있다.

 

셋째, 방심위의 심의 규정이 상시적인 자체 검열 체계로 기능하기 쉽다는 점이다. 형식적으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후 제한이지만, 정보통신제공업자들은 미리 사용 약관 등에 의해 미디어 이용자의 통신 내용을 규제하고 이에 따라 이용자들은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다.

 

넷째,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게시된 글이 음란, 명예훼손 등의 불법 정보에 해당하는지 행정당국인 방심위에서 판단해 해당 정보 삭제 등의 명령을 내리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위축효과(Chilling Effect)는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할 수 있는 위험 요소다. 정보통신망법상 통신심의가 표현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제한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위축효과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유명무실화하는 것은 사실상 검열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많다.

 

이러한 점에서 방심위는 불법 정보에 대한 심의권을 내려놓거나 방심위를 폐지해야 한다. 민관협동 또는 민간자율기구에서 자율적으로 심의 결정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1인 미디어 산업 전시회에서 한 유튜브 편집자가 강연을 하고 있다. 개인 미디어가 늘어나며 이에 따른 이용자의 피해 예방과 구제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연합뉴스 

 

피해구제의 실효성 높여야

 

표현의 자유 신장은 미디어 이용자의 피해 예방 및 구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과도 맞물린 과제다. 현행법상 언론 보도로 인한 침해는 형사법상 처벌 외에 민법상 정정보도 등과 같은 손해배상, 그리고 언론중재위원회(이하 언중위)를 통한 중재 및 조정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런 피해구제수단이 현실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언론사로 등록하지 않은 개인 미디어(유튜브 개인 채널 등)가 허위 사실로 명예훼손을 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일단 현행법상 형사 처분이나 민사소송으로 피해자 구제가 가능하다. 또한 방심위의 명예훼손 분쟁조정 대상에 해당한다. 그러나 언론 보도가 아니므로 언중위의 조정 대상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처럼 현행법에는 사각지대가 있으며, 구체 절차가 분산돼 있다. 일부에서 언중위의 신청 대상에 1인 미디어와 SNS 등을 포함하자거나 유튜브 개인방송도 방송법상 방송, 즉 방심위 심의 대상에 포함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런 연유다. 

 

표현에 의한 미디어 이용자의 권리침해는 사실 예방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예방적 조치로 그 내용을 사전에 심의하는 것은 헌법에 반하기 때문에 사후적 조치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사후적 조치 역시 검열과 위축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남는 문제는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이다. 

 

언중위의 중재 대상에 1인 미디어나 SNS 등도 포함하는 방안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대전제인 미디어 이용자가 곧 생산자가 되는 현 상황에 비춰보면, 표현의 자유에 대한 또 다른 제약이라는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언중위가 언론 피해자보다는 언론사의 입장을 우선시한다는 세간의 부정적 평가도 적지 않다. 그러니 현재 언중위 중재부 구성에 미디어 이용자의 이해관계를 하는 방향의 변화가 필요하다. 언론중재위원의 경우 피해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시민들의 참여는 보장돼 있지 않다. 다른 분야의 분쟁조정기구인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등의 경우에 비춰봐도 시민 참여가 부족하다. 언론중재위원을 선임하는 방식에서 언론 소비자 및 시민단체 인사 할당제 등의 도입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이런 문제가 선결돼야 언중위 신청 대상 확대도 가능하다. 

 

방송법에 1인 미디어를 포함하는 방안도 마찬가지다. 개인 동영상을 방송법상 방송에 포함한다는 것은 규제 일변도식 사고방식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방송심의규정을 차등화해 개인방송이나 동영상을 지상파나 종합편성채널 등과 달리 규율할 수는 있겠지만, 이 역시 이용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본질은 그대로이다. 이런 점에서 1인 미디어나 SNS의 경우에는 현행법에 맡기되, 미디어 및 인터넷 이용 교육과 민간자율을 확대해 해결하는 데 무게중심을 두는 것이 타당하다. 

 

반면 언론사의 언론 보도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가중하는 방안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상 처벌을 폐지하는 것과는 별도로 언론의 공정성과 신뢰성, 공익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돼야 한다. 언론의 자유를 위축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의 요건(고의, 악의)을 엄격히 적용하고, 언론사의 매출 규모나 재정 규모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액의 범위를 설정하면 극복할 수 있다.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용자들의 매체에 대한 접근 보장과 미디어의 이용자 권익 보호 제도도 개선될 지점이 있다. 현행 방송법은 지상파와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채널, 홈쇼핑채널 방송사업자에게만 의무적으로 시청자위원회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는 시청자위원회 설치 의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방송 채널들도 일정 규모 이상의 유료시청자를 확보한 방송사를 대상으로 방송편성 및 이용대금, 광고운영정책 등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시청자위원회를 두도록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행 신문법상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들은 독자권익위원회를 임의로 둘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 두고 있는 곳은 없다. 이들 입장에서는 제휴 언론매체의 기사를 매개할 뿐 직접 기사를 작성하지 않으니, 기사와 관련된 독자 권익 보호는 각 언론사의 영역이지 포털의 영역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 또한 포털은 기사 배열 책임자를 의무적으로 두고 있으나, 실제로는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기사배열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사 배열 및 편집과 관련한 의견제시기구는 필요치 않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포털을 통한 뉴스 소비가 일상화된 시점에서, 포털에 노출된 기사가 여론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이를 모두 인공지능 시스템의 책임으로, 또는 직접 기사를 작성 제공한 각 해당 언론 매체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타당치 않다. 일정 규모 이상의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에게는 이용자의 뉴스 배열 및 편성 기준, 댓글 정책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독자권익위원회 같은 기구를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해 이용자 권익을 높이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포털이 여론 형성에 높은 영향력을 가진 만큼, 그에 맞는 사회적 책임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 총선에서 발표된 정당별 총선 공약에는 미디어 이용자 권익을 위한 정책이 적지 않았다.6) 이용자 편의를 위해 공공 와이파이(Wi-Fi)를 전국에 구축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처럼 재원만 있으면 가능한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눈에 띠는 공약도 몇몇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해외플랫폼 사업자(구글 등)에 국내 대리인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정책을 밝혔는데 환영할 일이다. 해외사업자와 내국인 이용자 간 분쟁 해결 절차가 신속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선거 전 공약은 과연 지켜질까 


미래통합당은 방심위를 폐지하고 방송통신심의 기능을 없애거나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공영방송(KBS) 지배구조 개선도 내걸었다. 정치적 의도를 떠나서 방송통신심의 기능을 민간 자율 중심으로 이전하고,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하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정의당은 다른 당과 비교할 때 고민의 흔적이 더 많았던 듯하다.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정보통신망법 불법정보 심의와 방송법상 통신심의규정 등을 최소화하고,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등에 대한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이다. 또한 시청자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고, 유료 방송 등에 대한 시청자위원회 설치 의무화 등을 언급하고 있다. 이들 공약이 총선을 앞둔 ‘표 얻기용’인지, 깊이 있는 고민의 결과물인지는 이제 제21대 국회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1)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2012년 한국사회의 개혁과 입법과제》, 2012. 

2) 조서연,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이슈와 논점》 제1441호, 국회입법조사처, 2018.

3) 헌법재판소 2012.8.23. 선고, 2010헌마47 판결 

4)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2012년 한국사회의 개혁과 입법과제》, 2012. 

5) 서울행정법원 2010.2.11. 선고 2009구합35924

6) 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정의당,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공약집》,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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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 김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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