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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제작기] 강원도민일보 < DMZ 사라진 마을을 찾아서>
취재기제작기 | 등록일 : 2020-12-07

가장 지역다운 뉴스를 발굴하기 위해 고민하던 강원도민일보는 2020년 한국전쟁 발발 70년을 앞두고 정전의 산물이자 ‘남북평화의 관문’인 DMZ에 주목했다. 군사정전협정 이후 철책으로 가로막힌 DMZ 마을은 어떻게 됐을까. 사라진 DMZ 마을을 발굴하고 기록하며 지역 언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 중인 강원도민일보의 취재기를 따라가 본다. 편집자 주

 

 

양구 최전방 초소에서 바라본 북측 문등리 일대. 남북을 가르는 철책의 모습도 보인다. <출처 - 필자 제공>

 

 

 

지역 언론 기자라면 항상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숙제가 있다. 지역 냄새가 풀풀 나는 기사가 뭘까? 가장 지역다운 지역 뉴스는 어떻게 발굴할까? 우리 지역, 우리 마을 사람들의 고민을 어떻게 지면에 담아낼까? 그 고민을 안고 어느덧 지역 일간지 기자로 생활한 지도 20년을 훌쩍 넘겼다.

 

돌이켜 보니 운 좋게 지역신문발전위원회에서 지원받은 기획취재만 10년 새 여섯 차례나 진행했다. <녹색시대 석탄산업 돌파구는 없는가>, <폐광지 산업문화유산을 살리자>, <강제이주 80년, 아리랑로드를 가다>,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마을의 비밀>, <DMZ 사라진 마을을 찾아서> 등이 대표적이다. 각기 다른 주제의 특집물을 기획하고 연재하면서도 모든 주제가 강원도 곳곳에서 묻혀 가는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숨겨진 역사를 캐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이쯤 서두를 마치고 본론으로 들어가면 지난 6일 ‘2020 지역신문 컨퍼런스’ 대상 수상은 솔직히 다소 느슨해지는 취재 열정에 다시 한번 불을 댕기는 계기가 됐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지역과 독자를 향한 끊임없는 고민의 보상을 받는 것 같아 큰 보람과 자부심도 느낀다.

 

하지만 시상식 당일 대상 수상자로 불리는 순간 감격보다는 솔직히 의외라는 생각이 앞섰다. 수상작 <DMZ 사라진 마을을 찾아서>는 여느 기획기사처럼 권력자의 비리를 고발했거나 지역 주민의 큰 불편을 해소한 기사가 아니다. 기사 연재 기간 독자들의 잔잔한 반응과 격려를 받았지만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DMZ 사라진 마을을 찾아서>가 이번 ‘2020 지역신문 컨퍼런스’ 심사에서 관심을 받은 것은 역시 가장 지역다운 뉴스의 결과물, 지역신문이 다뤄야 하는 가장 전형적인 취재물이어서가 아니었을까. 특히 이번 기획취재는 완료형이 아닌 진행형이기에 더욱 흥미롭게 평가받은 듯싶다. 제2, 제3의 사라진 DMZ 마을을 찾아나서야 하기에 단순하지만 무거운 숙제를 떠안은 부담감도 크다.

 

 

<DMZ 사라진 마을을 찾아서> 지면 ⓒ강원도민일보

 

 

 

DMZ 마을 복원은 평화의 복원

 

‘DMZ’는 지역신문은 물론 모든 언론 매체의 단골 소재 중 하나다. 이미 DMZ 생태와 환경, 역사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등으로 익숙하게 접한 내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원도민일보는 왜 또 이 시기에 DMZ에 주목했을까.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평화 무드가 무르익어가던 그해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손을 맞잡은 순간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가 ‘평화’라는 화두로 하나가 됐다. 그리고 한국전쟁 70년을 앞둔 2018년 11월 남북한 비무장지대(DMZ) 경계초소(GP)가 철거되는 역사적인 현장을 지켜본 전 세계 언론 매체들은 한반도의 운명을 넘어 인류 평화의 현장을 대서특필했다.

