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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 규제 개혁과 공적 생태계 조성 방향
집중점검 | 등록일 : 2020-07-31

다매체 시대, 디지털 시대로 전환·확장되고 있는 국내 방송 미디어 생태계에서 지상파 방송은 위기를 맞고 있다. 지상파 방송이 변화하는 방송 미디어 생태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변화를 통해 미래를 모색해야 할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국내 방송 미디어 생태계는 지상파 방송 중심의 단일 매체 시대에서 1990년대 중반 이후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유료방송 도입에 따른 다매체 시대로 전환됐다. 특히 디지털 기술이 접목되면서 방송 콘텐츠, 플랫폼, 디바이스 영역이 더욱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매체 환경의 변화 속에서 지상파 방송은 다양한 측면에서 위기를 겪고 있다. 첫째는 정체성의 위기다. 일반적으로 방송은 정치적·경제적 독립성 확보와 민주적 여론 형성, 국민문화 향상, 공공복리 증진 등에 기여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지상파 방송은 주파수 희소성과 공공재적 특성, 사회적 영향력 등을 근거로 여타의 방송 사업자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의 공익적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 발전과 다매체·다채널 시대의 도래에 따라 지상파 방송은 시장원리에 포섭되고 있다. 즉, 여타의 산업과 마찬가지로 방송 시장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한다는 시장원리가 작동되고 있다. 또한 다매체·다채널 경쟁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은 상업 방송과 시청률 경쟁을 벌이면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과 상업 방송 프로그램 사이에 차별성이 점차 상실되고 있다. 

 

둘째, 정당성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상파 방송은 공익 개념에 기초해 사회 구성원이 인식하는 공익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책임이나 부담을 기꺼이 수용해야 한다. 즉, 지상파 방송은 독립성, 공정성, 효율성, 공익성 등의 가치에 따라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하며, 운영의 효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지상파 방송은 정치적 당파성, 방만한 경영 등으로 인해 사회 구성원으로부터 신뢰와 관용을 얻지 못하고 있다. 

 

셋째, 경영의 위기다. 과거 지상파 방송사는 공적역할을 수행하는 대신 방송 시장에서의 독과점적 지위를 용인함으로써 경영의 안정성을 향유해 왔다. 그러나 방송환경의 변화에 따라 지상파 방송은 치열한 시장 경쟁 상황에 직면해 있다. 방송 프로그램 제작비의 상승, 시청률 감소에 따른 광고수익 감소 등으로 인해 재원 조달에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러한 방송환경 변화는 지상파 방송의 상업화와 더불어 경영 여건 악화를 유발한다.

 

지상파 방송에 대한 낡은 규제


지상파 방송 중심의 단일 매체 시대에서 방송 미디어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공적 자원이자 희소한 자원인 주파수(지상파)를 이용한다는 점, 사회적 의사소통을 매개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여론과 현실 인식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공익에 기여해야 했다. 이에 따라 지상파 방송의 소유와 운영 등은 관련 법령에 의거해 엄격한 규제를 받아 왔다. 재원 측면에서도 시청자가 납부하는 수신료를 기반으로 운영하거나, 광고 수익으로 운영하더라도 공익에 대한 기여를 우선하도록 요구받았다. 그리고 이는 오랫동안 지상파 방송에 대한 규제의 형태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지상파 방송 측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이른바 ‘비대칭 규제’가 그것이다. 

 

지상파 방송은 동일하게 종합편성을 행하는 종합편성PP보다 양적 측면에서 더 강도 높은 편성 규제를 받고 있다. 편성 규제는 방송 내용에 대한 간섭이 아니라 다양성을 목표로 하는 기술 형식적인 규제로, 규제의 합헌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의무 편성 규제는 일정 분량의 편성량을 확보해주지만, 당초의 규제 목적이었던 다양성 확보나 편성의 질은 온전히 담보하지 못한다는 실증 연구가 많다. 따라서 국내 방송법상 편성 규제는 지상파 방송의 공적 책무를 위해 최소한으로만 남기고,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불필요한 규제는 정비할 필요가 있다. 편성 규제가 내용에 대한 직접적인 간섭이 아니라는 점, 방송의 다양성 보장을 목표로 한다는 점, 지상파 방송이 갖는 태생적인 특성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다른 매체에 비해 지상파 방송에 차별적으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어느 정도 허용될 수도 있다. 다만, 차별적 규제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무한정 또는 자의적 차별 규제가 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규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더라도 수단이 적절한지, 권리 침해에 있어 피해는 최소화하고 있는지, 법적 안정성은 있는지, 효력이 다하지는 않았는지 등을 고려해 본다면 현행 지상파 방송의 편성 규제는 정비될 필요가 있다.1) 그 목적과 효과가 달성되지 못했다면, 기존의 관행적인 규제를 유지할 것이 아니라, 당연히 변화를 선택해야 한다. 

