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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종합일간지 국제신문이 발행하는 뉴스레터 <뭐라노>. 제목 그대로 지역 독자를 상대로 지역만의 특성을 살린 기획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뭐라노>의 탄생 과정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뉴스를 세 줄로 요약해 주는 것을 콘셉트로 삼은 국제신문의 뉴스레터 <뭐라노> <출처 - <뭐라노>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뭐라노>. “무슨 말이야?”의 경상도 사투리 버전. 국제신문이 제작하는 뉴스레터 이름이다.
뉴스레터 <뭐라노>가 탄생한 지 1년 3개월쯤 됐다. 그동안 300회가 넘는 뉴스레터가 구독자들을 찾아갔다. ‘되든 말든 일단 한 번 해보자’며 시작했던 뉴스레터는 어느새 국제신문 디지털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됐다. 뭐라노가 지나온 지난 15개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뭐라노의 시작 (feat.뭐라노 산파, 이동윤 기자)
“재밌는 아이템을 구상해보자. 실패해도 좋다.”
2019년 10월. 디지털국 내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나왔다. 무엇이라도 좋으니, 실현 가능성을 떠나 해보고 싶은걸 꺼내놓고 다 같이 고민해보자는 것이었다. 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만 하다 며칠을 보냈다. 그 유명하다는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도 몇번이나 읽어봤지만 ‘그래서 이걸 하는 데 투입되는 사람이 몇 명인가’ 싶은 생각이 들어 덮어버렸다.
아이템 회의 하루 전. 무심코 펼친 신문에서 제20대 마지막 정기국회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각 정당의 전략과 이해관계, 주요 쟁점을 다룬 기사였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마지막 문단까지 읽어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모르는 용어를 검색까지 해가며 읽어보다 정말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신문 기사의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기사를 써보는 건 어떨까.
어려운 기사를 담을 그릇이 필요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무언가를 설명할 때 자주 동원되는 ‘3줄 요약’이 떠올랐다. 그때까지도 긴가민가했지만 미국의 신생 언론 매체 악시오스(AXIOS)를 보고 확신을 얻었다. 악시오스의 슬로건은 ‘똑똑한 간결성’. 보도 포맷을 보면 이렇다. 우선 기존 기사의 리드 정도의 짧은 글로 기사를 정리해 보여주고 더 보고 싶으면 계속 읽기를 눌러야 한다. 제목과 리드 형태의 요약만 읽어도 맥락 파악이 가능하다는 것이 악시오스 기사의 최대 장점. 세부 내용도 사건 배경, 상세 내용, 생각해볼 점 등으로 나눠 일반 기사보다 읽기도, 이해하기도 쉽다.
어차피 지면에는 싣지 않는 온라인용이니 뉴스레터를 통해 독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다. 당시 뉴스레터는 뉴닉, 어피치로 대변되는 스타트업의 약진에 힘입어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으로 주목을 받던 때였다. 명칭에서 확실한 임팩트를 줘야 했고, 정체성을 살리고자 사투리를 쓰기로 했다. 이렇게 뉴스레터 <뭐라노>가 탄생했다.
“좋네. 진행하자!”
다음날 회의에서 아이디어가 덜컥 채택됐다. 일부 구독자를 대상으로 한 베타서비스를 거쳐 2019년 11월, 첫 뉴스레터가 발송됐다. 레터에는 매일 석줄로 요약한 3~5건의 부·울·경 뉴스를 실었다. 이해하기 쉽도록 말랑한 문체를 도입하고, 석 줄 요약보다 더 자세한 내용을 바라는 구독자를 위한 새로운 기사 버전도 만들었다.
반응은 놀라웠다. 오픈율이 30%를 웃돌았다. 구독자도 따박따박 늘어났다. 전국의 언론계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출처 - <뭐라노>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심폐소생술이 필요해
그런데 1년쯤 지나자 슬슬 동력이 고갈되기 시작했다. 오픈율이 주춤하고, 구독자 증가 추세도 더뎌졌다. 싸늘하게 식어 사망하기 전, 심폐소생술이 필요했다.
“마누라·자식 빼곤 다 바꿔”
삼성의 혁신 정신으로 대변되는 이 말처럼 <뭐라노>의 시그니처 ‘3줄 요약’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다 바꾸기로 결정했다. 무엇보다 핵심 독자층을 변경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20대를 위한 해설형 뉴스레터는 이미 레드오션. 신문사가 만드는 뉴스레터도 이미 차고 넘쳤다. 후발주자인 <뭐라노>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와 다른 정체성이 필요했다. 우리의 강점은 지역의 종합일간지인 국제신문이 만드는 뉴스레터라는 것. ‘지역성’은 수도권 언론 뉴스레터가 갖지 못하는 강점이고, ‘신뢰성’은 스타트업 뉴스레터와의 차별점이었다.
그렇게 해서 만든 새로운 타깃이 ‘부·울·경에 살고있는 40대 회사원 김개똥 씨’. 개똥씨의 입맛에 맞게 디자인도, 내용도 바꾸기로 했다.
누가 쓴건지 알 수도 없는, 기사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이 ‘잘 쓴 글’, ‘정확한 정보’에 목말라한다는 점에 착안, 디지털국에서 가장 연차가 높은 국장이 직접 글을 쓰기로 했다. 신문에서는 담아내기가 어려운 그래픽을 십분 활용할 수 있도록 비주얼 뉴스 코너(비주얼픽)도 새로 만들었다.
