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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인상을 놓고 논란이 많은 가운데, KBS가 한국 방송 정책 역사상 처음으로 공론조사를 진행했다. 그간 여러 차례 여론조사를 해왔지만, 결과는 늘 반대 우위였다. 여론조사와 공론조사의 차이점과 이번 조사가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방송 정책 역사상 첫 공론조사
‘공론’은 이를 주창했던 제임스 피시킨(James Fishkin)에 따르면 “여러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제기하는 경합적 논변과 정보에 의해 검증된 여론”이다(Fishkin, 2009/2020 p.47). 평소에 가진 생각을 즉각적 반응을 통해 알아보는 일반 여론조사와 달리 충분한 시간을 갖고 숙고와 논의를 거쳐 하는 심층 조사이다. 단적으로 말해 ‘숙(고와 논)의(deliberation)’의 효과를 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공론조사는 일반 조사와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게 보통이다.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는 사안인 경우 많이 해도 정책 간 우선순위를 정하고 새로운 과제를 발굴할 때도 유용하다.
이번에 KBS가 공론조사를 실시했다. 한국의 방송 정책 역사상 공론조사는 처음이다. 오랫동안 정체된 수신료 인상과 관련해 새로운 과제도 발굴하고 인상에 대한 공론도 알아보고자 한 것이다. 물론 일반 여론조사는 여러 번 했다. 결과는 반대 일변도였다. 그러나 권위주의 체제에 대한 거부로 시작된 수신료의 정체가 무려 40년째다. 따로 대안도 없다. 그간은 그래도 광고료가 이 부족분을 잘 메워줬다. 공영방송이 광고까지 하다보니 여러 파행이 동반된 자기 모순적 과정이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TV 수상기를 밀어내고 모바일이 국민적 ‘필요 매체’가 되면서 광고료가 급전직하했다. 한때 60% 비중까지 육박하던 광고가 급감하면서 이제는 경영수지가 정말 ‘적자’가 됐다. 상업방송이던 SBS조차 어쩌지 못하는 미디어 ‘시프트’였다. 공영방송을 안 한다면 모르되 한다면 뭔가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시점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돈이 많이 드는 공론조사는 KBS로서는 마지막 대안에 가까웠다.
공론조사는 조사 전체를 주재하는 위원회(‘공적 책무와 수신료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시작됐다. 위원들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해 각 학회의 추천으로 위촉했다. 다음으로 조사 회사를 선정했고, 숙의토론을 위해 전문가를 골랐다. 이어 설문지가 작성됐고, 조사 참여자가 확정됐다. 기초 조사가 시행됐고, 마지막으로 본 조사(1박 2일)가 진행됐다. 조사 회사는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 등 여러 차례 경험을 가진 한국리서치로 결정했다.
본 조사를 하게 되는 국민참여단은 기존에 진행된 여러 공론조사를 검토해 209명으로 구성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조사에는 478명이 참여했고,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조사 때는 409명의 시민참여단이 참여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조사에서 샘플 수는 유효한 ‘검증력’이 관건이다. 많으면 좋기는 하지만, 비용이나 시간도 고려해야 하므로 무작정 늘릴 수도 없다. 조사 이후 209명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공론조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것이다. 209명이 적다면, 478명이나 409명은 적절하다는 말인가? 수신료가 중요해도 미래 에너지(원전) 문제나 백년지대계(대입)보다 크기는 어렵다.
한국리서치는 참여단의 국민적 대표성을 얻기 위해 먼저 전국의 18세 이상 성인남녀 2,500여 명에게 기초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는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고, 설문 주요 내용은 공영방송의 필요성과 KBS 역할 등이었다. 이 조사를 토대로 200여 명의 1.3배수를 선정한 후, 최종적으로 209명으로 국민참여단을 확정했다. 이 참여단은 KBS의 역할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자가 55%, 긍정 평가자가 40%, 평가 유보자 5%로 구성됐다. KBS의 역할과 수신료에 대해 편향되지 않고 다양한 의견을 가진 분들로 참여단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공론화위원회는 국민참여단에 제공할 숙의 자료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논의했다. KBS에 관한 기초 자료, KBS 수신료 인상안과 인상에 따른 공적 책임 수행방안, 그리고 KBS 수신료 인상과 관련해 그동안 쟁점이 됐던 내용이 선정됐다.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첫째는 KBS 보도의 정치적 중립, 둘째는 KBS의 콘텐츠와 서비스 질, 셋째는 KBS 경영 투명성과 효율성 등이었다. 최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자료를 만들기 위해 이들 세 가지 쟁점에 긍정적인 내용과 부정적인 내용을 고루 담기로 했다.
