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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제작기] SBS <그것이 알고싶다> 유튜브 채널
취재기제작기 | 등록일 : 2021-04-08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그것이 알고싶다>와 달리, 이 프로그램의 유튜브 채널 <그알>은 사소하고 가벼운 콘텐츠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방송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시도로 구도자와 소통하고 있는 <그알> 제작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그알 마피아 게임’ <출처 – <그알> 유튜브 화면 갈무리>

 

 

‘그알 마피아’를 유튜브에 검색해보면 범죄심리 전문가와 <그것이 알고싶다> PD들이 둘러앉아 마피아 게임을 하는 진귀한(?) 영상을 볼 수 있다.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싶다>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어쩌다 ‘마피아 게임’까지 하게 됐는지 그 이야기를 찬찬히 들려드리고자 한다.

 

약 2년 전, SBS 시사교양본부에 ‘교양D스튜디오’라는 팀이 신설됐다. D는 디지털, 그러니까 30년간 방송 프로그램만 만들던 부서에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전담팀이 처음 생긴 거다. 나는 고민 없이 새로운 팀에 지원했다. 이 팀에선 ‘방송’의 틀에서 벗어나 새롭고 재미난 뭔가를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런데 당황스럽게도 내게 주어진 첫 미션은 <그것이 알고싶다>의 유튜브 채널을 만드는 것이었다. ‘방송’의 틀에서 벗어나기는커녕 <그것이 알고싶다>라는 더 무거운 틀을 뒤집어쓰게 된 느낌이었다. 강력 범죄나 사회의 민감한 이슈를 다루는 프로그램의 틀 안에서 얼마나 더 새로운 기획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그것이 알고싶다> 유튜브 채널(이하 <그알>) 오픈을 준비하며 가장 많이 고민한 건, 어떻게 해야 <그것이 알고싶다>에 ‘유튜브’라는 옷을 잘 어울리게 입힐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프로그램의 이미지에 누를 끼치지 않으면서 <그것이 알고싶다> 특유의 무거움을 조금은 내려놓고 싶었다. 우선 유튜브 로고부터 새로 만들었다. <그것이 알고싶다>의 상징과도 같은 기존 로고를 그대로 사용해도 됐지만, 로고에 변화를 줘 기존 로고가 주는 무거움을 덜어내고 싶었다. 사람들이 <그것이 알고싶다>를 줄여서 ‘그알’이라고 부를 때, 그 어감이 프로그램 성격과 달리 귀엽다고 늘 생각했는데, 그 단어를 활용해 유튜브 채널 로고로 만들었다.

 

가장 큰 고민은 콘텐츠 기획이었다. 그알 채널은 <그것이 알고싶다>에 뿌리를 두고 있긴 하지만 <그알>이라는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해 그 안에서 재미난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초기 기획 단계에서 <그것이 알고싶다>의 사건, 출연자, 제작진 등을 활용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흠집을 낼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는 기획을 하나둘 제외하다 보니 막상 남는 게 별로 없었다. 살아남은 콘텐츠는 ‘방송 요약본’, ‘담당 PD의 취재 뒷이야기’, ‘범죄심리 전문가와의 사건 분석’ 정도. 결국 그알 채널 초기엔 사건을 중심으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데 집중하게 됐다. ‘재미있게 만드는 것’보다 ‘문제없이 만드는 것’에 방점을 찍고 살얼음판 위를 걷듯 조심스레 채널을 운영한 시기였다.

 

 

<그알> 로고 <출처 – <그알> 유튜브 화면 갈무리>

 

 

사소한 질문에도 성실한 답변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다 보니 댓글 읽는 게 일상 업무 중 하나가 됐다. 방송과 달리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게 유튜브의 재미기도 하지만, 그알 채널 초기에는 예리한 피드백을 주는 시청자들 덕분에 진땀을 뺀 적도 많았다. 주로 섬네일에 사용된 이미지, 제목의 문구, 출연자가 사용한 단어 등에 대한 지적이었는데 댓글을 보며 ‘아차!’ 하는 순간이 꽤 있었다. 그런 경우 즉시 수정하고, 필요하면 댓글을 통해 종종 사과도 했다. 그러다 보니 ‘혹시 또 실수가 있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 때문에 댓글을 보는 게 스트레스였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과정들을 통해 시청자들이 불편해하는 요소들을 하나둘 제거해나가자 어느 순간부터는 시청자들이 그알 채널에서 보고 싶어 하는 게 뭔지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문제없이 만드는 것’에서 ‘재미있게 만드는 것’으로 방점을 옮겨 찍을 준비가 된 거다.

