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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2020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 세션3: 허위 정보와 팩트체크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0-11-06

2020 저널리즘 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개최된 ‘2020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 둘째 날 세션 3에서는 ‘허위 정보와 팩트체크’라는 주제로 국내외 전문가들의 활발한 발표와 토론이 이뤄졌다. 좌장을 맡은 정은령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SNS팩트체크센터장의 사회로 조앤 도노반(Joan Donovan) 하버드 케네디스쿨 쇼렌스타인 미디어, 정치, 공공정책센터 연구단장, 차미영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 SBS 8뉴스 팩트체크 코너 ‘사실은’을 담당하는 이경원 SBS 기자가 차례로 주제 발표를 했고, 박아란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김준일 뉴스톱 대표의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유튜브를 통해 관심 있는 시민들의 활발한 참여가 이뤄졌으며 주제 발표와 패널 토론이 끝난 후 채팅창을 통해 접수된 주요 질문에 대한 전문가들의 답변이 있었다. 전례 없는 팬데믹으로 그 어느 때보다 신뢰할만한 정보의 유통이 절실한 상황에서 허위 정보와 팩트체크에 관한 가장 앞선 연구와 실천을 이끄는 발표자들의 귀중한 발표와 심층적인 토론을 접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현장에서 논의된 주요 내용을 독자에게 전하고 그 함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미디어 조작 캠페인의 수명주기’에 대해 발표하는 조앤 도노반 연구단장 Ⓒ한국언론진흥재단

 


팬데믹 속에서 진실을 찾는 법


첫 번째 발표를 맡은 조앤 도노반 연구단장은 ‘데이터와 사회: 미디어 조작 이니셔티브(Data & Society: Media Manipulation Initiative)’ 연구를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하버드 케네디스쿨 공공정책대학원에 합류해 미디어 조작 사례집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미디어 조작 사례집1)은 미디어 조작과 허위 정보에 맞서기 위한 이론과 방법론, 그리고 실천 사례를 공유하는 연구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발표 주제인 ‘미디어 조작 캠페인의 수명주기’는 미디어 조작 사례집에서 미디어 조작 캠페인의 수명 주기(life cycle)를 도식화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미디어 조작 캠페인은 △조작 캠페인의 기획 △소셜 플랫폼과 웹을 통한 살포 △산업 영역, 활동가, 정치인, 언론인 등의 반응 △정보 생태계의 변화 △새로운 환경에 대한 조작자의 조정이라는 다섯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노반 연구단장은 이러한 단계 구분을 바탕으로 지난 2년 동안 조작 정보가 어떠한 방식으로 확산해나갔는지를 사례집의 형태로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노반 연구단장은 발표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허위 정보 확산의 비용을 누가 지불하고 있으며 누구에게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지 면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현재의 인포데믹 상황이 언론인, 의료진, 시민사회 리더, 법 집행 기관에 각각 어떠한 부담을 가중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었다. 언론인의 경우 팩트체크의 부담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취재와 보도에 사용할 자원이 갈수록 부족해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의료진은 팬데믹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고 바쁜 집단이지만 허위 정보를 바로잡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겨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시민사회의 리더에게는 사회적 혼돈 상황 속에서 시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방향을 제시할 의무가 주어지는데, 이들이 허위 정보의 희생자가 될 경우 사회적으로 매우 큰 교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법 집행 기관 역시 팬데믹 상황에서 허위 정보의 확산으로 많은 행정적 부담을 안게 됐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인포데믹과 팩트체크’라는 주제를 다룬 차미영 교수의 발표 자료 Ⓒ한국언론진흥재단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차미영 교수는 ‘코로나19 인포데믹과 팩트체크’라는 주제를 다뤘다. 발표에서는 코로나19와 관련해 동일한 허위 정보가 여러 나라에서 시차를 두고 재생산되는 현상에 주목해 진행 중인 캠페인과 연구를 소개했다. 차 교수는 네트워크 과학, 전산 통계학, 계산 사회과학의 최신 연구 동향을 바탕으로 팩트체크가 허위 정보의 확산과 영향력을 차단하는 데 일정한 효과를 지닐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 줬다. 그리고 팩트체크가 일정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공신력 있는 기관의 신속한 대응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골든타임을 넘기기 전에 선제적 대응이 이뤄져야 허위 정보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에서 확산하는 정보는 초반에 바로잡지 않으면 이후에는 통제하기가 훨씬 어려워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차미영 교수가 코로나19 관련 허위 정보의 확산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제시한 방안은 ‘빠른 판단’과 ‘신속한 대응’, 그리고 ‘제대로 된 팩트의 전파’이다. 이러한 방안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먼저 허위 정보에 대한 빠른 탐지와 진단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팬데믹에 관련된 방대한 양의 정보가 뒤섞여 흐르는 온라인에서 허위 정보와 사실 정보를 구분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때문에 차 교수는 온라인에서 사실 정보와 허위 정보가 확산하는 패턴의 차이를 밝힌 선행 연구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다수의 선행 연구들이 허위 정보가 확산하는 패턴에는 일정한 특성이 있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팩트체크의 대상을 기술적으로 좁혀나간다면 허위 정보를 진단하고 골라내는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차미영 교수는 허위 정보의 진위를 검증하는 것만큼이나 팩트체크가 완료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제대로 된 사실의 전파가 허위 정보의 확산을 차단하고 그 효과를 상쇄시키는 가장 효과적이고 중요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차 교수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기초과학연구원(IBS), 이화여대 간호대학과 함께 세계 여러 기관과 협업으로 ‘루머를 앞선 팩트’2)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으며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캠페인과 연구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이 프로젝트는 세계적으로 허위 정보의 확산을 막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인포데믹 대응에 관한 다양한 실증적 연구 결과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세계적 위기 상황 속에서 한국의 학계가 주도한 국제 협업의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감정 방역’, 공감형 저널리즘을 향해

