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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 국가기간뉴스통신사]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의 정체성과 역할
집중점검 | 등록일 : 2021-09-03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연합뉴스의 역할에 대한 문제 제기는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이 가운데 연합뉴스의 ‘기사형 광고’ 포털 전송을 계기로, 연합뉴스에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연합뉴스는 대한민국의 국가기간뉴스통신사다. 연합뉴스의 연원은 1980년 언론통폐합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당시 양대 통신사였던 동양통신과 합동통신을 통합한 후 시사통신 등 기타 군소 뉴스통신사를 흡수해 연합통신으로 출범했고 1998년 북한 전문 관영 뉴스통신사였던 내외통신까지 합병하고 사명도 연합뉴스로 바꿨다. 1980년 창간 이후 독점적 뉴스통신사업자로서 연합뉴스의 시장 지위는 굳건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민영 뉴스통신사가 등장하자 2003년 「뉴스통신 진흥에 관한 법률」(뉴스통신진흥법)을 통해 ‘국가기간’ 뉴스통신사의 법적 지위를 얻게 된다. 6년 한시법이던 뉴스통신진흥법이 2009년 일반법으로 전환되면서 연합뉴스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 확고히 자리 잡게 된다. 따라서 시장 지배적 뉴스통신사업자로서 연합뉴스의 역사는 40년이 넘었지만 국가기간뉴스통신사가 된 지는 20여 년이 채 지나지 않았고 그 지위가 공고화된 지는 이제 겨우 13년이다. 그런 만큼 법적 지위를 포함한 연합뉴스의 위상에 대한 문제 제기도 많았고 그 기능과 역할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논란은 더 커지면 커졌지 잦아들지는 않고 있다.


뉴스통신사는 뉴스 대행사

 

일단 뉴스통신사는 뉴스 대행사(news agency)라는 데서 논의를 시작해 보자. 통신은 대행 업무를 수행하는 기술적 속성을 반영한 용어일 뿐이다. 인쇄물 같은 특정한 플랫폼 없이 전신(telegraph)을 통해 뉴스 정보를 전달해 왔기 때문에 뉴스통신으로 불리는 것이다. 뉴스통신사를 대행사로 보면 고객(언론사)의 지역이나 권역을 벗어난 곳에서 뉴스 정보를 취재해 제공한다는 그 본래적 기능과 역할을 더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물론 통신이라는 용어도 뉴스 생태계에 미치는 기술의 영향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그 함의가 작지 않다. 전신이라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언론 산업에 도입되면서 공공 인프라로서 뉴스통신사가 생겨나고 뉴스 생산과 유통에 일종의 분업화가 진행된 것이다. 대표적인 뉴스통신사들의 소유·지배구조가 조합(예: AP, 이전의 로이터) 혹은 공영(예: AFP)인 이유도 서비스가 지닌 공적 성격 때문이다. 뉴스통신사가 등장한 지 170년이 더 지난 지금, 취재 범위는 전 세계로 넓어졌고 뉴스 정보의 양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으며 그 형식도 텍스트뿐만 아니라 사진, 동영상, 멀티미디어 콘텐츠 등으로 다양해졌다. 서비스를 구매하는 고객도 언론사뿐만 아니라 정부, 공공기관, 기업 등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AP나 AFP 같은 세계적 뉴스통신사들은 그 본래의 기능과 역할에 충실하고 흔히 뉴스 도매와 소매에 비유되는 뉴스통신사와 일반 언론사의 관계에도 근본적 변화는 없다.

 

