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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MBC의 대표 시사 프로그램 <PD수첩>
<PD수첩>
<PD수첩>
디지털 시대, 탐사 저널리즘의 역할에 대한 고민
나는
것을 금기로 여겼다.
MBC 노사 단체협약의 특징은 ‘국장책임제’라는 특별한 조항이 있다는 것이다. ‘방송의 실무적인 책임과 권한을 국장이 가진다’는 것인데 경영진이 방송 내용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다. 이 조항이 있었기 때문에
그 정신이 가장 크게 발휘됐던 때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등장한 뒤부터 2012년 7월, 170일 파업이 끝날 때까지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내내 MBC 구성원들은 폭압적인 탄압을 하는 정권과 싸웠다. 그 정도의 탄압과 그에 맞선 끈질긴 저항은 언론사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사례가 아닐까 한다.
2017년 12월 MBC의 적폐 체제가 무너진 뒤 우리는 정상화를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뉴스와
그러나 한편으론 방송 환경이 변했다는 것도 절감해야 했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와 함께 시장 상황이 급변해 지상파방송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언론 전반의 신뢰도까지 급전직하로 떨어졌다. 우리는 우리의 진정성에 대해 과거보다 훨씬 더 의문을 갖는 시청자들과 만났으며, 그들은 굳이 TV가 아니더라도 많은 정보 획득원을 갖고 있다. 때로는 그 정보원이 허위 정보와 음모론, 이를 통한 균열과 증오를 파는 곳이지만 시청자들은 오히려 그 정보를 더 신뢰하고 달콤하게 소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영방송의 탐사 저널리즘은 과연 어때야 하는지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탐사 저널리즘, 사회문제 해결 지향해야
나는 대한민국 사회에 신뢰라는 자원이 바닥난 상태라고 느끼고 있다. 광범위한 사회 구성원들이 참이라고 믿는 사실들이 과거보다 현저히 줄어들었다. 똑같은 사실을 두고 한쪽은 참이라고 하고, 반대편은 거짓이라고 한다. SNS를 기반으로 확산하는 가짜뉴스부터 부실한 팩트체크를 통해 양산된 오보까지, 뉴스 수용자들을 혼돈에 빠뜨리고, 때로는 사실과 다른 확신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기본적인 사실 확인을 할 수 있는 기성 언론조차도 아마도 상업적 이유에서 정파적인 입장에 오염된 뉴스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 어떤 문제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광범위한 공감이 없으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와 같은 상태라면 우리 사회는 문제 해결 전망을 잃고 항구적인 갈등상태로 들어가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공영방송이야말로 우리 사회 구성원 간에 신뢰가 얼어붙은 현실을 녹이고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는 주체가 아닌가, 또 그렇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역할을 하기 위해 공영방송은, 특히 공영방송의 탐사 저널리즘은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믿고 공감할 수 있는 정확한 사실들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용의 정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
또한 사실을 획득하는 과정의 취재 윤리도 최고 수준으로 정립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의 불신은 상대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태도가 부족한 데서 시작된다. 나는 사회 구성원 간에 대화가 촉진되고 정확한 사실을 중심으로 공감이 확산해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영방송이 먼저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회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이 사실과는 다른 것으로 보이는 주장을 하더라도 성급하게 틀렸다고 결론짓기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끈기 있게 듣고 그것이 실제 사실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혹은 의외로 근거가 있는지, 마음을 연 정확한 취재를 통해 설명함으로써 사회적인 공감을 확산시킬 수 있다.
나는 또한 공영방송의 탐사 저널리즘이 사회문제를 ‘해결’해내는 저널리즘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탐사 저널리즘이야말로 긴 시간을 들여 복잡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 있는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저널리즘이다. PD수첩>을 예로 들면 45분 내용 중에서 2~3분 정도를 할애하면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할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국회가 그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조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취재 과정에서 어떤 이슈에 대해 찬성 혹은 반대하는 의원들을 인터뷰하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되는 방향으로 상당한 자극을 줄 수 있다. 문제를 드러내는 데 멈추지 않고, 문제 해결 과정을 촉진하고 감시하는 저널리즘이 확산한다면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가 결국 대화를 통해 올바른 방향으로 풀리지 않을까 기대한다.
진실한 정보 제공자로서 공영방송의 필요성
그러나 공영방송의 저널리즘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인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공영방송을 둘러싼 두 가지 제도적인 문제 해결이 반드시 필요하다. 첫 번째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민주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정권이 공영방송사의 사장을 결정할 수 있는 현재의 지배구조는 공영방송을 망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다. 공영방송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너무나 중요한 문제인데 현 정부와 정치권은 손을 놓고 있었다. 이제부터라도 본격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
두 번째는 공영방송의 재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는 광고 체계, 방송발전기금 징수 등에서 공영방송을 종편 채널과 차별해 부담을 가중하는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이것은 공영방송의 생존 기반을 허무는 문제가 매우 큰 정책이다. 나는 수신료 문제를 포함해 공영방송의 재원 구조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원구조를 불안정하게 해놓고 공영방송에 제 역할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을 바라는 일이다.
민주주의는 주권자인 시민들이 올바른 정보를 가질 수 있을 때 제대로 작동한다. 그러나 과연 한국 사회의 시민들이 과거보다 더 정확하고 진실한 정보를 향유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확하고 진실한 정보의 제공자로서 공영방송의 저널리즘은 여전히, 아니 오히려 훨씬 더 중요해졌다. 공영방송 내부의 노력과 함께 우리 사회 전체가 공영방송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노력을 해야 할 때다.
그럼에도 요즘은 공영방송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목소리는 듣기 힘들어졌다. 전반적인 언론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공영방송에 대한 기대도 약해졌다. 아예 TV를 보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니 공영방송을 지키기 위해 재원을 더 지원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꺼내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희망적이지 않다. 최근 읽은 책에서 공영방송의 필요성에 대한 반가운 글귀를 발견했다. 조항제 부산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쓴 《한국 언론의 공정성》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글을 마친다.
“공영방송은 ‘스스로 선택하는’ 인터넷의 시대에, 공동체의 안위에 꼭 필요하지만, 잘 찾지는 않는 정보나 남의 목소리를 ‘의도하지 않더라도(inadvertently, 텔레비전의 여러 프로그램을 보면서 꼭 원하지는 않지만 자연스럽게 지식, 정보 등을 얻을 때의 상황을 묘사하는 용어)’ 들을 수 있게 해 주는 몇 안 되는 계기다. 정치와 병행되면서 지극한 편향을 가진 신문, 남을 포용하기보다 자기 말하기 바쁜 인터넷, 젊은 층에 의해 진보적으로 활용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적 성격을 띠면서 냉소적 집단 행동의 위험성이 내재된 SNS, 이런 언론, 미디어에 의해 포위된 정당과 의회 등으로 이뤄진 한국적 환경은 공영방송의 역할을 매우 필요로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