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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현장] 게임 셧다운제 폐지
미디어현장 | 등록일 : 2021-09-03

게임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과몰입 또는 중독현상의 방지를 위해 만들어졌다. 세계에서 유일한 규제로, 시행 초기부터 논란이 많았던 이 제도가 최근 마인크래프트로 인해 폐지론이 커지고 있다. 게임 셧다운제 폐지 논란의 쟁점을 살펴본다.1) 편집자 주 

 

나의 딸들이 2학년, 5학년 때 ‘아빠도 같이 마인크래프트를 해야 한다’라고 하면서 내가 마인크래프트의 작동법을 익힐 수 있도록 마인크래프트 안에 가상의 훈련장을 만들어줬었다. 훈련장은 15개 코스로 이뤄져 있는데 사다리 올라가기, 가축 밥 주기, 건물 짓기, 다이빙하기 등 게임 미션을 수행해야 했고 필자는 자연스럽게 마인크래프트의 세계로 들어가서 딸들과 놀았었다. 그때부터 마인크래프트로 ‘창의적이거나 교육적’인 활동을 하는 것은 매일 정해져 있는 게임 시간 총량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마인크래프트 외에도 캐릭터, 아이템, 도구 등을 만드는 게임을 하는 시간은 게임 시간 총량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마인크래프트를 이용해왔던 한국의 수많은 청소년이 이제 마인크래프트를 할 수 없게 됐다. 이전까지는 모장스튜디오 계정과 Xbox 라이브 계정 둘 중 하나로 이용자 등록을 할 수 있었다. 모장스튜디오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가 모장스튜디오 시스템의 보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모든 마인크래프트 이용자들이 Xbox 라이브를 통해서만 등록하도록 바꿨다. 그런데 게임 셧다운제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는 2012년부터 19세 미만의 한국 이용자는 Xbox 라이브 등록을 할 수 없도록 해놓았었다. 16세 미만에만 적용되는 강제 셧다운제 외에도 선택적 셧다운제는 18세 미만에도 적용되기 때문이었는지 19세 미만은 아예 등록을 받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마인크래프트 계정이 Xbox 라이브로 통합되면서 19세 미만 한국 이용자들은 더 이상 게임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유일한 규제 중의 하나인 게임 셧다운제에 대한 비판이 다시 고조되면서 게임 셧다운제 폐지 법안들이 국회에서 나오고 있다. 전용기·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청소년 보호법」 제26조에 담긴 “인터넷 게임의 제공자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 게임을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을 없애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청소년 본인 혹은 법정 대리인의 요청이 있을 때는 게임 이용 시간에 제한을 둘 수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친권자가 요청할 때는 심야 시간대 게임이 가능하단 단서 조항을 「청소년 보호법」에 달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은 16세 미만이라도 프로게이머 등록 선수는 셧다운제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이 지난 7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자체규제개혁위원회에서 ‘셧다운제 개선’과 게임 과몰입으로부터의 청소년 보호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뉴스1

 

 

모든 청소년에게 적용되는 과도한 규제

 

게임 셧다운제의 목표로 제시되는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과몰입 또는 중독현상의 방지”가 정당한 목적임은 이견이 없다. 하지만 실제 게임 중독 위험이 있는 청소년은 소수인 반면 게임 셧다운제는 실제 중독의 위험성이나 초기 진단 등과 무관하게 ‘모든’ 청소년에게 적용되는 과도한 규제다. <2020 게임 과몰입 종합 실태조사>2)에 의하면 조사 대상 청소년(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2학년) 중 과몰입군은 0.3%, 과몰입위험군은 1.6%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매년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이 내려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그 목표가 ‘불법 정보 게시자 위축’이었지만 규제 자체는 전 국민에게 적용돼 과도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당시 헌법재판소는 “전 국민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간주한다”라는 과격한 표현을 쓰며 비판했던 것이다.

 

물론 정부는 ‘수면 시간 확보’라는 다른 공익을 셧다운제의 목표로 제시했고 실제로 ‘수면 시간 확보’는 모든 청소년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된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수면 시간 확보’라는 공익은 특정 활동의 시간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달성 불가능함을 알 수 있다. 잠을 자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활동은 너무나 많고 인터넷 게임은 그중 하나일 뿐이다. <2020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1차년도)>3)에 의하면 게임 이용 시간과 게임 과몰입 사이, 게임 이용 시간과 수면 시간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고, 수면 시간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학습 시간으로 나타났다. 청소년이 인터넷 게임을 하지 않으면 잠을 잘 것이라는 가정은 사실적으로도 당위적으로도 성립되기 어렵다.