대체로 연합뉴스에 대한 문제 제기는 뉴스 대행사로서의 역할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시작한다. 가장 손쉬운 비판은 후발 민영 뉴스통신사들과 달리 시장 지배적 위치에 있고 공적 지원을 받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임에도 불구하고 연합뉴스가 포털에 뉴스를 공급해 왔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가 포털에서 자신의 고객인 언론사들과 클릭 경쟁을 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거역하기 힘든 흐름이었다 해도 뉴스 대행사 본연의 역할을 넘어서는 선택을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연합뉴스와 고객 언론사의 역할 분담 혹은 분업 관계가 흔들리게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의 뉴스 생태계에서 기존 언론사의 위상이 축소된 반면 포털의 영향력이 절대화된 것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특별히 누구의 책임을 따질 일은 아니다. 원론적으로 보면 포털은 연합뉴스에게 전재료를 지불하는 새로운 고객일 뿐이다. 뉴스통신진흥법에는 연합뉴스의 뉴스 정보 판매와 관련해서 그 어떤 제약도 없다. 오히려 연합뉴스의 공적 서비스는 언론사만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사회 구성원에 차별 없이 제공되는 것이 맞다. 연합뉴스의 지위와 업무에 관한 조항에도 국내외 언론매체뿐만 아니라 국가 등 공공기관, 기업과 개인 등을 상대로 뉴스·데이터 및 사진·영상 등을 공급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포털을 포함해 다양한 경로나 방식으로 수용자에게 직접 뉴스 정보를 제공한다 해도 문제 삼을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볼 때도 연합뉴스가 언론사로부터 얻는 전재료 수익이 220억 내외에서 정체돼 있어서, 새로운 뉴스 플랫폼에서 수익을 얻으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세계적인 뉴스통신사들도 과거처럼 뉴스 대행사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고 자사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 검색 엔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수용자들에게 직접 뉴스 정보를 제공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그 결정은 뉴스통신사의 독단이 아니라 공영은 공영대로 조합은 조합대로, 각각의 지배구조에 따라 공적으로 통제된다는 차이점은 있다. 어쨌거나 국가기간뉴스통신사임에도 불구하고 연합뉴스 스스로 포털에 대한 뉴스 판매 여부를 결정했다는 게 문제지만 제공 그 자체는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역시 연합뉴스의 콘텐츠다.

 

뉴스통신사에 적합한 콘텐츠 혁신 필요


정보의 측면에서 보면 전 세계는 단일한 네트워크로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전신이라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전으로 뉴스통신사가 태어났지만 그 기술이 고도화되고 뉴스 생태계의 모든 주체에게 공유·활용되는 상황에서 뉴스통신사의 지위와 역할은 흔들리고 있다. 단적으로 말해 누구나 뉴스통신사가 생산하는 뉴스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나 공공기관, 기업, 개인은 보도·홍보 자료나 해설, 논평 등을 초고속 인터넷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배포한다. 언론사들은 기사와 유사하도록 가공된 자료를 손쉽게 기사로 재가공한다. 이 글에서 뉴스통신사의 콘텐츠를 뉴스라고 하지 않고 굳이 ‘뉴스 정보’로 칭했던 이유는 전통적으로 뉴스통신사의 콘텐츠는 원천 자료에 가깝게, 정보 위주로, 최소한의 가공만을 거쳤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는데 지금은 그런 뉴스 정보의 희소성과 효용성이 급속히 감소해 버린 상황이다. 뉴스통신사 간의 경쟁도 그러하거니와 AP의 CEO를 역임했던 톰 컬리(Tom Curley)가 이미 2007년 한 인터뷰에서 “역피라미드는 죽었다(The inverted-pyramid is dead)”고 선언했듯이 뉴스통신사가 전신의 시대에 효율적인 뉴스 대행을 위해 발명한 뉴스 형식 자체가 수명을 다해간다는 것이다. 뉴스통신사 고유의 콘텐츠가 없다면 존재의 의미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AP와 AFP 같은 세계적 종합뉴스통신사들은 콘텐츠 차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톰 컬리는 AP가 150단어 내외로 핵심을 요약한 속보와 사건의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 심층 정보, 그리고 탁월한 글쓰기(내러티브 저널리즘)로 역피라미드를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FP는 텍스트 뉴스 정보에 대한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사진과 동영상의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처해 왔다. 실제 2016년 AFP의 수익 내역을 보면 텍스트 수익의 비중은 48%까지 줄어든 반면, 사진과 동영상 수익의 비중은 각각 27%와 13%까지 늘어나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AP와 AFP는 공통적으로 팩트체크를 통해 피상적인 속보보다는 정보의 정확성과 진실성, 심층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도 하다. 물론 AP와 AFP의 차별화 노력은 시장에서의 생존과 경쟁력, 수익을 고려한 것이지만 그 모든 변화는 뉴스통신사의 역할을 최우선으로 고민한 결과라는 점도 인정돼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연합뉴스는 어떠한가? 연합뉴스는 그동안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사 자동화와 기사 요약 서비스를 개발해왔고 사진과 동영상 콘텐츠도 강화해왔다. 팩트체크도 성과가 있다. 그러나 연합뉴스가 여전히 속보에 집착하고 심층 정보에 취약한 점, 특히 속보로 제공되는 연합뉴스의 역피라미드 기사가 포털에서 종종 어뷰징에 활용되는 점 등은 아쉬운 대목이다. 가장 큰 문제는 연합뉴스 콘텐츠가 일반 언론사의 콘텐츠에 동조화되는 경향이다. 발생한 사건을 취재해 사실관계 중심으로 가공하지 않고 유사 사건(pseudo event)으로 뉴스 만들어 내기, 익명 취재원을 활용해 의견과 논평 중심의 기사 쓰기, 선정적인 주장을 검증 없이 그대로 받아쓰기(따옴표 저널리즘) 등은 최소한 뉴스통신사에게는 금기여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기자 개인의 오류나 일탈 차원도 아니고 포털에서의 경쟁에 따른 결과로 볼 수도 없다. 서서히 스며들어 어느 순간 자각도 하지 못하게 된 잘못된 관행에 가깝다.

