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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제작기] 당진시대 <공무원 턱스크 보도> 그 후
취재기제작기 | 등록일 : 2021-05-07

작년 11월, 당진시청 소속 한 공무원이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고 카페에 갔다 논란이 된 사건이 발생했다. 지역신문 당진시대는 실명 보도 원칙에 따라 해당 공무원의 이름을 공개했고 이후 사건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이른바 ‘공무원 턱스크 논란’ 사건의 전말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당진시청 소속 공무원의 ‘턱스크’ 논란을 다룬 당진시대 기사 <출처 - 당진시대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모든 직업엔 저마다 갖는 직업적 숙명이 있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죽음을 맞닥뜨려야 하는 의사처럼, 언제 어디서나 처참한 사고 현장을 마주해야만 하는 소방관처럼…. 일을 통해 보람을 느끼고,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있지만 인간적으로 힘든 순간이 찾아오곤 한다. 이 일을 선택한 자기 자신이 감내해야 하는 직업적 숙명이다.

 

지난해 11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이 당진에서 벌어졌다. 당진시청 소속의 한 간부 공무원(5급 사무관, 과장급)이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카페에 갔다가 카페주인이 이를 지적하면서 일었던 이른바 ‘공무원 턱스크 논란’이다.

 

YTN에서 이를 최초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 뉴스를 다룬 YTN 유튜브 영상의 조회수는 160만 회 이상을 기록했고, 포털사이트 메인에까지 걸리며 뉴스가 확산됐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막 시작된 때였고, 코로나19로 다들 마스크 착용에 민감해져 있는 상태에서 벌어진 일에 해당 공무원에 대한 전국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뉴스 댓글과 당진시청 홈페이지, 지역 커뮤니티, 온라인카페 등에서 그야말로 십자포화가 며칠 동안 이어졌다.

 

당진 지역의 지역신문인 당진시대에서도 해당 뉴스를 다뤘다. 문제가 됐던 공무원을 직접 인터뷰해 당시의 상황 등에 대해 크로스체크를 했고, 공무원 입장에 반박하는 카페 업주의 입장도 추가로 전했다. 다만 다른 언론과는 달리 논란을 빚은 해당 공무원의 실명을 공개했다. 과장급 간부 공무원은 지역의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지역사회에 그만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사가 나간 뒤 당진시청 공무원 노조에서는 실명 보도를 철회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당진시대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취재원의 신원을 보장하는 익명 보도는 제보로 인한 불이익이 예상되거나 범죄 피해자, 미성년자 등일 경우가 아니면 매우 신중하고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배웠다. 그동안 당진시대는 매우 완벽하진 않더라도 언론으로서의 윤리와 원칙을 지키고자 노력해왔던 만큼 이번에도 언론으로서 최선의 판단을 했다고 믿었다.

 

문제는 한 달쯤 지난 뒤 다시 불거졌다. 해당 공무원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투신해 장애를 입게 된 것이다. 이후 공무원 노조에서는 이러한 불의의 상황이 벌어진 것과 관련해 당진시대 신문을 집단적으로 절독했다. 당진시청 각 부서와 읍·면·동사무소에서 구독하던 신문 70여 부 중 50부 이상을 구독 해지했다. 더불어 당진시대 기자들의 취재에 대해 홍보팀을 통해서만 답변하는 취재 제한 조치도 이뤄졌다. 지역사회의 어떠한 사안에 대해 담당 공무원에게 직접 취재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실명 보도가 불러온 파문

 

직업적 소신을 지키고자 했던 것이 불러온 파장이 작지 않았다. (당진시대 실명 보도 때문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가 사회적 비난을 견디다 못해 투신했고, 신문사는 50여 부의 구독자가 한꺼번에 줄었다. 또 내가 소속된 신문사 기자들이 주요 취재처에 대해 취재를 자유롭게 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에 기사를 쓴 기자로서 개인적인 충격이 컸다. 한동안 그리고 여전히 무엇이 잘못됐나 하는 혼란 속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무원 노조와 당진시대 간의 긴장이 계속된 지 2주 만에 신문 집단 절독과 취재 제한에 대한 당진시장의 유감 표명이 있었다. 이후 공무원 노조와 대화의 자리를 가지며 이번 사태에 대해 어느 정도 마무리를 짓게 됐다. (절독했던 신문 50여 부의 구독이 아직까지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대화의 자리에서 공무원 노조는 이번 ‘턱스크 논란’ 기사뿐만 아니라 당진시대가 보도해온 기타 다른 기사에서도 담당 공무원들의 실명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우려와 불편함을 전했다. 처음엔 당진시 행정과 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건가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일면 입장이 이해되는 부분도 있었다. 3년 차 이내의 공무원들이 기자의 질문에 무심결에 대답했다가 그게 실명으로 보도되면서 상처를 받았다는 게 대표적이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과장과 팀장을 대상으로 취재하고 직함까지만 보도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여전히 실명 보도라는 원칙을 끝내 지켜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뒤통수가 뜨겁다.

 

실명 보도가 개인정보 침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언론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주장이다. 이번 공무원 턱스크 논란을 비롯해 신문에서 취재원을 실명으로 다루는 지역 현안은 개인의 은밀한 사생활의 영역에 해당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것도 아니므로 실명 보도가 잘못됐다고 보기 어렵다.

 

또 어떤 사람들은 “다른 언론 모두 익명 보도하는데 굳이 좁은 지역사회에서 불편과 비난을 감수하면서 실명 보도를 고집해야 하느냐”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하나의 원칙이 무너지면 또 다른 원칙들을 지켜내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노파심 때문에 마음 한편에 얹힌 무거움을 쉽사리 덜어낼 수 없는 것 같다.

 

10년 전,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며 오랫동안 꿈꿔온 기자의 꿈을 당진시대를 통해 펼쳐왔다. 작은 지역신문이지만 편집권을 침해받지 않고 건강한 언론으로서 사명을 다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컸고 여전히 그 마음엔 변함이 없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찾아온 혼란 속에서 나는 여전히 좌충우돌하며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방황하며 헤매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문득문득 찾아올 일련의 사건들이 나를 또 혼란에 빠뜨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포기하지 않는 한 기자로서의 삶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나는 정답 없는 질문을 계속 마주해야 한다. 이는 내가 감내해야 할 나의 직업적 숙명으로 남아 있다.

 

 

 

당진시대는… 


1993년 11월에 창간했다. 지방자치와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당시 지역 주민의 참여 속에 국민주를 모아 창립했다. 지금은 850여 명의 시민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언론윤리를 준수하며 지역 권력에 대한 비판·견제·감시 등 언론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자 노력해왔고, 그 결과 비교적 건강한 지역신문으로 성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설치된 이후 지금까지 17년 연속 우선지원대상사로 선정돼왔고, 전국 지역 주간신문 가운데 유료부수 3위, 충청권 1위를 수년째 유지하고 있다. 최근 미디어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지난 2018년 당진시대방송미디어협동조합(현 충남콘텐츠연구소 지음협동조합)을 설립해 영상 분야까지 지역 언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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