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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협찬 장사하는 미디어] 이용자는 왜 뒷광고에 분노하나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0-09-29

올해 하반기 유튜브 최고 이슈는 뒷광고다. 일부 유튜버가 특정 업체에서 받은 광고나 협찬을 명시적으로 고지하지 않고 소개한 것. 친근하게 소통하며 신뢰감을 줬던 유튜버의 속임수에 이용자들은 분노했고, 자정 노력과 제도 보완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이에 뒷광고 문제점과 대응 방안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유튜브 ‘뒷광고’ 후폭풍이 거세다. 유명 스타일리스트와 가수의 채널을 시작으로 불거진 논란은 유명 유튜버들, 나아가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까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논란이 커지면서 그동안 뒷광고를 해 온 유튜버들이 사과, 자숙, 은퇴 선언 등을 통해 사태를 수습하려 했지만, 이용자들의 충격과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 않다. 이용자들은 단순히 구독과 좋아요를 취소하는 수준을 넘어, 뒷광고 유튜버들의 명단을 제작·공유하고 보이콧 움직임을 펼치는 등 뒷광고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 중이다. 

뒷광고에 대해 명확히 합의된 정의는 아직 없다. 대신 여러 사례를 통해 뒷광고의 범위를 유추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뒷광고가 무엇을 말하는지 폭넓게 규정할 수는 있을 듯하다. 뒷광고의 범위는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을 빙자한 기만적 리뷰에서 시작해, 광고임을 전혀 밝히지 않은 콘텐츠, 광고 고지를 미흡하게 한 콘텐츠까지 확대됐다. 이를 종합하면 뒷광고는 광고주에게 일정한 광고 대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명시적으로 고지하지 않은 콘텐츠라 볼 수 있다.

유튜브 콘텐츠의 영향력만큼 뒷광고 논란도 커졌다. ⓒ뉴스1

이용자를 분노케 한 세 가지 이유

촉발제는 몇몇 기사와 뒷광고에 문제의식을 가져 온 유튜버들의 고발이었다. 그리고 정부 개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전에 이용자들이 먼저 뒷광고 유튜버들을 무릎 꿇렸다. 비판과 문제해결 요구가 이어지자 유튜버들은 이 문제를 더는 방관할 수 없었다. 잘못된 일에 대한 비판은 정당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서 단순 비난이나 근거 없는 루머가 난무하고, 또 다른 일부에서는 뒷광고 유튜버들의 콘텐츠를 찾아다니며 섬뜩한 악플과 함께 저주의 굿판을 벌이는 등 이용자들의 반응이 과열된 측면도 없지 않다. 

뒷광고가 신조어라고는 하나 그 현상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기존 미디어에서는 뒷광고와 다름없는 경우가 그동안 얼마든지 있어 왔다. 기사를 빙자한 신문의 광고기사가 대표적이다. 방송에서는 협찬 미고지(협찬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상품·서비스를 소개), 연계 편성(교양 프로그램이 협찬제품을 홍보하면 같은 시간대 홈쇼핑 채널에서 해당 제품을 파는 편성 방식) 등을 유사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이를 두고 적잖은 독자 및 시청자들이 거부반응을 표현해 왔지만, 이번 유튜브 뒷광고에 대해 보인 반응만큼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용자들은 왜 하필 유튜브 뒷광고에 그토록 분노하는 것일까?

