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부터 1년간 국제부에서 일한 뒤 올해 4월 12년 만에 복귀해보니 그 사이 국제부 위상은 꽤 높아져 있었다. 세계화와 교통·통신의 발달로 전 세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지구촌 한구석에서 일어난 일이 이곳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나비 효과’를 우리 사회가 훨씬 더 잘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추정해본다. ‘먼 나라’ 이야기가 어느 순간 국내 주유소의 기름값 인상으로 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이제 모두 잘 안다. 올 상반기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역시 전 세계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국제뉴스의 중요성은 그만큼 커졌다. 하지만 국제뉴스를 다루는 방식과 업무 환경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다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각 사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국제부는 여전히 최소 인력으로 운용되고 있다. 영어는 차치하고도 중국어·일본어 구사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 해외 주재 특파원 수는 비슷하지만, 일부 언론사는 여러 이유로 특파원을 줄이기도 했다. 가장 가까운 사례는 경향신문이 지난 4월 일본 도쿄 특파원직을 폐지한 것이다. 왜 이런 특파원 감소라는 역행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국제뉴스는 중요도가 높아지는데도 한국 언론의 국제뉴스 보도 관행과 업무환경에는 큰 변화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계륵’ 해외 특파원, 비용과 실적 사이
국제뉴스를 다루는 데 있어서 가장 핵심 자산은 역시 특파원이다. 현장감 있는 뉴스 전달과 함께 현지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연감 2019》에 따르면 현재 국내 신문·방송·통신사가 해외에 파견한 특파원은 총 155명이다. 신문 72명, 방송 48명, 통신사 35명이다. 적지 않은 숫자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이는 9년 전인 2010년 165명에서 다소 줄었다. 파견된 국가는 총 19개국으로 늘었지만, 현황을 보면 딱 한 명 파견된 경우가 대다수다. 사실 파견국이 늘어난 데는 통신사 연합뉴스가 18개국에 24개 사무소를 운영하는 덕이 크다. 특파원 대부분이 미국 워싱턴 DC(36명)와 중국 베이징(31명), 일본 도쿄(20명) 등 3국에 몰려 있는 현상도 여전하다. 한국 언론의 국제뉴스가 미·중·일 등 주요 강대국 위주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 국제뉴스 지면이나 방송에서 미·중·일 3국 뉴스 비중은 매우 높다.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국제뉴스의 지역별·분야별 다양화 요구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독자와 시청자들은 미·중·일 등 주요국 뉴스에 더 반응한다는 구조적 측면도 적지 않다.
주요 3국에 특파원이 몰려 있지만, 위에 언급한 통계 수치에서 보듯이 과거와 비교할 때 특파원 수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중국은 다소 늘었지만, 오히려 일본 특파원은 줄고 있는 추세기 때문이다. 2010년과 2019년 사이 국내총생산(GDP)이 1조 1,440억 달러(약 1,380조 2,360억 원)에서 1조 6,423억 달러(약 1,981조 4,350억 원)로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파원 규모는 오히려 위축된 셈이다.
원인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비용에 비해 효과가 작기’ 때문이다. 지역 특파원 한 명당 최소 1억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소요되는 상황이지만, 현장성 있는 기사를 발굴하거나 ‘단독’ 기사가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인터넷의 발달로 오히려 국내에서 해외 주요 언론사의 인터넷 뉴스를 열심히 검색하면 더 많은 ‘단독’ 기사를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특파원의 효율성은 과거보다 훨씬 떨어졌다. 특히 대다수 신문처럼 1명의 특파원이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은 매우 제한적이다. 당장 워싱턴의 경우에도 한국의 신문사는 한두 명 정도의 특파원을 두고 있는데, 일본의 지역신문인 도쿄신문만 해도 3명이 넘는다. 여기에 일본과 중국 언론은 원어민인 현지인 스트링거(stringer)1)를 두고 있기 때문에 언어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이런 여건 속에서 한국 특파원에게 제대로 된 취재는 중과부적(衆寡不敵)인 셈이다.