설문지는 숙의토론 전에 질문할 사전용과 숙의토론 종료 후 질문할 사후용 2종을 만들었다. 국민참여단의 의견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사전과 사후 같은 문항을 통해 차이를 검증하고자 했다. 대표적으로 공영방송에 대한 지식 정도를 묻는 질문과 수신료 인상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 질문 등이다. 설문은 공영방송의 필요성과 KBS의 역할 수행 평가 항목, 숙의 정도 확인 평가 항목, 수신료 관련 쟁점에 대한 인식 평가 항목, KBS 공적 책무 확대 계획에 대한 인식 평가 항목, 숙의 효과 측정 관련 항목, 공론화 과정 평가 항목으로 구성했다.
공론조사를 위한 본 숙의는 5월 22일과 23일 양일간에 걸쳐 진행했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국민참여단을 줌(Zoom)으로 연결해 논의를 진행했다. 개인 사정으로 접속이 어려운 참여자들은 KBS 서울 본사와 각 지역 총국에 회의실을 마련해 참여에 필요한 각종 기기 등을 지원했다. 이틀간의 공론조사는 크게 세 개 세션으로 구성해 진행했다. 1세션은 수신료 제도와 공영방송 공적 책무 이해, 2세션은 더 나은 공영방송을 위한 쟁점과 과제, 3세션은 KBS 공적 책무 확대 계획 적정성과 우선순위를 다뤘다.
숙의토론 전후의 유의미한 응답 차
조사의 결과와 함의는 △숙의를 통한 학습 효과 △공영방송 필요성 인식의 변화 △KBS의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에 대한 평가 △수신료 인상 및 인하에 대한 의향 △KBS가 제시한 공적 책임과 임무에 대한 적절성 평가의 순서로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학습 효과다. 공영방송과 수신료에 대한 여섯 개 질문을 이용해서 숙의를 전후한 국민참여단의 학습 효과를 알아봤다. [표 1]은 2일에 걸친 본 숙의에 참여한 응답자의 질문당 정답 비율을 제시한다. 결과를 보면, 모든 질문에서 정답률이 증가했다. 특히 KBS가 수신료 인상을 추진한 횟수는 숙의 전후 정답률이 무려 43.5%나 증가했다. KBS가 제시한 수신료 인상 금액을 맞춘 응답자의 비율도 16.3%에서 56.9%로 40.6%p 증가했다. 정답 총점 6점을 기준으로 삼아 숙의를 전후한 정답 점수의 평균값을 비교하면, 평균값의 차이가 1.77점이었는데,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다(t = 18.1, df = 208, p < 0.001). 이 결과는 공론조사에 참여한 국민참여단이 공영방송 및 수신료 제도에 대해서 실체적 지식을 얻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공론조사가 일반 여론조사와 다른 결정적 이유는 이렇게 ‘공부’를 시키기 때문이다. 이 공론조사 이후,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일반 여론조사(코리아리서치, 2021)에서는 대상자들의 59.2%가 1981년 이후 수신료가 인상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공론조사와 여론조사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단적으로 밝혀주는 대목이다.

다음은 공영방송의 필요성으로 ‘공정한 뉴스 제공’, ‘재난 주관 방송’, ‘공익적 내용 제공’, ‘사회통합과 소수자 대변’, ‘지역방송’, ‘한류 확산’ 등 여섯 개 항목으로 질문했다. 이의 결과는 다음의 [표 2]인데, 이 표의 마지막 열은 공영방송 필요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제시하는 것이다. 국민참여단의 공영방송 필요성 인식은 ‘한국문화의 세계적 확산’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증가했다. 이는 응답자들이 애초에 공영방송 제도에 대한 폭넓은 합의를 갖고 출발했지만, 공론조사에 참여하면서 해당 합의 기반이 더욱 강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별히 높게 증가한 공영방송 임무 관련 항목은 ‘공익적 내용 제공’(+6.2%)과 ‘지역방송’ (+4.8%)이었다. 공영방송의 필요성을 종합한 문항을 기준으로 보면, 숙의 후 2차 조사의 응답이 1차 조사보다 4.3%p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 문항에 대해서 ‘매우 필요하다’는 응답을 4점 만점으로 환산해서 숙의 전후의 평균값 변화를 검증하는 방식을 취해도 2차 조사 결과의 값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t = 3.18, df = 208, p < 0.01).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얼마나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같은 여섯 개 항목을 이용해서 질문했다. [표 3]의 마지막 열은 2차 조사와 1차 조사 간에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얼마나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에 대한 종합적 인식의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인식의 변화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복합적으로 보여준다. 일단 2차 조사에서 찬성 비율이 높게 나온 항목은 한류 확산과 지역방송 제공 등 두 분야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재난 주관 방송사의 역할과 공익적 내용 제공에 대해서는 긍정적 답변의 비율이 오히려 감소했다.

