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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신중하고 정확하게 보도돼야 할 백신 관련 보도. 우리 언론은 이를 어떻게 다뤘을까. 한국 언론의 백신 보도 특징을 요약·분석하고 향후 ‘좋은 기사’를 만들어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당혹스럽다” 서울대 출신 의사들이 호소하는 AZ 부작용>1)
<“아스트라제네카 치명적 부작용? 발기부전 사례 제보 돼”>2)
<의사 2명 “아스트라 백신 맞고 발기부전” 호소>3)
지난 3월 17~19일 언론에 게재된 기사의 제목이다. 제목만 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는 발기부전이라는 치명적 부작용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실상은 이렇다. 서울대 게시판 스누라이프(SNULife)4)에 의사 두 명이 접종 후기를 올렸는데 “일주일이 되도록 발기가 되지 않았다”고 적은 것이 그대로 기사화된 것이다. 물론 기사의 뒤편에는 코로나19 백신과 발기부전과는 상관이 없으며 오히려 코로나19 후유증으로 발기부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는 있다.
한국 언론의 관행을 보자면 이런 커뮤니티 글은 충분히 기사가 된다. 온라인 게시판 커뮤니티, 유명인의 페이스북을 그대로 전달하는 기사는 이미 일상화됐다. 게다가 이 기사는 뒤에 팩트체크까지 돼 있으니 구성상 흠잡을 데가 없다. 그러면 이 기사는 좋은 기사일까.
지난 3월 4일 자유언론실천재단-새언론포럼 주최로 ‘코로나19 백신보도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필자는 발제자로 참여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우리 언론은 평소 기사보다 백신 기사를 더 못 쓴 것은 아니다. 언론은 평소 하던 대로 했을 뿐이다. 다만 이게 ‘백신’에 대한 보도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다.
필자는 한국 언론의 백신 보도 특징을 여섯 가지로 요약했다. △오락가락 잣대 △사건 기사 취재 방식 △속보 중심 △기사 쪼개기 △당국 발표에 의존하는 보도 △방역의 정치화 등이다. 백신 보도가 아니라 다른 주제의 보도 특징이라고 해도 딱히 어색하지 않다.
과학 기사 아닌 사건 기사로 다룬 백신 보도
‘오락가락 잣대’는 한국 언론의 보편적 특징이다. 백신 확보와 관련해 한국 언론은 안전성과 시급성이란 기준을 오락가락했다. 정부가 3상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요 백신 확보를 제대로 안 했을 때 언론은 “백신 안전성이 확인이 안 됐더라도 일단 확보해야 했다”며 비판을 했다. 얼마 뒤 정부가 3상이 끝나지 않은 얀센과 백신 공급을 체결하자 ‘안전성을 강조하더니 미검증 된 얀센과 백신을 체결했다’며 비판했다. 백신 확보와 관련된 정부의 안이한 대응은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 하지만 안전성이면 안전성, 시급성이면 시급성, 비판의 기준이 일정해야 한다.
이런 보도 행태는 독자의 정파적 독해와 결부되면서 언론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한마디로 언론은 ‘까기 위해 깐다’는 인식이 강해진 것이다. 과정이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보면 정부가 백신 확보에 안이했던 것은 사실이고 3월 말 현재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지지자들은 ‘기레기들이 문제’라며 정부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정파성 강한 보도가 정파적 지지자들을 뭉치게 만들고 극단적이고 소모적인 대결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사건 기사 취재 방식’은 백신 보도의 기본적인 스탠스에 관한 문제다. 이재갑 한림의대 감염내과 교수의 말을 빌리자면 ‘백신은 과학’이다. 백신 보도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백신 접종 뒤 사망과 관련해 한국 언론은 전형적으로 비과학적 방식을 취해왔다.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에 유행하는 ‘더블 팬데믹’을 우려한 방역 당국은 지난해 독감 백신 접종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나섰다. 언론은 접종 후 사망신고가 들어올 때마다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이라는 단정적 표현을 쓰며 부정적 보도를 쏟아냈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독감 백신 접종 후 110명의 사망신고가 있었으나 인과성이 확인된 것은 한 건도 없었다. 시간상 선후관계였을 뿐이다. 부정적 보도 때문인지 독감 백신 접종률은 2019년 73.1%에서 2020년 64.0%로 9.1%나 떨어졌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사도 크게 떨어졌다. 국제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15개국을 대상으로 2020년 10월과 12월 두 차례 백신 접종 의사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한국은 83%에서 75%로 두 달 만에 8%p 하락했다. 15개국 중 4번째로 하락 폭이 컸다.[그림 1] ‘지금 당장 맞겠느냐’는 질문에는 국민의 12%만이 ‘그렇다’고 응답했다.[그림 2]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언론 보도에 큰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그림 2] 국가별 백신 접종 시기에 대한 의사 <출처 - 필자 제공>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백신 보도는 재난 보도와는 달라야 한다. 신속성이 강조되는 재난 보도와는 다르게 백신 보도는 백신 수용성이란 공동 이익이 있기 때문에 백신 접종 부작용이 공식 확인되기 전까지는 보도에 신중해야 하며 단정적인 표현을 쓰면 안 된다. 그런데 언론은 과학 기사가 아니라 사건 기사로서 백신 보도를 이어나갔다. 한국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지난해 4월 공동제정한 ‘감염병 보도준칙’에 따르면 대혼란, 패닉, 공포, 창궐 등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지 말게 돼 있으며 국민의 생명 보호와 안전에 직결되는 만큼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 보도하게 돼 있다. 스스로 만든 감염병 보도준칙을 상당수 언론이 지키지 않은 것이다.