 

세 번째 발표자인 이경원 SBS 기자는 ‘인포데믹과 감정 방역, 그리고 팩트체크’라는 주제로 발표를 이었다. 이 발표에서는 SBS 8뉴스의 팩트체크 코너 <사실은>의 사례를 바탕으로 ‘정보 방역’을 넘어서는 ‘감정 방역’이라는 새로운 의제를 제기했다. 또한 언론사 팩트체크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애로점과 한계에 대해서도 생생하게 전달했다. 신종 바이러스인 코로나19의 경우 전문가들도 정보가 매우 부족하고 다양한 문제에 대한 답을 신속하게 내놓기가 어려운 특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안이 되는 여러 이슈에 대한 진위를 엄밀하게 판단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고 한계를 노정하는 작업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SBS 팩트체크팀은 최대한 많은 전문가의 의견을 들은 후 ‘의견의 교집합’을 찾아 나가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이라는 특별한 상황 속에서 팩트체크 역시 완벽한 사실을 추구하기보다는 ‘불확실성 속에서 사실에 다가가는’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인 역시 팩트체크가 완전한 사실을 확정 짓는 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조금 더 겸손한 태도를 지니자고 제안한다. 또한 명확한 출처 표기 등 원칙을 더 엄격하고 투명하게 지켜야 한다고 제언한다.

 

 

‘인포데믹과 감정 방역, 그리고 팩트체크’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는 이경원 SBS 기자 Ⓒ한국언론진흥재단

 

 

이경원 기자는 또한 팩트체크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정보를 교정하는 속도가 허위 정보의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강조하며 팩트체크 저널리즘은 기존 저널리즘 보다 덜 경쟁적이고 더 공익적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사들이 팩트체크의 한계와 불완전함을 서로 보완해 가면서 조금 더 엄격한 사실에 다가가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허위 정보의 대규모 확산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협력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이 기자는 팩트체크 저널리즘에서만큼은 기자들이 최초나 단독 보도에 대한 욕심 혹은 경쟁심을 조금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타 언론에서 보도했더라도 허위 정보가 계속해서 확산하는 상황이라면 중복되더라도 보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팩트체크 저널리즘에서는 기자들이 보도를 통한 경쟁 보다는 허위 정보의 확산을 막는 본질에 더 충실하자는 것이다. 이는 허위 정보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응이, 팩트체크된 제대로 된 사실의 신속한 전파에 있다는 차미영 교수 주장의 맥락에서 보더라도 의미 있는 제안이라 할 수 있다. 

 

이경원 기자는 발표에서 팩트체크 보도가 나간 후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거나 악의적인 댓글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경험을 공개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팩트체크 저널리즘 화법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불확실하고 모호한 사안에 대한 진위를 칼로 무 자르듯 판결 내리는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화법이 수용자들에게 일종의 ‘감정 저항’을 불러왔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따라서 이 기자는 팩트체크 저널리즘에서는 조금 다른 문양의 저널리즘을 추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도덕적 우월감을 바탕으로 대중을 훈계의 대상으로 삼는 ‘훈계형 저널리즘’에서 언론 수용자를 수평적 대화의 상대로 보는 ‘공감형 저널리즘’으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수용자에게 사실의 전달을 넘어 사실을 바탕으로 한 공감이 이뤄질 때 ‘정보 방역’을 넘어 ‘감정 방역’까지 성취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문가와 기관, 언론의 ‘함께하는’ 노력 필요

 

패널 토론에서 박아란 선임연구위원은 발표자들이 허위 정보를 지칭할 때 여러 용어를 혼용했음을 지적하며, 세칭 가짜뉴스라는 용어의 문제점에 대해 언급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가짜뉴스라는 용어가 허위 정보의 개념을 뉴스 형식으로 축소하고 언론에 대한 신뢰를 함께 저하시키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차미영 교수의 발표에서도 밝혔듯 팩트체크가 이뤄진 사실 정보의 신속한 전파가 허위 정보의 확산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는데, 그러한 점에서 보면 언론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진단하면서 언론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다른 패널 토론자로 나선 김준일 대표 역시 전 세계적으로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고 있고 팬데믹 상황에서도 언론의 신뢰도가 회복되기보다는 더욱 낮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언론 신뢰도의 하락은 언론 자체의 문제도 있지만 편향된 뉴스를 추구하는 언론 수용자에 적응한 결과라는 점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정치적 양극화가 정치적 견해의 양극화를 넘어 사실 인식의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라고 지적하며 팩트체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PF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마련한 ‘허위 정보와 팩트체크’ 세션은 팬데믹의 위협으로부터 공동체를 보호하고 조금 더 진실에 가까운 정보를 공중들에게 전파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들이 제안된 뜻깊은 자리였다. 그럼에도 세계적 위기 상황에서 허위 정보의 확산 문제는 어떤 면에선 인류의 역사와 늘 함께해 온 문제로 완벽한 하나의 답이 제시될 수는 없을 것이다. 사회적으로도 어느 한 주체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해결을 하거나 막아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 역시 자명하다고 하겠다. 발표와 토론 내용을 요약하자면 팬데믹 시대 허위 정보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문가 집단의 빠른 탐지와 진단, 공신력 있는 기관의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언론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시민들이 과도한 편향성을 극복하고 분별력 있게 미디어를 이용하려는 노력이 병행될 때 더 나은 결과를 약속할 것이다. 

 

 

 

 

 

 

 

1)  https://mediamanipulation.org 

2)  https://www.ibs.re.kr/f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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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 허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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