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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인터랙티브 뉴스, 어떻게 만들까
테크 | 등록일 : 2021-03-09

다양한 시각 요소와 효과로 이용자에게 신선함을 전달하는 인터랙티브 뉴스. 기존 언론의 화법을 너머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인터랙티브 뉴스는 어떻게 기획되고 만들어지는지 알아본다. 편집자 주

 

 

각자의 경험

 

내가 아직 초등학생이었을 때, 《해리포터》가 한창 유행이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마법 지팡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멋있어 보이는 주문들. 거의 모든 사람이 그랬듯이 《해리포터》 신간이 나오자마자 바로 집에 틀어박혀 탐독했고, 다 읽은 뒤 마지막엔 항상 나도 혹시 마법사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했다. 그러고도 그 흥분이 가시지 않아 혹시 열리지 않을까 기대하며 아파트 담장을 마구 두드려보기도 하고, 인형들을 가지고 지하 감옥 트롤과 추격전을 벌이는 상상극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1년 정도 뒤에 해리포터 게임이 나왔다. 게임에선 지팡이 휘두르는 법도 배울 수 있었고, 등장인물(또는 생물)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게임에서 봤던 상황들을 상상하면서 아파트 뒤뜰에서 해리포터 놀이를 하곤 했다. 게임 출시 얼마 후 영화가 개봉했는데, “어, 이 장면은 내가 상상한 거랑 다른데? 이렇게 되는 것 아니었나?” 하는 식으로 평가하며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난다.

 

소설 속 해리포터 이야기를 바탕으로 게임과 영화를 이해했듯, 우리는 경험한 것과 알고 있는 사실을 바탕으로 사물을 이해하고 소화한다. 이미 우리는 알게 모르게 기존 지식이나 주변 지식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해석하는 과정에 익숙하다. 특히 이 과정은 컴퓨터나 스마트폰같이 정보를 다루는 기기가 발전하면서 더 강화된다. 기존에 경험했거나, 알고 있는 사실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일 뿐 아니라, 하이퍼링크 같은 새로운(이제는 흔한) 개념을 통해 실시간으로 새로운 연결고리들을 찾아가며 내용을 이해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런 과정은 어떤 사건이나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주고받는 대부분의 상황에 적용된다. 여러 가지 은유로 구성된 시나 영화, 모바일 앱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아이콘까지도 기존 경험과 새로운 것의 ‘연결 짓기’를 장치로 활용하곤 한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은 전화 기능에 수화기 모양의 아이콘을, 저장 기능에 플로피디스크처럼 생긴 아이콘을 사용한다. 기능 자체에는 정해진 형태가 없지만, 모두가 비슷한 경험을 불러일으킬 만한 형태를 아이콘으로 부여해 기능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반대로 플로피디스크와 수화기를 사용한 적이 없는 어린 세대는 반복적인 경험으로 해당 아이콘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는 인지하고 있지만, 그 맥락에는 공감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야기에 대한 경험과 해석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오히려 그렇게 돼야만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이해하기 시작하고, 곱씹어 보기 시작한다. 연관성 있는 다양한 줄기들을 조화롭게 잘 연결해 전달하면 사람들은 그 줄기들 속에서 자신과 연결되는 맥락을 발견하고, 개인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사용자 참여를 유도하는 모든 이야기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개인적인 경험을 어떻게 이야기에 연결할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고 나면 재미있는 실험을 할 광활한 놀이터가 보인다.

 

 

MZ세대에서 인기를 끄는 앱 틱톡에서는 한때 탐색 메뉴 아이콘으로 행성 모양을 썼다. 틱톡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들은 무슨 기능인지 유추하기 힘들다. <출처 – 필자 제공>

 


연결 짓기

 

이야기를 연결하기 위한 장치는 무궁무진하고 그 원리는 추상적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우리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개인의 생각과 경험을 반영하고 있다고 봐도 될 정도로 연결 짓기는 쉽게 일어난다. 다만 이런 것들을 의도에 맞게 사용하려면 적절한 요령과 관찰이 필요하다. 가끔은 장난스럽게 접근할 수 있을 만큼 이 요령에 익숙해져야 한다. 몇 가지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볼까 한다. 

 

시사IN과의 첫 협업이었던 <대림동에서 보낸 서른 번의 밤>은 대림동에 사는 조선족 사이에서 30일을 보내며 그들의 생활, 문화, 생각을 밀착 취재한 기사였다. 기사는 조선족을 평소 대화 나누는 옆집 아저씨처럼, 일상적으로 인사하는 이웃집 아주머니처럼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멀게 느껴지던 그들을 우리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 서술하고 있었다.

