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깨는 일. <국악한마당>이 존재하는 이유다. 그 시작은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악무대>로 시작해 <국악한마당>이라는 이름으로 오늘날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35여 년 지난 지금 <국악한마당>은 전국 방송을 하는 유일한 국악 프로그램이다. 2015년 5월부터는 격주로 KBS전주방송총국이 제작하고 있다. 몇몇 네트워크 프로그램이 지역국과 함께 아이템에 참여하는 경우는 종종 있으나, 전체 프로그램을 격주로 나눠 제작하는 일은 흔치 않다.
“한 회, 한 회가 특집이다”
본사와 지역국의 동거라는 초유의 실험이 시작됐다. 보이지 않는 경쟁이 프로그램에 생동감을 불어 넣었다. 특히 KBS전주방송총국이 제작하는 <국악한마당>은 ‘찾아가는 공연’을 콘셉트로 전라북도 지역은 물론이고 부산, 대전, 사천, 진주, 구례 등 전국 각지를 순회하며 공연한다. 최근에는 브랜드 공연이라는 형식으로 특집 프로그램을 해마다 진행하고 있다. <○○○과 놀아보쇼>라는 브랜드 공연은 한 명의 국악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의 숨겨진 끼를 펼치는 <국악한마당>을 선보인다. <남상일과 놀아보쇼>, <왕기석과 놀아보쇼> 등은 시청자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 냈다. 2019년 전라북도 군산에서 열린 <남상일과 놀아보쇼>에 온 관객들의 박수 소리가 생생하다. 1,000여 객석이 가득 차 발길을 돌린 사람들이 많았다.
<국안한마당> 브랜드 공연 <남상일과 놀아보쇼>와 <왕기석과 놀아보쇼> <출처 - KBS <국악한마당> 방송 화면 갈무리>
<국악한마당>이 제작한 두 번째 브랜드 공연 <젊은 소리뎐 신상新想>은 새로운 생각, 즉 ‘신상(新想)’을 담은 새로운 작품들로 꾸미는 무대다. 이희문, 이봉근, 송소희, 유태평양, 김준수 등 젊은 국악인들이 참여해 다양한 서양음악과 콜라보를 시도했다. 대중에게 한 발짝 다가간 기획이라는 평이다. ‘국악 소녀’로 유명한 송소희를 사회자로 세우려 무던 애쓰던 때가 떠오른다. 노래에 집중하고 싶다며 한사코 거절했지만, 삼고초려! 그런데 그가 사회자로 무대에 오른 순간 비가 내렸다. 참 아쉬운 순간이었다.
녹화 때마다 새로운 기획과 구성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가려 한다. 같은 판소리 대목도 허투루 하지 않는다. 어려운 대목은 좀 더 쉽게 가사를 풀어주기도 한다. 혼자 부르기보다는 ‘입체창’ 형식으로 여럿이 함께 불러 흥을 돋운다. <사랑가> 같은 유명하지만 익숙한 작품 같은 경우는 서양 악기 구성으로 편곡한다. 재능 있는 인재를 찾아내는 데도 애썼다. 국악계 신인을 발굴하기 위해 진행한 프로젝트 <비상(飛上)>은 서도밴드, 예결밴드, 조선블루스 등이 현재 대중에게 꽤 알려진 국악퓨전밴드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이런! 국악 뮤직비디오를 빼먹을 뻔했다. 한여름 바닷가, 해 질 녘에 피아노 치는 국악인 고영렬! 상상만 했던 그림들을 현실로 만들었다. 지금까지 30여 편의 국악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찾아 산으로, 바다로 답사의 연속이었다. 전북 고창에 위치한 고창읍성 내 맹종죽 숲. 쭉 뻗은 대나무들 사이에서 펼쳐진 가야금과 첼로의 협주는 답사의 결실이었다.
