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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포럼] SBS D Forum 2020 참가기
미디어포럼 | 등록일 : 2020-12-07

2004년 시작 이래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앤 스위니 디즈니 미디어 네트웍스 공동회장,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 등 유명 연사들이 참여해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를 조망해 온 ‘SBS D Forum’은 올해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국제사회의 생존 전략을 함께 이야기 나눴다. 기획부터 마무리 단계까지 참여한 류란 기자의 현장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올해 SDF는 코로나 비상상황을 감안해 비대면 화상 포럼으로 진행하되, 랜선 연결을 통해 연사와 청중 사이의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도록 했다.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의 ‘사회계약을 넘어 자연계약으로: 코로나19에 대한 문명사적 성찰’ 세션 중 한 장면 ⒸSBS

 

 

코로나19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진 시대, SBS D Forum(이하 SDF) 2020은 지난 10월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센터에서 열렸다. 안전을 담보하고 물리적 거리와 소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번 SDF2020에서는 SDF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화상대면 포럼 시스템을 도입했다.

 

사회가 마주한 본질적 고민을 정면으로 다뤄온 SDF

 

올해 상반기만 해도 나는 SBS 보도국 8뉴스부 기자였다. 매일 새롭게 쏟아지는 기사들을 모니터링한 뒤 뉴스를 기획했고, 저녁 8시면 뉴스 센터에라이브로 뉴스를 진행했다. 그러던 차에 포럼이 다섯 달여 남은 시점에 SDF팀에 합류하게 됐다. ‘무조건 재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최근 2~3년간 SDF가 다뤄 온 주제들에 깊이 공감했던 데다, 사회공헌포럼인 SDF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SBS 보도본부 소속 기자들이 참여하는 SDF는 사회가 맞닥뜨린 변화의 한가운데서 늘 본질적인 질문들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왔다. 다원화 시대, 사회 갈등의 성격을 들여다보려 노력했던 SDF2019 ‘변화의 시작: 이게 정말 내 생각일까?’, 그리고 미투와 갑질 폭로 등 일상의 부당함에 맞선 개인들을 조망했던 SDF2018 ‘새로운 상식, 개인이 바꾸는 세상’이 그러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세계의 일상을 마비시키며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굳건해 보였던 사회경제 시스템은 민낯을 드러냈고 인류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위에 섰다. 기조연설을 맡은 유발 노아 하라리 교수의 ‘21세기 스토리’ 세션 중 한 장면 ⒸSBS

 

 

‘전대미문’의 코로나 팬데믹,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SBS 창사 30주년 특집이기도 했던 올해 SDF2020은 ‘겪어 본 적 없는 세상: 새로운 생존의 조건’이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시대적 과제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였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과 관행, 제도를 비롯한 ‘삶의 방식’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특히, 이익과 효율을 강조하는 시장 논리의 세계화가 인간 삶의 필수적인 체계를 얼마나 허약하게 방치해 왔는지, 투명하지 못한 정부의 위기 대처가 얼마나 국민의 불안을 키우는지 여실히 보여 줬다. 우리는 무엇을 바꾸고 무엇은 지켜 내야 할까?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우리는 어떻게 협력하고 진화해야 할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의 초입에서 많은 사람들은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에 SDF는 다가올 세상은 어떻게 바뀔 것이며,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새로운 생존의 조건’을 제안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이럴 때일수록 지혜를 나눌 공론의 장이 필요할 것이라고 믿었다. 이번 SDF2020은 코로나 비상 상황을 고려해 비대면 온라인 화상 포럼 형태로 진행됐다.

 

 

 

처음 시도되는 비대면 포럼인 만큼, 청중들에게 화상 포럼의 포맷을 설명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사진은 SDF 예고 스팟에 사용된 이미지로, SBS 예능 프로그램 <트롯신이 떴다>의 랜선 콘서트 무대를 참고했다. <출처 - SDF2020 예고 스팟>

 


화상 연결부터 초상권 확인까지, 겪어 본 적 없는 ‘비대면 포럼’

 

비대면 포럼이 결정되기 전까지 많은 고민이 따랐지만, 실행에 옮기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도전이었다. 이정애 SDF팀장은 《SBS 사보》에 실린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많은 포럼들이 줄줄이 취소되던 상반기만 해도 하반기에는 괜찮아질 줄 알았다. 이렇게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지난해만 해도 올해가 창사 30주년이라, SDF도 특집으로 이틀간 해보면 어떨까 하는 논의까지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개최 자체를 할 수 있을지, 해외 연사들은 올 수 있을지, 코로나19 이후 바뀌는 세상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누가 있을지 등 불확실성 속에서 최소한의 근거를 놓고 선택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중략) 세트를 짓다가 스튜디오가 셧다운 되는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스태프 중에 감염자가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각종 시나리오에 대한 비상대책도 짜야 했다.”

