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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 언론의 통계 왜곡] 알고 해도 문제
집중점검 | 등록일 : 2020-09-01

 


 

 

 

 

뉴스 보도에서 통계는 주목도가 높은 만큼 사태를 왜곡하는 데 이용되기도 쉽다. 왜곡은 통계 생산자들이 특정 의도를 담고자 할 때 흔히 발생한다. 우리 언론에서 다양하게 이뤄지는 통계 왜곡 사례를 짚어보고 그 해결책을 고민해 본다. 편집자 주



<2분기 경제성장률 0.7%…3분기째 0%대 그쳐> 2016년 7월 26일 한 통신사가 내보낸 기사의 제목이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다룬 기사다. 이 기사를 필두로 우리 경제가 ‘3분기째 0%대 성장에 그쳤다’고 제목을 달고 나온 신문·방송 기사는 10여 개에 이른다. 일부는 ‘저성장의 장기화’라거나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는 해설도 제목에 달았다. 

 

물론 0.7%라는 분기 성장률은 높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0.7%가 0%대니, 즉 1%를 밑도니 낮다는 잣대는 아주 잘못된 것이다. ‘0%대’라면 0~0.99%까지를 말한다. 이런 분기 성장률로 4분기 동안 경제가 굴러가면, 연간 성장률은 0~4% 사이가 된다. 2016년 시점에서 연간 4% 성장이라면 저성장이라 할 수 없다. 우리나라 연간 경제성장률은 2011년 이후 2015년까지 한 번도 4%를 넘은 적이 없다. 

 

미국에서는 분기 성장률을 그대로 쓰지 않는다. 연율(annual rate)로 환산해서 쓴다. 연율이란 분기 기준으로 본 통계치를 1년 기준으로 고치는 것이다. 0.7%의 분기 성장률로 4분기 연속 성장하면, 연율은 2.83%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2012년 2.4%, 2013년과 2014년 3.2%, 2015년 2.8%였으니, 연율 2.83% 성장이면 그다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흐름이다. 그럼에도 ‘3분기 연속 0%대 성장’이라고 한 것은 잣대를 부풀려 실체를 작게 보이려는 의도라고 의심할 만하다. 

 

경제 기자들은 통계 보도를 할 때 과거 추이를 가장 먼저 살펴본다. 2011~2015년 사이 20개 분기 동 안 분기 성장률이 1%를 넘은 것은 딱 세 번 있었을 뿐이다. 이를 보면 ‘0%대니 저성장’이라고 규정짓는 게 단순 실수였을 리가 없다. 경제성장률 수치를 정부의 경제 운용 성적표로 삼고 낮은 점수를 매기려다 논리 전개에 무리를 범한 것이라고 본다. 

 

경제성장률은 정부 경제 운용 성적표로 삼기에는 많은 한계를 가진 통계다. 미국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그레고리 맨큐(Nicholas Gregory Mankiw) 하버드대 교수는 세 가지 이유를 들어, 특정 대통령 재임 기간의 경제성장률이 성적표로서 믿을 만한 지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책의 효과는 대통령의 재임 기간이 끝난 뒤에야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고, 경제 성과는 전임자가 물려준 경제 상황에 의해서도 영향받을 수 있으며, 정책 결정자가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도 경제지표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뉴욕타임스, 2016년 1월 29일 자 칼럼). 우리나라의 경우 생산가능인구의 증가 추세가 둔화하고 감소세로 전환하면서 잠재성장률이 떨어진 것도 낮아진 성장률의 원인이다. 이를 무시하고 과거 고성장 시대의 향수에 기댄 국내총생산 통계 해석은 실체를 왜곡하게 된다. 