‘한 회, 한 회가 특집이다.’ 한 제작진의 자부심 섞인 한탄(?)이다. 매회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하니 구성부터 무대 세팅까지 매 번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서양 악기를 넣어 편곡을 하니 연습이 필요하다. 혼자 부르던 곡을 여럿이 하려고 해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필요하다. 제작비는 물론이다. 게다가 제작진의 노고는 말할 것도 없다. KBS전주방송총국 <국악한마당> 제작진은 이제 어떤 국악 공연에도 능숙하게 대처하고 양질의 프로그램을 시청자에게 선사한다. 5년여 동안 쌓인 노하우 덕분이다. 무대, 음향, 조명부터 음악 프로그램으로서 최고의 음질을 전하려는 믹싱까지 모두가 국악 공연에 최적화된 제작진이다.
국악 전성시대를 꿈꾸며
<국악한마당>은 지역국이 갖는 여러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악한마당> 2.0 시대를 열었다. 이제 시작이다. KBS전주방송총국은 ‘국악 콘텐츠’ 산실로 거듭나고 있다. <전국어린이판소리 왕중왕전>, <국악신예대상>, 한국적 뮤지컬드라마 <조선미인별전> 등 국악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에 도전하고 있다.
<국악한마당> 1,381회 <이날치날다> <출처 - KBS <국악한마당> 방송 화면 갈무리>

<국악한마당> 1,303회 <희망을 노래하다> <출처 - KBS <국악한마당> 방송 화면 갈무리>
뮤지컬드라마 <조선미인별전>을 제작할 때다. 판소리가 중심인 창극을 어떻게 하면 시청자에게 조금 더 재밌게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다 뮤지컬드라마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드라마를 지역국에서 제작한다는 건 지금보다 더 힘들었다. 게다가 뮤지컬드라마? 제작비도 제작비지만 배우를 섭외하는 게 큰 난관이었다. 국악인을 주인공으로 하고 싶었지만 마땅한 이가 없었다. 창극 같은 무대 연기가 아닌 드라마 연기가 국악인들에게는 생소했다. 국악인 김나니를 섭외한 건 천운이었다. 덕분에 슬슬 국악인들도 연기자에 대한 꿈을 갖게 됐다. 지역국에서 드라마라는 장르도 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작은 씨앗이지만 지역국도, 국악도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2021년에는 뮤지컬드라마 <구미호 레시피(가제)>가 출격 준비 중이다.
그러나 아직 배가 고프다. 오늘도 머릿속엔 여러 아이디어가 꿈틀거리고 있다. 창극을 활용한 ‘시트콤’, 브랜드 공연을 활용한 ‘전국순회공연’, 국악 신동들과 함께 하는 ‘국악오디션’ 등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끝까지 올라야 한다. 그 끝에서 시청자를 만나야 한다. 잠든 국악 DNA를 깨워야 한다. 그래서 국악을 사랑하는 이들이 한 움큼씩 늘어나야 한다.
KBS전주방송총국은 지역국이 갖는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악 콘텐츠’의 산실로 거듭나고 있다.
<출처 - KBS <국악한마당> 방송 화면 갈무리>
서두에 던진 질문을 다시 꺼낸다. 트로트 전성시대 다음은 국악일까. 그 답은 국악 콘텐츠의 미래에 달려있다. 국악 콘텐츠가 시청자의 마음속에 자리 잡지 못할 때 가능성은 희박하다. 절박하다. 다시 다짐한다. 시청자가 어깨를 들썩이며 흥겨워할 때까지 <국악한마당> 그리고 KBS전주방송총국은 전통문화로서 국악이 가진 매력을 꾸준히 선보일 것이다. 더욱 ‘신박’한 국악 콘텐츠로 국악전성시대를 열 것이다.
잠깐! 비밀 프로젝트를 최초 공개한다. 국악 아이돌 그룹 결성이 그것이다! 최근 방탄소년단이 한국 가수로는 최초로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올랐다. 한류가 뜨겁다. 그렇다면 국악은? 우리 전통의 소리, K-소리가 세계인에게 어떤 영감을 줄까? 방탄소년단을 훌륭하게 키워 온 방시혁 프로듀서가 나서면 어떨까? 방시혁 프로듀서가 만든 국악 아이돌 그룹! 상상만 해도 얼씨구~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