 

비대면 포럼 결정 이후엔 곧바로 ‘어떻게?’라는 질문이 뒤따랐다. 초대형 스크린 영상 시스템을 도입해 연사가 청중들과 화상으로 대면하는 시스템을 생각해 낸 것은 자사 예능 프로그램 <트롯신이 떴다>의 역할이 컸다. 방송사 최초로 ‘랜선 콘서트’를 기획·개발해 시청자와 소통을 이어온 곽승영 SBS 예능 CP의 경험이 영감이 된 것이다. 곽승영 CP는 “코로나를 계기로 시작된 실험이지만, 무대 위 한 명에만 비추어지던 조명이 참가자 모두에게 주어지는 완전히 새로운 포맷의 포럼이 될 수도 있다”고 격려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TV 생중계, 그리고 유튜브를 통해 예년보다 더 많은 청중들이 이번 포럼에 함께했다. SDF팀이 공식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화상 연결을 통해 접속한 청중의 수는 지난해 직접 포럼장을 방문했던 청중보다 배 이상 많았다.

 

화상 대면 시스템 운영만큼이나 고민이 됐던 부분은 청중들의 초상권에 대한 것이었다. SDF2020의 사전 등록 과정에 ‘참가 신청은 본인의 얼굴이 관객으로서 SBS TV 방송·온라인 생중계 노출되는 것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된다’는 안내문을 여러 차례 노출했다. 이어 ‘이러한 내용이 신청 약관에 고지돼 있으므로 약관을 꼼꼼히 확인할 것’을 부탁했다.

 

또한, 화상 포럼의 특성상 PC나 모바일 사용에 자유로운 젊은 세대들에만 참여의 기회가 국한되지 않도록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새로운 시스템 도입이 누군가에게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식돼선 안 되기 때문이었다. 이에, 사전 연락을 통해 접속환경을 접속하고 프로그램 사용 방법을 충분히 숙지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SDF2020 사전 등록 과정에서 참가자에게 전달된 안내문 <출처 - 필자 제공>

 

 

‘청중들과 소통’, ‘주제에 대한 학습’… 두 마리 토끼를 잡은 ‘SDF 다이어리’

 

뉴스레터의 일종인 ‘SDF 다이어리’ 발송 서비스를 시작한 것도 올해 새롭게 도전한 부분이었다. SDF 다이어리는 구독을 희망한 사람들에게 매주 수요일 이메일로 발송됐다. 최초의 기획 의도는 SDF가 단발성의 행사로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포럼을 기획하는 사람들의 고민을 공유하자는 데 있었다. 올해 SDF 다이어리는 필자와 우리 팀 최예진 작가가 번갈아 가면서 썼다. 뉴스레터로서 정보가 담긴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이 컸지만, 그 과정에서 포럼의 주제로 예정된 소재들에 대해 미리 논문이나 기사들을 찾아 학습하는 계기가 됐다. 시의성 있는 소재를 찾는 과정에서 새롭게 연사를 발굴하고, 청중들에게 포럼의 주제와 연사를 연속성 있게 미리 소개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참가 신청을 한 사람들에게는 개별적으로 사전 연락해 프로그램 실행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안내했다. <출처 - SDF 홈페이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묻고 유발 하라리가 답하다

 

비대면 포럼이라는 새로운 포맷 도입이 과제였다고 하지만, 결국 포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다. 연중 공들여 연사들을 섭외하고 내용을 구성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포럼의 그랜드 오프닝이라고 할 수 있는 기조연설엔 《사피엔스》의 저자이자 저명한 역사학자 겸 철학자인 유발 노아 하라리(Yuval Noah Harari) 교수가 나서 큰 관심을 끌었다. 공식 석상에 반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하라리 교수는 인류만이 가진 ‘협력’의 기술을 사용한다면 코로나19와 같은 초위기도 이겨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직접 질문자로 나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국제연대 강화 방안을 묻자, 하라리 교수는 “아직까지는 국가 간에 백신을 먼저 개발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는 움직임이 팽배하다”며 국가 간 정보공유와 국제적 의료 계획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새롭게 시도한 뉴스레터 ‘SDF 다이어리’

 

 

 

이어 SDF2020 연구팀(배영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교수,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은 6개월 동안 K-방역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의료 인력의 적정 노동 보장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의 협력 △데이터 기반의 방역 정책 △의료 뉴스의 팩트체크 강화 등 4가지 정책을 제안했고, 이에 정세균 국무총리가 제도로 뒷받침해 나가겠다는 강평을 발표했다. 이 밖에도 ‘인간 너머’ 관점의 필요성을 강조한 박범순 카이스트 인류세연구센터장, 코로나19 이후 공간의 변화에 주목한 유현준 건축가, 일상의 식생활 변화에 주목한 마크 비트먼 Mark Bittman) 푸드칼럼니스트와 건강심리학자 켈리 맥고니걸(Kelly McGonigal) 등 국내외 연사 24명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청중들과 함께했다.

