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사 상세
[미디어현장]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이 뭐길래
미디어현장 | 등록일 : 2021-07-30

NFT가 등장한 이후, 대중의 관심과 기대가 커지고 있다.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설명이 따라붙지만 사실 정확한 개념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과연 NFT는 무엇이고, 어떤 문제점과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지 차근차근 짚어본다. 편집자 주 

 

IT 매체 기자로서 미래 기술을 조망하는 기사를 자주 써왔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Non-Fungible Token)’은 댓글 자체도 많았고 반응도 격렬했죠. 누군가의 트윗 한 줄이 수십억 원에 팔리고 방귀 소리가 수십만 원에 거래됐다는 소식에 댓글 창은 금세 분노와 부러움의 글이 뒤섞였습니다. 기존엔 거래조차 되지 않던 것들을 이런 가격에 팔리게 만드는 그 ‘토큰’이란 게 과연 뭔지 충분히 궁금해할 법합니다.

 

역사적으로 기술은 우리 삶의 질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지만, 미시적으론 명암(明暗)이 있습니다. 오늘날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된 NFT도 그렇습니다. 투기 심리를 부추긴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동시에 전에 없던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 개념을 만들어주는 혁신적 기술로도 평가받고 있죠. 이 기술이 무엇인지, 허상인지 아닌지, 대체 불가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지를 이해하려면 그 실체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NFT, 디지털 세계의 ‘등기부 등본’

 

NFT 경매에서 지금껏 최고가에 거래된 유명 디지털 아티스트 마이크 윙켈만(Mike Winkelmann, 활동명 ‘비플(Beeple)’)의 작품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을 봅시다. 지난 3월 디지털 자산인 이더리움 기준 4만 2,329이더(Ether)에 거래됐습니다. 거래 당시 이더 시가를 한화로 환산하면 무려 785억 원이란 천문학적 액수입니다.

 

이 작품은 2007년 5월 1일부터 2021년 1월 7일까지 15년 가까이 매일의 기록물을 모아 만들었습니다. 분명 그 노력이 가상하긴 합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785억 원’이란 숫자는 일견 비합리적입니다. 예술 작품임에도 거래 당사자 간 실물로 뭘 주고받은 것도 없고, 그렇다고 인터넷 공간에 떠돌아다니는 복제물들이 사라지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뭘 거래했느냐’고 물어보면 그저 ‘소유권’이라고밖엔 말 못 하니,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 나오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블록체인은 디지털화된 ‘블록’에 기록을 새긴 뒤 모든 블록을 엮는 기술입니다. 서로 얽힌 데이터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 하나의 블록만 해킹해선 전체 블록의 데이터를 바꿀 수 없죠. 사실상 해킹이 불가능하다고 일컬어지는 게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점에 착안해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주고받는 NFT가 탄생했습니다. 다소 어렵고 생소한 개념인데, ‘등기부 등본’을 예로 들면 비교적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우리는 부동산 거래를 어떻게 하나요? 부동산을 사고판다고 땅 그 자체가 움직이지는 않죠. 사전에 합의된 방식으로 문서를 작성하고 국가에 제출하는 식으로 부동산을 거래합니다. 등기부 등본엔 거래 대상 부동산의 소유주가 누구고 얼마에 자산이 거래됐는지, 이전엔 누가 해당 자산을 보유했었는지 등등이 기록됩니다. 해당 부동산의 소유권자가 누구인지 확인하려면 등기부 등본을 열람하면 됩니다.

 

NFT도 디지털 세계의 등기부 등본과 같습니다. 우리가 현실 세계에서 여러 계약을 맺듯, 디지털 세상에서도 거래나 계약을 할 수 있죠. 게임상 아이템을 주고받는 게 대표적인데요. 블록체인을 활용해 개인 간 계약을 체결하는 걸 바로 ‘스마트 콘트랙트(Smart Contract)’라 부르며, 그 결과 만들어진 부산물이 바로 토큰(Token)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불가능하다(Non-Fungible)’는 건 무슨 의미일까요. 당연히 NFT는 여타 디지털 자산처럼 화폐는 아니며 그래서 셀 수 없습니다. 각각의 토큰마다 특정 디지털 자산의 대표성을 갖는 기록이 남죠. 모든 토큰의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비트코인처럼 ‘1비트, 2비트’ 이런 식으로 부르는 게 불가능합니다. 대체 불가능하다는 건 각각의 토큰이 1:1 대체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보시면 됩니다.

 

부동산 거래에서 등기부 등본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듯, 디지털 자산 거래에서도 토큰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떤 자산이 거래됐다는 사실이 핵심이며 토큰은 그를 증명해주는 ‘수단’일 뿐이죠. NFT가 거래된다는 말은 사실 맞지 않습니다. 자산의 소유권이 거래된 것이며 토큰엔 그저 기록될 뿐입니다. 등기부 등본을 샀다고 부동산을 산 게 아닌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참고로 NFT를 처음 만든 사람은 디지털 자산 ‘붐’이 일던 2017년 블록체인 게임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를 만든 대퍼랩스(Dapper Labs)의 한 엔지니어라 합니다. 게임 내 아이템 거래에 공신력을 부여하기 위한 표준, 즉 ‘프로토콜(일명 ERC721)’을 만든 것일 뿐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자산을 만들 생각이 아니었던 거죠. 코인을 팔아 돈을 벌진 못했지만, 덕분에 명성을 얻어 적잖게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합니다.