결정적으로 [표 3]의 마지막 행이 제시하듯이,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질문한 문항에 대한 응답을 보면, 2차 조사 결과가 1차 조사 결과보다 찬성 응답이 2.9%p 감소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문항에 대해서도 ‘매우 잘하고 있다’를 4점으로 환산해서 숙의를 전후로 한 평균값의 변화를 알아본 결과, 2차 조사에서 평균값이 0.1점 감소했으며,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였다(t = -2.03, df = 208, p < 0.05). 요컨대, 숙의에 참여한 국민은 KBS의 공영방송 역할 수행에 대해 결국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본 숙의를 전후해서 “현재 KBS 수신료는 월 2,500원입니다. KBS가 제시한 수신료는 3,840원입니다. 공영방송의 필요성과 역할, KBS의 공적 책무 확대를 위한 과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한 달에 얼마 정도의 수신료를 부담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질문했다. 국민참여단은 숙의 전 1차 조사에서 1인당 평균 3,256원(최솟값 0원, 최댓값 10,000원, 표준편차 1,608)을 제시했으며, 2차 조사에서는 평균 3,829원(최솟값 0원, 최댓값 30,000원, 표준편차 2,852)이라 응답했다. 숙의를 전후한 수신료 납부 의향 액수는 평균 574원 증가했으며,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였다(t = 3.32, df = 208, p < 0.01).
2차 조사에서 각각 2만 원과 3만 원이란 극단적 액수를 제시한 경우가 있었다. 이 두 응답을 제거하고 남은 207명 자료만 갖고 다시 분석해보면 수신료 납부 의향 액수는 1차 조사보다 평균 372원이 증가한 3,601원이 되고, 이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한 증가였다(t = 3.79, df = 206, p < 0.001).
수신료를 기꺼이 더 내겠다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수신료를 더 낼 수 있다고 응답한 이유를 물어본 결과, ‘공정한 뉴스 제작과 독립적 운영을 위해서’라는 응답이 28.1%로 가장 많았다. 이어 두 번째는 ‘그동안 수신료가 오르지 않아서 물가 및 인건비 상승을 반영하지 못해서’라는 응답이었다. 앞서 학습 효과와 관련된 대답이다. 반면, 수신료를 유지하거나 내려야 한다고 응답한 국민을 대상으로 유지나 인하의 이유를 질문한 결과, ‘공적 책무 확대 계획의 실효성을 신뢰할 수 없어서’라는 응답이 31.0%로 가장 많았고, ‘미디어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KBS를 보는 사람이 점차 줄고 있어서’라는 응답이 19.0%로 두 번째였다. 세 번째는 같은 16.7% 비율로 ‘공정한 뉴스 제공과 독립적 운영을 기대할 수 없어서’와 ‘경영효율화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아서’였다.
토론 자료집에 미리 제시하고 토론회 중에 다시 설명한 다섯 가지 핵심 가치에 따른 12개 KBS 공적 책임과 의무 항목의 필요성에 대해서 국민참여단의 평가를 받아봤다. [표 4]는 12개 약속 항목의 필요성에 대한 1차와 2차 조사에서 1점 ‘전혀 필요하지 않다’와 10점 ‘매우 필요하다’는 선택지를 이용해 얻은 응답을 평균값으로 제시한 것이다. 2차 조사에서 확인한 응답자 평균값을 기준으로 삼아 순위를 제시했다.

필요성 평가점수가 조금이라도 감소한 항목은 ‘장편 대하드라마 등 차별화된 고품격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약속과 ‘한민족의 문화동질화를 위한 방송개발’ 등 두 개였지만, 1차 조사와 2차 조사 간 평균값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정도는 아니었다. 그 밖에 대부분 공적 책임과 약속 항목에 대한 필요성 평가는 숙의 이후 2차 조사 결과에서 증가했으며, 특히 △경영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해서 책임 있게 설명할 것과 △고품질 뉴스를 제작해 공정하게 보도할 것, 그리고 △재난과 재해 관련 정보를 모아서 모든 미디어를 이용해 시청자에 전달할 것 등 세 항목에서 뚜렷하게 증가했다.