무엇보다 디지털 플랫폼의 장점을 살리려면 영상 버전을 도입해야 한다고 판단, 한 주에 가장 관심을 받았던 이슈를 정해 3~5분 분량으로 보기 쉽게 설명하는 영상을 만들었다. 토요일자 뉴스레터를 신설해 ‘영상 뭐라노’를 구독자들에게 발송했다. 신문이 제작되지 않는 토요일을 거꾸로 공략한 것이다.
3줄 요약 뉴스는 건수를 줄이되 한 건을 작성하는 데 더욱 공을 들였다. ‘꼴랑 3줄 나가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했지만 거꾸로 3줄에 모든 걸 담아야 했기 때문에 고민의 깊이는 더욱 깊었다. 신문에 게재되는 뉴스를 그대로 전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팀이 한 번 씹어 뱉어낸다는 생각으로 기사를 꼼꼼하게 분석했고, 내가 독자가 돼 지면 기사에서 부족하다 싶은 부분은 추가 취재도 했다. 디자인도 모두 뜯어고쳤다. 색감을 통일하고 디자인을 단순화해 가독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2주쯤 지나자 피드백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선 국장이 쓰는 에디터스픽(Editor’s Pick)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 기사인 듯 기사 아닌, 칼럼인 듯 칼럼 아닌 원고지 4~5매 짧은 글이 구독자의 마음을 파고든 것이다. 이 글 보려고 뉴스레터를 오픈한다는 구독자도 적지 않았다. 비주얼픽에 대한 호평도 쏟아졌다. 인터랙티브 뉴스, 동영상, 카드뉴스 등 국제신문 디지털국에서 제작하는 모든 형태의 디지털 콘텐츠를 집약해 담아낸 덕분이었다. 특히 부산 지역 초고층 건물 현황과 문제점을 담은 인터랙티브 홈페이지 ‘부뷰의 세계’,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자와 자신의 생각을 비교할 수 있는 ‘생각 닮은꼴 찾기’가 <뭐라노>에 실려 배달됐을 때 구독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진심으로 만들었다는 느낌이 난다”, “<뭐라노> 덕분에 코로나19로 지친 심신을 달랜다”, “눈높이에 맞춰 이해가 쉽고 재미있다”, “관심 분야를 콕 집어 줘서 좋다”, “요점이 분명하고 읽기 편하다”….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한동안 꿈쩍 않던 구독자와 오픈율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기자들이 소개한 구독자들에 더해 입소문을 타고 찾아오는 구독자도 늘었다. 석 달여 만에 구독자가 세 배가 됐다. 발송을 기다렸다는 듯이 뉴스레터 구독자의 약 20%는 오전 7시 뉴스레터가 발송된 후 한 시간 이내에 메일을 오픈한다.
이제 시작인데?
혹자는 물을지도 모른다. 돈도 받지 않는 무료 뉴스레터를 왜 하느냐고. 그렇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뉴스레터는 종이신문이 못하는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메일로 발송되는 뉴스레터 <뭐라노>와 종이신문 국제신문은 모두 국제신문에서 제작하지만, 그 역할은 분명 다르다. 그렇다 보니 종이신문이 포용하지 못하는 독자들을 <뭐라노>가 보듬어 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부·울·경이 고향인 타지 혹은 타국 거주자에게 종이신문을 발송할 순 없지 않은가. 신문을 다 읽을 시간이 없는 사람, 글보다 영상을 더 선호하는 사람, 일일이 기사를 찾아보는 걸 번거로워하는 사람들의 요구를 <뭐라노>는 충족시켜줄 수 있다.
독자와의 소통 통로로서도 <뭐라노>는 중요하다. 이전까지는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를 통해서 혹은 지면을 통해서 소개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요즘엔 <뭐라노>를 통해 독자와 직접적으로 소통한다. ‘찐’ 구독자를 확보하는 것 역시 <뭐라노>의 역할이다. 모두에게 열려있는 홈페이지와는 달리 뉴스레터는 개인별로 제공되는 서비스로, 구독자가 ‘이메일 로그인, 그리고 오픈’이라는 의지를 가져야만 볼 수 있다. 그만큼 <뭐라노>를 보는 구독자들은 진성 독자인 셈이다.
사실 양적인 성장은 여전히 미흡하다. ‘부·울·경 직장인은 <뭐라노>를 보는 사람과 안 보는 사람으로 나뉜다’라는 말을 듣는 것이 <뭐라노> 제작팀의 목표인데, 여기까지 가려면 아직 멀었다. 그래서, <뭐라노> 제작팀은 매일 더 많은 구독자와 소통할 방법을 찾고 있다. 우선 하반기에 구독자들을 위한 토크콘서트를 계획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진 않았지만 <뭐라노> 구독자만을 위한 양질의 강연을 열고, <뭐라노>를 매개로 구독자들이 소소하게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까 한다.
새로운 시도도 계속해볼 생각이다. <뭐라노> 제작팀에는 기자, PD, 그래픽 디자이너,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어낼 모든 인력이 다 모여 있어 어떤 콘텐츠라도 마음만 먹으면 제작할 수 있기에 가능한 계획이다. 뉴스레터 <뭐라노>가 국제신문만큼 지역에서 인정받는 날이 올 때까지 제작팀의 고민은 계속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