첫째 이유로 배신감을 들 수 있다. 전문가 집단이 사전에 기획·제작한 후 이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대부분의 기존 미디어 콘텐츠와 달리, 유튜브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친근한 창작자와 이용자 간 활발한 소통이 콘텐츠 진행의 주된 요소이자 전제다. 더욱이, 유튜버들은 특정 정보뿐 아니라 여러 생각과 감정, 때로는 일상까지 공유하기 때문에 이용자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유튜버와 가까운 존재가 돼 소통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친근한 존재의 속임수는 그렇지 못한 존재의 속임수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법이다. 친근하다고 생각했던 존재가 나를 기만한 데서 오는 배신감이 기존 미디어의 유사 뒷광고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강한 분노를 일으킨 직접적 이유가 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둘째, 유튜브와 유튜버가 점하는 독특한 위치에 기인하는 측면도 있다. 유튜브 같은 온라인 플랫폼은 기존 미디어와 플랫폼보다 이용자가 행사할 수 있는 피드백의 수준이 높고 범위도 넓다. 비판 여론의 형성과 성장이 상대적으로 용이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 (그들의 실제 노력 여하와 상관없이) 비교적 쉽게 돈을 번다고 여겨지는 인기 유튜버들에 대해서는 동경과 질시가 함께 해왔다. 이런 위치가 뒷광고라는 특정 국면을 만나 배신감의 증폭과 왜곡을 낳고, 유튜버들에 대한 강도 높은 (그리고 때로는 선을 넘는) 비판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사태 수습 시점이 너무 늦은 탓도 있다. 문제의 유튜버들은 대부분 이용자가 이미 알아버린 후에야 고개를 숙였다. 물론 발 빠르게 대처한 소수 유튜버, 발뺌하거나 진정성 없는 사과와 태도로 오히려 화를 더 키운 유튜버 등 다른 사례도 있다. 하지만 문제 유튜버들은 대개 하나의 그룹으로 묶여 논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이용자 입장에서는 이미 문제가 있다고 밝혀진 유튜버들이 어떤 조치를 취하든 화를 쉽게 누그러뜨리기 힘들다. 뒷광고의 의미와 영향력에 대한 몰이해, 주변의 비판적 시선에 대한 무딘 눈치, 안이한 대처 등의 이유로 문제 유튜버들은 사태를 수습할 적정시점을 놓쳤다.

자신이 설립한 건강기능식품업체에서 판매하는 식품이 다이어트에 특효가 있다며 허위·과장 광고를 한 혐의로 기소된 유튜버 ‘밴쯔’ 
ⓒ뉴스1

무엇이 뒷광고를 가능하게 만들었나

뒷광고의 본질은 광고를 사라지게 만든다는 데 있다. 콘텐츠 속에 광고를 자연스럽게 녹이기 때문에  광고와 콘텐츠를 구분하기 어렵다. 별도의 고지가 없다면 이용자는 그 안에 광고가 포함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광고임을 밝힐 경우 이용자가 해당 유튜버나 그의 콘텐츠에 대한 거부감을 유발할 수 있다. 광고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광고라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으면 유튜버와 그의 콘텐츠에는 부정적 영향이 미치지 않으면서, 오히려 광고 효과가 커진다. 

이는 유튜브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라 보기 어렵다. 유튜브 뒷광고의 특수성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유튜버의 수익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튜버의 수익구조는 크게 유튜브 자체 광고를 통한 수익, ‘슈퍼챗’을 통한 실시간 후원수익, 그리고 콘텐츠 내 광고수익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앞의 둘이 플랫폼 내에서 시스템적으로 지원되는 것이라면, 마지막 경우는 플랫폼 바깥에서 이뤄진다. 콘텐츠 내 광고는 기존 방송의 간접광고나 협찬과 유사하다. 하지만 시간·횟수·방법, 고지방식에 있어 비교적 엄격한 법적 규제를 받는 방송과 달리 유튜브는 자율성이 높은 편이다. 콘텐츠 내 광고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그다지 요구되지 않는 상황에서 능력껏 콘텐츠 내 광고를 할 수 있다면, 유튜버 입장에서는 가능한 한 광고를 하는 것이 좋다.

광고주나 마케팅 업체들은 그 지점을 파고든다. 앞서 살펴본 유튜버와 이용자 사이에 형성되는 친근감과 신뢰는 구매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두 요소이기도 하기에, 광고주나 마케팅 업체들 입장에서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더욱이 유튜버의 사회적 영향력도 점증하고 있다. 그 결과, 상품 노출의 대가가 회당 수백에서 수천만 원에 이를 정도로 유튜브 콘텐츠 내 광고시장 규모는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유튜버 중 상당수가 이용자와의 친근감 및 신뢰 형성과정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자신과 콘텐츠의 이미지 유지, 광고 효과 확대, 그리고 수익 증대를 위해 뒷광고에 참여했다. 이용자 기만행위에 동의한 결과이다. 

뒷광고를 보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들

그렇다면 뒷광고 방지를 위해 고려돼야 할 부분으로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제도 보완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이미 꽤 많은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은 1999년부터 뒷광고 같은 행위를 ‘소비자를 속이거나 기만하는 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로 간주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통해 규제해 왔다. 이 법은 제정 이후 20여 년간 여러 차례 개정을 통해 시대상을 반영해 왔다. 그 밖에도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소비자기본법’ 등을 통해 뒷광고 같은 사례들을 규율해 왔다. 

