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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미디어였던 부산일보는 2019년 1월 1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통합 CMS로 전면 이행하면서 ‘디지털 전환’이라는 대장정에 나섰다. 초반의 혼란기를 지나 이제는 시스템이 어느 정도 안정됐다. 구성원의 공감과 참여를 바탕으로 디지털 퍼스트를 향해 가고 있는 부산일보의 통합 CMS 사용기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 퍼스트로 가는 길
자정이 임박한 시간, 33층 주상복합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시시각각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현장 사진은 아찔하다. 윤전기가 돌아도 한참을 돌았을 시간일 뿐만 아니라 이튿날은 신문을 제작하지 않는 날이다. 이른바 신문사에 치명적인 지면 사각 시간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어야 할까?
지난 10월 8일 오후 11시 50분. 이튿날은 공휴일인 한글날이자 지면 제작이 없는 금요일이다. 소셜미디어에서 제보 사진을 발견한 온라인 당직자가 ‘핫라인’에 긴급 속보를 올렸다.
“울산 아르누보 아파트 큰불.”
편집국은 종래의 취재 부서로 이뤄진 콘텐츠센터와 온라인에 대응하는 디지털센터로 나뉘어 있고 ‘핫라인’에 두 센터의 지면 취재, 온라인 배포 인력 91명이 들어와 있다. ‘핫라인’이 통합 뉴스룸의 기능을 맡고 있는 셈이다.
번개가 땅에서 거꾸로 치솟은 것처럼 거대한 불길이 옥상 쪽으로 휘감아 올라간 사진 1장이 ‘핫라인’에 올라오자 대형 사고를 우려하는 분위기로 긴장했다.
울산 주재 기자는 재빨리 움직였다. “기사 사진 곧 웹 배포하겠습니다.” 7분만인 57분에 취재를 자임하는 글을 올리고는 현장으로 달려갔다.
이후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긴급 협업 취재가 가동됐다. 울산 주재 기자는 현장 상황을 취재하고 경찰과 소방서 발표 자료와 영상물을 챙겨 보냈다. 부산 본사에서는 디지털센터가 비상 대기했다. 당직 부산닷컴 기자는 부산닷컴과 네이버 채널에 속보를 배포하고 소셜에디터는 촬영 기자가 편집한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밤새 12건의 릴레이 속보가 이어진 끝에 현장 기자가 이튿날 오전 9시 2분에 13번째 진압 완료 종합기사를 보내는 것으로 일단락이 지어졌다. 무려 9시간 20분에 걸친 비상 대응은 사망자가 없다는데 안도하며 마무리됐다.
지난 수년간 부산일보는 원전 주변 지진, 기습 폭우 등 자연재해와 대형 사건·사고 때 디지털 퍼스트 온·오프 협업 보도 체제를 시험해 왔다. 공교롭게도 긴급 상황은 출근 시간대와 심야, 금요일과 주말에 빈번했다. 반복된 실전 경험은 자연스럽게 디지털 퍼스트, 모바일 퍼스트(Mobile first) 공감대의 바탕이 됐다.

창간 75주년 된 부산일보는 올드 미디어다. 오랜 세월 켜켜이 새겨진 지면 중심주의 사고방식은 부산일보의 정체성을 이룬다. 부산일보 기자의 머릿속은 여전히 제작 회의와 지면 출고 마감 시계에 맞춰져 있다. 뼛속 깊이 각인된 아날로그 시계는 영원히 멈출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통합 CMS는 디지털 세상에 눈을 뜨게 했다. 디지털 콘텐츠의 시간이 시작된 것을 알린 것이다.
부산일보는 2019년 1월 1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통합 CMS로 전면 이행함으로써 디지털 전환의 대장정에 나섰다. 이해와 공감의 부족으로 초반 혼란이 있었으나 시스템이 안정된 지금은 디지털 퍼스트 내면화의 경험치를 쌓는 단계에 이르렀다. 글 초입에 소개한 심야 화재 대응이 통합 CMS 도입 이전과 이후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19세기 말 고속 윤전기의 발명에 힘입어 페니페이퍼(penny paper), 즉 대중지가 등장하고 신문이 플랫폼화됐듯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통합 CMS는 디지털 윤전기에 비견되며 디지털 플랫폼의 견인차가 되고 있다. 하나, 도구에 불과한 통합 CMS 도입만으로 하루아침에 디지털 퍼스트 체제가 구현될 리 만무하다. 언론사에 통합 CMS는 독립변수가 될 수 없어서다.