“알게되면 달라진다”
이런 공론조사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공론조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공영방송 제도와 수신료에 대한 지식을 습득했다. KBS가 수신료 인상을 시도한 횟수와 KBS가 제시한 수신료 인상 금액을 포함한 수신료 전반에 대한 지식이 증가했다. 이번 공론조사가 효과적으로 수행됐으며, 이를 통해서 시민적 학습이 이뤄졌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결과이다.
둘째, 공론조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공영방송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증가했다. 특히 공익적 내용을 제공하고 지역방송을 제공해야 한다는 항목에 대한 필요성이 뚜렷하게 증가했다. 숙의를 통해서 공영방송 제도의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결과이다.
셋째, 공론조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그러나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특히 ‘재난 주관 방송사로서의 역할’과 ‘공익적 내용’에서는 숙의 후에 오히려 더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된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한류 확산’과 ‘지역방송’에 대해서는 호의적 인식이 증가했다. ‘사회통합 역할’이나 ‘공정한 뉴스 제공’과 관련한 역할은 숙의를 전후해서 실체적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숙의에 참여해 KBS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비판적 사고가 증가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넷째, 공론조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KBS 수신료를 더 많이 납부할 의향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숙의 이후에 시민들은 평균적으로 보아 KBS가 제시한 수신료 인상 액수 3,840원에 근접한 정도의 액수를 납부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공정한 뉴스 제작과 독립적 운영을 위해서’ 수신료를 지금보다 더 납부할 수 있다는 응답이 많았다.
다섯째, 공론조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KBS가 공적 책임과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제시한 항목에 대해 대체로 필요성을 인정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특히 ‘경영의 투명성’, ‘뉴스의 공정성’, 그리고 ‘재난 방송 강화’ 등의 필요성을 중요하게 인식했다. 이 결과로부터 KBS가 수신료 인상을 계기로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의 순위를 도출할 수 있다.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공론화위원회는 KBS 이사회에 권고안을 보냈는데 특히 강조한 것은 다음 대목이다.
“공론화위원회는 2021 공론조사 결과를 단순히 ‘국민이 수신료 인상에 동의했다’는 식으로 활용하는 것에 반대한다. 국민참여단은 그간의 숙의를 통해 현재 KBS를 비롯한 지상파방송이 전반적으로 어렵다는 것에 공감, 수신료 인상에도 기존 조사와 다른 호의적 결과를 보였으나 KBS의 공영방송적 실천에는 낮은 평가를 내렸고, 이런 생각은 2차 숙의 이후에도 바뀌지 않았다. 그러므로 ‘공영방송의 객관적 어려움에 대한 공감’과 ‘그간의 KBS에 대한 엄정한 평가’, 그리고 ‘내부 쇄신 약속에 대한 (부분적) 인정’이 이번 숙의의 가장 큰 결실이자 발견이라 할만하다.”
공론조사가 처음이다 보니 조사의 성격과 결과에 대한 오해가 많았다. 특히 샘플 수가 적었다는 점, 조사 참여자에 수당이 지급됐다는 점, 수신료 지불 의사가 다른 조사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는 점 등이 그러하다. 앞의 둘은 정말 오해이자 (일부의 경우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악의적 지적이다. 어느 공론조사든 피조사자들이 일상을 중단하고 많은 시간을 할애해 참여하므로 그에 따른 반대급부는 반드시 지불된다. 오프라인에서 할 경우에는 숙박비나 장소 사용료 등을 포함해 훨씬 더 많은 비용이 지출된다. 신고리 조사의 경우에도 상당히 많은 비용이 소요됐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적이 없었다.
다만 일반 조사와 다르게 상당히 높게 나타난 수신료 인상 의사에 대해서는 해석이 좀 더 필요하다. 필자가 보기에는 역시 40년째 인상이 안 됐고, 그간 세 차례 인상 시도가 모두 실패했다는 점, 지상파방송의 광고가 급감한 점 등을 학습한 것이 주효했다. 수신료 인상의 절대액이 얼마 안되고, 그간 방송가에서 유료가 대세가 됐다는 점 등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것은 참여자들이 KBS 및 공영방송의 가치와 현주소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점이 아닌가 한다. 이 조사 이후에 일반 여론조사(코리아리서치, 2021)도 있었다. 이 조사에서는 57%가 KBS의 가치를 2,500원보다 낮게 평가했고, 50.1%가 역시 수신료 인상에 찬성하지 않았다. 이를 중시할 수도, 앞의 공론조사를 높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알게 되면 달라진다’는 점이고, 공론조사는 이를 입증했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