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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현장] 2020 미국 대선 보도 현장
미디어현장 | 등록일 : 2020-12-07

조 바이든의 승리로 끝난 지난 2020 미국 대선은 ‘다이내믹한’ 용광로였다. 가짜뉴스, 편 가르기 논란에 휩싸이며 뜨겁게 타올랐고 이 불길은 아직도 꺼지지 않았다. 여기에는 미국 미디어들도 한몫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미국 미디어를 중심으로 펼쳐진 논란과 쟁점들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 11월 6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미국 대선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2020년 10월 15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대통령의 타운홀 미팅에서 흥미로운 장면이 나왔다. 당초 2차 TV 토론이 예정된 날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취소된 뒤, 두 후보는 각자 타운홀 미팅을 열기로 했다. 

 

진행을 맡은 서배너 거스리(Savannah Guthrie) NBC뉴스 앵커는 두 후보에게 코로나19로 유독 미국의 피해가 큰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옆 테이블에 있던 종이 한 장을 들어 보였다. 영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2,500%, 유럽연합(EU)에서 722%가 올랐는데 미국에서는 오히려 21%가 줄었다는 내용의 그래프였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거스리의 지적과 달리 미국의 사망률은 낮고 코로나19도 잘 관리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런데 이 자료는 잘못된 것이었다. 전날 폭스뉴스의 <잉그레이엄 앵글(The Ingraham Angle)>에서 만든 CG 화면을 컬러로 프린트해서 가져온 것이었는데, 지난 8월 1일을 비교 시점으로 잡은 게 문제였다. 당시는 영국·EU에서 코로나19가 상대적으로 잠잠했고 미국에선 최고치로 폭증했던 때였다. 딱 그런 시점을 잡아 10월 중순과 비교했으니 기저효과로 미국의 사망률이 당연히 낮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폭스뉴스 세계에만 갇혀 있는 대통령이 잘못된 데이터를 가지고 돈키호테처럼 달려들었다”고 지적했다.

 

양극화의 깊은 골에 미국 미디어는 어떻게 관여했나

 

이번 대선 기간 폭스뉴스 프라임 타임의 앵커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대선 레이스를 뛰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통령은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을 때 무조건 이들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급할 때는 수시로 전화 인터뷰도 했다. 밤 9시 시간대를 맡은 숀 해니티(Sean Hannity)는 트럼프 대통령과 거의 매일 전화 통화를 하며 방송의 방향을 정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출연한 날에는 방송 다음 날 꼭 전화를 걸어 시청률이 얼마나 나왔는지도 물었다고 했다.1) 해니티는 1차 TV 토론을 마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불러 토론에 대한 일방적인 평을 듣기도 했다.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평가에선 CNN이나 MSNBC 등도 자유롭지 않았다. 특히 프로그램 첫머리에 앵커가 혼자서 5~10분 정도 논평을 하는 폭스뉴스의 <오프닝 스테이트먼트(Opening statement)> 때는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원색적인 표현들이 쏟아져 나왔다. 왜 이 후보를 뽑아야 하는가보다 왜 상대 후보가 당선돼서는 안 되는지 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앵커들의 언어에는 항상 가시가 돋쳤다.

 

저널리즘 관련 매체인 더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은 이들 뉴스에서 상대방을 향한 부정적인 단어가 얼마나 쓰이는지 조사해 봤다. 영어로 ‘싫다(dislike)’, ‘경멸한다(despise)’, ‘참을 수 없다(Can't stand)’, ‘혐오한다(hate)’ 등의 단어를 대상으로 삼았다.

 

분석 결과 이들 단어는 특히 선거철에 사용 빈도가 급증했다. 매체별로는 폭스뉴스가 647번(2020년 1~5월 집계 기준)으로 가장 자주 썼다. 118번 사용한 MSNBC가 그다음이었다. 연구진은 “그들은 싫어한다”라는 식으로 ‘타자화’하는 표현이 유권자들의 양극화의 골을 더 깊게 한다고 분석했다.