언론이 오히려 방역의 정치화 부추겨
‘속보 경쟁’ 관행은 백신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을 더욱 조장했다. 3월 3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백신 접종 후 영국 402명, 독일 113명 등 유럽에서도 사망신고가 이어졌지만 인과관계가 확인이 안 된 단순 신고였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했다. 하지만 연합뉴스를 비롯해 많은 언론은 <백신 접종 후 사망 현재까지 영국 402명, 독일 113명 등>이라는 제목의 속보 기사를 쏟아냈다. 방역 당국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과는 정반대의 기사였다. 추후 인과관계가 없다는 내용이 추가된 기사가 나왔지만 속보를 본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백신 접종 뒤 사망만 남았을 가능성이 크다.
‘기사 쪼개기’는 속보 경쟁으로 파생된 부작용이다. 언론은 분석적이고 종합적인 기사를 쓰기보다는 사실관계가 하나 나올 때마다 대여섯 줄짜리 기사를 썼다. 이런 경향은 백신 보도 이전부터 지속돼 왔던 한국 저널리즘의 특징이다. 클릭수 최대화가 목표인 언론은 자극적 헤드라인과 함께 짧은 기사를 남발해왔다. 사람들은 기사의 홍수 속에 백신 접종 뒤 부작용이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었다. 가끔 좋은 분석 기사가 올라왔지만 포털은 그런 기사를 제대로 노출하지 않았다.
‘당국 발표에 의존하는 보도’ 역시 문제다. 기자 중에 전문가도 많고 좋은 기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상당수 기사는 전문기자가 아닌 기자들이 화제성으로 작성했다. 클릭수를 위한 기사가 좋은 기사를 양으로 압도했다. 하루 단위로 소비되는 짧은 기사만 보고서는 독자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다. 반면 해외에는 랜드마크라고 부를 만한 기사들이 많이 나왔다. 뉴욕타임스에서 코로나19 보도를 이끌고 있는 칼 짐머(Carl Zimmer) 기자는 과학 그래픽 에디터인 조너선 코럼(Jonathan Corum)과 함께 ‘코로나바이러스 백신트래커(Coronavirus Vaccine Tracker)’5)라는 별도의 페이지를 만들었다. 이 페이지는 백신 개발 현황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백신 정보와 부작용 가능성, 과학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정보를 한곳에 모은 이런 페이지는 독자들에게 상당히 유용하다. 이런 사이트는 언론사의 자원을 투입해야만 가능한데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투자에 인색한 것이 현실이다.
방역의 정치화, 백신의 정쟁화도 오래전부터 지적됐던 문제다. 정치인들이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했을 때 상당수 언론은 이들의 발언을 그대로 제목으로 뽑으며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했다. 이런 정치인 발언 기사는 주로 정치부나 온라인 뉴스팀에서 소화했는데 백신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팩트체크’ 없이 그대로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 언론의 ‘따옴표 저널리즘’이 하루 이틀은 아니지만 백신 보도에 있어서는 그 부작용이 심각했다.