 

결국 셧다운제는 게임 과몰입의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정 적용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1993년 ‘당구장 결정’에서 18세 미만자의 출입을 전면 금지한 것에 대해서 “당구장에 18세 미만자의 정서함양이나 체력증진에 장애되는 요인이 있다면 그들의 출입을 봉쇄하기에 앞서서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가 합심 협력하여 그 요인의 제거에 주력[하여야 할 것]”이라고 판시해 기본권의 침해를 최소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바로 사이버 게임장의 출입을 16세 미만자의 경우에는 0시부터 6시 사이에 ‘봉쇄’하고 있는 것인데 당구장 결정이 요구하는 침해최소성 요건에 반한다. 또 2004년 ‘학교 근처 극장 결정’에서도 「학교보건법」 제5조 제1항은 교육감에게 학교의 보건·위생 및 학습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 경계선으로부터 200m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을 설정하도록 하고 누구든지 정화구역 안에서 극장시설 및 영업을 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 것에 대해 “… 공연장 및 영화상영관, 순수예술이나 아동·청소년을 위한 전용 공연장 등을 포함한 예술적 관람물의 공연을 목적으로 하는 공연법상의 공연장, 순수예술이나 아동·청소년을 위한 영화진흥법상의 전용 영화 상영관 등의 경우에는 정화구역 내에 위치하더라도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유해한 환경이라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학생들의 문화적 성장을 위하여 유익한 시설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바람직한 방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정화구역 내의 절대금지구역에서는 이와 같은 유형의 극장에 대한 예외를 허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전혀 인정하지 아니하고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그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정도 이상으로 극장 운영자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이다”라고 판시했다. 위 두 결정이 다룬 법이 예외 없이 특정 여가 행위의 ‘장소’를 제한하고 있다면 게임 셧다운제는 특정 여가 행위의 ‘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게임의 정의

 

그런데 사실 더 중요한 것은 ‘게임을 도대체 어떻게 정의하는가?’이다. 20세기 최고 분석 철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비트겐슈타인(Ludwig Josef Johann Wittgenstein)은 우연히 ‘게임’의 정의를 결국 ‘게임’이란 말도 어떤 그룹에서 어떤 목적으로 정의를 하는가에 대해서 다른 의미를 갖는 것이지 ‘게임’이란 말 자체에 대응되는 게임의 본질 따위는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로써 언어 자체를 하나의 ‘말놀이’로 규정했다. 이런 석학도 정의하지 못한 ‘게임’을 우리 법은 어떻게 정의할까?

 

「게임산업진흥법」상 ‘게임물’이라 함은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오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이에 부수하여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 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로 정의된다. 즉, 게임물은 ‘정보처리 장치로 오락을 할 수 있게 하는 영상물’이 된다. 결국 핵심은 ‘오락’인데 영화 파일, 웹툰(플래시 포함)도 모두 오락용 (entertainment)이 아닐까? 왜 영화 파일, 웹툰을 제공하는 사업자는 위의 규제들로부터 면제될까?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팀 공식 계정에 우천 지연 동안 트위터로 틱택토(tic-tac-toe)를 하는 모습이 올라와 회자된 적이 있다. 물론 고정된 이미지를 주고 받는 방식으로 보이지만 트위터가 이 게임 기능을 프로그램 내에 장착해 말을 놓는 동작을 플래시로 구현만 하더라도 ‘영상물’이 될 터이니 이 역시 게임이 된다. 사이버 보안 빙고게임은 개인 디지털 보안에 대한 홍보 및 교육 차원에서 비영리단체가 만들어 배포하는 빙고게임이다. 물론 실제 빙고게임으로 기능하려면 내용들의 배치가 뒤바뀐 게임판들이 훨씬 더 많아야 한다. 현재는 고정된 이미지로 돼있다. 하지만 이 게임을 온라인으로 구현하면 곧바로 우리나라의 게임 셧다운제가 적용된다고 했을 때의 아이러니를 음미해 보자.

 

마인크래프트를 이 연장선상에서 보았을 때 과연 게임이라고 볼 수 있을까?