 

방송의 정파성은 시청자들이 현상을 과학적으로 판단하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퓨리서치센터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폭스뉴스만 보는 사람의 90%는 트럼프 정부의 코로나19 통제를 성공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MSNBC나 CNN 등만 보는 이들은 불과 3%만 그렇게 생각했다. 올가을 들어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한 노스다코타주에선, 확진 후 사망하는 환자조차 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코로나19로 죽을 리 없다”며 현실을 부인했다는 한 간호사의 증언도 나왔다.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며 차라리 폐렴이나 다른 질병으로 죽는 거라고 믿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미디어의 공개 지지, 과연 옳은가

 

선거를 엿새 앞둔 10월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한 신문을 치켜세우는 트윗을 올렸다. 보스턴헤럴드가 차기 대통령으로 자신을 지지한다고 발표하자 “땡큐, 보스턴헤럴드. 영광입니다!”라며 감사의 뜻을 표한 것이다.

 

대다수 신문이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던 상황이라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UC산타바바라가 발행 부수 기준으로 전국 상위 100개 일간지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밝힌 신문은 단 6곳에 불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백만 달러를 후원하는 억만장자가 운영하는 라스베이거스리뷰-저널(Las Vegas Review-Journal), 뉴스코퍼레이션의 자회사인 보수 성향 일간지 뉴욕포스트 등이었다. 이들을 제외하곤 45개 매체가 바이든 후보를 지지했다.

 

일찌감치 바이든 지지를 선언한 뉴욕타임스는 “우리 논설위원실은 어떻게, 왜 선거에서 후보를 지지하는가”2)라는 기사를 만들어 내보내기도 했다. “(신문이) 후보들을 평가해 심층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독자의 결정을 돕는다”는 취지라고 했다. 따라서 그냥 직관적으로 정하는 게 아니라, 두 후보를 모두 심층 인터뷰한 뒤 누구를 지지할지 결정한다고 했다.

 

이는 160년 된 전통인데 1940년부터 최근까지 다수 신문의 지지를 받은 후보가 대부분 선거에서 이겼다고도 했다. 하지만 당장 지난 대선은 그렇지 않았다. 당시 트럼프를 지지하는 신문은 2곳에 불과했고, 57개 신문이 압도적으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UC산타바바라 집계). 하지만 결과는 트럼프의 승리였다.

 

그러자 지난 대선에 이어 이번에도 신문들의 공개 지지가 과연 유권자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오히려 해당 신문 기사 전체가 특정 후보에게 편향됐다는 이미지를 줘 신뢰도만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각 신문사는 공개 지지를 결정하는 논설위원실과 기사를 쓰는 편집국은 완전히 분리돼 있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이를 이해하는 독자는 많지 않다. 그리고 실제로 논조가 그다지 분리돼 있지도 않았다는 평가다. 비영리 미디어 연구기관인 포인터연구소(Poynter Institute)의 톰 존스(Tom Jones) 연구원은 “그렇지 않아도 양극화되고 분열된 시대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게 오히려 해를 끼칠 수 있다”며 “계속 이 일을 할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짜뉴스의 진원지 된 소셜미디어


대선 기간 신문 지면에 자주 광고를 집행했던 곳 중 하나가 바로 페이스북이다.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등에 수시로 전면 광고를 냈다. 자신들의 새로운 서비스를 홍보하거나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광고가 아니었다. “우리는 개정된 인터넷 규정을 지지한다”는 제목으로 ‘외국의 선거 개입에 맞서고 있으며 회원들의 개인 정보를 보호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다. 선거를 앞두고 가짜뉴스나 혐오 콘텐츠를 생산하는 극단주의자들의 온상이 됐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특히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와 무력 충돌을 빚고 미시간 주지사를 납치하려고까지 했던 극우 무장단체들의 모의 장소로, 큐어넌(QAnon)의 음모론이 독버섯처럼 퍼져 나간 진원지로 페이스북이 지목됐다. 가짜뉴스에 기반한 선거 광고를 그대로 내보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번 대선을 거치며 페이스북뿐 아니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역시 양극화를 부채질한 주범으로 꼽혔다. 퓨리서치센터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모이면 확증편향을 가지기 쉬운데, 이 때문에 소셜미디어가 치명적인 정파성, 양극화를 이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짜뉴스나 혐오를 유발하는 정보를 올렸을 때, 오히려 그런 행동이 보상을 받을 수 있어 극단주의가 자라기 쉽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 입장에서도 표현의 자유와 규제 사이에서 고민이 깊었던 모습이다. 특히 8,900만 팔로워를 거느린 대통령이 하루에도 많게는 수십 개씩 논란이 되는 트윗을 올렸던지라 트위터 입장에선 더 그랬다. 선거가 임박하면서부터는 아예 우편투표나 코로나19 관련 허위 정보가 퍼지는 확성기 역할을 했다.

