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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 독자에게 말 거는 언론] 한겨레 후원회원제 모델 <서포터즈 벗>의 의미
집중점검 | 등록일 : 2021-07-02

2021년 5월 한겨레는 ‘한겨레 서포터즈 벗’이란 이름의 디지털 후원회원제를 시작했다. 이미 주주라는 후원자를 갖고 있던 한겨레는 왜 또다시 후원회원제를 출범했을까. ‘국민주 신문사’의 새로운 발걸음을 따라가 본다. 편집자 주 

 

 

한겨레 서포터즈 벗 캐릭터 ‘겨리’ Ⓒ한겨레

 

 

안녕하세요. 겨리입니다. 한겨레 후원미디어 전략을 이끄는 부서의 전담 기자랍니다. 2020년 가을 만리재 은행나무가 노래질 때 한겨레에 입사했죠. 입사하자마자 회사의 중요한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부서에서 일하게 돼 지난 1년은 사실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오늘은 저와 ‘한겨레 서포터즈 벗’ 이야기를 찬찬히 해볼게요.

 

저는 소심과 발랄을 넘나드는 ‘부캐 부자’ 스타일이에요. 신입사원답게 회사에 대한 마음도 ‘찐애정’과 ‘컴을 고장낼까?’ 사이를 오락가락 하죠. 정의감 넘치는 ‘겨리 기자’로 활약하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장난스런 글을 올릴 땐 ‘수다겨리’로 변신합니다. 후원회원과 만나는 ‘겨리포터’가 될 때는 감동받아 울컥하기도 하고, 한겨레 동료들의 기사를 뽑아 소개하는 ‘겨리 픽’을 고를 때면 까탈스러워 진답니다.

이런 저인데 《신문과방송》처럼 점잖은 매체에 글을 써보라고 하니 좀 긴장이 돼서 ‘소심 겨리’가 튀어나오려고 하네요. 내가 왕이 될 상, 아니 성공할만한 캐릭터인지 관상을 살피고 있을 분도 계실 것만 같아 민망하고요. 흠흠. 심호흡하고 지난 1년여 동안 저, 겨리가 무엇을 위해 한겨레 안에서 ‘디지털 후원회원제’라는 모델을 기획했는지 설명해 볼게요.


후원회원제 도입 계기는 지속가능성의 빨간불

 

한겨레는 2021년 5월, 창간 33주년을 맞아 ‘한겨레 서포터즈 벗’이란 이름으로 디지털 후원회원제를 출범했어요. 한겨레 누리집(홈페이지) 상단의 ‘후원하기’ 버튼을 누르면 간편한 절차를 거쳐 후원회원 ‘벗’이 될 수 있는데요. 방식은 정기·일시 후원과 주식 후원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일시 후원은 5,000원 이상부터 1,000원 단위, 정기 후원은 1만 원 이상부터 만 원 단위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주식 후원은 한겨레 주식을 구매하는 방식입니다. 1주당 5,000원이며 50주 이상 10주 단위로 선택해 구매합니다. 절차를 마치면 후원과 동시에 한겨레 후원회원 자격을 얻게 됩니다. 

 

한겨레 후원회원제는 김현대 사장 취임 이후 1년 넘게 준비한 프로젝트인데요. 대표이사를 구성원들의 투표로 선출하는 한겨레에서, 후원제 도입은 대표이사의 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했습니다. 대표이사 공약이라고 겨리가 그냥 실행했을 리 있나요? 어떤 철학을 바탕으로 후원제를 도입하는지, 그것이 한겨레와 언론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끝없이 고민하고 토론했지요. 그렇게 세운 전략을 바탕으로 출범한 ‘한겨레 서포터즈 벗’이 이제 막 한 달 정도 운영된 시점이니 그동안의 실행과 성취, 좌절까지 좀 털어놓을까 합니다.

 

아시다시피 한겨레는 1980년대 ‘반민주, 반언론의 참담한 시대’에 거리로 내몰렸던 언론인들이 제대로 된 언론에 대한 갈망을 모아 국민 모금으로 탄생한 언론사입니다. 국민의 후원금으로 창간 자금을 만들었고 이를 자본금 삼으면서 ‘국민주 신문’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했죠. 한 주주당 자본금 1% 이상을 소유할 수 없도록 했으며, 특정 자본에 인수되지 않은 채 33년 동안 국민주 신문 성격을 유지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매체입니다.

