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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제작기] EBS <클래스e>
취재기제작기 | 등록일 : 2021-02-02

수많은 지식 강의와 클래스 사이에서, 오직 EBS만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든 클래스e팀. 방송사로는 처음으로 구독 모델을 실현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1년 전 이맘때쯤이었다. 방송사 최초의 구독 모델 적용을 앞두고 내부 우려가 많았다. “대세는 유튜브인데 플랫폼 비즈니스가 될까?”, “서비스를 유지하는 데 돈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알고 있어?”, “과금을 내세우는 모델이 지상파 TV의 길은 아니지 않을까?”, “방송의 공영성을 놓치면 소탐대실이 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구독 서비스 출시 전 들었던 우려는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공영 미디어가 가도 되는 길인가? 나아가 생존할 수 있는가?

 

첫 번째 질문은 사실 큰 이슈가 아니었다. EBS의 구독 모델은 ‘플랫폼 위기’에서 출발했다. 단지 수익 창출 문제가 아니었다. 전통적인 TV 시청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그들은 이제 이용자로 이름을 바꾸고 다양한 서비스를 누린다.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 편하고 더 차별화된 서비스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방송사는 이 길목에 서 있다. 플랫폼 영향력의 감소는 자연스레 경영 악화로 이어지고 다시 콘텐츠 부실화를 초래한다. 공영방송사의 수익 추구도 플랫폼 영향력 유지 및 좋은 콘텐츠를 위한 자구책이다. 핵심 이슈는 어떤 수익 모델을 추구하느냐는 것. 어떤 곳은 협찬을 외쳤지만 그게 위기 개선의 본질이 될 수 없다. 시대는 제품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보다 근본적인 마인드의 이동을 요구하고 있다.

 

EBS는 독자적 구독 경제에서 미래를 봤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EBS는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강점이 더 크다. 둘째, 구독의 기반이 되는 클라우드와 온라인 스트리밍은 이미 ‘수능 교육 모델’에서 충분히 검증됐다. 셋째, 서비스 구독에 대한 이용자들의 태도는 인식 개선을 넘어 습관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EBS는 2020년 총 아홉 개의 구독 서비스를 출시했다. <오디오 어학당>, <애니키즈>, <클래스e>, <다큐프라임>, <세상의 모든 기행>, <지식채널e>, < EBR >, < D-BOX >, <명의>. 기존의 프로그램을 리패키징하고 구독 서비스 대상 콘텐츠는 유튜브와 결별하고 VOD 단건 결제 정책을 폐기했다.

 

EBS 방식의 번들링(bundling)

 

<클래스e>는 EBS의 통합 강의 브랜드다. 2020년 4월 27일부터 방송과 인터넷으로 동시 서비스하고 있다. 구독은 인터넷 강의 사이트에 적용하고 있다. 근래 들어 강의형 구독 모델이 많이 늘었다. 실용, 취미 중심의 클래스101, 에듀캐스트, 베어유, 콜로소, 심층 지식 중심의 플라톤 아카데미, 아트앤스터디 등 코로나 시대 온라인 유료 강의는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 많은 지식 강의 틈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단지 수익을 낼 수 있느냐를 넘는다. <클래스e>는 이용자로부터 오랫동안 사랑받는 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클래스e>는 ‘최다, 최고, 최상’이라는 세 가지 포인트로 ‘대한민국 톱클래스(Top Class)’로 포지셔닝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그림]

 

 


 

포인트 1) 심층 지식 최다 강의


처음 구독 서비스를 기획하면서 차별화되는 ‘온리 원(only one)’ 요소를 콘텐츠의 ‘양’과 ‘깊이’로 봤다.

 

EBS는 지난 20여 년간 다양한 강의 프로그램을 했다. 이 중 시의성을 유지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선별했다. 이렇게 확보한 클래스가 350개, 강의가 1,500편 이상이었다. 이 콘텐츠를 <클래스e>라는 브랜드로 묶었다.

 

4월 27일부터는 대규모로 블록 편성을 했고 3명의 PD가 주당 24편을 신규 제작, 방송했다. 이를 통해 매월 새로운 강사 10명, 즉 10개의 클래스와 100편의 강의를 선보였다. 이는 PD 1인 기준으로 월평균 30편 이상의 제작 분량이다. 고도로 구조화된 스태프 협업과 강사를 보는 안목 그리고 숙련된 노하우가 아니면 따라올 수 없는 시스템이다.