조직 개편(통합 뉴스룸)만으로 기자들의 생각과 행동도 바뀔 수 없다. 워크플로우(workflow)의 변화가 수반돼야 하고, 조직 문화가 바뀌는 데 구성원들의 공감과 참여도 필수적이어서다. 통합 CMS는 디지털 혁신의 복합 함수 속에 하나의 변수다.
부산일보에 통합 CMS가 정착되는 수순은 디지털 혁신을 위한 세밀한 기획과 공감, 참여의 과정이었다. 통합 CMS를 기술적, 도구적으로만 접근했다면 도중에 엎어졌을지도 모른다. 효율적 조직 운영방안, 워크플로우의 변화 고민이 뒤따랐다. 특히 디지털 혁신을 고민하는 사내 조직을 만들어 국내외 신문의 디지털 혁신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연구, 토론한 내용을 공유하면서 공감대를 마련한 것이 주효했다.
통합 CMS, 도입할 것인가, 말 것인가
통합 CMS 도입 전 2년여에 걸친 탐색의 여정이 있었다. 부산일보는 2017년 디지털전환혁신단을 출범했다. 혁신단은 이름과 구성원을 두 차례나 바꿔가며 2020년 하반기까지 활동하면서 수시로 활동보고서를 사내 공유하며 디지털 전환을 이끌었다. 1기 혁신단은 디지털 혁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국내외 디지털 혁신 사례의 벤치마킹에 착수했다. 당시 혁신단의 문제의식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됐다.
⑴ 통합 뉴스룸 이행 전략 - 방향성, 조직과 인력 운용 방안
⑵ 통합 CMS 도입 전략 - CTS 연계
⑶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 – 유료 구독 등
우선 통합 CMS를 놓고 갑론을박이 있었다. 인터넷 환경의 CMS로 옮기려면 지면을 제작하는 데 최적화된 C/S(클라이언트/서버) 집배신을 버려야 해서다.
반대 이유는 클라우드로 이전했을 때 집배신 폐기 및 CMS 도입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다 CMS의 기술적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디지털 퍼스트로 가는 노정에 통합 CMS라는 험산이 버티고 있었다.
가장 먼저 중앙일보가 자체 개발한 JAM(Joongang Asset Management)을 견학했다. 훗날 조선일보가 도입한 워싱턴포스트 아크(ARC)까지 장단점 비교를 거듭했다. 조사 결과, 지역신문이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을 들이고도 기대한 성과를 얻은 곳은 없었고, 실패로 끝난 곳도 있었다.
해외로 눈을 돌렸다. 2018년 봄, 위의 세 가지 질문을 각각 일본어, 영어로 작성해 일본의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닛케이 그리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홈페이지 관리자 메일로 보냈다.
무모했으나 다행히 그해 여름 그 모두를 견학할 수 있었다. 2019년에는 독일 지역신문 세 곳까지 찾아가서 그들의 실천적 고민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국내외 벤치마킹, 사내 토론과 의견 수렴을 거쳐 통합 CMS 도입 결정이 내려졌다. 부산일보에 가장 적절한 통합 CMS 모델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주도의 공용 인프라였다.
부산일보는 2019년 1월 통합 CMS 전면화 이후 디지털 퍼스트 체제 이행을 선언했다. 발생, 인지, 기자회견 기사는 실시간 배포하는 원칙과 함께 지면 사각 시간에 대응하는 당직 변경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다만, 조급해하지 않았다. 강제하지 않았고, 시스템 안정화와 사용자 적응에 말미를 줬다. 그 덕분에 2년의 시간이 흘러 통합 CMS는 안정화되고 디지털 퍼스트 내면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아사히신문 편집국이 보도국과 편성국으로 나뉜 까닭
활자 매체는 ‘편집’되고, 시청각 재료는 ‘편성’된다. 두말할 것 없이 신문사의 요체는 ‘편집국’이고 ‘편집부’다. 신문의 얼굴, 즉 지면을 만드는 기자가 편집자(editor)이며 그 최고책임자가 편집국장(editor-in-chief)인 이유다.
