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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포럼] 위기의 지역방송, 지원 방안은?
미디어포럼 | 등록일 : 2021-06-04

지역방송은 여러 차례 위기를 겪어왔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전 세계적인 방송 환경 변화의 영향도 있지만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탓도 크다. 지역방송이 위기에서 벗어날 해법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지난 25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지역방송에 대한 위기는 여러 차례 경고음이 있었다. 중앙의 지상파방송도 오랜 기간 방송 시장에서 독과점 구조를 유지했지만, 방송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시청률 하락과 영향력 쇠퇴는 불가피했다. 중앙네트워크에 편입돼 경제적인 재원에 주로 의존했던 지역 지상파방송은 중앙의 광고 매출 급감에 속수무책이었다. 광고 매출의 하락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 지역방송의 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동안 몇 차례에 걸친 지역방송의 위기를 구분해보면, 첫 번째 위기는 1995년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의 연이은 등장과 1998년 IMF 경제위기 때부터다. 지역방송 초유의 경영 위기였다. 대기업 등 주요 광고주의 생존이 어려워지면서 방송 광고의 예산을 대폭 줄였다. 당시 지역방송은 살을 깎는 가혹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 지역MBC는 명예퇴직 등을 실시해 기존 인력의 30~40%를 내보냈다. 갓 출범한 지역 민방도 구조조정은 물론 경기 침체에 따라 광고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을 체감하면서 이후 제작비 등의 투자에 인색하게 됐다.

 

두 번째 위기로 경기회복과 함께 지역방송의 지역 내 배타적 독점 지위가 위성방송의 출범을 앞두고 요동치게 된 것을 들 수 있다. 전국적인 방송 서비스가 가능한 위성방송의 등장은 네트워크 체제의 지역방송에는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이에 당시 노조를 중심으로 한 적극적인 정책 대응으로, 전국 권역 대신 지역별 재송신을 관철했다. 이후 지역방송의 가시청권 내 배타적 독점을 기반으로 한 경영 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 체득됐다. 이때부터 지역민방은 매출액에서 광고 매출의 비중을 줄이면서 협찬과 사업 그리고 방송 사업 이외의 매출 확보에 전력을 기울였다.

 

세 번째 위기는 미디어 관련 법 개정으로 4개의 종합편성채널 허가와 1개의 보도전문채널이 방송시장에 한꺼번에 진입하면서 예고됐다. 특히 종합편성채널 시청률이 갈수록 조금씩 늘어났다. 지상파방송의 시장점유율은 서서히 잠식됐다. 몇몇 종합편성채널, 연합뉴스TV 그리고 오락 전문 채널인 tvN 등의 프로그램 시청률이 상승하면서, 광고주는 지상파방송 위주의 방송 광고 집행을 분산하기 시작했다. 여러 다양한 인기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규모가 큰 방송사에 광고가 쏠리는 현상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이는 지역방송은 물론 중소 규모 방송사의 광고 매출 하락으로 직결됐다. 방송 사업자 그것도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신문사의 방송 겸영은 방송 광고뿐 아니라 협찬과 연계 사업을 엮어 마케팅을 강화할 수 있게 했다. 한 종합편성채널의 경우 방송 매출에서 차지하는 협찬 비율이 광고 매출 비율을 상회하기까지 했다. 경제적인 요인과 함께 경제 외적 요인에 따른 결과기도 하다. 국내 방송 시장 내에서 경쟁력을 가진 방송 사업자들이 진입하면서 지역방송에 집행될 방송 광고를 포함한 방송 재원의 몫이 줄어들게 됐다.

 

마지막으로 지역방송의 현재 위기는 이미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다. 지난 10년간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 기기를 통한 동영상 이용이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에 지상파방송 시청률은 떨어지면서 동시에 광고 매출액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이른바 ‘닥본사(닥치고 본방송 사수)’의 이용 행태 대신에 언제 어디서든지 내가 필요한 시간에 마음대로 동영상을 이용하는 현상이 일상화됐다. 이에 2017년 이후 지상파방송의 매출액은 차츰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용 행태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만성적인 현상이 되다시피 했다. 특히 중앙네트워크에 전파료와 결합 판매 등으로 주로 연명했던 지역방송은 지난 5년간 매출액 감소가 두드러졌다. 상대적으로 지역 민방은 방송 사업 매출 이외의 매출 비중을 늘리면서 그런대로 수익을 유지했으나, 지역MBC는 수년간 방송 사업 매출액이 거의 50%나 줄어들었고 누적 적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그동안의 적자는 사내 유보금으로 근근이 버텼지만, 일부 지역MBC는 내년에는 차입 경영을 할 정도로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돌파구 찾기 위한 다양한 노력