 

‘양’적 장점을 지원하는 EBS 강의의 ‘질’적 경쟁력은 ‘깊이’다. 쉽게 말해 심층 전략으로 한두 편의 특강을 지양하고 강사당 최소 10강 이상 제작을 표준으로 정했다. EBS 클래스e에 출연하는 강사들은 적어도 책 한 권은 낼 수 있을 정도의 콘텐츠 체계를 갖춘 전문가들이다.

 

포인트 2) 최고의 강사진

 

편성이 확정되고 제작팀이 꾸려졌을 때 화두는 대규모 제작 시스템을 갖추면서 동시에 ‘최고의 강사를 섭외할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촬영 환경과 출연 조건의 문제로 강의가 성사되지 못한 경우도 있었으나 섭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철학자 강신주, 변호사 한동일, 문학평론가 고미숙, 정신과 전문의 양창순, 과학자 홍성욱 교수 등 각 분야 일인자들은 EBS에 대한 신뢰 위에 커리큘럼이 있는 장편 강의에 매력을 느끼고 기꺼이 동참했다.

 

포인트 3) 최상의 가성비


콘텐츠 구독료 중에 가장 저렴하게 책정했다. 월 구독료 4,900원. 박리다매를 위한 최저 가격이다. 최저가로 판매하는 EBS 수능 교재 모델을 벤치마킹했다.

 

 

 

 

EBS만 할 수 있는 온리 원(only one)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과지표는 단연 구독자 수다. 구독자의 수가 곧 매출이며 서비스에 대한 평가다. 서비스를 2020년 하반기에 론칭한 만큼 성과 측정 시점은 다소 이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지표를 꼽는다면 전년 VOD 판매 대비 두 배 증가한 매출이다.

 

서비스를 견인한 건 좋은 콘텐츠다. 특이한 건 TV와 구독 서비스의 ‘좋은 콘텐츠’에 대한 정의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TV의 측정 지표는 시청률이다. 인터넷 콘텐츠의 경우 히트(hit) 수다. 그런데 구독 모델에서 히트 수는 한 번 더 들여다봐야 한다. 어떤 콘텐츠는 꾸준한 사랑을 통해 누적 히트 수를 늘려가는가 하면 어떤 콘텐츠는 초기엔 큰 사랑을 받다가 인기가 급격히 하락하기도 한다. 대부분은 초기 반응이 꾸준히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의 저자 이원복 교수의 강의는 단연 돋보였다. 처음 선보인 11월 히트 수 최상위권으로 시작해서 12월에도 낙폭 없이 히트 수를 유지했다. 구독 서비스의 특성상 중요한 포인트는 꾸준하게 평균 히트 수를 유지하는 것이다. 히트&스테디 강의가 구독 서비스에서는 효자 콘텐츠다.

 

하지만 최고의 전문가는 아쉽게도 EBS에만 머물지 않는다. 플랫폼의 로열티를 높이는 콘텐츠의 속성은 ‘독점’이다. 유일한 것이 출발부터 유리한 건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클래스e는 2021년에도 ‘온리 원’ 전략을 강화할 생각이다.

 

우선 압도적인 양적 생산 시스템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음 과제는 질적인 차별화다. 2020년에 사랑을 받은 ‘노벨상 해설 강의’처럼 테마별 강의 시리즈를 지속 개발할 예정이다.

 

또한 ‘디지털 전용 오리지널 콘텐츠’를 지속 업로드 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대학 강의 수준의 ‘고전 강독’을 기획했다. 일반교양으로 접근하는 ‘고전 해석’과는 차원이 다르다. 시리즈 첫 번째 클래스 ‘양용의 교수의 마태복음’이 2월에 선보인다. 양용의 교수는 국내 신학의 최고 권위자다. 고전으로서 마태복음을 직접 읽으면서 해석해준다. 클래스는 총 40편의 강의로 이뤄진다. 지상파 TV에서 접근하기 힘든 규모이자 깊이 있는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이 차별화를 이끌어내는 요소일까. 그중에서 EBS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교육’을 강화할수록 경쟁자는 줄어들고 온리 원에 가까워진다. 대표적인 성공 모델이 EBS 수능 강의다. EBS 방식의 기획다큐멘터리 <다큐프라임>도 빼놓을 수 없다. <다큐프라임>은 타사의 편성 방향과 다르게 처음부터 ‘교육’ 콘텐츠를 지향했고 3부작 이상의 ‘깊이’를 추구했다. 다큐멘터리 명가라는 별칭은 색다름에서 쌓아 올린 양과 질의결과다. 결국 정체성과 경쟁력의 본질은 ‘EBS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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