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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포럼] P4G 서울 정상회의 기념 국제언론 포럼
미디어포럼 | 등록일 : 2021-07-02

지난 5월 30~31일 환경 분야 다자 정상회의인 P4G가 서울에서 개최됐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린 특별한 회의를 기념하기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주도로 국제언론포럼도 열렸다. 전 지구적 과제인 기후 위기를 언론은 어떻게 대중에게 전달해야 할까. 그 해답을 함께 찾아본다. 편집자 주 

 

 

환경 분야 다자간 정상회의인 P4G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주도로 지난 5월 20~21일 국제언론포럼이 열렸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지난 5월 30일과 31일 이틀 동안 서울에서는 환경 분야 다자간 정상회의인 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가 개최됐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을 담은 ‘서울 선언문’이 정상회의 결과 채택 되기도 했다. 

 

P4G는 현재 전 지구 최대 당면 과제인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달성을 가속화하기 위해 2017년에 출범한 글로벌 이니셔티브다. 출범을 주도한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2018년 10월에 제1차 회의가 열렸고, 이번 2021년 5월에 서울에서 제2차 회의가 열렸다.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환경 분야 다자 정상회의’로서 개최만으로도 의미를 가지는데, 2021년은 기후환경 분야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해이기에 더욱 각별한 의의를 가진다. 2015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파리협정을 채택함에 따라, 국제사회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본격적으로 행동을 시작하는 첫해가 바로 2021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별한 회의를 기념하기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주도로 국제언론포럼이 열렸다. 한국과 미국, 유럽(덴마크, 네덜란드), 아프리카(케냐, 에티오피아)의 언론인과 전문가가 한데 모여 ‘기후변화와 언론의 역할’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복잡다단한 기후변화, 중요해지는 언론의 역할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고, 수많은 연구 결과가 기후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입증한다. 이렇게 나타나고 있는 결과들은 너무나도 명백한데, 해결하기엔 매우 어려운 문제기도 하다. 특히, 화석 연료에 기반한 인간의 활동이 가장 큰 원인인 만큼, 우리 경제활동과 굉장히 밀접하다.

 

이러한 점에서 언론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시민들은 기후변화를 직접 체감할 수도 있지만, 주로 언론 보도를 통해서 그 정보를 얻는다.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의 경우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한다. 실제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인 내용이 적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의 보고서는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기술적이고 과학적인 자료들로 구성돼 있는데, 언론은 이 내용을 대중이 알기 쉽게 잘 전달해야 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자료들을 통해 사회적으로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해결책은 무엇인지 등을 제안하며 사회적으로 공론화해야 한다. 기후변화는 한두 개의 공장이나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언론은 시민들의 참여와 동참을 통해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 형성된 여론으로 사안에 대한 시급성과 중요성을 알려서 정책으로 이끌어 내야하는 것도 언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또 정책이 수립됐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수립된 정책에 대한 감시자 역할 또한 맡아야 한다.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정책적으로 가장 큰 부분 중 하나가 바로 ‘탄소 중립 목표’인데, 이 목표를 위한 정책들이 제대로 실행이 되고 있는지 계속해서 감시해야 한다.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면, 이 계획이 후퇴하지 않도록 대형 탄소 배출 기업들에 대한 감시와 시민의 관심을 이끌어 내야 한다. 또 정책이 바뀐다

 

고 했을 때, 과거에 정책이 실패한 이유와 바뀌는 근거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도 언론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여러 가지 규칙과 법을 통해서도 할 수 있겠지만, 이 과정에서도 또한 언론은 빠질 수 없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렇듯 언론은 복잡하게 나타나는 기후변화 문제들을 토론할 수 있는 창구이자, 전문가와 대중, 그리고 정치인 사이의 매개체 역할을 해야 한다.

 

 

‘기후변화와 언론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P4G 서울 정상회의 기념 국제언론포럼 ©한국언론진흥재단

 

 

과학·정치 사이에서의 균형

 

기후변화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과학적인 사실’이지만,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에 정책, 더 나아가 정치와도 뗄 수 없는 문제기도 하다. 기후변화가 정치에 많은 영향을 받는 나라로는 미국이 대표적이다. 미국에선 미국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하는 행정 집행 명령권한인 ‘행정명령’이 있다. 입법과 비슷한 효력을 지니는데, 해당 대통령 임기 내에는 유효하지만 차기 대통령이 이를 취소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 때는 행정명령을 통해서 기후변화와 관련된 정책 수립을 꾀했지만, 차기 대통령인 트럼프 대통령 때는 오바마 대통령 때 수립된 환경 정책들을 취소하고 화석연료 사용을 권장하는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 시절 미국은 파리 기후협약을 탈퇴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곧바로 행정명령을 통해 재가입하기도 했다.