 

 

디지털 아티스트 마이크 윙켈만의 다양한 작품을 콜라주한 NFT 예술품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 <출처 – 크리스티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NFT로 열리게 된 새로운 자본시장

 

이제 NFT가 어떻게 성립하는지는 아셨을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따라오는 ‘물음표’가 있습니다. 구매자에게 남는 게 과연 뭐냐는 겁니다. NFT 방식으로 예술 작품을 산다고 파일이 딸려오지도 않고 종이 증서가 오지도 않습니다. 오로지 특정 자산의 창작자로부터 개념적인 ‘오리지널리티’만 가져오게 되며, 디지털화된 권리가 NFT에 기록되는 것이죠.

 

그럼에도 NFT를 통해 뭔가가 거래되는 건 이러한 방식이 기존엔 없던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 시장을 열기 때문일 겁니다.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이 그림판 프로그램에 그림을 그려 NFT로 판다고 해봅시다. 그 명성 때문에라도 누군가는 사려는 사람이 있겠죠. 시장에서 경매가 이뤄지고 그 결과 자산이 거래되는 순간 해당 자산에 값어치가 매겨집니다. NFT는 그 권리를 이전하는 수단으로써 작동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왜 NFT는 주로 예술 시장과 맞물렸을까요. 예술은 어느 순간 추상으로 치닫다 못해 현대로 넘어오며 무한 복제가 가능해졌죠. 차이 자체가 없어진 걸 뛰어넘어 복제가 원본을 뛰어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수많은 복제 중 무엇이 진짜고 무엇은 가짜일까요. 무한한 복제 앞에 진위를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NFT 거래가 예술과 접목된 게 바로 이 지점입니다. 중요한 건 예술품이 아니라 그를 대하는 관념 그 자체란 겁니다.

 

NFT가 탄생하면서 새로운 산업이 열린 게 눈에 띕니다. 대표적인 게 바로 경매 시장입니다. 소더비(Sotheby's), 크리스티(Christie's), 필립스(Phillips) 등 세계 3대 미술품 경매사가 NFT 거래 시장에 뛰어들었고요.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옥션과 피카프로젝트라는 곳이 NFT 경매에 나서겠다고 밝혔죠. 인터넷 공간에선 오픈씨(OpenSea)나 크래프터스페이스(KrafterSpace) 등 NFT 경매 중개 사이트도 만들어졌습니다.

 

 

NFT는 블록체인 게임 크립토키티의 엔지니어가 개발했다. 비트코인 같은 디지털 자산을 만든 게 아니라 돈은 못 벌었지만, 덕분에 명성을 얻었다. <출처 - 크립토키티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시장이 활성화되자 이름 있는 예술가들이 이 시장에 들어오고 있는 게 눈에 띕니다. 현대 예술계에서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가 자기 작품 1만 점을 NFT로 내놓겠다고 선언했고요. 스위스 출신 설치 미술가 어스 피셔(Urs Fischer)도 본인 작품의 NFT 판매를 알렸죠. 이름있는 예술가들이 계속 유입된다면 NFT를 통한 예술품 거래도 향후 더욱 활발해질 겁니다.

 

음악 산업의 경우 소유권 거래보단 주로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NFT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힙합 래퍼 팔로알토는 지난 5월 국내 최초로 NFT 형태의 앨범을 발매했고, 이날치 밴드도 최근 유명해진 ‘범 내려온다’라는 곡을 NFT 음원으로 선보였습니다. 구매자는 아티스트가 공신해주는 방식으로 음원을 구매할 수 있으니 저작권 문제를 피해갈 수 있고, 아티스트는 플랫폼 중개 수수료를 줄이며 수익을 더 늘릴 수 있으니 ‘윈윈’입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NFT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국내 3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중 하나인 JYP엔터테인먼트가 NFT 사업 공식 진출을 선언했고요. 유명 작곡가 김형석 씨가 운영하는 노느니특공대엔터테인먼트도 블록체인 기업과 NFT 관련 공동 사업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엔터 회사들의 주 수입원이 지적재산(IP)인 만큼 NFT를 통해 수익 창출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NFT의 태초이자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게임 산업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 게임에서의 아이템은 소유권이 게임 회사에 귀속돼있고 거래에도 공신력이 없었죠. 하지만 NFT가 접목되면서 유저 소유권 개념이 생기고 아이템 거래도 더욱 투명해질 겁니다. 국내에선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도박성 우려로 NFT를 접목한 게임의 서비스를 막았지만, 편익이 적지 않은 만큼 학계와 업계 차원에서의 공론화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세계 3대 경매 회사들이 모두 NFT에 뛰어든 건 이유가 있다. 사진은 크리스티의 NFT 거래 홈페이지 <출처 - 크리스티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또 하나 주목할 지점은 금융·투자 산업입니다. ‘NFT뱅크’라는 곳은 NFT에 금융을 접목합니다. 내가 투자한 자산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나아가 해당 자산을 담보로 대출 중개를 해주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죠. 디지털 자산 소유권에 대한 공동 투자 조직 ‘NFT DAO’도 주목받고 있는데요. 공동 펀딩을 통해 예술품이나 게임 아이템을 NFT 방식으로 구매하는 크라우드펀딩의 일종입니다. 이런 사업들은 금융과 대체 투자 시장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죠.

