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상세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7월 14일 K-POP 기획기사를 공개했다. 이 기사는 K-POP을 잘 알고 있는 독자는 물론 전혀 모르는 독자까지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참신한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기획에서 취재, 시각화 작업까지, 그 제작 과정을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워싱턴포스트의 기획기사
그래픽 팀 내에서 저는 현재 유일한 한국인이라 한국 관련 뉴스나 주제에 대해 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팝컬처를 주로 다루는 그래픽 기자 쉘리(Shelly Tan)와는 팬데믹 이전에 버블티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눌 때마다 K-POP 이야기를 자주 나눴고, 언젠가 꼭 K-POP 스토리에 함께 참여하면 좋겠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중, BTS가 한국 대중가수 최초로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쉘리와 저는 이제 때가 된 것 같다며 시작해보자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쉘리는 본인에게 조금 생소했던 K-POP을 열심히 듣고 공부하기 시작했고, 저는 K-POP 아티스트들과 그들의 음악을 한데 정리하면서 리서치를 시작했습니다.
팀 내에서도 몇몇 기자들, 에디터들과 이야기를 나눠 봤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K-POP이 많이 들리기 시작하는데, 이 현상이 어떻게 시작된 건지, K-POP은 어떤 음악인지,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M, Black Lives Matter)’ 운동과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등 다양한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K-POP에 대해 잘은 몰라도 전반적인 호기심이 높았고 덕분에 K-POP 스토리를 공식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K-POP 스토리의 시작
K-POP 스토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다룰 것인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었습니다. 리서치와 인터뷰를 통해 점차 그 방향성을 잡아가자는 것에 의견이 모아졌고, K-POP 기사를 주로 다루던 마리안(Marian Liu) 기자가 팀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먼저 K-POP 역사에 대한 리서치부터 시작했습니다. 시대별 주요 아티스트와 음악들, 해외시장 진출 시도와 전략들, 해외시장 진출에 영향을 미친 테크놀로지의 발전 및 새로운 서비스의 도입 시기 등을 한곳에 정리해 봤습니다. 하나의 타임라인으로 이 사건들을 비교해서 보니, 시간에 따라 어떻게 K-POP 시장이 확장됐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생겼습니다.
이와 함께 안무가, 평론가, K-POP 팬 등 다양한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도 동시에 이뤄졌습니다. 이러한 리서치와 인터뷰는 주기적인 미팅을 통해 팀원들과 서로 공유했고, 어떤 부분이 흥미롭고 어떠한 부분에 대한 정보가 더 필요한지 등 이야기를 나누면서 방향성을 조금씩 잡아나갔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김연정 트위터 글로벌 K팝&K콘텐츠 파트너십 총괄 상무의 ‘ NEW 비즈니스를 위한 K-POP 팬덤 읽기’라는 강연을 듣게 됐습니다. 이와 관련된 뉴스들도 찾아보면서 K-POP과 트위터의 관계가 너무 흥미로웠고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에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트위터 내 K-POP 영향력이 그동안 인지하던 것 그 이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진행된 2020년 3월 25일부터 8월 25일까지 5개월간 글로벌 트윗량을 분석해 보면, K-POP 관련 트윗량이 코로나19 관련 트윗량 대비 28% 더 많았습니다. K-POP이 트위터에서 단일 커뮤니티로는 가장 큰 커뮤니티라는 사실 또한 흥미로웠습니다.
K-POP의 인기는 팬과 아티스트 간 소통 그리고 고유의 팬덤 문화와도 큰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소셜미디어를 넘어 현실 세계에서도 구매력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트위터와의 인터뷰를 계기로 K-POP 커뮤니티의 영향력 및 그 생태계를 좀 더 살펴보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유튜브를 비롯한 여러 추가 인터뷰와 구체적인 사례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이렇게 진행된 리서치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스토리의 아웃라인을 잡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스토리를 통해 답하고자 하는 질문은 ‘왜 K-POP이 이렇게 인기가 많은가’였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해 우리가 찾은 답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바로 K-POP을 다른 장르와 구별 짓는 음악적 특성, 팬덤 문화, 그리고 소셜미디어입니다.

어떻게 스토리텔링 할 것인가
1) 스토리보드 작업하기
독자들이 스토리를 읽으면서 K-POP의 음악과 비주얼을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위해서는 우선 스토리보드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팀원이 처음부터 참여해 토론하며 스토리보드를 만들기에는 조율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았습니다.