 

한편 그동안 내·외부적으로 논의도 활발했고 그에 따른 변화도 체감할 수 있는 영역은 특파원 뉴스 부문이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의 법적 지위와 역할, 300억 내외의 정부지원금의 정당성에 대한 비판적 문제 제기에 연합뉴스는 정보 주권 수호를 명분으로 내세워 대응해 왔는데 그 구체적 내용이 바로 해외 취재망 강화였다. 뉴스 정보의 국제적 흐름의 이면에는 정보 패권 경쟁이 있고, 권위주의 체제의 관영 뉴스통신사는 말할 것도 없고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의 뉴스통신사도 자국의 이익을 대전제로 뉴스 정보를 생산·유통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뉴스통신사는 뉴스 대행사이지만 국적을 넘어서는 순간 선전(propaganda)의 기능도 동시에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국제 정보 패권 경쟁에서 연합뉴스는 우리나라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도 여전히 생산자가 아니라 중계자인 경우가 많다. 그 극명한 사례 중 하나는 폭행으로 물의를 빚은 주한 벨기에 대사 부인에 대한 벨기에 외교부의 조치 관련 뉴스다. 우리나라와 벨기에 사이의 외교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연합뉴스 브뤼셀 특파원은 벨기에 외교부 장관의 발표 내용을 AP를 인용해 국내로 전송했다. 연합뉴스 특파원들은 국제 뉴스를 생산해 전 세계에 제공하기보다는 현지 언론이나 다른 뉴스통신사의 뉴스를 선별하는 역할에 바쁜 것이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를 위한 대가

 

종합적으로 볼 때 연합뉴스가 제공하는 콘텐츠 대다수에서는 고유한, 대체 불가능한 뉴스 정보를 찾을 수 없다. 혹독하게 평가하자면 역피라미드형 스트레이트 기사는 속보성 외에 큰 의미가 없고, 분석 기사는 심층 정보 대신 누군가의 의견이나 논평으로 채워져 있다. 특파원 뉴스는 해외 뉴스통신사나 현지 언론 보도로 대체 가능하고, 지역 뉴스는 지역 언론 기사보다 나을 게 별로 없다. 단지 좀 빠르고 편이적일 뿐인데 그것만으로는 국내에서도 뉴스통신사로서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민영 뉴스통신사뿐만 아니라 주요 외신 기사를 선별해 번역해 주는 스타트업 같이 다양한 경쟁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하고 깊이 있는 정보를 원하는 고객은 연합뉴스가 아니라 다른 대안을 찾게 될 것이고, 종국에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의 지위를 지켜내기도 힘들게 될 것이다. 하지만 국제 정세와 국내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위기의 시기 AP와 AFP 등 세계적인 뉴스통신사들의 대처는 결국 콘텐츠 혁신이었다. 그리고 뉴스통신사에 적합한 혁신의 방향은 뉴스 정보의 정확성과 심층성 강화였다. 이는 연합뉴스에게 요구되는 혁신의 방향성이기도 하다. 물론 콘텐츠 혁신은 의지만으로 단기간에 실현될 수 있는 과제가 아니고 조직 구조의 변화와 함께 막대한 예산도 필요로 한다. 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더 많은 특파원을 파견하고 현지 통신원을 채용해야 하며 팩트체크 전문 인력 등도 고용해야 한다. 2018년을 기준으로 볼 때, 연합뉴스와 유사한 공영 뉴스통신사인 AFP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지원금은 1억 2,800만 유로(약 1,760억 원)로 우리 정부의 지원금 300억 원의 여섯 배에 육박했다. AFP의 인적 자원의 규모도 약 2,400명으로 850여 명 정도인 연합뉴스의 세 배에 이른다.1) 그래서 국가기간 공영방송사 KBS의 혁신에 대한 논의가 구성원들의 비전과 의지를 묻는 데서 시작해 수신료 인상 문제로 끝났던 것처럼,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에 관한 논의도 이런 질문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제대로 된 국가기간뉴스통신사를 위해 대가를 지불할 의사가 있는가?

 

 

 

 

 

 

 

1) <디지털 시대 뉴스통신사 저널리스트의 위상과 책무>, 뉴스통신진흥회 연구보고서,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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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 송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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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 : 2021-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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