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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 뉴스 사용료 논쟁] 한국서도 가능할까
집중점검 | 등록일 : 2020-12-07

포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뉴스 콘텐츠 시장에서 유료화는 어떻게 진행돼야 할까. 포털과 언론사의 수익 배분 현황을 살펴보고, 좋은 뉴스를 위한 이상적인 수익 배분 모델은 무엇일지 알아본다. 편집자 주

 

 

뉴스가 사과와 다른 점

 

새콤달콤, 싱싱하고 맛있는 사과는 희소하다. 그래서 높은 가격이 매겨진다. 질 좋은 비싼 사과는 합당한 가격을 부담한 소비자에게만 배타적으로 허용되고, 그의 소비는 다른 이의 소비를 제한한다. 사적 재화의 배제적, 경합적 속성이다. 그런데 뉴스는 다르다. 다른 정도가 아니라 정반대다. 사적 재화는 희소할 때, 누구나 소비할 수 없을 때 더 큰 가치를 가지는 데 반해 뉴스는 많은 사람이 공동으로 소유·이

용할 때만 비로소 가치를 가진다. 공유자원이나 공공재와도 다르다. 비밀은 뉴스가 아니다. 혼자 배타적으로 알고 있는 뉴스는 비밀스러운 정보는 될지언정 뉴스는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소식을 다른 많은 이들도 알고 있어야 뉴스가 된다. 뉴스의 가치는 영향력이고 그것은 공유의 규모에 비례한다. 뉴스가 제값을 받는 게 쉽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쪽에서 뉴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수익은 다른 쪽 시장인 광고에서 얻는 광고 기반 뉴스 비즈니스 모델은 뉴스라는 재화의 이런 특별한 속성을 고려한 것이다. 이런 보조금(무료) 시장과 수익 시장의 전략적 조합 즉, 양면 시장 모델은 손쉬운 복제가 기본적 속성이 되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더 극적으로 나타난다. 뉴스는 애초에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여전히 모객을 위한 무료 시장의 대표적 재화로 사용된다. 바람직한 뉴스 사용료, 유료화 논쟁은 나누고 공유할수록 더 가치가 높아지는 뉴스라는 재화의 이런 특별한 속성과 무한 복제를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양면 시장 전략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전재료 지급 모델

 

우리나라의 시장 지배적 디지털 플랫폼이라 할 수 있는 네이버는 1990년대 후반부터 뉴스콘텐츠 제공 대가로 언론사에 전재료를 지급해 왔다. 전재료는 콘텐츠 제휴를 맺은 언론사들과 1년 단위 개별 계약을 통해 정해지기에 그 세세한 액수를 알기는 어렵다. 다만 지난해 기준으로 그 전체 규모는 70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여기에 플러스알파로 네이버는 연간 100억 원의 구독 펀드와 100억 원대 광고 수익을 70여 개 인링크 언론사들에 배분해왔다고 한다. 일반적 수요공급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 뉴스라는 재화의 특성을 고려할 때 뉴스 전재료 모델은 시장 가격을 훨씬 상회하는 생산비를 부담해야 하는 뉴스메이커의 경제적 수익을 보전해주는 꽤 합리적인 방안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그 지급 규모의 적절성과 배분 기준의 타당성에 관한 것이었다.

 

광고 수익 모델로의 전환


네이버의 연매출이 6조 6,000억 원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언론사에 지급하는 금액은 전체 매출의 1%를 약간 상회하는 정도에 불과하고, 냉정하게 말하면 이것은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대기업이 기꺼이 부담할 수 있는 홍보비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른바 뉴스 헐값 논쟁이다. 뉴스 전재료 산정 기준의 모호성과 불투명성도 논란이 돼 왔다. 객관적 기준 없이 언론사별 전재료 액수를 자의적으로 결정함으로써 언론사 간 협력을 방해하고 길들이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아 왔다. 이런 비판에 대한 대응으로 네이버는 올 4월부터 전재료 모델을 폐지하고 이른바 광고 수익 모델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수익 배분 정책을 도입했다. 새 정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뉴스 섹션의 광고 수익 모두를 그 기여도에 따라 언론사별로 차등 배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사 본문 중간광고와 같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광고 방식도 도입하고, 언론사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해 기사 편집권과 함께 광고 영업권도 보장하겠다고 한다. 발생하는 광고 수익을 배분 할 나름 새로운 객관적 기준도 함께 공개했다. 거기다 새로운 정책 도입으로 전재료 지급 매체사의 수익이 감소할 경우 별도 재원을 통해 향후 3년간 손실을 보전하겠다는 제안까지 하고 있다.