우선은 제가 스토리보드 초안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독자들이 보게 될 화면을 하나의 슬라이드로 보고, 각 슬라이드마다 텍스트와 비주얼을 함께 배치했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전체적인 스토리 흐름을 일차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고, 각 슬라이드별로 비주얼이 텍스트의 설명을 잘 도와주는지 혹은 추가로 필요한 인터뷰가 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스토리보드를 바탕으로 팀원들과 함께 토론을 통해 편집하는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여러 번의 미팅을 거쳐 어느 정도 스토리보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후부터는 이를 바탕으로 디자인 및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스토리보딩 작업은 피그마(Figma)1)라는 디자인 협업 툴을 사용했습니다. 실시간으로 여러 명이 동시에 온라인상에서 디자인 편집이 가능해 화상 미팅을 하면서 함께 작업하기도 쉽고, 스토리보딩 및 디자인 초안을 만드는 데 많이 이용되는 툴입니다.
2) 디자인 고민하기
K-POP의 경우, 독자들 간 정보의 차이가 큽니다. K-POP에 관해 전문가적인 지식을 가진 독자들이 있는 반면, K-POP을 전혀 모르거나 낯설어하는 독자들도 있습니다. 때문에 K-POP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스토리를 읽는 것에 더해, 직접 듣고 보면서 K-POP을 경험할 수 있는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기획했습니다. 가령 훅(Hook)에 대해 설명할 때, 훅이 잘 드러난 가사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 음악이 자동으로 재생되도록 했습니다. 이 외에도, 유튜브 뮤직비디오나 GIF 등 다양한 미디어를 사용해 스토리의 이해를 도왔습니다.
전반적으로는, K-POP이라는 하나의 세계 혹은 우주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 안에서 K-POP 뮤직비디오가 보여주는 여러 가지 다양한 색채 등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그래픽 기자 쉘리는 일러스트레이션을 담당해, 네온사인 스타일로 어두운 배경에서 이러한 색들이 잘 부각될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3) 인터랙티브 스토리 개발하기
K-POP이라는 하나의 세계 혹은 우주를 표현하기 위해, three.js라는 3D 시각화 툴을 사용해 스토리텔링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3D 공간 안 스토리를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이미지, 유튜브 동영상, GIF 등 다양한 미디어들을 순서에 맞게 배치했습니다. 독자들이 스토리를 읽으면서 스크롤을 내리면, 다음 내용의 텍스트가 보여지고 동시에 3D 공간 내 카메라가 이동하면서 관련 비주얼을 보여주도록 인터랙션을 디자인했습니다.
하지만, three.js를 이용해서 다양한 2D 미디어를 3D 공간 안에 보여준 기존 사례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개발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가령, 이미지를 배치할 수는 있었지만 브라우저에 따라 흐리게 보여지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기존의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없어서, 이미지 선명도와 관련해 가능한 모든 코드를 적용해 해결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유튜브 뮤직비디오가 보여질 때는, 독자들이 유튜브 재생 버튼을 누를 필요없이 정해진 구간이 자동 재생되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불필요한 인터랙션을 줄여서 독자가 좀 더 스토리에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리서치 결과, 유튜브 비디오의 정해진 구간만을 재생하는 것을 코드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유튜브 API가 필요했습니다. 유튜브 API를 배우는 것은 물론 이를 three.js에 적용해 구현하는 법을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오디오 자동재생, GIF의 배치, 쉐이더(Shader)를 이용한 별들의 구현 등 다양한 도전들이 있었습니다. 전반적인 개발이 마무리된 후에는, 이 스토리가 다양한 브라우저 및 모바일에서 잘 작동하는지, 너무 느리지는 않은지, 화면 사이즈에 맞게 모든 비주얼 요소들이 잘 배치돼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덕분에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K-POP 스토리, 그 이후
K-POP 스토리는 소셜미디어에 공유되면서 특히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독자들로부터 소셜미디어 및 이메일을 통해 연락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반응들은 아마도 ‘K-POP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해시켜줘서 고맙다’였던 것 같습니다.
스토리는 후에 GIJN(Global Investigative Journalism Network)2)에서 데이터 저널리즘 탑텐(Top 10) 중 하나로 선정됐고, 데이터 시각화 관련 유명 블로그인 플로잉데이터(FlowingData)3)에 공유됐습니다. 이와 더불어 한국의 여러 뉴스 미디어에서 번역돼 더 많은 독자들에게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3) https://flowingdata.com/2021/07/19/rise-of-k-po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