특히 2020년 9월에는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개정, 경제적 이해관계 공개에 관한 일반적 원칙과 사례를 제시해,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부당광고 소지가 된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유튜버가 금전적인 대가를 받고 후기를 올리는 경우, (고지를 미흡하게 하는 일 없이) 그 사실을 명시적으로 밝히도록 하는 내용도 신설했다. 물론 앞으로 새롭게 나타날 수 있는 유사 뒷광고 사례들, 그 밖에 긍정적이지 못한 방식으로 제시되는 광고들도 제도 보완을 통해 개선돼야 한다. 

둘째, 업계의 자정 노력이 요구된다. 제도 보완을 통한 규제만으로 뒷광고 문제를 해결하기란 불가능하다. 규제기관이 셀 수 없이 쏟아지는 동영상 콘텐츠를 일일이 감시하고 규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9월 2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후원하고 한국인플루언서산업협회·한국엠씨엔협회·한국인터넷광고재단이 공동 주최해 뒷광고 근절을 위한 ‘클린콘텐츠 캠페인’이 시작됐다. 이 캠페인에는 유튜버들 스스로 투명하고 명확하며 솔직하게 광고나 협찬을 밝히자는 내용을 담았다. 유튜버들도 뒷광고가 문제라는 인식, 자칫하면 이용자와의 관계를 돌이킬 수 없다는 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뒷광고의 반대급부라 할 수 있는 ‘앞광고’가 최근 유행하는 현상은 특기할 만하다. 어차피 광고임을 밝혀야 한다면 그 자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 재미의 요소로 풀어내자는 시도이다. 유튜브뿐 아니라 지상파 방송이나 인스타그램에서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다만 앞광고가 지금은 새롭게 다가오지만, 뒷광고의 반작용 덕에 화제가 된 부분도 적지 않은 만큼 앞으로도 꾸준히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이렇듯 캠페인, 새로운 광고 시도 등과 같은 자발적인 정화 활동을 통해 업계 차원에서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이용자들의 신뢰를 회복해 나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광고 리터러시(literacy)를 위한 교육이다. 리터러시는 일차적으로 읽고 해석하는 능력을 말하지만, 미디어 환경 변화와 함께 최근에는 참여적·비판적 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그 의미가 확대되고 있다. 광고 콘텐츠가 점차 정교해지는 상황에서 광고 리터러시는 광고의 본질과 필요성, 오늘날의 미디어‧플랫폼 구조와 콘텐츠 생산자를 둘러싼 맥락, 허위·과장광고나 뒷광고의 폐해 등을 파악하고, 이용자이자 소비자로서 비판적 태도를 배양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소양으로 손꼽히지만, 그동안은 여타 분야 리터러시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한 감이 있다. 

따라서 광고 리터러시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2020년 8월 범정부 차원에서 <디지털 미디어 소통역량 강화 종합계획>을 발표했는데, 핵심 전략과제인 ‘미디어교육 기반 확대’와 ‘미디어 정보 판별역량 강화’에 광고 리터러시 관련 내용도 포함돼야 한다. 광고 리터러시 교육의 일차적 대상은 광고의 최종 도달점인 이용자다. 뒷광고 사태에 적극적으로 나선 주역으로서 이용자들이 보여준 뜨거운 가능성을 앞서 확인했다고는 하지만, 리터러시 역량 제고를 통해 애초에 뒷광고에 속지 않게끔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용자뿐 아니라, 창작자에 대한 리터러시 교육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특히 뒷광고에 대한 유튜버들의 몰이해와 안이한 대처 등이 이번 사태에서 문제가 된 만큼, 자정적 노력뿐 아니라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광고 전반에 대한 인식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 더욱이, 아이들을 주된 타깃 이용자로 삼는 유튜버들 교육에는 각별하면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 차원의 뒷광고 규제 강화, 업계 차원의 자정 노력 경주, 그리고 이용자에 지향점을 둔 리터러시 교육이 이뤄진다면 이번 유튜브 뒷광고 사태는 상처뿐인 기억이 아닌, 시스템 구축을 위한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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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 강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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