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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 기고] 《신문과방송》 8월호에 실린 <포털 알고리즘, 왜 논란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금준경 미디어오늘 기자는 MBC <스트레이트>가 지난 3월 보도한 네이버 뉴스 분석 기사를 언급하며 보도의 취지와 내용을 일부 왜곡하거나 오독하였으므로 이에 대한 반론을 요청합니다. 필자 주

우리나라 언론사들이 하루에 생산해내는 기사는 몇 건 정도일까. 올해 초 4주에 걸쳐 국내 20개 주요 신문사와 방송사가 포털에 송고한 기사 수를 따져봤더니 평일 기준 하루 평균 1만 건이 넘었다. 네이버와 기사 제휴를 맺고 있는 언론사가 73곳이니 이들이 네이버에 보내는 기사 수는 하루 최소 2~3만 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실제 뉴스 소비자들에게 노출되는 기사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소수의 기사만이 소비자들의 눈에 잘 띄는 헤드라인 영역에 배치되고, 해당 기사에는 당연히 클릭이 집중된다. 어떤 기사를 그 자리에 올릴지를 결정하는 것은 AI 알고리즘의 판단이다. 그래서 “사람은 책임이 없다”고 네이버 등 포털은 주장한다.
공간은 한정적이고 노출 기사 수는 적으니 포털 알고리즘을 둘러싼 불공정 논란은 필연적이다. 대부분의 언론사가 채택하고 있는 출입처 기반의 취재 관행 탓에 똑같은 제목의 똑같은 기사가 도장 찍듯 비슷한 시간대에 쏟아져 나오고, 내용의 차별화보다는 시차 경쟁과 어뷰징이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을 높인다. 그렇다 보니 ‘자본력 있는’ 일부 보수 언론은 일찌감치 온라인 대응 전문 조직을 두고 고도화된 어뷰징 전략을 연구해 왔다. 돈도 없고 인력도 부족한 언론사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문제는 그 결과로 일부 보수 언론들의 노출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논조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이슈가 나올 때마다 기울어진 한쪽의 시각만이 뉴스 소비자에게 전달돼 결국 여론의 심각한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안타까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인 분석에만 매몰된 일부 언론학자들은 ‘온라인 대응을 잘하니 노출도가 높은 것’이라며 특정 언론의 노출 편중을 정당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저널리즘은 그러나 결코 시장주의적 관점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 MBC <스트레이트> 보도가 가지고 있는 기본 철학이다.
명백한 왜곡 또는 기사 오독
<스트레이트>는 네이버 모바일 알고리즘 추천 영역을 분석한 결과 중앙일보, 조선일보, 한국경제 등 보수 언론이 전체 48.0%로 절반가량을 차지했지만,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등 진보 언론은 3.6%에 불과하다며 네이버의 ‘보수 밀어주기’가 심각한 것처럼 다뤘다.
《신문과방송》 8월호
지난 호 《신문과방송》에서 금준경 미디어오늘 기자는 <스트레이트>의 지난 3월 보도 내용을 다루면서 “네이버의 ‘보수 밀어주기’가 심각한 것처럼 다뤘다”고 표현했다. 이는 명백한 왜곡이거나 기사 오독이다. <스트레이트> 보도는 애초에 ‘원인 분석’이 아닌 ‘결과 분석’에 초점을 맞춘 보도였다. 포털이 스스로 알고리즘을 공개하지 않는 이상 복잡다단하게 설계된 알고리즘의 기준과 작동 원리를 정확히 파악할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스트레이트>는 포털 알고리즘이 선별해 내놓은 ‘결과물’만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네이버와 다음에 노출된 기사들을 크롤링 기법으로 5분에 한 번씩 한 달 동안 전부 읽어들였고, 이렇게 수집된 객관적인 데이터를 언론사별로 분류하고 노출 비중을 분석해 알고리즘의 뉴스 추천에 어떠한 ‘편향’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봤다. 이는 2017년 유럽연합(EU)이 불공정거래 혐의로 구글에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물릴 당시 사용했던 방식과 동일한 분석 방식이다.