이런 언론 보도는 이념에 따른 국민의 백신 접종 의사에 큰 차이를 만들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역, 교육 수준, 소득, 직업은 백신 접종 의사에 큰 차이를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여당 지지자는 82%, 야당 지지자는 68%만 접종하겠다고 해서 통계적으로 분명한 차이가 났으며 ‘매우 진보 성향’은 83%, ‘매우 보수 성향’은 47%만 백신을 맞겠다고 응답해 거의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지난해 6월 미국의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마스크를 거의 대부분 쓴다는 민주당 지지자는 76%였는데 공화당 지지자는 53%에 그쳤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서 방역에 심각한 피해를 입힌 것인데 방역의 정치화를 완화해야 하는 언론이 오히려 이를 부추긴 것이다.

잘하지도 못하지도
하던 대로 보도했을 뿐
필자가 소속돼 있는 뉴스톱은 2020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14개월간 국내 주요 75개 언론의 코로나19와 백신 기사를 수집해 비교 분석했다. ‘코로나’, ‘백신’, ‘문재인’,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청)’ 등 5개의 키워드로 기사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백신’과 ‘문재인’에서 뚜렷한 양적 선형 관계가 발견됐다. 백신 기사가 늘면 문재인 대통령 기사가 늘고, 반대로 문재인 대통령 기사가 늘면 백신 기사도 증가한 것이다. 반면 백신과 질병관리본부, 백신과 정은경은 양적 상관관계가 상대적으로 약했다. 백신 기사에 문재인이 등장하는 이유는 여야 할 것 없이 정쟁으로 백신에 접근했고 언론도 이를 중계 보도했다는 증거다.
이어서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빅데이터분석시스템 ‘빅카인즈’6)에서 ‘백신’과 ‘문재인’의 상관계수를 분석한 결과, 피어슨 상관계수가 0.38이 나온 반면 백신과 정은경은 0.11이 나왔다. 0.3 이상이면 상당히 큰 상관관계가 있다는 의미이고 0.1 안팎이면 상관관계가 거의 없거나 크지 않다는 의미다. 또 빅카인즈에서 ‘코로나 백신’ 키워드로 뉴스 연관어를 분석한 결과 모더나, 화이자,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바이오앤테크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6위로 나왔다. 질병관리청은 25위였다.[그림 3]

백신의 부작용 가능성을 집중 점검하는 것은 언론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정부가 제때 백신을 확보 못 한 것에 대해 지적하는 것도 언론 본연의 감시 기능이다. 문제는 더 긴 호흡의 좋은 분석 보도가 부족했고 가물에 콩 나듯 나온 좋은 기사가 클릭수에 압도돼 눈에 띄지 못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언론의 백신 보도에 높은 점수를 줄 수는 없다. 하지만 평소보다 더 못했다고 볼 수 없다. 한국 언론은 하던 대로 보도했을 뿐이다. 여기에 우리의 고민 지점이 있다.
희망적인 것은 엉망진창 백신 보도가 점점 줄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토론회가 열리고 백신 보도에 대한 비판 기사가 나오면서 시민들이 자극적인 보도를 질타하고 나선 것이 주원인으로 보인다. 사회적 압력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실제 처음 언급한 ‘백신 접종 뒤 발기부전’ 기사는 포털 기준으로 5개 언론에서만 보도했다.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다. 하지만 인과관계가 전혀 없는 백신 접종 뒤 발기부전 경험 기사는 아예 쓰지 않는 것이 맞다.
코로나19는 아마도 올해 안에 종식되기는 힘들고 내년에도 백신과 감염병 보도는 계속될 것이다. 언론 보도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개별 언론사는 물론, 포털의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잘한 언론을 칭찬하고, 못한 언론은 꼭 집어서 비판하는 독자들의 현명한 태도도 중요하다. 좋은 기사는 언론과 독자, 포털, 정치가 함께 만든다.
1) 이미나, <“당혹스럽다” 서울대 출신 의사들이 호소하는 AZ 부작용>, 한국경제, 2021.3.17, https://www.hankyung.com/life/article/2021031736597
2) 나원석, <“아스트라제네카 치명적 부작용? 발기부전 사례 제보 돼”>, 금강일보, 2021.3.18, http://www.gg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834882
3) 백성주, <의사 2명 “아스트라 백신 맞고 발기부전” 호소>, 데일리메디, 2021.3.19, http://www.dailymedi.com/detail.php?number=867471&thread=22r12
5) https://www.nytimes.com/interactive/2020/science/coronavirus-vaccine-tracker.html
6) 빅카인즈(https://www.bigkinds.or.kr/)는 1990년 1월 1일부터 기사 작성 시점(2021년 4월 1일)까지 54개 매체의 7,018만 8,724건의 기사를 수집·공개하고 있다. 편집자 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