아사히신문 편집국을 방문했는데, 편집국이 보도국과 편성국으로 나뉘어 있어 내심 놀랐다. ‘편성’ 개념이 신문사에 들어온 건 디지털 포맷의 뉴스 증가에 따른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 전략 때문이다. 종래는 취재해 편집 제작을 거친 기사는 신문에 인쇄돼 독자에게 전달되는 것으로 끝났지만 지금은 지면 외에 보낼 곳이 많아졌다.
자사 뉴스 사이트를 시작으로 포털과 모바일 앱, 그외에 제휴 방송사나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양한 플랫폼에 다양한 형식(활자, AI 음성, 영상, 인터랙티브…)의 뉴스를 배포하게 된 것이다.
마이니치신문도 ‘편집편성국’으로 이름을 바꿨는데, “인쇄 매체와 디지털 매체 간에 유기적 연계를 위해서”라는 게 개칭의 이유다.
이들 전통 매체는 공통적으로 통합 뉴스룸으로 가기 위해 조직과 워크플로우를 바꾸는 한편 이를 실현하는 도구로서 통합 CMS 개발에 주안점을 두고 있었다. 즉, 하나같이 기존 C/S(클라이언트/서버) 집배신을 버리고 인터넷 환경으로 옮겨 디지털 플랫폼에 대처하기 위해 CMS를 개발 중이었다.

창간 100년 넘어 ‘신문팀’ 만든 신문사
홍콩의 SCMP는 워싱턴포스트에 비견된다. 창간 120주년이 다가오는 SCMP를 알리바바의 마윈(馬雲) 회장이 인수한 이후 극적인 디지털 혁신이 이뤄졌다. 제프 베조스(Jeff Bezos) 아마존 회장이 인수한 워싱턴포스트와 닮은꼴이다.
SCMP는 편집국 인력의 10%만 신문팀(print team)에 남기고 나머지 전원을 디지털팀으로 보냈다. 즉, 기자들에게 ‘머릿속에서 신문을 지워라’는 메시지를 조직 개편으로 실현한 것이다.
그 뒤 디지털 퍼스트를 뒷받침하는 통합 CMS에 온 힘을 쏟고 있었다. 신문을 제작한 뒤 기사를 온라인으로 배포하는 예전 솔루션을 버리고 온라인 배포 우선 시스템을 도입했다. 메소드(M thode)를 먼저 도입했다가 나중에 CMS로 드루팔(Drupal)을 들여와 병행 사용하고 있었다. 알리바바 개발팀이 참여해 효율 분석 엔진을 자체 개발 중인 점이 독특했다. 즉, 콘텐츠 생산과 배포 단계에서 인공지능 기능을 접목하는 것이다.
드루팔에는 머신러닝 기능이 탑재돼 있다. 기사를 작성하고 저장하면 ‘주제 태그’가 자동으로 붙는다. 편집자는 태그를 보면서 이용자 데이터 분석 결과와 종합해 온라인 배포 계획을 세운다.
워싱턴포스트의 아크와 겹친다. 아크에는 다양한 형식의 콘텐츠를 여러 플랫폼으로 보내는 기본 기능 외에 기사 자동 생성, 배포(Heliograph), 확산도 예측(Virality), 댓글 평점(Mod Bot), 이용자 맞춤형 추천(PostPulse) 등 알고리즘을 활용한 기능이 개발돼 있다. SCMP는 구글의 텐서플로(TensorFlow, 머신러닝 오픈소스 라이브러리) 알고리즘을 활용해서 기사 추천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했다.
CMS 앱으로 CTS 지면 보기
독일 지역신문 견학과 IFRA&DCX Expo(인쇄출판 및 디지털 콘텐츠 박람회) 참석차 비행기에 오른 날 칼럼출고에 쫓겼다. 경황이 없어 칼럼의 대강을 써서 통합 CMS ‘뉴스룸’에 기사를 올려놓은 채 탈고를 못 하고 출장에 나선 참이었다. 독일에 도착하면 출고 마감까지 서너 시간밖에 없었다.