 

기사를 한 번 읽고 이해하고 난 뒤, 기사의 관점에 독자의 경험을 이을 연결고리를 추가하기로 했다. 대림동 기사의 경우 내가 준비한 연결고리는 ‘글꼴’이었다. 두 가지 다른 글꼴을 조합해 대제목을 크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글꼴은 보편적으로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한다. 명조, 고딕 또는 영어권에서는 세리프, 산세리프로 나누는데, 글씨 끝이 자로 잰 듯이 기하학적으로 돼있나 뾰족하게 굽어있나로 구분하면 얼추 맞다. 이 두 가지 다른 형태는 글씨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를 매우 다르게 하는데, 재미있는 점은 서로 다른 분위기를 가지는 글꼴 두 가지를 이용해 글을 작성해도 전달하는 뜻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점에 착안해 두 가지 다른 글꼴로 ‘대림(大林)’이란 대제목을 구성했다. 각각 글자를 반으로 나눠 고딕과 명조를 혼합해 적용했다. ‘대(大)’란 글자의 반절은 고딕, 반절은 명조로 구성하고 ‘림(林)’이란 글자 역시 반절은 고딕, 반절은 명조로 구성하는 식이다. 이렇게 다른 인상을 주는 두 개의 글꼴이 한 단어를 나눠 가졌지만, ‘대림’이란 의미는 문제없이 읽힌다. 이를 통해 재한조선족 또한 겉보기엔 이질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 구성원 중 하나임을 나타냈다.

 

 

시사IN과의 첫 번째 협업이었던 <대림동에서 보낸 서른 번의 밤>. 서로 다른 인상을 주는 두 개의 글꼴로 ‘대림’이라는 하나의 단어를 나눠 가졌지만, 문제없이 읽힌다. <출처 – 시사IN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잘 작성된 기사와 적절한 사진, 영상, 그에 대응하는 경험 장치(이 경우에는 조합된 글꼴)를 준비한 뒤엔 나머지는 그냥 보기 좋게, 읽기에 방해되지 않게 잘 정리만 하면 된다. 그러면 사람들은 경험 장치를 통해 첫인상을 받고(그것이 처음부터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끝까지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기사와 경험 장치에 복합적으로 노출되면서 기사 자체의 관점과 내가 해석해 넣은 관점 두 가지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기만의 생각을 발전시키기 시작한다.

 

<소리 없이 번지는 도시의 질병, 빈집> 기사 역시 시사IN과 협업한 작업인데, 대림과는 보여주기 전략이 조금 달랐다. 이 기사는 지역 격차로 인해 지방은 점점 낙후되고, 그렇게 생기는 빈집들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취재한 기획 기사다. 사람보다는 사회의 구조, 여러 전문가, 책임자와의 인터뷰를 통한 분석, 그리고 그에 대한 대응 등을 심도 있게 분석한 기사다. 취재가 진행되는 동안 조사한 통계나 논문, 인터뷰 등을 공유받았다. 기사에 직접적으로 그 내용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자료에 대한 충분한 이해도로 인포그래픽을 만들 수 있었다. 국내뿐 아니라 일본, 독일, 미국 등 해외 사례와 대책을 취재한 제법 규모가 큰 기획이었는데, 운이 좋게 취재 단계에서 일정이 맞아 국내 취재를 한번 따라갔다 오기도 했다.

 

 

<소리없이 번지는 도시의 질병, 빈집> 을 위해 취재 가서 찍은 사진 중 일부.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하고 있는 사진도 이날 찍은 사진이다. <출처 – 필자 제공>

 

 

실제로 가본 현장은 빈집 자체가 주는 허전함도 있지만, 빈집으로 인해 주변 환경이 모두 영향을 받아 공간 전체가 정체된 느낌을 주던 것이 그 이상으로 더 인상 깊었다. 지방에 갈 일이 아예 없는 나로서는 말로만 지방의 낙후된 상황을 들었지 실제 어느 정도일지는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는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을 테다. 그래서 <대림동에서 보낸 서른 번의 밤> 기사처럼 강조해 보여주는 요소를 대문에서만 사용하기보다는 배경을 이용한 장치를 만들고 싶었다.

 

 

<소리없이 번지는 도시의 질병, 빈집> <출처 – 시사IN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배경에는 미국의 수학자 존 콘웨이(John Horton Conway)의 라이프 게임(Game of Life)이라는 알고리즘을 사용했는데, 이 알고리즘은 특정 픽셀(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점)에 인접한 주변 픽셀의 상태에 따라 해당 픽셀이 죽거나 살거나를 반복하는 일종의 생태계 알고리즘이다. 이 알고리즘은 규칙을 정하기에 따라 절대 죽지 않게 만든다든지, 아주 특정한 상태에서만 퍼져나간다든지 등 다양하게 자라나는 형태를 만들 수 있다. 빈집이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과 닮아 보였다. 읽기에는 방해가 되지 않지만, 기사를 좀 더 뜯어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더 극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정방향으로 읽을 때와 역방향으로 읽을 때 퍼져나가는 정도를 다르게 했다.