 

거부하기 어려운 당근

 

네이버의 새로운 정책은 언론사들이 쉽게 거부하기 어려운 제안이다. 최근 발표된 내용을 보더라도 변경된 후 언론사가 받아가는 수익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규모 신문사들의 경우 대부분 기존보다 30~50%에서 많게는 두 배까지 더 정산받았고 기존 전재료 자체가 적었던 지방사는 50% 이상 더 정산받았다고 한다. 대형사 또한 보전금액을 통해 예년보다 많은 금액을 정산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 액수는 알기 어렵지만 네이버 측 주장에 따르면 언론사들의 수익이 전 년 대비 두 배 정도 된다고 하니 바뀐 정책하에서 언론사가 1년간 가져가는 액수는 최소 1,000억 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네이버의 새로운 제안에는 광고 수익만 있는 게 아니다. 이용자의 직접 지불 즉, 구독료 수익에 관한 새로운 제안도 포함하고 있다. 일종의 온라인 뉴스의 유료화 방안인데 선지급 이용료든 후지급 후원 방식이든 조만간 어떤 방식으로든 뉴스 콘텐츠의 유료서비스가 네이버 플랫폼을 통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의 새로운 정책은 언론사들에게 온라인 광고 수익과 구독료 수익 모두 안겨 주겠다는 것으로 꽤 그럴듯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매력적이지만 위험한 제안

 

새로운 정책은 매력적이지만 위험한 제안이다. 광고 수익 배분 정책의 기본 전제는 뉴스 콘텐츠의 기여가 뉴스 섹션의 광고 수익에 국한된다는 점이다. 즉 검색이나, 커뮤니티 서비스 등과도 무관하고 이용자들이 플랫폼에 대해 가지는 신뢰도나 그에 따른 전반적 이용량과 브랜드 가치 상승 등과도 관련이 없다는 이야기다. 뉴스 섹션에서 얻는 직접 수익이 적다고 뉴스 콘텐츠의 경제적 가치가 미미하다는 것은 무료 시장을 통해 고객을 끌어들이고, 다른 유료 시장에서 수익을 올리는 디지털 플랫폼의 일반적 비즈니스 방식을 도외시한 주장이다. 게다가 전재료에서 광고나 구독료 수익으로의 전환은 좋게 보면 언론사의 자율성 보장이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뉴스 콘텐츠를 통해 가장 큰 수익을 얻는 당사자인 포털의 지급 의무를 면제하고 이용자 개인과 광고주에게 이용 대가를 지불케 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일반적 수요공급법칙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지 않는 뉴스 재화의 속성을 고려할 때 눈앞의 단기적 수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언론사 입장에서는 매우 위험한 제안임이 분명하다.

 

바람직한 논쟁을 위해서는 서로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뉴스 매체가 포털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런데 실은 포털도 꽤 뉴스 의존적이다. 뉴스 이용량과 포털 이용량의 상호연관성을 인정할 때, 합리적 토론이 가능하다. 포털은 뉴스로부터 얻는 수익이 없다고 말한다. 골치만 아픈 뉴스 서비스를 하고 싶지 않다고도 한다. 그런데 말과 행동이 다르다. 뉴스 섹션은 언제나 네이버의 첫 화면이다. 그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기여가 무관하지 않기에 플랫폼은 뉴스 섹션의 광고 수익 전부를 언론사에 돌려줄 수 있고, 그래도 이익이 되는 것이다. 언론사들도 마찬가지다. 네이버 정책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많은 비판을 하지만 솔직히 네이버와 결별하고 살아남을 자신이 없다. 언론도 사업이고 포털도 사업이다. 모두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합리적 선택에 따라 움직인다.