 

 

김현대 한겨레 대표이사와 인터뷰하는 겨리 기자 Ⓒ한겨레

 

 

“한글을 막 깨친 어린이로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동시대 국민 모두에게 한글로 된 정도의 언론이 어떠한 것인지를 보여주고 싶은 간절한 열망, 아니, 생전에 반드시 보여주어야 한다는 절절한 소망이야말로 우리들이 새 신문을 내려는 참뜻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새 신문을 만들 것입니다. 진실과 용기 그리고 긍지를 바탕으로 새 신문은 그 어떤 세력의 간섭도 용납지 않을 것이며, 어떤 폭력에도 굴하지 않을 것입니다.”(1987년 창간 발의 선언문)

 

33년 전 한겨레 창간 발의 선언문을 읽을 때면 신입사원 겨리의 마음까지 여전히 떨린답니다. ‘국민 후원’ 언론사라는 역사는 저, 겨리가 한겨레에 꼭 입사하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국민주 신문이라는 정체성은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신문’, ‘성역이 없는 비판보도’ 등 편집권의 측면에서 탄탄한 구조를 가져다줬죠. 선배 기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취재를 나가 “내가 한겨레 주주”라는 시민들과 교류했던 추억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말이죠. 30여 년 전, 한겨레가 창간 자본은 국민 후원으로 마련했지만 수익 구조 측면에서는 기존 신문사들의 관행을 벗어나는 방식을 세우지 못했어요. 즉 종이신문 판매와 광고 중심의 매출 구조에 의존한 채 33년이 지나버렸죠. 결국 종이신문의 시대가 지나가고 지면 광고 매출이 추락하면서 ‘국민주 신문사’로서의 지속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동시에 디지털 뉴스 소비 공간은 거대 포털과 주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삼켜버리는 구도가 강화됐죠. 이제 디지털 뉴스 독자들은 한겨레라는 매체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 채 기사를 읽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수없이 쏟아지는 디지털 기사 속에 한겨레는 독자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언론사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까요? 한겨레가 어떻게 해야 지속가능한 구조 속에 경영을 해나가며 저널리즘의 가치를 지켜나갈 수 있을지 고민은 커져만 갔습니다.

 

 

한겨레 서포터즈 벗 페이스북 페이지 Ⓒ한겨레

 

 

디지털 독자와의 연결


답은 ‘지금, 여기’에 있었습니다. △독자 기반 수익 중심 경영 혁신 △디지털 독자와의 새로운 연결 △언론 혐오를 넘어서는 새로운 저널리즘의 길 개척을 통해 지금, 여기서 사랑받는 ‘국민 후원 미디어’로 다시 태어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누군가가 한겨레를 떠올리며 “옛날에 후원했던 신문”이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내가 후원하는 매체”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갈망이 싹텄습니다. 2021년 후원회원제로 독자 수익 기반을 제대로 만드는 것은 국민주 신문의 경영 구조 개혁이며 한겨레 창간 정신의 완성이라는 데 생각이 가닿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한겨레는 이미 후원자를 지니고 있는 조직입니다. 창간 때 주식을 구매했던 창간 주주, 모바일 시대에 더 이상 종이 신문을 보지 않으면서도 구독을 끊지 않는 구독자나 한겨레 누리집을 직접 방문하는 디지털 구독자 등이 모두 한겨레의 후원자라고 할 수 있죠. 첫 번째 벗 창간 주주와 두 번째 벗 구독자 다음으로 ‘디지털 독자’를 세 번째 벗으로 맞이하는 기획이 바로 디지털 후원회원제 ‘한겨레 서포터즈 벗’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여기에서 그저 후원금만 받으면 그걸로 ‘지금, 여기의 국민 후원 미디어’가 되는 걸까요? 도리도리. 그럴 리 없죠. 핵심은 ‘현재의 디지털 독자와 한겨레가 어떻게 연결되느냐’의 문제였습니다. 한겨레부터 더 이상 ‘종합일간지’로 머무는 것이 아닌 디지털 뉴스 공동체로 거듭나야 했습니다. 기존에 종합일간지 중심으로 뉴스를 제작하고 유통하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독자와 만나야 하는 것이죠. ‘후원회원과 디지털 공간에서의 연결 강화 전략’이 한겨레 후원회원제 전략의 핵심이 돼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우선 누리집 구조를 바꿨습니다. 후원회원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바꿔 연결을 강화했습니다. 후원회원으로 가입해서 마이페이지를 보면 후원 내용이 보입니다. 한겨레의 주주·구독자 지위 또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기자나 한겨레가 주력해 보도하는 특정 이슈·연재를 구독하면 맞춤한 뉴스를 받아 볼 수 있도록 ‘디지털 구독’도 편리하게 바꿨습니다. 겨리 기자의 기사도 구독할 수 있어요!

 

후원회원 모두에게는 한국기자상, 관훈언론상 등 주요 언론상을 수상한 한겨레 대표 탐사보도물을 묶은 <한겨레 탐사보도 작품집>(이하 <한탐>)이 전해집니다. <한탐> 1호는 디지털 성착취 범죄를 끈질기게 추적한 기사를 모은 <n번방, 너머n>입니다. 디지털 성착취 범죄를 발 빠르고 끈질기게 추적 보도한 한겨레 ‘텔레그램에 퍼진 성착취’ 시리즈와 한겨레21의 ‘디지털성범죄 끝장 프로젝트 너머n’ 통권호를 묶었습니다. 앞으로 <한탐>은 지속적으로 발간돼 후원회원에게 전달될 예정입니다.