지상파방송은 올해 7월부터 중간광고의 허용 등 그동안의 비대칭규제를 완화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으로 광고 재원 확보가 그나마 가능해졌다. 그렇지만 지역방송은 광고 결합 판매 등이 폐지될 경우 중간광고의 혜택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방송의 위기는 방송 시장의 변화에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못한 방송사 경영진을 포함한 구성원들의 다소 안일한 인식과 어설픈 대응에서 비롯된 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KBS는 2019년 지역을 9개 총국 중심 체제로 전환하고, 또 ‘수신료 현실화’로 경영의 돌파구를 찾고자 한다. 나름 수신료 문제 해결이 지역성 강화로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KBS 지역 시청자에 대한 방송 서비스는 그리 긍정적이지 못한 측면이 있다. 지역뉴스 시간은 확대했지만, 지역 프로그램 제작과 편성 비율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또 다른 공영방송인 MBC는 지역MBC의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메가MBC’ 프로젝트를 지난 2월에 천명했다. One MBC, 본사와 지역사 간의 합병 투트랙, 구성원 간의 합의, 고용보장 등 4대 원칙을 내세워 중앙네트워크가 지역사와 합병을 통해 계열사 체제를 대폭으로 개편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른바 ‘MBC세종’ 출범을 1차 목표로 본사 인력과 대전MBC, MBC충북 인력을 포함한 합병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한다. 박성제 MBC 사장은 지역MBC를 방문해 지역방송 구성원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는 등 발 빠른 횡보를 보였다. 빠르면 올해 안으로 구체적인 결과를 내려고 한다.

 

이에 비해 지역 민방은 상대적으로 경영 여건이 양호한 편으로, KNN 등 비교적 규모가 큰 지역 민방은 지상파방송의 교차 소유 제한의 완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 구현을 주장한다. 일부 지역 민방은 매출액 대비 지역 프로그램 자체 제작비 비율 완화를 요구한다. 또 방송 광고 결합 판매의 변화에 따라 광고 매출을 어떻게 확보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지역방송의 경우, 지역성이라는 공익적인 가치를 수행할 책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공공재의 투입에 정책 당국이 얼마나 관심과 지원이 있었는지를 되물어 봐야 한다. 방송법 개정 이후 방송통신위원회 산하에 지역방송발전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지역방송은 물론 지역 시청자가 만족할만한 성과를 여태껏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따르면 수도권 집중으로 지역 불균형 문제가 제기됐고, 지역 시청자들은 지역의 소멸 위기에 대한 인식이 생기면서 지역방송에 대한 환경 감시 활동을 기대한다. 언론으로서 지역신문의 역할과 영향이 다소 미진한 가운데, KBS 1TV 7시 지역뉴스 확대를 비롯해 각 지역방송의 뉴스와 기획보도 등의 성과는 조금씩 나타난다. 한국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의 ‘이달의 기자상’에 지역 부문 수상 내역을 보면 지역방송의 환경 감시 활동은 비교적 활발하다.

 

통상 지역방송은 두 가지 주요 기능을 담당해야 할 책무가 있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지역사회의 환경 감시 활동이 첫 번째 책무다. 이런 기능은 거버넌스 체제와 함께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협찬이나 사업 등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지역방송은 감시 활동에 느슨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상대적으로 거버넌스 체제와 재정적인 압박이 덜한 지역KBS 그리고 거버넌스 체제가 공영인 지역MBC가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자치단체장의 감시 활동에 더 적극적이다. 지역별로 다소 온도 차는 있겠지만 소유가 민영인 지역 민방은 감시 활동이 무뎌질 때가 더러 있다. 사주의 이해관계나 지방자치단체의 협찬이나 사업 등의 이해관계가 개입될 경우 언론의 책무에 소홀할 수도 있다.