 

여전히 유료방송에는 허용되고 지상파 방송만 금지되고 있는 중간광고도 마찬가지다. 시청자 주권의 관점에 따르면 중간광고는 전파 소유권을 가진 국민의 시청권을 심대하게 침해한다는 점에서 시청자 주권의 훼손을 우려한다. 일반적으로 방송광고에 있어서 시청자 주권은 보고 싶지 않은 광고를 ‘보지 않을 권리’, ‘보고 싶은 프로그램만을 선택적으로 볼 수 있는 자유’라고 평가한다. 그리고 방송은 공적 소유로 사회적 공익이 우선돼야 하므로 지나친 상업적 영업이 부각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청자 주권의 개념 역시 다양한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중간광고를 통해 벌어들이는 비용을 콘텐츠 제작에 투여해 시청자에게 보다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도 있다. 즉, 시청자들은 이러한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받을 권리’로서의 시청자 주권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외에도 방송통신발전기금의 부과기준 및 징수율이나 광고 판매 방식, 소유지분 등 여러 부분에서 지상파 방송사가 비지상파 방송보다 상대적으로 엄격한 규제를 받는 것은 사실이다. 후발 사업자인 종합편성채널 등이 특혜를 받았다고 볼 여지도 분명 존재한다. 즉, 지상파 방송에 대한 비대칭 규제가 이뤄지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차별적 규제가 전혀 필요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특별한 영향력, 침투력, 주파수의 희소성, 공공재 등을 근거로 지상파 방송은 전통적으로 신문, 케이블, 위성방송, 통신 등과 다른 규제 원리를 적용해 왔다.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면서 그러한 규제가 이제 더는 불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들이 지상파 방송에 기대하는 것, 지상파 방송이 다른 매체와 다르게 취급돼야 한다는 가치는 아직 유효하다. 

 

방송의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구분 필요

 

문제는 모든 방송 사업자를 동일 선상에 놓여 있는 것으로 간주하되, 개별 매체에 따라 다른 규제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즉, 지상파나 유료방송이나 모두 동일한 시장에서 시청률, 광고 유치 등의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으면서도 차별적 지원이나 규제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매체별 특성을 인정하고 거기에 적합한 규제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방송의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구분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령, 공공서비스방송 또는 공영방송 개념을 법·제도에 도입해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구분하는 방안이 있다. 현재 방송법에는 공공서비스방송 또는 공영방송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재원 구조 측면에서 방송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혼재돼 있다. KBS, EBS의 경우 운영 재원 일부를 수신료라는 공적 재원에 의존하고 있으나 수신료는 1981년 2,500원으로 인상된 이래 30년 이상 그대로 묶여 

있다. 이에 운영 재원의 상당 부분을 광고료 등 사적 영역에 의존하고 있다. MBC, SBS 등의 경우 모든 재원을 광고료 등 사적 재원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러한 재원 조달 구조는 지상파 방송사로 하여금 시청률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공공서비스방송 또는 공영방송 개념을 법·제도에 도입해 공적 영역에 속한 방송 사업자와 사적 영역에 속한 방송 사업자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공적 영역에 속한 방송 사업자에 대해서는 공익적 역할의 강화를 요구하되 그에 따른 재원을 지원해야 하며, 공적 영역에 속한 방송 사업자는 공공적, 공익적 기능의 수행을 우선해야 한다. 

