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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IT 업계는 개발자 채용 전쟁이 한창이다.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은 물론 네이버, 카카오 등 IT 공룡도 원하는 인재를 채용하기 어려우니 그야말로 전쟁이 맞다. 내가 속한 스타트업 코드에프(CODEF)도 채용 전쟁에 참전 중이다. 올해는 나도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보고 면접관으로 참여하는데 원하는 사람을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연봉으로 채용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정말 어려운 일이다.
언론사에서도 개발자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내가 경험했던 언론사 문화와 비즈니스 구조 등이 떠올라 마음이 답답했다. 이는 어떤 한 마디로 큰 변화를 주기 어려운 일이다. 말 그대로 언론사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개발자는 기자와 다르다
기자로 일했고,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기자 시절엔 개발자로 일한 경험을 팔았는데, 개발자로 일하며 기자 시절을 논하려니 감회가 새롭다. 이 글은 두 직군의 큰 맥락을 논하는 것이며, 모든 기자와 개발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두 직군을 모두 지냈던 경험에 기반한 이 글이 너무 극단적으로 이해되지 않길 바란다.
차이점에 앞서 두 직군의 공통점을 말하고 싶다. 먼저 논리력이다. 기자에게 왜 논리력이 필요한지는 알고 있을 것이다. 개발자에게도 논리력은 필수다. 개발자는 어떤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프로그램 로직(logic)을 짠다. 또한, 정보가 방대할수록 정보를 처리하는 많은 케이스가 생긴다. 이 케이스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면 버그가 발생한다.
다른 공통점으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있다. 책이나 드라마에서만 개발자를 접했다면 늘 후드티에 체크 셔츠만 입고 더벅머리에 뿔테 안경을 쓴 사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물론 조용히 개발만 하는 개발자도 있고, 이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개발자는 코드로 말한다고 하지만, 이들 역시 다른 직군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디자이너, 기획자는 물론 마케터, 영업 등 소프트웨어를 구성하는 모든 직군과 대화의 장이 열려있다. 이때 의사 표현을 명확히 할 수 없다면 초급 개발자를 벗어나기 어렵다. 최근에는 비전공 개발자들이 많아지며 개발자 캐릭터에도 다양성이 확보됐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개발자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기자와 개발자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먼저 정보를 다루는 관점의 차이다. 기자는 정보를 직접 다룬다. 정보를 캐내기도 하고, 어떤 정보는 잘 정리해서 드라이하게 전달하기도 한다. 기자는 정보를 생산하는 데 능숙하다. 하지만 개발자는 직접 정보를 생산하기보다는 관리하는 데 익숙하다. 정보를 저장하고, 찾는 등 개발자의 업무는 정보 생산보다는 관리에 가깝다. 생산보다 관리에 중점을 두니 효율을 중요시한다. 몇 밀리초(ms)에도 울고 웃는 게 이들 개발자다. 이는 꽤 큰 차이점이다. 정보 생산을 위해 기자는 발품을 팔며 여기저기 찾아다닌다. 같은 공간을 같은 시간에 반복해서 찾아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기자는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개발자는 반복 과정을 매우 혐오한다. 비효율과 시간 낭비를 혐오한다. 개발자는 직접 찾아가지 않고 정보를 찾을 방안을 고민한다. 극단적으로는 2회 이상 반복할 일은 ‘함수’로 만들어 코드를 단축하곤 한다. 비효율적인 의사 결정 구조와 반복 업무를 개발자에게 요구한다면, 개발자는 조직을 혐오할 것이다.
또 다른 차이점으로는 성향이 있다. 상대적으로 기자 직군은 제품 밖으로 드러나는 반면, 개발자는 드러나지 않는다. 기자가 만드는 제품을 기사라 하고, 개발자가 만드는 제품을 소프트웨어라 하자. 이때 어떤 기사를 보고 이를 만든 기자를 아는 것과 어떤 소프트웨어를 보고 이를 만든 개발자를 아는 것 중 어느 게 쉬울까? 기자에게 바이라인은 자존심이다. 제품인 기사와 같은 레벨에 이름이 걸리며, 독자 모두가 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다르다. 운영체제 리눅스(Linux)를 만든 리누스 토발즈(Linus Torvalds),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 등 몇몇 예외 케이스를 제외하면, 개발자는 기자처럼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당장 카카오톡이나 네이버를 만든 개발자를 떠올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기자와 개발자 모두 논리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함에도 서로 정보를 다루는 관점이 다르고, 직군에 따른 성향이 다르다. 이 차이점이 중요한 이유는 미디어 구조가 기자 중심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기자와 자존심
기자는 자존심이 세다. 어떤 기자는 한 기업 대표를 두고 유명하지 않았을 때 자신이 인터뷰를 해 유명해졌다며, ‘내가 키웠다’고 표현했다. 짧은 기자 생활이었지만 나도 그런 느낌을 받은 적 있다. 바빠서 시간이 나지 않는다며 인터뷰를 거절한 취재원에게 내가 그의 편의를 봐줬던 일이 떠오르며 한순간에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아차 싶었다. 이런 일이 해를 거듭하면, 나 역시 ‘내가 키웠어’라고 말할 것만 같았다. 단순히 그 말을 했던 기자만의 잘못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짧게 경험한 기자는 그런 자리였다.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자리였고, 충분히 어떤 정보를 전달할지 ‘선택’할 수 있는 자리였다. 그렇게 기자에게 자존심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존심은 조직 전반에 퍼져있다. 언론사의 꽃은 기자이고, 당연히 기자 중심 문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언론사에서 기자가 대우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기자가 선택하는 것은 위험하다. 문제는 개발자도 자존심이 세다는 것이다. 만약 미디어 전반적인 의사 결정을 기자가 하고, 개발자에게는 그 이후 작업만을 요구한다면 개발자는 결코 즐겁지 않을 것이다. 개발자 채용 전쟁 시기에 즐겁지 않은 개발자는 그저 즐거운 곳으로 가면 될 뿐이다.