그 결과 네이버와 다음 모두 특정 언론사 4~5곳이 뉴스 헤드라인 영역을 절반 가까이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사 제휴를 맺고 있는 언론사는 70여 곳인데 4~5개 언론사만이 이용자 노출과 클릭을 독식하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는 특히 보수 언론사의 노출 비중이 높았고, 다음은 뉴스통신사 비중이 압도적으로 컸다. <스트레이트>는 이와 같은 데이터 분석 결과를 전한 뒤 뉴스 가치를 판단하지 못하는 AI 알고리즘의 기술적 한계와 가치 중립성 문제, ‘편향’된 결과에 대한 포털의 책임 회피와 설명하지 않는 AI의 문제점에 대해 다뤘다. 기사 어디에도 ‘편향’의 원인이 네이버의 ‘보수 밀어주기’에 있다거나 ‘보수 밀어주기가 심각한 것처럼’ 원인을 분석한 대목은 없다.
“MBC <스트레이트>는 포털 뉴스 배열 알고리즘 도입 이후 추적 보도가 미미한 상황에서 알고리즘 문제를 ‘공론화’한 점에서 의미 있다. 그러나 정밀하지 못한 분석으로 불필요한 갈등을 키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언론사 성향 구분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특히 ‘중도’ 언론에 MBC와 JTBC를 포함한 게 적절했느냐는 지적이 많았다. 뉴스통신사는 정치 성향 분류에 포함하지 않고 별도로 분류하는 등 기준이 일관적이지 않은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신문과방송》 8월호
언론사 성향 분류의 객관성은 취재 초기부터 가졌던 고민이었다. 포털 뉴스 헤드라인 영역의 절반을 독식하고 있는 소수 언론사의 성향 분류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중앙일보, 조선일보, 한국경제 등은 논란의 여지 없는 보수 언론이고, 연합뉴스와 YTN 등은 중도 언론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 다만 데이터 분석 후반부에 덧붙인 기사 한 단락이 고민의 대상이었다. ‘헤드라인 영역에 단 한 개의 기사라도 노출된 적 있는 언론사’ 전체를 대상으로 한 분류였다. 0.01%의 미미한 노출도를 보인 곳까지 모두 40여 개 언론사의 성향을 분류하기 위해 관련 논문들을 수도 없이 찾아봤지만 대부분 레거시 미디어 중심으로 성향을 나누고 있을 뿐 신생 언론이나 중소규모 언론사의 성향을 나눈 연구는 어디에도 없었다. 학계 연구가 없다고 해서 보도를 하면 안 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차선책으로 몇몇 언론학자들의 자문을 받아 성향을 나눴다. 혹시 모를 시비를 피하기 위해 ‘중도 보수’와 ‘중도 진보’로 분류된 언론사는 모두 ‘중도’에 포함시켰다. ‘중도 보수’로 분류된 SBS, 머니투데이 등과 ‘중도 진보’로 분류된 MBC, JTBC 등이 모두 중도에 포함된 것도 이 때문이다. 친기업 성향과 신자유주의 가치관을 보여온 대다수의 경제지는 보수로 분류했고, IT 매체 등 전문지는 중도에 포함시켰다. 이모기업과 자회사의 관계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뉴스통신 3사를 성향 분류에서 따로 떼어낸 것은 언론 지형에서 뉴스통신사가 갖는 독특한 정체성과 기사 공급 방식, 속보와 발생 기사, 보도자료 중심의 기사 특성 차이를 고려한 저널리즘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방송 편성 시간을 준수해야 하는 한계로 언론사 성향 분류의 구체적 기준까지 기사에 담지 못했던 점은 취재진의 세심함이 부족했던 지점이다. 하지만 노출도가 미미한 중소 언론사들의 분류 기준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고 해서 <스트레이트> 보도의 객관적인 분석 영역까지 정밀하지 못했다고 폄훼하는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스트레이트> 보도의 핵심은 포털 뉴스 알고리즘이 특정 소수 언론사의 기사만을 편향적으로 추천하고 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국내 최초로 입증했다는 것이다. 혹여 일부 중소 언론사의 성향 분류에 대한 이견을 통계에 반영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네이버의 ‘보수 언론 편향’ 추천이나 다음의 ‘뉴스통신사 편향’ 추천이라는 결과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털 뉴스 문제에 더욱 천착하고 깊이 고민해야 할 학계와 미디어지를 중심으로 오히려 보도의 지엽적인 부분을 공격해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고 보도의 취지를 흐리려는 시도가 이어져 오고 있는 점은 깊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에게 묻는다