호텔에 도착해서 지면 출고 작업을 시작했다.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열었다. 통합 CMS 앱을 켜고 뉴스룸에 들어가 칼럼을 재차 읽고 오탈자를 고쳤다. 앱에서 ‘뉴스데스크’로 송고. 이어 뉴스데스크에 들어가 해당 칼럼을 선택한 다음 지면에 출고했다.
통합 CMS는 CTS(지면조판시스템)와 연계돼 있어 지면에 앉혀진 상태의 화상을 PC는 물론 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A3 대장을 보면서 사인펜으로 긁적이던 과정이 손안으로 옮겨온 것이다. 넘치거나 모자라는 부분을 조절해 주는 것으로 작업 종료. 1990년대 신문기자 초년병 시절 현장에서 휘갈겨 쓴 원고지를 들고 소방서, 경찰서를 전전하며 팩스로 전송하던 시절이 아련하다.

출장의 또 하나의 목적이었던 베를린 IFRA 박람회에서 큐(CUE), 인터레드(InterRed) 등 해외 CMS 시연회에 참석해 비교해볼 기회가 있었다. 온·오프라인 배포 기본 기능은 대동소이했으나, CTS와 통신사 연계 기능을 갖춘 제품은 없었다. 한국적 상황에서는 앱에서까지 CTS 지면 보기와 연합뉴스를 수신할 수 있는 한국언론진흥재단 통합 CMS가 유용할 수밖에 없다. 참고로, 중앙일보 JAM과 조선일보 아크도 CTS와는 연계돼 있지 않다. 이상의 국내외 언론 벤치마킹 결과 부산일보는 목표치와 경로를 설정할 수 있었다.
통합 CMS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
익숙하더라도 비효율적인 것을 과감히 버리는 데서 혁신은 시작된다. C/S 집배신 환경에 안주해서는 디지털 뉴스 환경에 본격적으로 맞닥뜨릴 수가 없다. 인터넷 환경의 통합 CMS 이행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다만, 재차 강조하지만, 통합 CMS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통합 뉴스룸의 필요조건이다.
CMS는 인터넷 환경이라 ‘세션 타임’(접속 후 일정 시간 사용하지 않으면 자동 접속 차단)이 있다. 기사를 작성하다 장시간 전화를 받고 나면 기사 작성 창이 끊겨 있다. C/S 집배신과 비교하면 불편하니 초기에 기자들의 지청구가 쏟아질 수밖에. C/S버전의 CTS에서 사용하던 수천 개의 지면용 특수문자도 버려야 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안착하는 데는 조직 내부의 내공이 필요하다. 통합 CMS가 엎어진 사례가 적지 않은 까닭이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관리하고 다양한 플랫폼에 대응하는 기본 기능 외에 한국언론진흥재단 통합 CMS가 가진 특장점만 추려본다.
△ 비대면 경쟁력: 통합 CMS는 모든 디바이스에서 콘텐츠를 생산하고 온·오프라인에 배포, 수정, 삭제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편집국 폐쇄 대비책을 만들 때 통합 CMS의 비대면 경쟁력을 실감했다.
△ CTS-통신사 연계: 취재 현장의 기자들도 제작 중인 지면을 모바일 앱으로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제작과 취재 현장이 소통하는 셈이다.
△ 연계 서비스: 부산일보의 뉴스 사이트 부산닷컴을 편집하는 웹 CMS가 통합 CMS와 연계돼 있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제작 툴도 통합 CMS 메뉴에서 지원된다. 연말까지 구축되는 부산닷컴 웹 로그 시스템에서 수집된 데이터도 기자 개인별 화면으로 제공된다.
△ 매체 확장: 부산닷컴 이외의 자 매체 뉴스 사이트로 콘텐츠를 배포해야 할 경우 새로운 통합 CMS가 필요 없다. 매체 확장 기능을 이용해 동일한 CMS를 이용할 수 있다.
△ 분산 조판: 인터넷 환경의 템플릿 조판이 CTS로 넘어간다.(개발 중)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