기자 시절 언론사 정치부장이 카카오로 이동해 이슈가 된 적 있다. 당시 나는 ‘그게 뭐가 어떻다는 거냐?’라는 반응이었지만, 언론사에서는 꽤 큰 이슈라고 했다. 언론사 정치부장이라는 자리가 그만큼 의미가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개발자 세계에는 이런 게 없다. 구글 개발자가 초기 스타트업으로 갈 수도 있고, 초기 스타트업 개발자가 구글로 갈 수도 있다. 어떤 자리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게 이들 개발자다.
미디어 비즈니스가 예전처럼 잘 됐더라면 이는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언제나처럼 기자가 의사 결정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기자만의 의사결정으로는 어려운 시기다. 결국, 문제는 비즈니스다.
레드오션, 미디어 비즈니스
나는 2011년에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6년 동안 십여 개 은행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모든 은행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기 시작하니 프로젝트는 끝이 없었다. 모든 은행은 자사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싶어 했다. 고객사가 요구하는 기능을 만들어 주는 일을 했고, 당시 내가 다니던 회사는 저축은행은 물론 증권사, 카드사 등 금융권 프로젝트를 이어갔다. 이들은 약 10년 주기로 차세대 프로젝트를 하는데 이때 10년 전 만든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수정한다. 사실상 프로젝트가 끊이지 않는 구조다. 일이 없어 그만둘 걱정은 없어 보였다.
그런데 미디어 비즈니스는 다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간한 <2020 신문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언론사 수입 구조는 △광고 수입 61.7% △콘텐츠 판매 수입 22.3% △기타 사업 수입 15.9%로 광고 수입이 압도적으로 많다. 광고료는 주로 기업이 지불하는데, 기업 입장에서 광고를 꼭 언론사에 할 필요는 없다. 포털, SNS 등 다양한 대체재가 있다. 기업은 기업 홍보가 목적이지, 언론사를 통해 홍보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
결국 미디어 산업은 한정된 자원을 두고 서로 경쟁해야 했다. 기자들에게 영업을 요구하기도 한다. 숫자 자체가 늘지 않고, 서로 빼앗아 성장한다면 레드오션이 맞다. 산업이 레드오션일 경우 산업을 옮겨야 하겠지만, 기자는 산업에 종속된 포지션이다. 언론사를 떠나 글을 쓸 수는 있겠지만, 언론사를 떠난 기자는 더 이상 기자가 아니다. 개발자는 산업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개발자가 미디어 산업에 관심이 있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개발자 직군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가운데, 개발자가 굳이 레드오션에 들어가야 할 이유는 없다. 미디어 산업에 들어간다 해도 레거시 언론사에 들어갈 이유는 더더욱 없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디어에는 개발자가 있고, 미디어에 지원하는 개발자도 있다. 레드오션인 미디어 산업에 들어온 개발자는 분명 어떤 가능성을 보는 것이다. 개발자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모습은 답답할 따름이다.
그래서 미디어는
그래서 미디어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자와 개발자를 다르게 대우하고 평가하며 △기자 중심 언론사 문화를 개선하고 △미디어 산업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미디어는 개발자 채용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런데 그게 정말 문제다. ‘네카라쿠배당토’라 한다.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토스 등 IT 대기업을 뜻한다. 이들도 좋은 개발자를 구하기 힘들어 여러 방법으로 검증을 한다. 이들 외 기업은 지원자 자체가 적어 개발자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개발자를 이해하며, 개발자 중심 문화에, 블루오션인 비즈니스들조차 개발자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풀타임 기자를 떠났지만, 여전히 미디어를 마음에 두고 있다. 언론사를 떠날 때쯤 친구들과 <와레버스>라는 작은 웹사이트를 만들어 글을 쓰고 있다. 아무리 미디어가 위기라 하지만, 여전히 미디어 산업에 관심을 갖는 개발자들이 있다. 개발자 채용이 어렵다지만, 이들만큼 단순한 직군도 없다. △자유를 부여하고 △성과를 투명하게 측정하고 △성장을 장려하며 △기회를 보장한다면 미디어가 어때서 ‘네카라쿠배당토’를 부러워하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