 

 

'소리’를 매개로 새로운 세상을 상상한 아트 프로젝트 ‘페르마타’ 팀 세션. 청중이 마치 숲속에 들어온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울창한 나무와 풀, 바위를 표현한 AR을 제작했다. <출처 - SDF2020 중계 화면 갈무리>

 


저항할 수 없는 흐름, LIVE AR

 

SDF2020에서 특히 화제가 됐던 건 ‘AR(증강현실)’이다. AR을 통해 강연 내용에 맞춰 폐허가 된 미래 지구의 모습이 나타나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강연장을 날아다니는가 하면, 무대 주위에 갑자기 짙은 숲이 들어섰다. 종전보다 훨씬 진화된 AR 제작으로 비대면 화상 포럼의 한계를 극복하고, 청중들의 몰입도를 높였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제갈찬 SBS A&T 보도CG팀 차장은 포럼 이후 SDF팀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번 포럼에 사용한 소프트웨어와 장비 모두 처음 시도해 보는 것이라 처음엔 걱정이 많았다며 결과적으로 기대 이상이었고, 좋은 경험이 됐다고 밝혔다.

 

 

이 시대가 새롭게 요구하고, 시민사회가 원하는 ‘사회적 안전망’, 팬데믹 이후 반드시 구축해야 할 제도와 시스템은 무엇인가? SDF2020 연구팀은 지금의 불확실성을 넘는 ‘새로운 사회적 계약’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출처 - SDF2020 중계 화면 갈무리>

 

 

“방송 쪽에서는 (AR을) 많이 사용하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AR은 사고 위험이 크기 때문에 라이브 방송에서는 사용하기가 굉장히 힘들거든요. 특히 당일까지도 큐시트가 예상치 못하게 바뀌고 변수가 많은 포럼에서 AR을 운영한다는 건, 사고 위험이 몇 배로 커지는 일이긴 해요. 그래도 방송 업계에서 AR 사용이 늘고 있는 건, 그리고 앞으로 더 늘거라는 건 거부할 수 없는 추세예요.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저희 보도CG팀이 준비하고 있었던 타이밍에 포럼에서 직접 실험해 볼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거죠. 어떻게 보면 여러모로 상황이 딱 맞았죠. (중략) 저희가 AR을 만들 땐 세트 밖 부분, 저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쪽은 만들지 않아요. 갑자기 스튜디오 뒤나 바깥 부분으로 카메라를 돌리면 아무것도 없어요. 그래픽 용량이 무거워지면 안 되기 때문에 카메라로 잡을 수 있는 화각 내에서만 구현되도록 만들기 때문이거든요. 용량이 커지면 화면이 이른바 튀게 돼요. 그런 걸 줄이기 위해서 후반 작업도 많이 해야 하고. AR은 여러모로 디자인과 연출, 퍼포먼스와 하드웨어 쪽도 같이 다뤄야 하는 포괄적인 작업이에요.”1)

 

 

인류가 지구환경에 큰 영향을 준 시기를 일컫는 ‘인류세’를 다룬 박범순 KAIST 교수의 세션에선 황폐해진 미래 세계를 표현한 AR이 구현됐다. <출처 - SDF2020 중계 화면 갈무리>

 

 

모두의 도움 ‘덕분에’… 도전은 계속된다

 

SDF2020은 포럼 당일 TV 생중계에 이어 11월 9일부터 일주일간 SBS TV에서 스페셜 편집본이 재방영됐다. SDF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엔 연사별 영상이 각각 업로드됐으며, 해외 연사의 경우 기존의 동시통역본 외에 한글 자막본도 함께 제공됐다. 포럼 참가자들을 상대로 한 사후 설문조사 결과에선 특히 △주제(코로나)의 시의 적절성 △평소 만나보기 어려웠던 초청 연사들 △다양하고 세련된 버추얼 시도 등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포럼으로서는 드물게 전체 세션에 수어 통역이 제공된 점도 호평을 받았다.

 

 

무대 뒤편 수많은 스태프들의 노력 덕분에 무사히 포럼을 마칠 수 있었다. <출처 - 필자 제공>

 

 

비대면 포럼이라는 어려운 과제였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준비한 내용을 충분히 풀어낼 수 있었다. 특히 방송의 어려움을 아는 업계 동료들은 “하루 종일 라이브로 중계된 포럼이 사고 한 번 나지 않고 진행된 것은 기적”이라며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포럼에 참여한 연사들도 내용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고 관심 가져준 청중들 덕분에 힘이 났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돌이켜 보건대, ‘과연 될까?’ 싶을 정도로 매 순간 긴장되는 여정이었다. 예상한 것보다도 더 큰 도전이었다는 사실을, 포럼이 무사히 끝난 지금에야 비로소 깨닫게 된 것 같다. ‘덕분에’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많은 스태프와 연사들, 특히 청중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넨다.

 

 

 

 

 

 

 

1) , SDF 다이어리, 2020.11.11, https://stibee.com/api/v1.0/emails/share/DKWkDRZsul7L_LG_ikW_5Hz1MrNcv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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