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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제작기] 남해시대 <남해시대, 작은학교 살리기 중심에 서다>
취재기제작기 | 등록일 : 2020-12-07

전국의 작은 학교들이 속속 폐교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초고령화, 농어촌 지역인 남해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사라져가는 학교들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있던 찰나, 폐교 위기에 처한 1개 면 2개 학교를 살리기 위해 지역신문사 남해시대와 학교, 마을 주민, 기관과 단체가 뭉쳤다. 사라질 뻔했던 학교가 생명을 되찾기까지, 지역 언론이 지역민과 함께 일군 기적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2019년 2월 8일 남해물건중학교 마지막 졸업식이 열렸다. <출처 - 필자 제공>

 

 

1990년대까지 농어촌 지역의 학교에서 운동회나 학예회가 있는 날엔 그 지역 잔치처럼 남녀노소가 함께 모여 즐거움을 나눴다. 학교는 동창들의 만남의 장이자 마을의 문화 행사나 체육대회,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리는 장소로서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온갖 추억이 살아있는 곳이다. 즉, 학교는 단순히 교육기관의 역할을 넘어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공간이다. 아울러, 학교는 학생, 학부모와 가족, 교직원 등이 생활하는 작은 사회다. 때문에 학교가 문을 닫는 것은 곧 지역사회가 문을 닫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

 

1990년부터 2020년까지 남해군에서는 16개의 학교가 통폐합됐다. 그렇게 우리는 무기력하게 많은 학교를 역사의 뒤안길로 떠나보내야만 했다.

 

2019년 3월 남해군에는 고현중학교, 남수중학교, 물건중학교 세 개의 학교가 한 번에 통폐합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고현중학교가 속한 고현면에는 중학교가 없어지게 됐다. 학교는 유치원생이 자라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초등학생이 중학교, 중학생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유기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에 문제는 그다음 차례였다.

 

고현면에 속한 고현초등학교와 도마초등학교. 이미 두 학교에서는 두 개 학년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복식학급이 운영되고 있었고, 2021년이면 전교생이 10~20명대로 떨어져 언제 통폐합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지역 주민들은 “1개 면에 2개의 학교는 당연히 통폐합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의사가 환자를 살려야 하듯, 지역신문의 역할은 지역사회가 무너지는 것을 막아야 하고, 교직원은 학교가 문을 닫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이장은 마을이 말라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렇게 올해 3월 남해시대가 중심이 돼 학교와 지역사회를 이어가며 학교를 통폐합해야 한다는 인식을 깨기 위해 나섰다.


 

2018년 11월 15일 보도된 고현면 학교 통폐합 관련 사설 ⓒ남해시대

 

지역신문은 곧 지역의 매개체다 

 

그렇게 시작된 작은 학교 살리기에서 남해시대는 마을 이장부터 면민, 군민은 물론이고 빈집의 실소유자가 많은 남해 출신 향우들을 동참시키는 여론 조성의 ‘매개체’ 역할을 자처했다. 또, 보도자료와 사진이나 영상을 홍보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록하고 제공했다. 특히 학교가 통폐합되면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을도, 고현면도 곧 무너질 수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3월, 4월 초반만 하더라도 “1~2년 안에 통폐합될 학교들인데 가능하겠는가?”라고 말하는 부정적인 입장이 많았다. 마을 이장들도 그랬다. 이에 지역신문사 기자가 가진 장점인 넓은 인맥을 활용해 기사 외적으로도 작은 학교 살리기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면 안팎으로 작은 학교 살리기 동참을 호소한 것이다. 매주 신문에 1개 이상의 작은 학교 살리기나 고현면에 대한 기사를 보도했다. 여기에 두 학교의 교장은 마을 어르신과 이장, 면민을 직접 찾아가 손을 잡으며 도움을 청했다. 진심이 통해서였을까? 부정적이던 여론은 점차 돌아섰고 면민과 이장들은 “무엇을 하면 되겠는가?”라며 자신의 역할을 물어왔다.