 

국내총생산 통계를 작성하는 한국은행은 2006년 1분기 통계 공표 때부터 분기 경제성장률(%) 주지표를 전년 동기 대비에서 전기 대비로 바꿨다. 예를 들어 2005년 3분기 우리 경제를 진단할 때 1년 전 시점인 전년 3분기 대비 4.5% 성장한 것보다 직전 분기인 2005년 2분기 대비 1.9% 성장한 데 중점을 두기로 한 것이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이 작성이 간편하고 국민이 이해하기 쉽다는 장점은 있으나, 단기적 경제 상황의 파악 및 경기 전환점의 조기 포착에 더 중점을 두기 위해서였다. 한국은행은 전기 대비 성장률을 미국이나 이스라엘처럼 연율로 환산하지는 않고,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을 보조지표로 계속 활용한다. 

 

통계 수치에 정치적 의미 앞세울 때 왜곡 잦아

 

2020년 7월 23일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영향을 크게 받은 2분기 국내총생산 통계를 발표했다. 전기 대비 –3.3%, 전년 동기 대비 –2.9%였다. 전기 대비 성장률이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분기(-6.8%)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후퇴했으며,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은 1979년 석유파동, 1998년 외환위기, 2003년 신용카드 사태 때에 이어 네 번째라는 해설이 뒤따랐다. 분기 성장률의 의미를 잘 반영한 해설이다. 이 통계에서 역성장의 정도를 보려면, 보조지표인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2.9%)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24일 치 조간 종합일간지 기사를 살펴보니, 7개 종합일간지 가운데 4곳이 이 지표를 아예 기사에 담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전년 동기 대비 후퇴 폭도 1998년 4분기(-3.8%) 이후 가장 크기는 하지만, -3.3%보다는 후퇴 폭이 작게 보일 수 있어서 일부러 무시한 것 아닌가 의심스럽다. 

 

사실 코로나19 사태로 2분기에 우리 경제가 입은 타격의 정도는 다른 나라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었다. 연율로 환산하지 않은 전기 대비 성장률을 비교해보면, 일본이 –7.8%, 미국이 –9.5%, 독일이 –10.1%, 유로권 –12.1% 등이었다. 1분기에 타격이 컸던 중국은 2분기에는 11.5%(전년 동기 대비 3.2%) 성장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지만, 감염증 확산을 제어하게 되면 경제 회복기의 성장률은 타격이 심했던 나라일수록 높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기준 시점의 위치에 따라 경제지표가 실제 상태보다 위축되거나 부풀려져 보이는 ‘기저효과’ 때문이다. 2020년 8월 13일 치 한 종합일간지는 사설에서, 우리나라의 내년(2021년) 성장률 전망치가 경제 협력개발기구 37개 회원국 가운데 34위라는데 이를 쏙 빼놓고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1위’만 강조했다며 ‘아전인수식 통계해석’이라고 비판했다. 무리한 논리 전개다. 2021년 성장률 순위는 기저효과 탓일 텐데, 거기에 의미를 두라는 주장은 억지스럽다. 

 

통계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은 경제 뉴스다. 왜곡은 통계에 담긴 경제 정보 자체보다 수치의 정치적 의미를 지나치게 앞세우려 할 때 흔히 일어난다. 2018년엔 고용 통계를 둘러싸고 많은 논쟁이 벌어졌다. 2017년 말 정부는 2018년 경제성장률을 3.0%로 전망하고, 취업자 수가 32만 명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8년 1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33만 4,000명 늘었으나, 2월부터 10만~12만 명 수준으로 증가폭이 급감했다. 5월에는 7만 2,000명으로 줄어들며 8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10만 명을 밑돌았다. 정부는 7월 하순에 하반기 경제 전망에서 연간 취업자 수 증가 폭을 18만 명으로 낮춰잡았다. 하지만 결국 9만 7,000명 증가에 그쳤다. 2017년 31만 6,000명 증가에서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나중에 보니 2019년에는 다시 증가폭이 30만 1,000명으로 커졌다. 2018년의 취업자 증가폭이 급감한 게 더욱 눈에 띈다. 