 

이에 강원도민일보는 2019년 연중 기획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강원도의 역할과 실천 과제가 담긴 특집을 고민했다. 특히 2020년 한국전쟁 발발 70년을 앞둔 상황에서 정전의 산물이자 ‘남북평화의 관문’인 DMZ에서 펼쳐지고 있는 남북한의 평화 교류는 당연히 지역 언론이 주목해야 할 핫이슈였다. 당시 사회부장을 맡은 나로선 더욱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 강원대 DMZ HELP센터의 자문을 토대로 1950년 한국전쟁 전까지 DMZ 지역도 평범한 마을이었다는 당연한 조언을 듣는 순간, 머리는 이미 DMZ 마을을 그리고 있었다. 남·북한이 맞닿은 이 마을에 예전처럼 학교종이 울리고, 시장이 되살아나 자유롭게 사람들이 오갈 수 있는 공간으로 되살아난다면 이것이 곧 평화의 복원이라는 기획 방향이 완성된 것이다. 1953년 7월 27일 한국전쟁 군사정전협정 이후 철책으로 가로막힌 DMZ 마을 추적은 이렇게 시작됐다.

 

 

고성 평화의 길 <출처 - 필자 제공>

 

 

 

고성에서 촬영 중인 취재진 <출처 - 필자 제공>

 

 

시작부터 돌발변수의 연속

 

취재는 첫 시작부터 걸림돌의 연속이었다. 남북평화 시대 맞춤형 기획기사로 구상한 <DMZ 사라진 마을을 찾아서>는 당시만 해도 사회팀과 접경지역 주재기자를 대거 투입해 연중 취재로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뿔사! 본격적인 취재를 앞둔 그해 4월 4일. 세찬 바람이 몰아친 인제를 시작으로 고성과 속초, 강릉에 연이어 초대형 산불이 발생하면서 사회부 기자들이 대거 산불 현장에 투입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DMZ 취재와 기사는 일정상 직접 발로 뛰어 챙겨야 할 상황이었다.

 

여기다 이번 취재는 여러모로 남북 최전방의 긴장감이 감도는 DMZ가 취재 대상이기 때문에 취재 준비부터 현장 취재까지 많은 시간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프로젝트였다. DMZ 출입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군부대가 아닌 유엔사령부의 신원 조회를 거쳐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 절차만 두 달가량 걸렸다. 따지고 보니 어차피 대규모 취재진을 구성하더라도 DMZ 출입 승인 절차상 최소 인원이 감당해야 할 고난의 행군이 불가피했다.

 

이번 취재와 관련된 언론 보도는 찾아볼 수 없고 연구 자료도 극히 드물었다. 다행히 강원대 DMZ HELP센터가 1914~1918년 지형도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한 DMZ 내 마을 분포 조사 자료가 취재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취재진과 대학 연구진은 남북군사분계선을 경계로 무려 427개의 마을이 존재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본격적인 현장 취재에 나서게 됐다.

 

신원 조회부터 베트남 현지 취재까지, 10개월간의 대장정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획취재 지원을 받은 이번 취재는 강원대 DMZ HELP센터와 협업을 통해 자료 수집과 현장 취재를 병행했다. 취재 지역은 군사분계선을 경계로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강원도 내 접경지역인 고성·인제·양구·철원 등 4개 지역의 비무장지대를 현장 방문하기로 했다. 

 

이중 지난해 6월 5일 김창환 강원대 교수, 최유진 사진부 기자와 함께 취재한 남북의 최북단 접경지역이자 문화재로 등록된 고성의 최전방 22사단 GP는 우리 취재진의 방문 이후 현재까지 남북관계 악화와 코로나19 여파로 타 언론 매체에 개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금만 출입 허가가 늦어졌다면 이번 취재는 사실상 시작도 못해보고 포기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DMZ 취재는 이처럼 여느 취재와 달리 돌발변수 속에 신속한 판단과 행운(?)이 따르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소재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고성GP에서 바라본 북녘땅에는 저 멀리 금강산을 끼고 첩첩산중 펼쳐져 있는 덕산리, 대강리 등 지도 속에 표기된 DMZ 마을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언제 볼지 모르는 이들 마을의 평온한 전경을 담기 위해 최 기자의 앵글도 분주하게 움직였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어 일제강점기까지 형석 광산이 번창했고 전국 최고의 인삼이 재배된 양구 문등리, 금강산 가는 길이 여전히 남아 있는 인제 가전리마을도 군부대의 안내를 받으며 힘겹게 출입 절차를 거쳐 옛 마을 흔적을 담을 수 있었다. 분단과 전쟁으로 얼룩진 철원의 애달픈 역사를 상징하는 민간인통제구역 내 철원읍의 옛 모습과 남북한 초소를 사이에 두고 평야에 펼쳐진 근북면 마을의 살벌한 정전 현장도 직접 확인했다.