 

게임 과몰입 원인은 게임 밖에 있을 수도


게임에 해악이 내재돼 있다면 게임 접근 및 이용권을 헌법적 권리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 즉 모든 행위는 과도하게 할 경우 해악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그렇게 과도한 수행을 촉발하는 요소가 행위 내에 있다면 그 행위를 할 권리에 헌법적 위상을 인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옥스퍼드인터넷연구소의 연구4)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지금까지의 게임 중독에 대한 연구가 가설을 세워놓지 않은 상황에서 데이터를 여러 각도로 분석한 결과를 제시하는 탐사적(exploratory) 연구였다면 옥스퍼드인터넷연구소의 연구는 게임에 중독적 요소가 내재한다는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검증하는 검증적(confirmatory) 연구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옥스퍼드인터넷연구소는 게임 과몰입의 원인으로서 욕구불만과 욕구 충족을 비교평가했다. 욕구불만이란 현실 세계에서 충족되지 않는 욕구를 말하는 것이고 욕구 충족이란 게임을 통해 가상세계에서 충족되는 욕구를 말하는데, 보통 게임 해악설은 오프라인상의 욕구를 대리 충족하면서 빠져든다는 이론 즉, 욕구충족설이 주류를 이뤄 왔다. 이에 대해 옥스퍼드인터넷연구소는 2,008명의 청소년과 보호자를 조사한 결과 욕구불만이 게임 과몰입의 원인이 되는 것은 맞지만 게임 내에서의 욕구 충족은 게임 과몰입의 원인으로 기능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즉 게임에 내재하는 욕구 충족 기능 즉, 게임의 정신적 보상 효과 때문에 게임 과몰입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풀어서 말하자면 게임이 아닌 대체 행위에 쉽게 빠져들 수도 있고 게임은 단지 욕구불만을 치유하는 기능만을 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와 관련해 확인한 것은 게임 과몰입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심리적 기능 훼손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라는 것이다. 풀어 말하자면 게임 과몰입 정도와 청소년의 정서적 행동적 장애 사이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다. 욕구불만이 사회심리적인 기능을 훼손하는 것은 맞지만 그 통로가 게임 과몰입이 아니다. 불만족 상태인 욕구를 대리만족하기 위해 게임에 빠져들어 정상적인 사회심리 기능이 마비되는 것이 아니다. 게임에 빠져 아이를 돌보지 않는 젊은 부모 이야기가 많이 회자되는데 이들의 사회심리적 기능 훼손은 게임의 중독적 효과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서 게임과 관계없이 아이를 돌보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게임에 빠져 수면을 하지 않는 청소년들도 욕구불만이 존재하는 한 게임을 하지 않는 시간에 다른 행동을 했을 것이지 게임을 하지 않는다고 수면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020년 게임 과몰입 종합 실태조사>에 의하면 게임 이용 빈도 및 시간 증가가 게임 과몰입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몰입군의 경우 게임선용군에 비해 삶의 만족도와 자존감은 낮고 학업 스트레스는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게임 과몰입의 원인이 게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이렇듯 청소년이 게임에 과몰입해 수면 부족을 겪게 되는 원인은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 가정의 불화, 다른 놀이 문화의 부재 등 다양한 심리적,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있다.

 

 

 

 

 

 

 

 

1) 이 글을 준비하는 동안 정부가 2021년 8월 25일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고 선택적 셧다운제만 남기겠다고 발표했다. 필자는 “하지만 이 정도로는 이번 논의를 촉발시킨 마인크래프트 사태를 막을 수는 없다. 게임시간 선택제도는 게이머들의 본인인증을 기반으로 가능한 것이고, 마인크래프트 운영사 입장에서는 국내법에 따른 게이머들 본인인증을 별도로 하는 부담(개인정보 보호, 재정, 기술적 부담 등)을 감당할 수 없다. 때문에 Xbox 라이브 청소년 등록을 계속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법으로 해외의 다양한 본인인증 방식을 인정해 주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마인크래프트 운영사는 현재도 19세 미만 등록을 거부하기 위해 본인인증을 간소하게나마 할 수밖에 없다. 이 본인인증 방식을 국내 선택적 셧다운제의 기반이 되는 본인인증으로 인정해 준다면 큰 부담없이 선택적 셧다운제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선택적 셧다운제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내용이다”라고 전해왔다. 

2) <2020 게임 과몰입 종합 실태조사>, 한국콘텐츠진흥원, 2021. https://www.kocca.kr/cop/bbs/view/B0000147/1844087.do?menu

No=200904

3) <2020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1차년도)>, 한국콘텐츠진흥원, 2021, https://www.kocca.kr/cop/bbs/view/B0000147/1844411.do?menuNo=201825 

4) Przybylski, A. K. & Weinstein, N., <Investigating the Motivational and Psychosocial Dynamics of Dysregulated Gaming: Evidence From a Preregistered Cohort Study>, Clinical Psychological Science, 7(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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