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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저널리즘 하우투 - 정부 예산 보도 하우투
기획연재 | 등록일 : 2021-07-30

재정 자료마다 다 다른 숫자, 어찌하오리까

 

정부 예산을 보도하면서 숫자를 안 쓸 수는 없다. 보도자료에 나오는 숫자를 그대로 인용하면 기사 하나 쓰기는 어렵지 않다. 그런데 보도자료만 보고 쓴다면 다 똑같은 기사다. 다른 자료도 같이 봐야 한다. 그런데 숫자가 다르다. 기획재정부 보도자료와 부처에서 입수한 예산액 숫자가 다르다. 한국은행이나 OECD에서 나온 자료와도 숫자가 다 다르다. 새로운 자료마다 새로운 숫자가 나오는 걸 확인하면 “이 길은 내 길이 아닌갑다” 하고 포기할만하다.

 

실제로 누가 나한테 2020년 우리나라 사회복지 예산이 얼만지 물어보면 나는 최소한 100가지 다른 숫자로 말할 자신이 있다. 100가지 숫자 모두 팩트는 맞다. 문제는 이런 능력은 나만 지닌 능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산을 다루는 대한민국 공무원이라면 100가지는 몰라도 4가지나 16가지, 또는 32가지 정도 다른 숫자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을 대부분 갖췄다. 그러니 큰 숫자를 원하면 큰 숫자를, 작은 숫자를 원할 때는 작은 숫자를 말할 수 있다.


‘예산’을 정확하게 이해하자

 

정부 예산 보도의 시작은 ‘예산’이라는 단어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정확한 단서 없이 “무슨 무슨 예산은 1억 원이다”라는 서술은 부정확한 기사일 확률이 대단히 높다. ‘예산’이라는 단어는 지나치게 중의적이고 추상화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예산안과 예산은 다르다. 예산안이 의회심의를 통과하면 예산이 된다. 그리고 본예산 금액과 추경 금액, 그리고 결산액은 각각 다르다. 이 정도는 다들 구분한다고? 안타깝게도 같은 기사에 결산 기준 금액과 예산 기준 금액이 혼용된 기사는 매우 많다.

 

정부 재정 통계는 과거 자료는 결산 금액이, 현재 자료는 예산 금액이 표시된 통계도 있고, 둘 다 예산 기준 금액이 표시된 통계도 있다. 정부 자료는 작은 글씨로 이 사실을 정확히 명시하고 있으나, 이를 인용한 기사에는 별다른 표시 없이 결산 자료와 예산 자료가 섞여 있다. 이렇게 기준이 다른 금액을 빼거나 나눠서 증감액, 증감률 등을 산출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다. 그래서 “무슨 예산은 1억 원이다”라는 표현보다 “예산안 금액은, 본예산 금액은, 추경예산액은, 결산액은…1억 원이다” 이런 식으로 정확한 기준을 명시하는 것이 좋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자. 예산이라는 단어의 정확한 개념을 제대로 쓴 기사는 오히려 소수다. 관행적으로 기사에서 쓰는 ‘예산’이란 단어와 교과서적인 의미의 정확한 ‘예산’이라는 개념은 다르다. 우리가 관행적으로 기사에서 쓰는 ‘예산’은 그냥 정부 지출 금액을 뜻한다. 2020년도에 우리나라 보건복지부가 지출한 금액을 ‘20년도 보건복지 예산’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교과서적 개념으로 예산이란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지출액의 합이다. 즉, 기금 지출액은 제외된다. 그래서 올해 우리나라 중앙정부 예산은 558조 원이라고 말하면, 교과서적으로는 틀린 표현이다. 올해 우리나라 예산 지출에다 기금 지출을 더해야 558조 원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중앙정부 지출은 558조 원이라고 표현해야 한다. 보통 일상생활과 언론 기사에서 쓰는 “우리나라 복지 예산이 얼마야?”라는 질문은 “우리나라의 복지 지출액 중, 기금 지출을 제외한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지출액이 얼마야?”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반회계든 기금 지출이든 상관없이 그냥 우리나라 정부의 사회복지 분야 지출 총액이 궁금할 따름이다. 그래서 교과서적인 개념에는 맞지 않지만, 그냥 관행적으로 기금까지 포함해서 “우리나라 복지예산은 200조 원”이라고 표현해도 그리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다.

