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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제작기] 광주MBC <마웅과 샤샤의 광주일기>
취재기제작기 | 등록일 : 2021-07-02

광주MBC는 5·18민주화운동 41주년을 맞아 특집 다큐멘터리 <마웅과 샤샤의 광주일기>를 제작했다. 한국에 살고 있는 미얀마 유학생들을 통해 미얀마의 현재와 광주의 과거, 그리고 공통의 아픔을 그려낸 이 프로그램의 제작 과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지난 5월 20일 광주MBC가 방송한 <마웅과 샤샤의 광주일기> <출처 – 광주MBC 방송 화면 갈무리>

 

 

조금 전 샤샤와 마웅의 목소리로 영어, 미얀마어 더빙을 마쳤다. 시간이 좀 걸렸지만 마웅의 한국어 더빙 녹음보다는 시간이 훨씬 줄었다. 미얀마어 더빙을 마치고는 미얀마어 자막 위치를 조정하느라 또 두 시간이 넘게 걸릴 것이다. 지루한 작업이지만 마웅과 샤샤는 이것도 미얀마를 위한 싸움이라며 정성을 다한다. <마웅과 샤샤의 광주일기>를 지난 5월 20일 광주MBC에서 방송했다. 2월 1일 미얀마에 군사 쿠데타가 발생하고, 마웅과 샤샤를 광주 시위 현장에서 마주하기 시작한 것은 3월 중순부터였다. 미얀마에서 SNS를 통해 올라오는 사진과 영상들이 41년 전 광주와 너무나 닮아있었다. 광주 시민과 광주의 언론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미얀마와 마음을 함께했다. 레귤러 프로그램 아이템 영상을 10분 제작해 방송하고도 마웅과 샤샤는 내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고민 끝에 마웅과 샤샤를 만나 다큐멘터리를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미얀마에 두고 온 가족들, 날마다 계속되는 일정에 두 사람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고민의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하지만 고민하는 그 마음이 이해되고도 남았다.

 

마웅과 샤샤에게 제작진의 계획을 설명했다. 국내 방송용 버전뿐 아니라 미얀마 버전과 영어 버전을 함께 만들겠다. 미얀마 국민이 마웅과 샤샤가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미얀마어 내레이션과 자막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도 함께 싸우고 있다고, 이곳 광주 사람들이 함께 싸우고 있다고 미얀마에 알리자! 부끄럽지만 41년 전 광주MBC는 광주시민과 함께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미얀마와 광주의 이야기는 꼭 광주MBC PD로써 만들어 보고 싶다.

 

긴 침묵 끝에 마웅은 미얀마에 가족들이 많다며 마스크를 쓴 모습으로 다큐멘터리를 찍어도 되느냐고 물었다. 마지막까지 자신보다는 가족을 걱정하면서 눈물짓는 마웅과 샤샤의 손을 한참 잡고 있었다. 물론이다.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금 전까지 울던 마웅과 샤샤가 나를 보고 방긋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면 오늘부터 MBC 언니가 한 명 생기는 건가요?”

“응, 그래요. MBC 언니, 광주 언니로 불러 줘요!”

 

 

미얀마에서 SNS를 통해 올라오는 사진과 영상들은 41년 전 광주와 너무나 닮아있었다. 
<출처 – 광주MBC 방송 화면 갈무리>

 

 

온 마음으로 울고 온 마음으로 외치다

 

촬영이 시작됐다. PD와 작가는 언니가 됐고, 촬영감독은 오빠가 됐다. 생활공간을 공개하고 일상생활 속에 카메라가 가까이 들어가도 두 친구는 거침이 없었다. 미얀마를 걱정하면서 온 마음으로 울었고, 시위 현장에선 온 마음으로 소리쳤다. 또 일상생활에선 해맑게 웃었다. 중간중간 마웅과 샤샤 두 사람을 인터뷰하면서 왜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야 하는지 결론이 무엇이 돼야 할지 뚜렷해져 갔다. 마웅은 눈물이 많다. 울보 마웅. 샤샤보다 훨씬 언니지만 우는 마웅을 달래는 건 샤샤였다. 샤샤는 존재 자체가 비타민 같은 사람이다. 마웅은 서럽게 울다가도 샤샤가 우스갯소리를 하며 달래면 금세 웃었다.

 

한없이 약해 보이지만 미얀마 시위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고 가장 마지막까지 남는 두 사람. 시위에 연대하는 광주 시민들은 마웅과 샤샤를 보면 어쩔 줄 몰라 했다. 그저 짠하고 예뻐서 보듬어 안고 밥을 챙겼다. 그냥 그 모습 그대로 카메라에 담으면 됐다.