 

허울 좋지만… 법적·기술적 문제 산적

 

물론 지금까지의 NFT는 막 싹트기 시작한 단계에 불과합니다. 여러 산업에 접목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지만 향후 어떤 식으로 활용될지는 불분명하죠. 화젯거리 수준으로 떠올랐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수면 아래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더군다나 NFT는 그 가능성만큼이나 법적이나 인식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쌓여 있습니다.

 

우선 NFT를 통한 거래로 지적재산권이 옮겨가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NFT로 특정 디지털 자산을 샀더라도 사후 소유권 분쟁이 생긴다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겁니다. 내가 특정 예술 작품을 NFT 방식으로 샀는데, 그 작품의 창작자가 같은 작품으로 또 다른 NFT를 발행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물론 창작자의 명성은 깎일 수 있겠지만, 내 NFT의 값어치 또한 깎이며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할 겁니다.

 

투기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마이크 윙켈만의 작품을 785억 원에 산 메타코반(Metakovan)은 NFT펀드의 창립자라 하고요.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Jack Dorsey)의 첫 트윗(“just setting up my twttr”)을 32억 원에 낙찰받은 시나 에스타비(Sina Estavi)도 블록체인 기업 브릿지오라클 대표입니다. ‘꼬리표’에 불과한 토큰을 천문학적 액수로 사는 주체가 블록체인 업계 거물들이라는 건 곱씹어볼 부분입니다. 비트코인 투기 물결에서 한몫 챙긴 이들이 NFT 시장에서도 ‘거품’을 만들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이크 윙켈만의 그림을 785억 원에 산 것으로 알려진 메타코반은 블록체인 펀드를 결성한 인물이다. <출처 - wigneshsundaresan.com>

 

 

실제로 작품 경매가 활발해지면서 수혜를 보게 될 미술계조차 NFT에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합니다. 유명인들의 작품만 비싼 값에 거래되고 그 외의 자산은 외면당하고 있어 시장에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디지털 자산 거래가 활발해질 것이란 기대와 달리, 가진 자들에게 부가 집중되는 ‘승자 승’ 현상이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크라우드펀딩 방식의 NFT 거래는 어떤가요. 특정 자산을 얼마의 가치로 거래하는 게 적절한지조차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는 마당에 이런 투자가 가능한지 의문입니다. NFT DAO에서 가장 유명한 ‘웨일 샤크(Whale Shark)’의 경우 투자 구조가 불투명하고 자산 가격 결정의 근거가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죠. NFT 투자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면과 별개로 이처럼 낮은 신뢰도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다소 간과되고 있지만 기술적으로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해킹할 수 없는 기술이라고 여겨지나, 향후 양자 컴퓨터가 개발될 경우 뚫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죠. 또 토큰을 만드는 데 기존 이더리움의 ‘작업증명(Proof of Work·PoW)’ 방식이 그대로 쓰이는데, 이더리움 거래의 평균 전력 소모량이 48.14kW라는 것을 생각하면 환경 문제를 피해갈 수 없습니다. 세계적인 탄소 중립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죠.

 

 

2018~2020년 NFT 시장 활성화 지갑·구매자·판매자·거래액 조사 <출처 - nonfungible.com>

 

 

가능성과 우려가 혼재된 NFT의 미래는

 

시장분석 플랫폼 논펀지블닷컴이 지난 2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NFT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네 배 성장한 약 2억 5,000만 달러(약 2,876억 원)를 기록했다 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NFT 시장이 최근 들어 엄청나게 커진 건 사실인 겁니다.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는 기대감, 그리고 투자자들에게 신개념 대체 투자의 영역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여러분들은 NFT를 어떻게 보시나요. 이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시장에 거품이 끼어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디지털 공간에서 불분명했던 소유권을 확립하고 거래를 쉽게 만들며 디지털 지적 재산권을 확립해주는 기술임을 부인하긴 어려울 겁니다. NFT를 취재 중인 저희 매체 기자는 “중요한 건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사용하는 이들의 태도”라고 말합니다. 디지털 콘텐츠 유통 생태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기술인 만큼 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주목과 관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저자의 다른 미디어
  • 필자 : 이일호
  • 소속 :
  • 직함 :
  • 발행 : 2021-07-30
  • 조회수 : 14
  • 키워드 :
블로그 공유 트위터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