기자 전문성 부족과 국제 전문기자의 부재
해외 특파원의 전문성은 과거보다 분명 늘었다. 언론사들이 과거 ‘공(功)’에 따라 ‘상훈’처럼 주어졌던 특파원 파견을 ‘실력’ 위주로 많이 재편하면서 원어민에 가까운 언어 실력을 갖춘 특파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가 언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실정이다. 스트링거 도입 등 재정적, 제도적 지원이 없다면 특파원이 보내는 기사의 질을 담보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국내의 국제부 기자들 상황도 마찬가지다. 아랍어 언어 구사자는 당연히 찾아볼 수 없고, 하다못해 프랑스어·독어·스페인어, 더 나아가 일본어·중국어 구사자를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특히 일본의 경우 한일관계 악화 등과 겹치면서 특파원 수가 줄어든 데다, 젊은 세대에서 일본어보다 중국어를 선호하면서 더 구인난을 겪고 있다. 원어 구사자가 없으면, 영어권 언론사의 뉴스에 대한 의존성이 더 커지게 된다. 이는 결국 중동이나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그들’의 시각이 아니라, 영미권 시각에서 보게 되는 오류가 생기는 근본적 원인이 된다. 또 10여 년 만에 국제부에 돌아온 뒤 당황스러웠던 것 중 하나가 기자들이 ‘구글 번역기’나 ‘파파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었다. 시간 절약의 효과가 크다는 장점이 있지만, 번역기로는 원문에서 읽히는 미묘한 뉘앙스를 감지해 기사화하기 어렵다.
국제부의 사내 위상도 마찬가지다. 국제뉴스에 대한 국내 수요가 늘면서 그 위상이 올라가긴 했지만, 여전히 부장을 거쳐 편집국장으로 가는 승진 코스는 아니다. 국제뉴스가 앞면에 실리는 경우는 북한과 연관되는 뉴스일 경우가 대부분으로, 북핵 능력 증가와 미·중 갈등 격화로 인해 외교·안보 뉴스 수요 증가와 연동된 위상 제고에 가깝다. 1~2년 ‘쉬어가는’ 부서라는 인상이 깊으면 인재가 몰리지 않고, 그렇다 보면 취재와 인터뷰, 학습을 통한 깊이 있는 기사가 나오기 힘들다. 각 사에서 외교·안보 전문 기자는 한둘씩 생기고 있지만, 국제 전문기자는 아직 많지 않은 이유다.
흥미성·화제성 뉴스에 대한 높은 수요
국제뉴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깊이 있는 국제뉴스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지만, 사실 이는 대중의 수요와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다. [그림]은 2020년 7월 9일 오후 3시 한 포털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본 뉴스’ 국제 부문 순위다. 10개 뉴스 중에서 5개가 화제성이나 흥미성 뉴스다. 한국 언론사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모바일 뉴스 경쟁이 치열해지고, 클릭 수가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각 사는 경쟁적으로 낚시성 기사를 내놓고 있다. 이 경우 가장 화제성이 높은 기사의 주요 소스는 단연 국제뉴스다. 전 세계발(發)이라는 점에서 뉴스량도 압도적인 데다, 자극적 사건 및 사고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셜미디어와의 경쟁도 빼놓을 수 없다. 말 그대로 ‘미디어’ 역할을 하면서 화제성 기사를 가공해서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서비스도 있다. 감각적이면서 흥미 위주인 국제뉴스에 대한 클릭이 늘고, 이것이 수익으로 연결된다면 기존 레거시 미디어 역시 수익성 차원에서 흥미 위주의 기사를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그림] 2020년 7월 9일 오후 3시 한 포털사이트의 ‘가장 많이 본 뉴스’ 국제부문 순위 <출처 – 네이버 뉴스 화면 갈무리>
전반적 국내 언론 환경과 수익 구조
해외 특파원 감소와 국제 분야 취재 기자의 전문성 부족, 흥미 위주의 화제성 뉴스에 대한 수요 등은 국내 언론의 전반적인 수익성 저하와도 깊게 연관돼 있다. 이는 국제뉴스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외 취재가 많아야 하는 국제뉴스 특성상 수익 감소가 더 직격탄을 주기 때문이다. 당장 해외 현장 취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한때 일부 언론사에서 순회 특파원 제도를 도입하기는 했지만, 이 역시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다시 축소되고 있다. 오히장기 체류하는 특파원 대신, 단기 체류하는 순회 특파원으로 비용을 줄이려는 시도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홍콩 시위 사태 등 사건 현장에 단기로 파견하는 형식이 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단기 체류로는 현지 문화와 관행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없으며, 장기적 차원에서의 국제뉴스 질 제고를 위한 인재 양성 구조를 만들어낼 수 없다.