 

 

지난 7월 9일 고현교육가족과 기관 단체장 회의가 고현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렸다. <출처 - 필자 제공>

 

 

작은 학교 살리기의 핵심은 ‘빈집 확보’였다. 아무리 좋은 교육이 있고 자연환경이 좋아도 외지에서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남해, 고현면으로 왔을 때 지낼 곳이 없으면 정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면민과 이장들에게는 빈집을 확보할 수 있게 각 마을 집주인을 설득하고, 또 집주인과 연락할 수 있는 역할을 부탁했다. 또, 행정이 관심을 갖고 동참할 수 있도록 주민들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이러한 노력에 새남해농협이 먼저 동참 의사를 밝혔다. 두 학교를 보고 찾아오는 귀농·귀촌인들을 위해 무료로 농지를 제공하고, 농기계를 빌려주며, 신입생 장학금도 매년 1인당 100만 원씩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아울러, 기업과 단체에서도 일자리 제공과 시설 설비 등 지원에 팔을 걷고 나섰다.

 

 

 

김인선 ‘남해군 고현면 인구유치 및 학교살리기 추진위원회’ 공동추진수석위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빈집 확보의 필요성을 보도했다. ⓒ남해시대

 

 

작지만 큰 외침이 통하다 


이렇게 고현면이 하나 되는 가운데 올해 7월 28일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던 ‘남해군 고현면 인구유치와 학교살리기 홍보 캠페인’이 열렸다. 유치원생부터 허리가 굽은 90세 넘는 어르신까지 고현면민이 모두 나와 “꿈꾸는 전원생활, 행복한 아이교육 남해군 고현면으로 오세요!”, “학교 살리기가 곧 지역 살리기”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가두행진을 펼쳤다. 또, 전국 언론사에 특색 있는 교육과 고현면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홍보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전국 각지의 학부모들은 두 학교에 입학과 전학을 문의했다. 경남권은 물론이고 서울과 경기권에서도 학교와 빈집을 직접 보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캠페인 이후 43일이 지난 9월 6일, 이사를 마치고 입주한 5남매 1호 가정을 시작으로, 11월 1일을 기준으로 고현초등학교에는 초등학생 48명, 도마초등학교에는 44명의 학생이 전입하고 있다. 학생의 학부모와 영유아, 성인 등 가족 구성원까지 모두 포함하면 127명이 2021학년도 신학기 전까지 고현면에 전입할 것을 약속하고 정착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15명으로 이뤄진 한 가족이 10월 21일 고현면 동남치마을에 자리 잡은 것은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가운데 남해시대는 전입하는 가정이 지역 주민과 어울리고 정착할 수 있도록 지면을 통해 소개하고 캠페인 이후의 상황을 꾸준히 보도하고 있다.

 

 

​지난 7월 28일 ‘남해군 고현면 인구유치 및 학교살리기 홍보 캠페인’이 고현면 일대에서 열렸다. <출처 - 필자 제공>

 

 

또 다른 시작


통폐합 위기의 1면 2개 학교는 보란 듯이 살아났고 고현면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번지고 있다. 그러나 웃음도 잠시, 이제 또 다른 시작이 눈앞에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은 작은 학교 살리기나 귀농·귀촌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작은 학교 살리기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 아닌가?”, “텃세 때문에 정착하기 어렵다” 등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지난 9월 6일 캠페인 이후 고현면에 입주하는 첫 가정이 탄생했다. <출처 - 필자 제공>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에도 작은 학교 살리기에 동참한 이들은 11월 13일 모여 “지역사회가 함께한 일”이라며 앞으로도 계속할 것을 다짐했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한다. 이제는 전입한 가정도 함께하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어떤 어려움이 우리 앞을 기다리는지는 모르겠지만, 200일의 기적을 쓴 우리인 만큼 함께하면 충분히 해낼 것이라 믿는다. 또 다른 시작 앞에, 지역신문은 지역의 중심에서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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