 

이에 비해 지역 민방은 지역KBS와 지역MBC보다 자체 편성 비율이나 제작비 투입 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전체 지역 프로그램의 편성 비율이 30% 내외다. 지역 민방의 경우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제작비에 투입하도록 의무화돼 있어서 양적인 면뿐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지역 시청자의 프로그램 복지 실현에 한층 앞서가고 있다. 따라서 두 번째 책무인 지역 시청자들을 위한 방송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 상대적인 우위를 차지한다. 지역뉴스 시간이 늘어나고 토론을 포함한 다양한 프로그램 제작과 편성이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2020년 한 해 동안 지역에서의 시청률과 시청점유율도 경쟁 지역방송을 다소 앞서가거나 근접한 수치를 보여준다.

 

서울과 수도권 중심에서 비롯된 위기

 

지역방송의 위기는 구조적으로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정치, 경제적, 사회적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앙과 지역의 불균형에 따른 지역의 위기가 고스란히 지역방송의 위기를 초래했다. 따라서 지역방송을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는 해법은 앞서 얘기한 두 가지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도록 지원해 주는 데 있다.

 

먼저 재원의 뒷받침없이 지역방송의 위기를 타파할 수 없다. 거버넌스는 물론 재원의 안정화가 절실하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지역방송발전위원회는 다섯 차례에 걸쳐 위원이 선임됐으나 예산은 그대로다. 기금의 획기적인 확대가 요원한 상태에서 40억 원 남짓의 예산은 지역방송에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할 뿐이다.

 

게다가 지역방송의 야심 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외부에서 제작비를 지원받지 않는 한 제작은 꿈도 못 꾼다. 자체적으로 제작비를 투입할 여유도 없을 뿐 아니라 제작비 예산도 전적으로 외부 지원에 의존한다. 일부 광역지자체는 지역방송 등 지역 언론에 대한 지원 조례를 만들어 ‘선의의 지원’을 마련하고 있으나, 지역방송에는 ‘코끼리 비스킷’에 불과하다. 한국전파진흥협회(RAPA) 등에서 매년 제작비 지원을 하고 있지만, 지역방송에 돌아갈 제작비는 그리 넉넉하지 못한 실정이다.

 

그동안 지역방송은 네트워크의 수중계에 따른 전파료와 결합 판매 등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이 시스템으로 지역방송은 재정적인 안정화를 유지해왔다. 이런 수익 구조는 방송 환경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 MBC의 이른바 ‘메가MBC’ 프로젝트가 변화의 시발점이다. 네트워크와 지역방송은 이제부터 수직적인 체제에서 벗어나 중앙에 치우친 인적, 물적 자원의 지역에 재배분하는 등 수평적인 체제로 변화할 시점이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를 포함해 국회 등에서 지역방송의 지원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재정적인 지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역방송에 대한 지원 타이밍은 다소 늦었지만, 지금부터 지원 체제를 새로 구축하고 면밀하게 지원책을 준비해야 한다.

 

지역방송의 재정적인 지원 목적은 앞서 얘기했듯이 지역방송이 언론으로서 역할을 유지하면서 지역 시청자들에게 필요한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다. 먼저 지역사회의 감시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역 지자체의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지원 확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집행하는 정부광고 수수료의 일정한 비율을 지역방송에 할당하는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먼저 지역방송은 방송 광고 매출의 일정 비율을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낸다. 방송통신발전기금은 지역방송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방송사에 부과되는 비율을 몇 해 동안 조금씩 줄여왔다. 포털과 OTT 등 새로운 동영상 사업자 등은 관련 법령이 마련되지 않아 기금을 부과하는 대상이 아니다. 방송통신발전기금의 획기적인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오래전에 제기됐음에도 기금 부과 대상은 늘어나지 않았다.

 

다음으로 일찍이 정부광고 수수료에서 지역방송 등 중소 규모의 방송 사업자에 대한 지원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방송 광고에 집행하는 정부광고의 수수료 징수 주체를 둘러싸고 정부 부처와 관련 기관 간의 힘겨루기가 국회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자칫 지원이라는 염불보다 밥그릇이라는 잿밥을 놓고 다투는 모양새가 마뜩잖다. 정부광고의 일정 비율 제작 지원 필요성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지원 방향이나 지원 비율 등 실질적인 논의는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집행하는 정부광고 수수료를 기반으로 한 언론 지원의 일정 비율을 지역방송에 할당하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방송사 스스로 변화와 혁신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이뤄지고 지원의 필요성이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이 시점이야말로 지역방송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절호의 기회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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