 

 

<소리없이 번지는 도시의 질병, 빈집> <출처 – 시사IN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배경에 효과를 넣는 것은 가독성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시도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런데도 시사IN과의 지속적인 협업으로 신뢰를 쌓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개발 상태를 지속적으로 공유한 덕에 성공적으로 공개할 수 있었다.

 

서울신문과 진행한 <소년범 – 죄의 기록>의 경우 앞선 예시보다 더 민감한 주제를 다뤘다. 서울신문의 연락을 받았을 때는 이미 서울신문에서 많은 소년범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상태였다. 소년범들의 말투, 주변 환경, 비행이 시작된 계기 등 소년범 한 명 한 명을 인간적으로 만나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기사 특성상 이 모든 인터뷰를 전달하기엔 무리가 있었고, 인터뷰에서 느꼈던 감정을 다른 방식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 민감한 내용을 다루다 보니 사진, 영상 자료가 없어 일러스트를 이용해 감정을 전달해보기로 했다.

 

인터뷰를 통해 본 소년범들은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본인들의 범죄를 멋있게 느끼기도 하고, 벗어나고 싶고 두렵지만 흐름에 휩쓸려 어쩔 수 없이 선택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 엉켜있는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화려하지만 약간 쓸쓸함이 느껴지고, 퇴폐적이면서도 이질적인 일러스트를 사용하기로 했다. 여러 조사 끝에 몇몇 일러스트레이터를 찾아냈고, 서울신문 기자들과 회의를 거쳐 김용오 일러스트레이터와 협업하기로 했다. 각 챕터의 내용을 일러스트로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스케치를 주고받으며 커뮤니케이션했고, 동시에 일러스트 속 작은 요소들을 따로 인포그래픽이나 재미 요소로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소년범 - 죄의 기록>에 들어간 일러스트 요소를 이용한 인포그래픽. 단순히 통계치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소년범을 표현하는 픽토그램이 칸 안에서 서성이고 있는 모습으로 정보를 표현했다. <출처 – 서울신문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협업하기

 

앞서 말했던 다양한 줄기를 이야기에 연결하려면 다양한 사람이 모여야 한다. 이야기에 경험을 연결할 때 혼자서는 한두 개의 경험 줄기밖에 연결할 수 없다. 기자들이 주요 관점을 갖고 글로 이야기를 만들어놓으면 사진작가나, 나 같은 외부 협업자가 조금씩 다른 줄기를 연결해 나가야 완성도 높은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서로 자기의 관점에서 이해하다 보니 협업 과정에서 서로 말이 안 통하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협업자는 이야기를 깊이 이해해야 한다. 그것이 기사라면 기사를 작성하게 된 기자의 감정과 의도를 자세히 알아야 하고, 홍보물이라면 홍보하고자 하는 대상의 차별점과 특징을 자세히 알아야 한다. 그렇게 협업자들이 이야기를 동일하게 깊이 이해해야만 본래 하고자 했던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새로운 연결고리를 추가할 수 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방향성이 선명한 것 같더라도, 협업자에게 어느 정도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협업은 내가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연결고리가 나올 때 그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한 사람이 주도적으로 계획해 그대로 실행해야만 하는 프로젝트는 그런 연결고리가 추가될 여지가 없다. 이런 형태는 협업이라기보다는 협조, 또는 업무 지시로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결국 협업이 잘 이뤄지려면 상대방이 하는 일에 대한 이해와 존중, 그리고 무엇보다 신뢰가 필요하다. 내가 시작한 프로젝트의 과정을 다른 사람에게 믿고 맡겨야만 협업이 가능한데, 처음 만난 사이거나, 이야기를 몇 번 나눠보지 않고서는 믿고 맡기기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처음 몇 번의 만남은 프로젝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보다는 프로젝트의 의도, 전달하고 싶은 감정 같은 것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나누려고 한다.

 

협업 방식의 작업은 사실 빠르고 싸게 진행하고 싶을 때 적절한 방법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충분한 의견 교환부터 만듦새까지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고, 필연적으로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그렇지만 새로운 경험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해보고 싶다면, 또는 좀 더 풍부한 관점의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 싶다면 협업을 통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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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 유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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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 : 2021-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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