 

이렇듯 기후 정책은 미 정부의 기조에 많은 영향을 받았고, 선거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지난 대선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이 선거에 중요하다고 대답하는 사람의 비율이 트럼프 지지자보다 바이든 지지자에서 매우 높았는데, 이에 대해 켈리 심스 갤러거(Kelly Sims Gallagher)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학장은 소비하는 언론에 따라 지지자의 의견이 나뉜 걸로 봤다. 즉, 언론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보도하는 시각과 관점이 매우 달랐고, 이점이 정치와 선거에 영향을 줘 궁극적으로 미국 연방정부가 기후변화와 관련된 정책을 통과시키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게 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진보지와 보수지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다. 먼저 단순한 비교인 단어 사용에 있어서 진보지는 ‘기후 위기’라는 용어를 매우 많이 사용하는 반면, 보수지는 그렇지 않았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잇따라 영향을 준 태풍 ‘마이삭’과 ‘하이선’으로 인해 원자로 여섯 기가 가동을 멈췄던 사건을 예로 들 수 있다. 보수지는 보도 자체를 하지 않거나, 비상 발전기가 가동돼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반면, 진보지에서는 문제가 없었던 건 굉장히 운이 좋았던 것이고, 안정성이 우려된다고 보도하는 등 논조가 사뭇 달랐다. 또, 많은 비로 인해 발생한 산사태에 대해서도 보수지는 산사태가 일어난 지역에 태양광 발전이 설치돼 산사태가 발생한 걸로 보도한 반면, 진보지는 산사태가 일어난 지역 중 1% 정도만이 태양광 발전이 설치된 사실을 전달했다.

무언가를 보도할 때 언론은 성향에 따라 일정한 프레임을 가진다. 이로 인해 모든 사건 현상이 객관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 보도는 과학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정확한 정보, 그리고 앞으로의 대응을 심층적으로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시민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정치와 맞물려 과학적인 사실을 무시한 채 비과학적인 정보들을 전달하는 보도행태는 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자정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언론이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사회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 유럽, 아프리카의 언론인과 전문가가 함께한 한-유럽 언론 합동 토론회 ©한국언론진흥재단

 

 

‘장기전’인 기후변화 보도, 어떻게 해야 할까

 

기후변화 관련 보도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언론사도 기후변화로 인한 직접적 피해 사례가 없어도 관련 보도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언론사의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은 아무래도 ‘기후변화 관련 정보의 수요’가 늘어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매년 수행하는 ‘국민환경의식조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1.4%가 기후변화가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답했고, 이미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1.9%에 달했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이미지로는 주로 이상기후와 기온 상승, 해수면 상승이 많이 선택됐는데, 이는 사람들이 기후변화가 본인과 어떻게 연결돼 있고, 우리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보다 단순한 현상 전달 정보를 많이 받았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환경 관련 정보가 불충분하다고 느끼는 의견 또한 많았다. 주로 인터넷 포털과 TV에서 환경 관련 정보를 얻는 걸로 나타났는데, 61.8%가 환경보호 실천을 위해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단순한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현상 보도를 넘어서 이제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솔루션까지 제공할 때가 온 것이다.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한 수요와 중요성을 인지해서인지 뉴욕타임스에서는 기후변화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팀을 만들고 심층 보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국내에서도 포착된다. 한겨레, 코리아헤럴드에서도 기후변화와 관련된 팀을 꾸려서 보도를 이어가고 있으며, 언론사 기후변화 콘텐츠의 차별화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 경향신문의 <기후변화의 증인들>, 헤럴드경제의 <라스트 포레스트>, KBS의 <기후의 위기, 침묵하는 교육>, 한국일보의 <제로웨이스트 실험실> 시리즈 등이 있다. 언론이 단순한 흥미 위주, 거대 담론 위주의 기후변화 보도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주변’의 이야기로 전환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단순한 현상 보도를 떠나서 해결 방안까지 제시하는 보도에 대한 수요가 높은 와중에, 너무 비극적이고 종말론적인 담론을 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Ramon Pacheco Pardo) 킹스칼리지런던대 국제관계학과 부교수에 따르면, ‘재앙이 닥쳐온다’라는 방식의 보도는 단기적으로는 인식을 재고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기후변화에 대한 피로감을 높이고 사람들의 관심을 줄인다. 전 세계 재난인 코로나19와 비교해보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팬데믹 상황에서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코로나 블루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외부활동 감소,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의미하는데, 최근에는 코로나 블루를 넘어 짜증과 분노가 폭발하는 ‘코로나 레드’, 절망감을 느끼는 ‘코로나 블랙’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기후변화 상황은 이보다 더 큰 취약점을 가진다. 코로나19의 경우 개인이 마스크를 잘 챙겨 쓰거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이행하면 확진자 증가 추세가 줄어드는 등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반면 기후변화의 경우 당장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거나 탄소 배출을 줄인다고 해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농도는 오히려 늘어나고 전 지구 기온은 계속해서 오른다. 즉각적인 영향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기후변화의 이러한 특성은 관련 보도를 장기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대중의 관심이 이어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후변화로 전 지구 기온이 올라가고 있고, 이 때문에 탄소 중립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기후변화 대응은 장기전인 만큼 보도의 방향과 내용에 대한 언론사의 고민과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사소하게는 사용하는 단어에서부터 표현 방법까지 고려해야 한다. 또 기후변화는 단순히 과학적인 사실로 그치는 게 아닌 정치·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인 만큼, 언론사 편집국 내의 부서 설정도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전달 방법에 있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단순한 지면, 인터넷, 리포트를 벗어나서 관련 기획이 마련됐다면 파급력이 높은 뉴미디어 등을 통해 내용을 소개하거나 이야기를 전달하며 대중과 소통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대중이 기후변화에 지치지 않고 꾸준히 관심을 갖게 하고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 나아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적응 방안을 제안하는 데 있어서 언론은 앞으로 더 무겁고 중요한 역할을 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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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 김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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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 : 2021-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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