 

2018년엔 최저임금이 시급 7,530원으로 전년 대비 16.4%나 올랐다. 2월부터 취업자 수 증가폭이 급감한 것이 최저임금 인상과는 무관하다는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했다. 5월 고용 통계를 보면, 15~19세, 20~24세, 60~64세 인구의 고용률이 1.9%포인트, 2.5%포인트, 1.3%포인트씩 떨어졌다. 숙련도가 낮아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인상할 경우 고용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던 바로 그 연령계층에서 취업자 수가 감소(15~19세, 20~24세)하거나 증가폭이 줄어든(60~64세) 것이다. 이를 보면 취업자 수 증가폭 둔화가 최저임금 큰 폭 인상의 부작용일 수 있음을 지적한 언론 보도는 타당했다. 

 

다만, 취업자 수의 증가폭을 평가하면서 생산가능인구의 변동을 고려하지 않고 과거의 잣대를 그대로 댄 것은 억지스런 면이 있었다. 2018년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는 전년 대비 25만 1,000명 늘어났다. 전년의 고용률(60.8%) 수준을 유지한다면 취업자 수는 15만 3,000명 늘어난다. 이를 고려해 보면, 연간 취업자 수 증가폭이 9만 7,000명에 그쳤다고 ‘고용 대란’이라 하는 것은 한참 지나치다. 한편, 취업자 수 증가폭을 평가하면서 고용의 양에만 지 나치게 초점을 맞춘 것도 사태를 왜곡할 소지가 있 었다. 2019년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는 전년 대비 32만 2,000명 늘었는데 취업자 수는 30만 1,000명 늘어, 늘어난 인구의 93.5%가 취업에 성공한 꼴이었다. 정부가 단기 노인 일자리를 엄청나게 늘렸기 때문인데, 취업자 수만 갖고 고용 사정이 좋아졌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신뢰 회복 위해선 왜곡의 유혹 떨쳐야 

 

통계로 사태를 왜곡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기저효과를 악용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하기, 틀린 잣대 들이대기 외에도 착시 활용, 자의적 통계수치 취사선택, 아전인수식 해석 등의 방법이 있다. 

 

통계의 생산자들이 왜곡된 해석을 유도하거나 왜곡한 통계를 만드는 사례도 없지 않다.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기자들이 이를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2020년 5월 4일 출입기자단과 정례간담회에서 이른바 ‘민식이법’이 시행된 3월 25일부터 4월 30일까지 스쿨존 교통사고로 인한 어린이 부상 사고가 총 21건, 다친 어린이는 23명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019년 같은 기간 스쿨존 교통사고로 인한 어린이 사고 건수가 50건, 부상 어린이 50명에 견줘, 58%와 54% 감소한 것이 었다. 민 청장은 이를 두고 “민식이법 효과가 현장 에서 국민에게 경각심을 준 것 같다. 국민들이 상당히 주의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 청장이 제시한 통계와 해석을 많은 언론이 그대로 보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학교가 개학을 미뤘다는 점을 고려하면 통계 수치는 별 의미가 없고, 민 청장의 해석은 도리어 비판받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많은 언론이 민 청장의 말에 더 무게를 두고 사안을 보도했다. 

 

돌이켜보면, 통계를 활용한 사태 왜곡은 실수가 아니라, 미필적 고의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다. 시쳇말로 ‘야마’를 잡고 통계를 갖다 꿰맞추는 기사 쓰기가 원인이다. 통계를 잘 모르는 독자·시청자에게 쉽게 먹혀들어가는 까닭에 왜곡의 유혹을 잘 떨쳐내지 못하는 것 같다. 정파적 뉴스 소비 성향 탓에 그런 보도가 미디어 수용자의 칭찬을 받기도 한다. 이를 감시·비판하는 곳은 드물다. 썩 맘 편한 일은 아닐 수 있지만, 통계 해석이 상반될 때는 미디어 간, 언론인 간 공개적인 논쟁을 벌이는 것이 미디어 신뢰를 높이는 한 방법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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