 

또 한때 DMZ 마을이 형성됐던 베트남을 현지 취재해 통일 이후 DMZ 마을의 활용과 복원 방안에 대해 상세히 지면에 소개했다. 이 같은 사전 조사와 국내외 취재, 지면 보도를 마치기까지 소요된 기간은 총 10개월에 달했다. 취재 기간 실향민을 비롯한 관련자와 지역 향토사학자, 자치단체 공무원, 접경지 주민 등 100여 명의 취재원을 만나 묻히고 사라진 DMZ 마을의 이야기와 기록을 새롭게 발굴했다. 이런 취재의 성과물은 총 10회로 나눠 올컬러 전면 편집된 지면으로 옮겨졌다.

 

 

 

고성 GP에서는 먼 북녘땅을 바라볼 수 있었다. <출처 - 필자 제공>

 

 

 

우리나라처럼 한때 비무장지대(DMZ)를 사이에 두고 냉전을 겼었던 베트남 현지도 취재했다. <출처 - 필자 제공>

 

 

기억마저 사라져가는 DMZ 마을의 새로운 발견

 

무엇보다 취재 과정에서 지면에 소개된 80~90대 고령의 실향민들을 잊을 수 없다. 이들은 1930~40년대 DMZ 마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성장했다. 하지만 남북분단 70년이 넘어서면서 이제 세상을 떠났거나 고령이 돼 어린 시절의 기억도 가물가물할 정도로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고성 실향민 이보영(84), 엄택규(76), 인제 서화중 1·2회 졸업생 심병관(87)·김광영(86) 부부, 김호선(87) 초대 철원문화원장, 조정헌(76) 양구군 명예수입면장 등이 취재현장에서 만난 대표적인 DMZ 마을 사람들이다.

 

이들은 한때는 ‘빨갱이’로 몰릴까봐 고향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할 수 없었다고 한 맺힌 이야기를 풀어놨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옛이야기를 기록에 남기겠다는 취재진에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런 면에서 강원도민일보의 DMZ 마을 취재는 역사속으로 사라진 마을과 사람들의 기록을 지속적으로 발굴·보도해 나가야 할 지역신문의 역할을 짊어지게 됐다.

 

 

 

고성 실향민 엄택규 <출처 - 필자 제공>

 

 

 

고성 향토사학자 김광섭 <출처 - 필자 제공>

 

 

사라진 마을 복원은 진행형… 평화의 시대 남북의제로 삼아야

 

<DMZ 사라진 마을을 찾아서> 기획취재는 최북단 접경지역인 강원 지역사회에 새로운 의제를 던졌다. 실향민 상당수가 팔순을 훌쩍 넘겨 자신들이 성장한 고향 마을의 기억조차 사라질 형편인 점을 감안하면 DMZ 사라진 마을의 발굴과 실향민의 구술 기록은 더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강원도민일보는 이번 연중 기획 보도를 접경지역인 강원지역 신문 매체로서 사회적 공익 기능을 다하기 위한 특집기획이었다고 자평한다. 특히 자칫 식상할 수 있는 소재인 DMZ를 다룬다는 점에서 사내에서조차 우려감이 존재했지만 ‘평화의 시대’를 맞아 끊임없는 인터뷰와 옛 문서 수집을 통해 DMZ 속에 숨겨진 새로운 아이템을 끌어내 사람과 공간을 새롭게 해석했다는 점에서 격려가 이어졌다. 이 같은 끈질긴 취재와 지면 보도는 강원도민일보의 품격을 높인 ‘읽히는 신문’의 좋은 사례로 인정받았다.

 

기획 의도인 DMZ 마을의 복원은 세계유산 DMZ의 난개발을 차단하고 개발과 보존이 상충되는 지점의 합리적 해결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한 기획보도였다. DMZ 사라진 마을의 복원은 향후 통일시대에 DMZ가 개방되면 절대 보전구역과 도로망을 구축하는 개발 구역을 나누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 즉 비무장지대 내 옛 마을의 지리적, 지형적 특성을 토대로 개발과 보존 지역을 나눠 무분별한 난개발을 사전 차단하자는 것이다.

 

특히 DMZ 마을 복원과 관련된 취재는 단기적으로 강원과 경기권 언론사와의 공동 취재를 추진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남북한 정부의 협력 사업으로 추진할 만하다. 이를 통해 한국전쟁으로 갈라진 남북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고 한반도 평화의 길을 복원하는 새로운 활로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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