 

방송에 공적 영역을 설정하고 이를 보호하려는 이유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점, 사적 영역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유무선 인터넷, 스마트 단말기 확산, 상업적 콘텐츠를 앞세운 사적 영역 방송 사업자의 성장은 공적 영역 방송 사업자의 입지를 위축시키고 있다. 공적 영역 방송사들이 재원 조달을 위해 사적 영역 방송 사업자들과 시청률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산업구조는 이들의 공공적, 공익적 기능 및 역할 수행을 더욱 약화시킨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사적 영역 방송사와 대비해 공공적, 공익적 콘텐츠 제작과 유통을 우선해야 하며, 그러한 역할 수행에 따른 재원은 수신료, 공적기금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반면 사적 영역 방송 사업자는 시장원리에 입각한 경제적, 산업적 기능의 수행을 우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들 방송 사업자에게는 공익 규제의 최소화, 시장 자율성 보장 등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방송의 공적 영역 생태계 조성 방안

방송 공적 영역의 유지 또는 강화를 위해 과거부터 제기돼 왔던 지상파 방송사(또는 공익채널 등 유료방송의 공적 영역에 속한 방송 사업자 포함) 중심의 공공서비스방송 혹은 공공방송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이들 방송은 소유 구조나 재원 구조에 관계없이 공적 가치 실현 의무를 부담하는 방송을 지칭하는 것으로, 공공성을 방송의 본질적 속성으로 간주하는 곳이다. 방송 프로그램 품질 향상에 초점을 맞춰 시장 경쟁 환경에서는 제작 하기 어려운 양질의 콘텐츠, 사회 구성원의 공적 이익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공공서비스 방송 사업자, 공공서비스 채널을 지정해 이들 방송사로 하여금 사회적·문화적 정체성 공유, 공공 정보의 전달, 시민교육 등 공공서비스 차원에서 차별화된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 및 유통시키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 개념으로 존재해 왔던 공영방송 개념을 법·제도에 도입해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방송의 공적 영역을 구성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방송통신 융합, 뉴미디어 확산, 유료방송의 성장 등은 지상파 방송을 중심으로 형성돼 왔던 공공적, 공익적 가치의 실현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방송 프로그램을 비롯한 다양한 영상 콘텐츠가 유무선 인터넷과 스마트 단말기로 유통되면서, 과거 지상파 방송의 독점적 지위는 크게 약화되고 있다. 또한 30년 이상 2,500원에 묶여 있는 수신료 인상 논의가 부상할 때마다 KBS의 경영 투명성에 관한 논란이 불거지는 등 공적 기능 수행에 대한 정당성 역시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소유, 운영, 재원 등의 측면에서 독립성, 자율성을 보장하는 공영방송의 법제화를 통해 방송의 공적 영역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물론, 공영방송의 개념이나 범위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의와 첨예한 의견대립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공영방송이 사적 영역의 방송사들과의 차별성을 확보해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하는 것은 대부분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서비스방송이든 공영방송이든 공적 영역의 방송에서 무엇보다도 전제돼야 할 것은 첫째,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적 영역의 방송 사업자는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사실에 입각해 공정하게 전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권력의 영향력을 배제해야 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시장 경쟁(광고주)으로부터의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공적 영역의 방송사는 시청자가 원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하지만, 동시에 그들에게 필요한 방송을 제작하기도 해야 한다. 즉, 시장 경쟁을 고려하지 않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어야 한다. 공적 영역의 방송 사업자가 이러한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으려면 시청률, 광고수익 등 시장 경쟁 원리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수신료 확대 등의 공적 재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셋째, 방송의 공적책임, 공정성, 공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적 영역의 방송 사업자 내부 및 외부에 감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공적 영역 방송 사업자 외부의 감시 시스템은 규제기구와 시민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규제기구는 공적 영역 방송 사업자가 수행해야 하는 공적 역할에 대해 법적 의무를 부여하거나 협약을 체결하고, 이의 완수를 도모해야 한다. 또한 시민 영역의 경우, 공적 영역 방송 사업자의 운영과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자 입장에서 모니터링하고 피드백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공적 영역 방송 사업자 내부 감시 시스템은 이사회 구조 개편, 방송편성규약 강화 등을 들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공적 영역 방송사가 특정 정파나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서는 이사회 등 거버넌스 구조, 그리고 방송편성규약 등이 강화될 필요도 있다. 










1)  윤성옥, <지상파방송의 비대칭 규제 문제점과 과제>, 방송문화 8월, 10~15쪽,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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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 김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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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 : 2020-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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