 

논란이 커지자 트위터는 대통령의 트윗을 숨김 처리하거나 ‘정확하지 않은 정보’라는 딱지를 붙였다. 선거 조작을 주장하는 트윗에는 느낌표와 함께 ‘논쟁적인 사안’이라고 명시했고, 이를 클릭해 들어가면 해당 글에 대한 팩트체크를 볼 수 있게 했다. 대선 후 “내가 선거에서 이겼다!”라고 올린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바로 밑에는 ‘다수의 소스는 선거 결과를 다르게 발표했다’는 문구를 붙였다. 역시 클릭하면 ‘2020년 대선 당선자는 조 바이든’이라는 기사로 이어진다.

 

페이스북 역시 비슷한 조처를 하고 가짜뉴스를 막을 알고리즘 제어 도구를 마련했다. 하지만 언론과 정치권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선거 직전인 10월 28일엔 의회 상원 상무위원회는 잭 도시(Jack Dorsey) 트위터 CEO,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 페이스북 CEO,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알파벳(구글) CEO를 청문회에 불렀다. 정치권 모두 이들 CEO를 몰아붙였지만, 분노의 방향은 달랐다. 공화당 측은 “무슨 권리로 콘텐츠 검열을 하느냐”고 따져 물었고, 민주당 측은 “가짜뉴스, 혐오 콘텐츠에 대한 규제가 불충분하다”고 비판했다.

 

대선이 끝난 뒤에도 의회는 이들 기업 CEO를 또 청문회 증언대에 세웠다. 선거 결과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한 공화당과 민주당도, 이참에 ‘빅 테크’ 기업들을 손보겠다는 데에는 의기투합하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다이내믹한 미국 대선을 편히 볼 수 없는 이유


이번 미국 대선은 여러모로 전례 없는 상황에서 치러졌다. 팬데믹 국면이라 가장 큰 이벤트인 전당대회가 화상으로 치러졌고, TV 토론회도 두 차례밖에 열리지 않았다. 서로를 향해 ‘가짜뉴스’라고 손가락질하는 사이, 유세장의 아주 어린 아이들까지도 “가짜 미디어, 가짜뉴스(Fake media, Fake News)”를 외치는 게 일반적인 장면이 됐다.

 

지금 미디어의 위기는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의 논쟁일지 모른다. 외부의 비판대로 그동안 미디어가 유권자의 양극화를 조장했는지, 아니면 오히려 정치적 양극화의 결과물로 미디어가 이런 상황이 됐는지 알기 힘들다.

 

그러나 이번 대선을 거치며 분명히 드러난 건,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가장 큰 피해자 중 하나가 미디어일 수 있다는 점이다. 벌써 국내에서도 이번 미국 대선을 본보기 삼으려는 이들이 눈에 띈다. 가짜뉴스와 편 가르기, 기존 미디어에 대한 공격으로 자신들의 영향력을 넓히려는 이들이다. 다이내믹하게 펼쳐진, 지금도 진행형인 미국 대선을 단지 편한 마음으로만 지켜볼 수 없는 이유다.

 

 

 

 

 

1) Brian Stelter, 《Hoax: Donald Trump, Fox News, and the Dangerous Distortion of Truth》, Atria/One Signal Publishers, 2020.

2) Lara Takenaga, <How and Why Our Editorial Board Endorses Political Candidates>, The New York Times, 2020.1.13, https://www.nytimes.com/2020/01/13/reader-center/political-endorsement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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