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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협찬 장사하는 미디어] 뉴스룸의 영업조직화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0-09-29

텔레비전이나 유튜브 영상뿐이 아니다. 일부 언론 역시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은밀하게’ 협찬 기사를 내놓고 있다. 왜 이것이 문제가 되는지, 어떤 해결책이 있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언론인 1,956명을 조사한 <2019 언론인 조사>를 지난 1월 13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언론인이 생각하는 ‘언론의 자유를 직·간접적으로 제한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광고주(68.4%)가 뽑혔다. 이는 언론인 중 대다수가 편집회의, 취재와 기사 작성, 데스킹의 전 과정에서 광고주를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하지만 언론, 특히 레거시 미디어들은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언론의 가장 큰 브랜드 가치가 독립성이므로 ‘우리는 당당하게 취재하고 보도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실제로도 언론은 그러고 있을까. ‘돈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언론의 인지 부조화가 아닐까. 단적인 예시가 바로 ‘협찬’이다.

언론의 특권을 이용해 ‘협찬’은 탄생했다

협찬과 광고는 비슷해 보이지만 확실히 다르다. 광고는 엄격한 법률적 규제를 받고 있다. 한 예로 건강기능식품 관련 광고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을 따라야 한다. 광고 전에 사전심의도 받아야 한다. 다른 광고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허위·과장 광고에서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반면, 협찬은 다르다. 협찬은 사전적으로 ‘어떤 일에 대해 재정적 도움을 주는 행위’를 뜻한다. 언론사 취재와 기사 작성에 ‘재정적 지원’을 해 줘서 우호적인 기사를 생산해낸다면 이는 광고라는 법적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허위와 과장이 섞이더라도 도덕적 지탄만 받을 뿐이다. 

왜일까. 기사에는 특수한 지위가 부여된다. ‘언론 자유’라는 이름 아래 언론 이외의 기관은 무엇이 기사이며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공정한 기사에 해당하지 않는지 사전에 심사하거나 검열하지 않는다. 기사의 내용이 광고와 별 차이점이 없어도 제재할 수 없다. 민주주의 사회가 언론에 부여한 특권이다. 

이러한 특수성은 언론과 광고주 모두의 이익을 충족한다. 기업과 기관은 협찬을 통해서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콘텐츠를 제약 없이 생산해 낼 수 있다. 언론은 협찬을 통해 광고 이외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광고가 아닌 협찬기사로도 수익을 올리게 됐으니, 신문에서 광고 지면이 과도하게 많아지는 상황도 피할 수 있다. 광고투성이 신문을 만들지 않아도 돼 체면을 차리기도  좋다. 이처럼 상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니 언론과 기업, 기관이 협찬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언론 소비자는 알 수 없는 ‘보도 협찬’

협찬은 보도 영역과 비보도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보도 영역의 협찬에는 ‘기사형 광고’와 ‘취재지원 기사’가 있다. 기사형 광고는 사실상 광고인데도 기사인 것처럼 포장해 쓴 기사를 뜻한다. 뉴스타파 확인 결과, 실제로 많은 언론사가 기업 및 기관과 광고 계약을 체결해 놓고 계약의 결과물로 기사를 내고 있었다. 신문과 방송, 인터넷 언론을 막론했다. 

문제는 이런 기사형 광고에 바이라인까지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 소비자들이 해당 콘텐츠가 광고라는 점을 인지할 수 없게 말이다. 소비자 기만이다. 하지만 기사형 광고는 줄어들긴커녕 오히려 늘고 있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에 따르면 지난 2012년 674건이었던 기사형 광고 건수는 2014년 1,199건, 2016년 1,731건, 2017년 3,058건, 2018년 2,046건, 2019년 5,517건으로 늘었다. 

취재지원 기사는 기업과 기관에서 취재비를 지원받아 나온 기사를 뜻한다. 취재 대상인 기업·기관이 자신들의 시설과 실적을 홍보하기 위해 기자들에게 출장 기회를 제공하고, 출장비(숙박·교통·식사 등) 전액 혹은 일부분을 부담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프레스투어’와 ‘팸투어’가 있다. 뉴스타파는 지난 8월 한국 언론의 프레스투어·팸투어 실태를 다룬 <언론의 ‘공짜취재’> 연재 리포트를 내보냈다. 그 과정에서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을 상대로 ‘프레스투어·팸투어 등에 지출한 내역’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17억 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프레스투어·팸투어·현장탐방과 같은 취재지원 행사에 사용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리고 수많은 언론이 출입처가 제공한 투어에 참석하면서 숙박과 교통·식사 등을 무료로 제공받고 홍보기사를 써 준 사실도 확인됐다. 

역시 취재지원 기사 중에 후원이나 취재 지원 사실을 밝힌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뉴스타파는 취재지원 기사를 썼던 기자들에게 연락해 입장을 물었다. “원래부터 안 썼으니 그랬다”, “어디 기관에서 후원했다는 말을 쓰면 독자들이 안 좋게 보지 않겠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언론의 체면을 차리기 위해 협찬 사실은 최대한 숨겨야 하는 것이었다.