 

핵심은 기획재정부의 공식 문건에 존재하는 예산이라는 단어는 거의 기금 지출을 제외한 교과서적인 의미라는 사실을 모르면 안 된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 보건복지 분야 지출액은 2021년 본예산 총 기준 약 200조 원이다. 그런데 교과서적인 의미의 2021년 보건복지 분야 본‘예산’액은 73조 원이다. 국민연금기금 등 각종 기금 지출액을 제외하면, 반토막 이하로 준다. 그래서 기획재정부의 공식 통계에 있는 예산 금액과 기사에서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예산 금액을 혼용하면, 정보로서의 가치가 없다. 그래서 그냥 지출액이라는 표현을 쓰자. 우리나라 사회복지 지출 총액이 궁금한 독자는 많아도 기금 지출을 제외한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통한 사회복지 예산 금액만이 궁금한 독자는 그리 많지 않다.

 

전적으로 질문이 잘못됐기 때문

 

두 걸음 더 나아가 보자. 그럼 사회복지 예산액은 200조 원이라는 표현은 틀리고 사회복지 지출액은 200조 원이라는 표현이 맞을까? 불행히도 사회복지 지출액이라는 표현도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우리나라 정부 재정은 분야, 부문, 프로그램, 단위사업, 세부사업으로 나눠 관리된다. 과거의 장, 관, 항, 목, 세목의 분류 체계가 이름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장=분야, 관=부문, 항=프로그램, 목=단위사업, 세목=세부사업 이렇게 대응되는 개념이다(세입예산 분류 체계는 여전히 장, 관, 항, 목으로 관리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의 모든 지출은 16개 분야로 나눠진다. 이를테면 교육 분야, 복지 분야, 보건 분야, 국방 분야… 등등이다. 보건 분야와 복지 분야는 별도의 분야에 속해서 관리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관행적으로 ‘보건복지 예산’이라는 단어를 쓰곤 한다. “우리나라 사회복지 예산이 얼마야?”라는 질문은 복지 분야뿐만 아니라 보건복지 지출 총액을 물어본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사회복지 지출’이라는 뭉뚱그려진 개념 속에는 복지 분야 지출액과 보건 분야 지출액이 섞여 있기도 하고 복지 분야 지출액만 들어있기도 한다.

 

즉, 우리가 보건복지부에 ‘2020년 사회복지 예산 총액’을 물어보면 보건복지부 공무원은 다양한 금액을 선택해서 말할 수 있다.

 

첫째, “난 교과서적인 개념을 통해 자료를 줄 거야”라고 생각하면, 기금을 제외한 복지 분야 예산 지출액

둘째, “아마도 저 기자가 실제로 궁금한 것은 기금까지 포함한 복지 분야 지출액일 거야”라고 판단하고 기금까지 포함한 복지 분야 지출액

셋째, “아마도 저 기자가 물어본 것은 보건복지 분야 지출액이겠지” 보건 분야 지출액 + 복지 분야 지출액

넷째, “사회복지 예산은 보건복지 예산을 뜻할지도 몰라” 기금을 제외한 보건 분야 예산액 + 기금을 제외한 복지 분야 예산액

 

이렇게 네 가지의 각각 다른 숫자를 받을 수 있다면, 그래도 양반이다. 각각 네 가지 다른 숫자를 본예산 기준, 최종예산 기준, 결산 기준으로 각각 표현할 수 있다. 여기에서 나오는 경우의 수만 해도 최소한 16가지다.

 

이는 전적으로 질문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중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질문이다. “2020년 보건복지 분야 본예산 총지출액은?”이라는 올바른 질문에서 나올 수 있는 답은 한 가지밖에 없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2020년 보건복지 분야 본예산 지출액’이라는 모범 질문을 보건복지부에 해도 여전히 우리나라 보건복지 분야 전체 지출액과는 차이가 크다. 왜냐면 우리나라에서 사회복지 예산을 집행하는 부처는 보건복지부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는 물론 행정안전부나 국토교통부도 사회복지 예산을 집행한다. 결국, 보건복지부에 아무리 질문을 잘해도 우리나라 전체 보건복지 분야 예산 총액 자료를 얻을 수는 없다. 기획재정부에 해야 하는 질문이다.

