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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제작기] KBS <시사기획 창 - '소멸의 땅', 지방은 어떻게 사라지나>
취재기·제작기 | 등록일 : 2021-09-03

지방 인구가 줄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와닿지 않는다. ‘소멸’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만큼 실제 심각한지, KBS창원 취재진이 국내 지방 도시와 일본까지 발로 뛰며 직접 확인한 결과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방 소멸. 지방 도시의 인구 감소 문제를 다소 자극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2014년 마스다 히로야 도쿄대 교수가 낸 동명의 책에서 비롯됐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이 말이 자주 나옵니다. 30년 뒤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는 불길한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취재진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출발했습니다. 국토 88%를 차지하는 지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했습니다. ‘소멸의 땅’ 프로젝트가 시작된 배경입니다.

 

두 눈으로 확인한 ‘지방 소멸’

 

현장으로 갔습니다. 될 수 있으면 많은 지방 도시를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경남 진주와 하동, 경북 의성과 군위, 대구, 부산 등 영남권 8개 시·군부터 전남 나주와 전북 익산, 광주 등 호남권 3개 시·군, 충북 진천과 음성 등 충청권 2개 군, 그리고 서울과 일본 도쿄와 히메지시, 도쿠시마현까지 모두 17개 도시를 현장 취재했습니다. 취재 기간만 5개월, 총 이동 거리는 1,000km를 넘겼습니다.

 

지방 도시들은 하나같이 인구 감소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었습니다. 국토 골다공증! 골밀도가 줄어 뼈 곳곳에 구멍이 생기는 골다공증처럼, 국토 곳곳이 텅 비어갔습니다. 한때 ‘젊음의 거리’라 불렸던 전북 익산시 중앙동에는 방치된 폐가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임대 딱지가 덕지덕지 붙은 상가들 사이에는 요양병원이 떡하니 들어섰습니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라 불리는 부산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도시가 빠르게 늙어갔습니다. 한때 최고급 거주지였던 부산 영도구의 한 아파트에는 주인 없는 빈집들이 방치돼 있었습니다. 어두운 복도에서 만나는 사람은 거처를 옮기기 어려운 노인들뿐이었습니다. 제2의 도시 부산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처럼 느껴졌습니다. 오히려 부산은 청년들은 떠나고 노인과 바다만 남은 도시가 된 것 같았습니다.

 

국토 11.8%에 인구 50%가 산다


지방에 살던 그 많던 사람들은 전부 어디로 갔을까. 취재진은 카이스트 연구진과 함께, 지방 인구가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봤습니다. 과거 50년 동안 전국 시·군·구 인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도별 ‘카토그램 지도’를 만들었습니다. 카토그램은 인구수에 비례해 면적과 길이 등이 바뀌는 지도로, 인구가 많을수록 지역 크기가 커집니다.

 

 

2019년 우리나라 인구 카토그램 지도. 수도권에 기형적으로 인구가 집중됐다. ⒸKBS

 

 

분석 결과, 시간이 흐를수록 수도권에 인구가 극단적으로 집중됐습니다. 특히, 강원과 호남 지방 인구는 상대적으로 가장 많이 줄었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이 점점 커졌습니다. 1960~70년대 고속 성장을 위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성장 거점 전략’을 펼치다 보니, 인구 상당수가 구직과 창업이 상대적으로 쉬운 수도권으로 간 겁니다.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닙니다. 특정 지역에 인구가 몰리면, 기업과 자본 등 자원도 함께 빨려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인구의 쏠림이 자원의 빨림을 낳을 수 있는 겁니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이 사는 수도권은 경제력의 3분의 2, 국세 수입의 4분의 3 등을 차지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집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돈을 벌 기회, 학원에 갈 기회, 치료받을 기회, 콘서트를 볼 기회 등 모든 기회가 전부 수도권에 몰려있는 겁니다.