 

신규 정기 후원회원과 주식 후원회원에게는 ‘한겨레 서포터즈 벗’ 캐릭터 ‘겨리’가 삽입된 ‘겨리 노트’를 선물로 드려요. 뉴스룸과 연계된 온·오프라인 행사 참석권도 제공합니다. 5월에는 후원회원 전용 오프라인 행사로 류이근·방준호 기사의 토크콘서트 <탐사보도와 후원미디어의 미래>를, 6월에는 <김수영 100년, 한겨레 벗과 걷다>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행사가 끝나면 겨리 기자가 행사 스케치 기사를 전달하기도 하고요. 이같은 후원 소식, 리워드와 행사 안내, 한겨레 기사 이야기 등은 후원회원 전용 카카오톡 채널이나 월간 뉴스레터 <한겨-레터> 등을 통해 전합니다. 겨리가 열심히 할수록 더 자주 더 좋은 소식이 전해질 수 있는 구조죠. 아하하하 전 괜찮아요!

 

 

한겨레 서포터즈 벗 모집 광고 Ⓒ한겨레

 

 

시대정신에 맞춘 ‘한겨레스러운 콘텐츠’

 

‘한겨레 서포터즈 벗’을 시작하며 한겨레는 편집국의 구조도 바꿨습니다. 취재·보도 업무에 디지털이 중심이 되도록 조직을 개편해 ‘디지털 미디어’의 역량을 강화하고 대신 종이신문 제작에는 20년 이상 베테랑 기자들을 배치해 품격을 높였죠. 지면 기사를 디지털 기사로 옮기던 데서, 디지털 기사를 종합해 지면 기사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젠더팀과 기후변화팀을 통해 의제 설정 기능을 강화하고 시민 칼럼리스트를 공모(‘한칼’)했습니다. 내부적으로 ‘디지털 어워드’를 개최해 구성원들의 디지털 실험을 독려했고요.

 

‘한겨레스러운’ 콘텐츠가 의미하는 바를 달라진 시대정신에 맞춰 좀 더 분명히 하려고도 했습니다. 벗의 마음으로, 벗의 가치를 전하는 작업에 더 집중하려고요. 창간기획 한겨레 33살 프로젝트는 그 단면입니다. 젠더, 기후 위기, 불평등, 다양성 등 한겨레가 천착해온 주제를 열쇳말(키워드)로 한 달 이상의 현장 르포, 깊이 있는 전문가 의견, 세계적인 시각 등을 접할 수 있습니다. 기획을 읽고 ‘구독하기’ 버튼을 누르면 앞으로도 해당 이슈의 기사를 계속해서 받아보는 디지털 구독이 가능해지는 구조입니다.

 

 

후원회원에게 증정하는 ‘겨리노트’ Ⓒ한겨레

 

 

‘한겨레 서포터즈 벗’ 출범 뒤 한 달여, 후원회원들의 후원 건수가 1,100건을 넘어섰습니다. 후원 건수나 액수보다 마음을 울리는 것은 독자들의 ‘후원 이유’입니다. “언론 보도, 바꾸고 싶은데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막막할 때, 이 사회가 가야 할 방향대로 걸어온 믿을 만한 언론사 한 곳을 정해 후원하는 것이 좋은 해결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좀 크면, 매일 한겨레 종이신문과 디지털신문을 같이 읽고 토론하며 감상문을 쓸 계획입니다. 그러니 힘들어도 호흡을 멈추지 마시길 부탁합니다”, “한겨레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십시오!”

 

그동안은 첫 번째 벗 창간 주주, 두 번째 벗 정기구독자와 제대로 된 소통에 나서지 못해 한겨레 구성원들은 주로 항의나 ‘절독 메시지’ 중심으로 주주·독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그 방식을 탈피해 폭넓은 한겨레 후원자들의 메시지를 듣고 더 나은 언론사를 만드는 것이 ‘한겨레 후원회원제의 선순환 구조’입니다. 물론 기술적으로도 후원회원들이 보내주는 신호를 잡아내 더 좋은 기사를 쓰는데 반영할 생각이고요.

 

원대한 목표를 다 털어놓기는 부끄러운 것이, 아직 모두 실행하지는 못했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나 현실적 제약으로 아직 턱없이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아시죠? 겨리는 신입사원이잖아요. 부족해도 지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볼 생각입니다. 힘들 때면 읽어볼 후원회원님들의 메시지가 쌓여가고 있으니까요. 겨리, 많이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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