“전문가들은 △기사 내용이 아닌 언론사를 기준으로 해 내용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고 △진보 성향 독자가 보수 언론 기사를 비판적으로 보면서도 동시에 열독할 가능성 등 이용자 요인을 반영하지 못했고 △매체별 기사 수, 발행 시간 등 온라인 대응 차이에 따른 정밀한 분석을 하지 못했고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대대적으로 하지 않고 몇 개 사례로 일반화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신문과방송》 8월호
탐사 보도는 안개 속에서 조금씩 길을 내어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면 종종 넘어설 수 없는 벽과 마주하곤 한다. 크게 두 종류의 벽인데, 하나는 실체적 진실이 코앞에 있는데도 수사권이 없어 언론으로서는 더 이상의 접근이 불가능한 경우, 또 하나는 기자에게 주어진 시간과 비용의 한계로 더 깊고 넓고 방대한 취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우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 보도의 역할은 실체적 진실의 직접 제시가 아닌 길을 내어가는 과정에 얻은 객관적 증거를 토대로 한 합리적인 의심과 정당한 의혹 제기인 것이다. 저널리즘적 표현으로 바꾸면 ‘어젠다 세팅’과 ‘여론 환기’이다. 그래서 금준경 기자와 금 기자가 인용한 이른바 ‘전문가’들에게 묻고 싶다. 언론학자들의 연구 논문에 단골로 등장하는 ‘기사 내용 분석’이나 ‘이용자 요인 분석’ 등이 취재 과정에 함께 진행되지 않았다고 해서 <스트레이트>의 ‘언론사별 점유율 분석’ 보도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평가 절하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스트레이트>는 이용자의 개인화 영향을 통제하기 위해 모든 이용자에게 같은 추천 결과를 보여주는 비로그인 상태에서의 데이터를 분석했고, 결과에 대한 취재진의 추정적 분석을 최대한 배제하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한 결과만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와 함께 고품질의 분석 기사와 기획 기사가 포털 뉴스에서 실종되고 자극적인 보도가 걸러지지 않는 현상, 언론사별 기사 송고량 순위와 구독자 순위가 포털 노출 순위와 일치하지 않는 현상, AI의 뉴스 추천에도 오류가 발생하는 현상 등을 부가적으로 함께 다뤘다. 앞서 서술했듯 <스트레이트> 보도는 ‘편향’이 나타나게 된 ‘원인’을 분석한 보도가 아니라 ‘데이터 분석’을 통해 ‘편향’을 확인하고 이를 토대로 AI의 한계점과 포털의 책임 회피를 지적하고 개선 노력을 촉구하는 보도였다. 필자는 오히려 되묻고 싶다. 포털 뉴스의 불공정 논란은 5년도 더 된 해묵은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왜 지금껏 학계에서는 네이버의 편향성을 연구한 제대로 된 내용 분석 논문조차 한 편도 나온 적이 없는지 말이다. 사전 자료조사 과정에서 기사에 인용할만한 논문이 없어 느꼈던 허탈함이 지금도 생생하다.
국내 언론사 최초로 답을 구하고자 했던 시도
저널리즘에 등장하는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하버마스의 ‘공론장’이다. 이상적인 공론장은 사회 구성원들이 특정 사안에 대해 다양한 시각과 관점을 두루 접할 수 있어 합리적인 토론과 건강한 여론 형성이 가능해지는 공간이다. 현대 대중사회가 겪고 있는 세대 간 분열, 성별 갈등, 이념의 양극화 속에 ‘이상적 공론장’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은 직접 기사를 생산하지만 않을 뿐 이미 또 다른 형태의 언론이면서 가장 강력한 뉴스 플랫폼이다. <스트레이트>의 ‘포털 뉴스 알고리즘 2부작’은 누구나 노출 편중의 의문을 가지고 있지만 아무도 답을 할 수 없었던 질문에 대해 국내 언론사 최초로 답을 구해보고자 시도한 프로젝트다. 포털이 IT 기업을 넘어 ‘공론장’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인정하고 조금이라도 저널리즘적 가치를 고민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해당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보도 제작물이기 때문에 학술논문 수준의 세밀함과 정교함을 완벽히 갖추지는 못했을 수 있으나 ‘어젠다 세팅’이라는 언론의 기본적 역할에 충실하며 최대한 답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스트레이트> 보도 이후 실제 포털 뉴스 문제는 성공적으로 ‘공론화’됐다. 이제 공은 학계로 넘어갔다. 논문 심사하듯 팔짱 끼고 기사 지적만 할 게 아니라 이와 관련해 앞으로 다수의 연구 프로젝트와 깊이 있는 논문들로 그 열정을 보여주시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