 

포털이라는 파르마콘

 

사적 영역의 한 가운데서 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언론이다. 사적 영역에서 살아남아야 공적 역할도 수행한다. 그런 언론에게 네이버와 같은 시장 지배적 디지털 플랫폼은 일종의 파르마콘(pharmakon) 즉 약이면서 동시에 독이 되는 존재다. 네이버의 새로운 시스템에서 400만 이상 구독자를 확보한 매체가 4개고, 300만 이상의 구독자가 9개, 200만 이상의 구독자가 15개, 그리고 백만 구독자 이상이 116개라고 한다. 오프라인에서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치다. 네이버가 언론사의 경쟁자가 아니라 친구고 후원자임을 강조하고 싶을 때 언급하는 내용이다. 이런 사실은 역설적으로 새로운 시스템에서 언론의 네이버 의존성이 더 깊어지고 또 확장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네이버가 약이면서도 독인 것은 비단 이런 의존 종속 관계 때문만은 아니다. 디지털 플랫폼은 뉴스 공급 시장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누구나 뉴스 메이커가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이런 경쟁적 환경은 시장에서는 유통되는 뉴스의 질을 담보하기보다 그 반대로 작용한다. 사람들은 네이버에서 보통 5~6개의 언론사를 구독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목록에 포함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하다. 붉은색이면 더 붉은, 푸른색이면 더 푸른 것이 그 선택지에 포함될 가능성을 높인다. 의견과 뉴스를 유통하는 디지털 플랫폼이 당파성, 또는 동종애(homophily)에 기반하고 그것을 확대 재생산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환경에서 뉴스 선택의 기준은 품질이 아니라 얼마나 더 선동적이고 얼마나 더 당파적인가가 된다. 분명 좋은 언론이 쉽지 않은 조건이다.

 

좋은 저널리즘 위한 가치지향적 고민 필요

 

네이버가 채택한 새로운 수익 배분 기준에는 순 방문자수나 조회수, 누적 구독자수 등과 같은 기본적인 양적 지표와 함께, 질적 지표로 사용자 충성도와 같은 새로운 평가 요소가 포함돼있다. 사용자 충성도와 같은 요소는 개별 언론사 입장에서는 분명 꽤 중요한 경영 지표가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언론 전체적으로 보면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더 정파적일수록 더 주목받는 우리 언론 환경에서 각 언론사별 충성도 지표는 누가 더 정파적인지를 보여주는 값이기도 하기에 그에 대한 재정적 보상은 우리 언론의 취약한 부분을 개선하기보다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기능할 수 있다. 공평한 수익 배분 방법과 더 나은 저널리즘을 위한 정책이 일치하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수익 배분 모델이 더 좋은 뉴스를 위한 것이라면 저널리즘적 가치에 대한 보다 세심하고 전문적인 숙고가 분명 필요하다. 네트워크 이론에 구조적 공백(Structural Hole) 또는 단절점(Cut Point)이라는 개념이 있다. 존재하지 않았을 경우 분리됐을 두 개의 행위자, 무리를 이어주는 위치(position)나 지점(node)을 의미한다. 분극화, 파편화된 의견과 뉴스 시장에서는 바로 이런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좋은 언론이다. 단순화를 무릅쓰고 말한다면 내부를 향한 파당적 충성도보다 충성도가 덜하더라도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다양한 이용자들이 함께 접할 수 있는, 교량적 사회 통합적 기능을 수행하는 언론이 좋은 언론이고, 그런 언론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후원하는 것이 좋은 정책이다. 아쉽게도 네이버가 새로 도입한 수익배분정책에는 좋은 저널리즘을 위한 이런 가치지향적 고민이 크게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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