 

항상 웃으며 “언니~” 하며 달려오는 샤샤가 어느 날 유난히 얼굴이 어두웠다. 4월 21일, 미얀마에서 사망자가 많던 시기였다. 인터뷰를 하는데 안절부절못했다. 전화기를 손에서 떼어놓지 못하고 계속 여기저기 전화를 했다. 미얀마에 있는 엄마와 며칠간 통화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샤샤의 열다섯 살 된 동생은 날마다 미얀마에서 시위 현장에 나간다. 광주에서 얼굴을 공개하고 활동하는 샤샤 때문에 샤샤의 엄마는 몸을 숨긴 채 며칠에 한 번씩 지내는 곳을 옮겨가며 사는 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가족과 연락이 끊겼으니 아무리 비타민 같은 샤샤라고 해도 평정심을 잃는 건 당연했다. 카메라를 켜 놓고도 촬영을 진행하지 못하고 마음을 졸이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 안경 속 샤샤의 눈동자가 커졌다. 엄마였다. 샤샤는 다급한 목소리로 엄마를 부르며 한참 통화를 했다. 눈물이 나오는 것을 꾹꾹 참으면서 통화하는 샤샤. 미얀마어를 모르는 제작진은 지켜보기만 했고, 마웅은 통화 내용을 들으며 울기 시작했다.

 

다행히 샤샤의 가족은 무사했다. 캄캄한 집에서 불도 켜지 못한 채 한국에서 걱정하는 딸에게 전화하는 샤샤의 엄마는 식량이 부족해서 죽을 끓여 먹지만 그래도 맛있다며 샤샤를 안심시켰다. 샤샤는 엄마와 전화를 끊고서야 소리 내어 울었다. 엄마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죽이라고…. 우리 엄마는 죽을 싫어한다며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카메라는 돌고 있었고 소리도 잘 들어왔다. 너무 슬펐지만 솔직히 한편으론 너무 좋았다. 한마디로 되는 그림이었다. 결론적으로 그 장면은 방송에 쓰지 않았다. 샤샤 엄마와 동생의 안전 때문이었다. 마지막까지 그 장면을 떼었다 붙였다 고민이 많았다. 나중에 미얀마의 상황이 안전해지면 그때 ‘저 장면을 붙여서 다시 만들어 보자!’ 했다.

 

 

미얀마에서는 딴뽕띠를 하지 못해도 광주 5·18 민주광장에선 냄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출처 – 광주MBC 방송 화면 갈무리>

 

 

미얀마의 고통 함께 느끼는 광주

 

미얀마를 위해 함께 싸우던 광주 사람들의 눈빛도 잊히지 않는다. 스스로 기획하고 서로 만들어가는 딴뽕띠 집회. 미얀마에서는 냄비들 두드려 큰 소리를 내면 안 좋은 기운이 사라진다고 믿어 군부 쿠데타 초기에 시민들이 각자의 집에서 딴뽕띠를 했다고 한다. 군인들은 딴뽕띠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총을 쐈고, 미얀마의 딴뽕띠는 중단됐다. 미얀마에서 못한다면 광주에서 하면 되지! 그렇게 광주 5·18 민주광장에서는 토요일 오후 3시마다 냄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촬영 막바지엔 두드리던 냄비와 그릇이 다 오그라들어 있었다. 미얀마의 화가들이 무기명으로 군부를 반대하는 그림을 그려 인터넷에 올리고, 광주의 화가들은 그림을 프린트해서 전시회를 했다. 전시를 기획했던 화가는 마웅과 샤샤에게 더 열심히 시위하고 투쟁해야 한다고 자꾸자꾸 말했다. 그가 광주의 화가인지 미얀마의 화가인지, 마웅과 샤샤가 미얀마 사람인지 한국 사람인지, 연대의 현장에서는 어느 순간 그런 것이 헷갈릴 지경이었다.

 

‘아! 광주가 이런 곳이구나! 미얀마의 아픔과 고통에 응답하는 광주의 모습을 담겠다고 시작한 다큐멘터리였는데, 내 생각이 짧았구나! 광주는 그냥 미얀마 자체의 고통을 그대로 느끼고 있구나. 5·18을 겪고 41년, 광주는 이제 이런 도시가 되는구나!’

 

 

미얀마 국민의 싸움은 끝내 이길 것이다. 이길 때까지 싸울 것이므로 <출처 – 광주MBC 방송 화면 갈무리>

 

 

그냥 내가 느낀 느낌을 그대로 방송에 담을 수만 있다면 좋겠는데, 현장은 힘이 셌고 제작자의 역량은 부족했다. 나의 부족함이 마웅과 샤샤, 광주의 이야기에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시간이 갈수록 압박감은 강해져 갔다. 다행히 함께해준 사람들이 모두 훌륭했다. 특히 우리의 주인공 마웅과 샤샤, 시위 현장의 황정아, 윤청자, 이경찬 선배, 위독한 어머니 상황에도 섬세하게 촬영해주신 이경섭 감독, 이대영 감독, 이성근 감독. 마웅과 샤샤의 자취방에 빵을 들고 찾아가던 손선지 작가, 미얀마어 영어 버전 제작까지 영혼을 갈아 넣은 박광식 감독, 정확한 작업을 위해 미얀마 뉴스를 밤새워 보고서야 번역에 임했던 김현정 번역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 시사팀 김철원 기자, 작곡으로 다큐멘터리 전체에 색깔을 입혀준 우지훈 감독 모두에게 감사한다.

 

마웅과 샤샤는 이번 주에도 집회에 나가 구호를 외칠 것이다. 그들의 싸움은 끝내 이길 것이다. 이길 때까지 싸울 것이므로…. 광주 언니도 끝내 그들과 함께할 것이다.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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