 

모두가 모인 수도권은 행복할까

 

사람과 기업이 한데 모이면 집적의 이익을 낳고, 한 사회의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반문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느 단계를 넘어서면, 오히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아집니다. 취재진도 이 부분에 주목했습니다. 지방의 위기는 지방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습니다. 모두가 모여 사는 수도권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수도권 직장인 평균 출근 이동 시간 <자료 출처 - 국토교통부, 한국교통안전공단> ⒸKBS

 

 

 출·퇴근 시간부터 살펴볼까요. ‘1년 중 한 달을 길에서 보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도권 출·퇴근길은 악명이 높습니다. 주택보급률이 100%에 못 미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몰리다 보니, 수도권 집값도 연일 최고가를 갱신합니다. 취업과 승진을 위한 경쟁이 심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끊이지 않는 집중이 수도권에도 고통을 안겨주는 겁니다.

 

지방 소멸과 수도권 집중, 공생과 공멸 사이

 

더 큰 문제는 수도권에 사는 청년들이 자녀 계획을 꺼리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지방보다 두세 배나 더 긴 출·퇴근 시간, 치솟는 물가와 집값, 높은 인구밀도가 낳는 경쟁까지.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들은 아이 낳기를 포기했습니다. 출산과 보육 등에 쏟는 에너지를 자신에게 쏟기로 한 것입니다.

 

지레짐작으로 하는 말이 아닙니다. 2019년 서울대 인구학 연구실은 ‘전국 기초자치단체 출산율과 인구밀도 상관관계’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출산율은 낮고, 인구밀도가 낮을수록 출산율은 높았습니다. 사람이 많으면 한정된 자원을 두고 경쟁이 치열해져서 ‘생존 본능’이 출산이라는 ‘재생산 본능’을 앞서게 되는 겁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아이 한 명도 낳지 않는 0.84명! 심지어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더 많아 ‘인구 데드크로스’도 처음 발생했습니다. 만약, 인구와 자원이 이대로 수도권에 집중되면 30~40년 뒤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지금 우리는 공생과 공멸 그 사이 어딘가에 있습니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출산율과 인구밀도 상관관계 <자료 출처 - 서울대 인구학 연구실> ⒸKBS

 

 

다큐멘터리부터 인터랙티브 뉴스 페이지까지

 

기획부터 제작까지 5개월에 걸친 긴 여정. 애초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다큐멘터리 제작이었습니다. 하지만 수개월에 걸친 취재 내용을 한 시간 분량 방송물로 보여주기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일례로 지방 소멸 대안으로 취재한 일본 사례는 시간 관계상 자세히 보도되지 못했습니다.

 

이에 취재진은 방송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내용을 다른 매체를 통해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텍스트와 사진, 그래픽, 동영상, 3D 데이터 지도 등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인터랙티브 뉴스 페이지’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여기엔 지방 소멸의 현주소와 원인, 정부 균형발전 정책의 한계, 현시점에서 도출할 수 있는 대안 등이 종합적으로 담겨있습니다.

 

특히, 이 페이지는 마우스 스크롤과 클릭 등 독자 행위에 반응해 움직이도록 설계됐는데, 사용자들은 내용을 읽으면서 전국 지방 도시의 생생한 모습을 영상과 음성 자료로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또, 고급 통계 분석 지도를 통해 ‘내가 사는 곳 주변에 빈집이 몇 채가 있는지’, ‘우리 동네 지방 소멸 위험지수는 얼마인지’ 등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멸의 땅’, 지방은 어떻게 사라지나> 인터랙티브 뉴스 페이지 메인화면(https://somyeol.kbs.co.kr) ⒸKBS

 


지방의 위기가 나라의 위기다

 

‘지방 인구가 주는 게 그리 큰 문제인가?’, ‘수도권에 다 같이 모여 살면 되는 것이 아니냐?’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입니다. 맞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도시에서 인구가 늘어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요즘같이 인구가 정체된 시대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방 소멸은 ‘정든 마을이 사라진다’, ‘지방 사람들의 박탈감이 심하다’는 안타까움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국토의 효율적 사용을 넘어 생존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지방 소멸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닌, 다음 세대가 경험할 문제가 아닌, 우리가 모두 겪고 있는 현재의 문제입니다. 이번 다큐멘터리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지방의 위기가 곧 나라의 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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