국내에서의 언론 위상 약화도 외국어 실력을 갖춘 인재 영입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기자 연봉은 상대적으로 하락세다. 한국 사회에서 언론과 기자에 대한 사회적 위상도 ‘기레기’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신뢰 수준이 바닥이다. 여기에 언론사의 경영 악화 등이 겹치면서 기존 레거시 미디어의 경우 인력난도 만만치 않다. 《한국언론연감 2019》에 따르면 2018년 일간지 기자는 총 9,753명으로, 2009년 8,968명에서 크게 늘지 않았다. 국제뉴스 질 제고를 위해서는 자질 있는 기자에 대한 어느 정도 기간의 ‘훈련’이 필요하지만, 언론사 자체 인력난이 있는 상황에서 이는 쉽지 않은 숙제다.
인터넷으로 모든 뉴스를 접할 수 있지만, 여전히 현장의 힘은 강력하다. 깊이 있는 국제뉴스 보도를 위해 해외 뉴스 생산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뉴스1
국제뉴스의 핵심도 현장이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은 국제뉴스 취재에서도 어김없는 원칙 중 하나다. ‘현장’에는 늘 팩트가 있으며, 팩트를 제대로 해석할 수 있는 분위기와 맥락은 현장에서만 잡을 수 있다. 아무리 인터넷으로 모든 뉴스를 접할 수 있다고 해도, 여전히 현장의 힘은 강력하다.
국내 언론의 국제뉴스 질 함양을 위한 근본적 대책의 핵심도 현장이다. 긴박한 현장의 분위기 전달이라는 일차적 요소뿐 아니라, 취재기자가 현장에서 취재원들과 만나 정보를 취재하는 과정 자체도 아주 중요한 ‘훈련’의 일환이다. 여기에 국제뉴스 취재에는 뉴스 발생지가 외국이라는 특성상 외국어 구사 능력과 현지 문화의 이해라는 두 가지 요소가 더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뉴스 질 제고의 근본 대책도 결국 현장을 얼마나 많이 찾아서 팩트를 취재하고, 큰 흐름을 읽어내는 훈련을 할 수 있느냐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이 현재 한국 언론 상황에서 해외 취재에는 상당한 한계가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겹치면서 지난 6월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홍콩 시위 사태 등에 대한 취재는 사실상 불허됐다. 지난 5월 말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사망 사건에 따른 미국 인종차별 반대 시위 역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이동 제한 문제로 현지 취재가 거의 어려웠다. 해외발 뉴스는 쏟아지는데, 정작 현장 취재는 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앞으로의 상황 역시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가 어디까지 번질지 알 수 없는 데다, 경제 상황은 더욱 나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당장 국제뉴스의 질을 끌어올리는 기초 작업을 하기에는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해외 특파원 수를 미국은 아니더라도 최소 일본이나 중국과 유사한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사건 취재뿐 아니라 기획취재를 위한 해외 취재를 늘리는 것이 요체다. 사내에서 국제 전문기자 양성을 독려하고, 어학교육 지원 등을 통한 장기적 교육도 중요하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해법은 국제뉴스에 대한 시각을 바꾸는 것이다. 늘 ‘한국의 눈’으로 국제뉴스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탈피해, 국제뉴스의 큰 흐름을 잘 따라가면서 소개하는 동시에 기후변화나 인권, 난민 등 새로운 이슈를 발굴해내는 데 힘을 실어줘야 한다. 여기에는 사실 언론사 전체의 ‘시각 교정’, 더 나아가 한국 사회의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사실 쉽지 않은 숙제다.
그렇다고 해도 당장 몇 가지는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부분 ‘1인 지국장’ 형태로 운영되는 특파원 제도의 개혁부터 필요하다. 특파원은 ‘공헌’을 인정받은 부상이 아니다. 공정한 공모 절차를 통해 적합한 자질과 능력을 갖춘 특파원을 선출하되,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비용과 효율성의 접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전히 미·중·일 뉴스가 주류를 이루는 현실을 인정해 특정 지역에 특파원을 집중적으로 배치해 깊이 있는 뉴스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모바일 경쟁을 위한 흥미 위주 화제성 뉴스 생산의 필요성을 인정하되, 그만큼 깊이 있는 뉴스를 원하는 독자를 위한 큰 흐름을 꿰뚫는 긴 호흡의 국제뉴스 생산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근본적 해법까지는 아직 멀지만, ‘작지만 확실한 변화’를 이뤄간다면 기회는 생각보다 더 빨리 올 수도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