뉴스타파가 보도한 <언론의 ‘공짜취재’> 연재 리포트 중 <호텔서 공짜 숙박과 코스 요리...여행기자 팸투어>. 팸투어로 작성된 세계일보 소속 스포츠월드의 홍보기사(왼쪽)와 인천관광공사가 작성한 2018년 1·2차 언론인 초청 팸투어 결과보고서 <출처 - 뉴스타파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언론의 면을 세워주는 ‘비보도 협찬’

비보도 협찬의 대표적인 사례는 ‘언론사 행사’에 대한 지원이다. 많은 언론사가 매년 포럼과 콘퍼런스를 열고 있다. 지난 1월 언론의 ‘포럼장사’에 대해 보도하며 뉴스타파 취재진이 파악한 포럼과 콘퍼런스만 해도 100개가 넘었다. 조선일보의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동아일보의 동아비즈니스포럼, 매일경제 세계지식포럼, 머니투데이 키플랫폼 등이 대표적이다. 

언론이 포럼과 콘퍼런스를 여는 표면적 이유는 ‘중요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화두와 의제를 제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숨겨진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자신들의 영향력을 공중에 드러내는 것이다. 수많은 언론이 행사를 앞두고 장관급 인사와 주요 정당의 대표, 국무총리를 섭외하기 위해 분투하거나 대통령의 영상 축사라도 얻기 위해 출입기자들까지 동원하는 이유다. 

이렇게 언론이 주요 의제를 제시한다며 행사를 열고 주요 정치권 인사들까지 불렀는데 참석자가 없다면 면이 안 설 일이다. 언론사 포럼·콘퍼런스 참석 티켓은 한 장에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이 넘을 정도로 비싸다. 하지만 다수의 기업과 기관은 선뜻 티켓을 사 주고 있었다. 

뉴스타파는 취재 과정에서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부처·공공기관에 ‘언론사 포럼·콘퍼런스 참가비 내역’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 결과, 지난 2010년 부터 2019년까지 언론사 주최 포럼과 콘퍼런스 참가비로 나간 돈만 9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없는 일반 기업과 이익단체까지 포함한다면 금액은 훨씬 더 클 것이다. 

뉴스타파는 다수의 정부부처 대변인실 관계자들을 만나 수백, 수천만 원의 티켓값을 내고 언론사 포럼에 참가한 이유를 물었다. 한 정부부처 대변인실 관계자는 “언론사에서 티켓 하나 사 달라고 하는데 거절하면 언론사와 껄끄러워질까 봐 부담된다”고 말했다. 한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출입기자들이 표를 몇 장 사달라고 대놓고 요구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티켓 영업에 대한 피로를 토로하는 기자들도 있 었다. 해당 기자가 속한 언론사는 출입처 기자들을 상대로 티켓 판매 실적을 요구하고 있었다. 또, 티켓을 판매한 기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언론사도 있었다. 

정말 협찬은 보도에 영향이 없나

뉴스타파는 언론의 협찬에 대해 취재하며 수많은 언론인을 만났다. 그들 중에는 ‘협찬과 취재 지원 행사는 보도의 방향과 내용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반면 협찬에 대한 영업 부담을 느끼고, 협찬을 더 수월히 따내기 위해 자기검열을 한다고 고백한 기자들도 있었다. 한 기자는 “꾸준히 포럼 티켓을 사 준 출입처에 대해서는 반복해서 미담 기사를 써준 적이 있다”고 밝혔다. 다른 기자는 “협찬을 대가로 출입처 기관장의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다”고 말했다. 

이러한 차이를 단순히 기자 개인의 역량과 의지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기자들을 포럼 티켓과 협찬 영업으로 내몰고 광고국에서 따 온 협찬 계약을 기자들에게 할당하는 구조는 점점 심화하고 있다. 그럴수록 기자들은 계속 자기검열에 ‘구조적으로’ 내몰릴 것이다. 편파적인 협찬 홍보기사와 기사형 광고도 ‘구조적으로’ 계속 생산될 것이다. 

언론에 대한 신뢰도도 갈수록 떨어질 것이다. 지금 언론 소비자들은 자신이 보고 있는 기사가 ‘언론사가 자체적으로 취재비를 부담해 나온 독립적인 기사’인지 아니면 ‘돈을 받아 나온 기사’인지도 알 수 없다. 이런 기본적인 구분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서 언론 소비자들은 과연 기사를 선택과 판단의 적절한 참고 지표로 삼을 수 있을까. ‘그래도 된다’고 언론사 스스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언론계가 나서야 할 시점

국내 언론계에는 한국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신문협회를 비롯한 수많은 언론단체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 단체 중에서 뉴스룸의 영업 조직화와 협찬 남발을 비판하고, 개선하려고 실질적으로 노력하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언론의 수익성 악화라는 악재 속에서 ‘이거라도 안 하면 어떻게 하느냐’라는 듯이 침묵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언론단체가 사기업인 언론사들의 협찬 내용을 일일이 규제할 순 없다. 다만 유튜버들조차도 ‘뒷광고’ 논란이 불거지며 활동을 중단하고 기존 콘텐츠를 지우고 있는데, 더한 공정성이 요구되는 언론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 문제다. 이미 협찬이 언론의 구조적 문제라면, 국내 언론사들이 가입해 있는 단체들도 적절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 

최근 한국 언론의 ‘협찬기사’ 문제점을 취재하며 한국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를 인터뷰했다. 두 단체에 모두 ‘취재지원을 받아 작성된 기사의 경우 취재지원 사실을 기사에서 밝히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협찬을 받아서 기사를 쓸 것이라면, 최소한 언론 소비자들에게 그 사실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취지였다. 

한국기자협회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방송기자연합회는 조만간 자체적인 윤리강령 제정 작업에 들어가며 취재지원 사실은 반드시 기사를 통해 밝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지키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뿐인 가이드라인이지만, 이것이 출발점이길 바란다. 언론이 그토록 내세우고 싶어 하는 독립성은 투명성과 따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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