 

통계마다 숫자가 다른 이유, 정확히 명시돼 있다

 

세 걸음 더 나아가 보자. 각 정부 부처가 국회 등에 제공하는 재정 자료와 기획재정부 보도자료에 있는 재정 자료는 기준이 다르다. 각 정부 부처의 예산 및 기금계획서는 일반적으로 ‘총계’ 기준으로 돼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보도자료에 있는 금액은 기본이 ‘총지출’ 기준이다. 2021년도 우리나라 중앙정부 본예산 기준 총지출 금액은 약 558조 원이지만 총계 기준 금액은 무려 1,234조 원이다. 각각의 정부 부처의 예산서 및 기금계획서 금액을 다 합치면 1,234조 원이 나온다는 얘기다. 정부 부처 예산서와 기획재정부 보도자료에 있는 숫자를 혼용해서 쓰면, 그 기사는 잘못된 기사다. 총계 기준은 내부 거래가 다 포함된 기준이다. 국회는 각 부처 사이 내부 거래도 심의해야 하니, 국회에 제공하는 부처 예산안에는 내부 거래가 포함된 총계 기준이 기본이다. 그러나 전체 정부의 지출 규모를 파악하는 기획재정부 자료는 내부 거래가 제거된 ‘총지출’ 기준이 기본이다. 그래서 기획재정부 보도자료에 있는 숫자와 각 정부 부처 예산서에 있는 숫자는 다를 수밖에 없다.

 

정리하도록 하자. 재정과 예산을 다루는 자료를 보면, 통계마다 숫자가 각각 다르다. 그러나 통계마다 숫자가 다른 이유가 정확히 명시돼 있다. 그러니 이를 인용하는 기사에도 반드시 정확한 숫자의 의미와 기준을 명시해야 한다. 복잡해 보여도 사실 그리 복잡하지 않다. 이것만 기억하자.

 

첫째, 기준을 파악하자. 예산안 기준, 본예산 기준, 추경 기준, 결산 기준

둘째, 기금 포함 여부를 파악하자. 특히, ‘예산’이라는 단어는 가능하면 쓰지 않는 것이 좋다. 구태여 기금 지출 액수를 제거하고 기사를 쓰고싶지 않다면, 그냥 ‘지출액’이라고 표현하자.

셋째, 부처별 지출액과 분야별 지출액을 구별하자. 일반적으로 독자가 알고 싶은 자료는 보건복지부 예산이 아니라 보건 분야 또는 복지 분야 예산이다.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아니라면, 우리나라 복지 분야 지출액이 궁금하지 보건복지부 지출액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넷째, 총계와 총지출을 구별하자. 총계라는 단어와 총지출이라는 단어는 보통명사가 아니다. 합계가 총계가 아니고 전체 지출이 총지출이 아니다. 정확한 정의가 존재하는 개념(Concept)어다. 재정 통계를 보면 이 수치가 총계 기준인지 총지출 기준인지 파악해야 한다.

 

이 네 가지만 기억하면, 통계마다 각각 다른 재정 숫자의 의미 중, 90% 이상은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아직 해결되지 못한 10%는 남아있다. 특히, UN 기준(SNA)과 IMF나 OECD 기준(GFS)도 또 다르고 GFS 기준도 ’86GFS, ’01GFS, ’14GFS가 동시에 쓰이고 있지만 여기까지 구별하는 것은 좀 나중에 해도 괜찮을 듯싶다.

 

이렇게 복잡한 개념을 어떻게 일일이 구별해서 기사를 쓸까 조금 겁이 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실 위의 네 가지만 정확히 구별하고 기사를 쓰는 데는 하루 정도만 투자해서 찬찬히 공부하면 충분히 파악하고 응용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언론의 대부분 기사는 결산 수치와 예산 수치가 섞여 있고 예산이라는 단어 속에 기금이 들어가기도 하고 들어가지 않기도 한다. 국회에 제출한 정부 ‘예산안’ 파일만 보고 정부 지출 기사를 쓴다. 정부 ‘예산안’에는 기금 관련 자료가 전혀 포함되지 않고 기금 관련 자료는 별도의 ‘기금 계획안’에 존재한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정부 ‘예산안’ 파일을 보고 기사를 쓰면 양반이다. 예산안 보도자료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21년 복지 예산은?”이란 질문에는 수백 가지가 넘는 각각 다른 숫자가 나올 수 있다. 특히, 자료를 제공하는 공무원의 의지도 반영될 수도 있다. 큰 숫자를 원하면 큰 숫자를, 작은 숫자를 원하면 작은 숫자를 제공할 수도 있다.

 

가장 모범이 되는 정확한 표현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리나라 중앙정부 보건복지 분야 총지출액은 2021년 본예산 기준 약 200조 원이다.”

 

여기에는 200조 원 말고는 다른 숫자가 들어갈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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