 

그런 생각으로 기획한 콘텐츠가 ‘그알저알’이다. ‘그것도 저것도 알고싶다’의 줄인 말로, 사건에 국한 짓지 말고 그알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가볍게 해보자는 의미다. 내가 직접 진행하는 토크 콘텐츠인데 구독자들이 댓글로 달아주는 질문 중 ‘이런 질문까지 답을 해줘야 하나’ 싶은 것까지 답을 해주는 게 포인트다. 그러다 일명 ‘고양이 꼬리 밟은 사건(?)’이 터지게 된다. <그것이 알고싶다> 본방송에서 취재하던 PD가 고양이 꼬리를 밟는 장면이 짧게 나간 건데, 방송 후 그알 채널에 관련 댓글이 무수히 올라왔다. ‘꼬리 밟힌 고양이 무사한가요?’, ‘고양이 꼬리 밟은 사건에 대해 해명해주세요’, ‘꼬리 밟힌 고양이에게 츄르라도 주셨나요?’ 등등. 그알 채널 초기였다면 그냥 웃고 지나쳤겠지만, 우리는 여기에 성실하게 답을 해주기로 했다.

 

 

‘그알저알’은 ‘그것도 저것도 알고싶다’의 줄인 말로, 사건에 국한 짓지 말고 그알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가볍게 해보자는 의미로 시작한 토크 콘텐츠다. <출처 – <그알> 유튜브 화면 갈무리>

 

 

우선 ‘그알저알’에서 ‘고양이 꼬리 밟은 사건’의 피의자인 취재 PD와 전화 연결을 통해 사건 당시 상황을 상세히 듣고, 피해묘의 안위 여부를 확인했다. 그리고 꼬리 밟힌 고양이에게 츄르(액상형 고양이 간식)라도 줬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취재 PD가 ‘츄르’가 뭔지 모르는 사실이 밝혀졌고 나는 ‘츄르 한 박스 기부할 테니 취재하다가 고양이 만나면 줘라’고 농담처럼 한마디를 던졌는데 그 영상이 올라간 뒤 ‘츄르 기부하셨냐’는 댓글이 꾸준히 달렸다. 그래서 나는 실제로 츄르 한 박스를 구입해 <그것이 알고싶다>팀에 기부했다. 사건 당사자인 서정훈 PD는 취재할 때마다 츄르를 가지고 다니며 길에서 만나는 고양이들에게 틈틈이 츄르를 줬고 그 상황들을 영상으로 기록해뒀다. 그리고 그알 채널에서는 그 영상을 활용해 ‘고양이 꼬리 밟은 PD 근황’이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제작해 올렸는데, 그 영상을 본 구독자들이 너무나 즐거워하는 게 느껴졌다.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 의도치 않게 나간 짧은 장면이 재미난 유튜브 콘텐츠가 되고, 그 안에서 나름의 스토리텔링이 생기며 재생산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제작자 입장에서 꽤나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그 과정에서 확실하게 느낀 게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알과 놀고 싶어 하는구나!

 

‘고양이 꼬리 밟은 PD 근황’ <출처 – <그알> 유튜브 화면 갈무리>

 

구독자들이 원하는 것을 하다

 

본격적으로 구독자들과 놀아보기로 했다. 다르게 말하면, 구독자들이 해달라는 대로 해보기로 한 거다. 이런 댓글이 있었다. “교수님들 방탈출 게임 하는 거 보고 싶어요” 이번에도 성실하게 응답해보기로 했다. 우선 박지선 범죄심리학 교수를 ‘그알저알’에 모셔 이 댓글을 읽어드렸다. 교수님은 “방탈출 말고 마피아 게임 어떠세요 여러분?”이라는 말을 구독자들에게 반대로 던졌고, 그 영상이 올라간 뒤 댓글창은 마피아 게임을 해달라는 댓글로 도배됐다. 많은 분들이 원하니 해보는 수밖에. 그렇게 해서 범죄심리 전문가들과 <그것이 알고싶다> PD들이 둘러앉아 마피아 게임을 하게 됐다.

 

<그알> 채널에서 마피아 게임을 한 게 뭐 그리 대수냐 생각할 수도 있는데, 나에겐 대수다. 그알 채널 초기에 이걸 했다면 아마 편집 톤도 제대로 못 잡았을 테고,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왜 그런 걸 하냐며 문제 삼는 목소리도 안팎에서 있었을 거다. 그알 채널이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구독자들과 교감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나는 <그알> 채널에서 <그것이 알고싶다>와는 또 다른 ‘그알’이라는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해 재미난 시도를 해보고 싶었다. 그동안은 조심스러운 마음이 늘 앞섰는데, 이제는 좀 더 공격적으로 다양한 기획을 해보려한다.

 

<그알>이라 할 수 있는 일, <그알>에서는 할 줄 몰랐던 일, 그리고 <그알>에서 꼭 해야 하는 일들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그알> 채널은 지금, 구독자들과 함께 그알 유니버스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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