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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 많은 상처를 남겼다. 그중에서도 코로나19 사망자 유족은 부고를 알리지도, 장례를 제대로 치르지도 못하고 애도의 시간마저 갖지 못했다. 이에 박혜수 작가와 부산일보, 부산시립미술관이 함께 코로나19 사망자 애도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유가족은 물론 많은 독자에게 큰 의미를 안겨준 <늦은 배웅>의 취재기를 따라가 본다. 편집자 주

우연, 많은 기사의 시작점이 되는 단어다. 우연히 보고 만나고 듣는 것에서 기자적 ‘감’이 발동한다. 부산일보가 2021년 3월 4일부터 보도하고 있는 코로나19 사망자 애도 프로젝트 <늦은 배웅>도 비슷하다. 지난 2월 24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박혜수 작가와의 우연한 만남이 계기가 됐다. 문화부에서 미술을 담당한 지 2년째, 지역 작가 관련 자료를 찾다 박진희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사에게 연락했다. 학예사와 만나는 날 마침 박혜수 작가도 미술관을 방문했다. 코로나19 시대의 위로와 치유에 대한 기획전 ‘이토록 아름다운’ 관련 논의를 하러 온 것이라 했다. 미술관 1층 카페에 기자, 예술가, 학예사, 코디네이터가 마주 앉았다.
“코로나19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작별 편지를 쓰고 그것을 바탕으로 전시를 하고 싶다.”
7개월 동안 프로젝트를 이어오는 과정에는 사회적 책임감, 서로에 대한 존중, 많은 이들의 협조와 공감이 존재했다. 올해 상반기 미술계 가장 큰 테마가 코로나19 시대의 위로다. 박혜수 작가는 예술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했을 때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이 눈에 밟혔다고 했다. 임종을 못한 것도 한이 되는데 주변에 가족의 사망을 알리지도 못하는 사람들. 코로나19 유가족을 마치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처럼 대하는 사회적 태도. 코로나19 사망자·확진자를 둘러싼 혐오와 차별의 시선. 작가는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유가족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이야기했다. “코로나19 이후와 회복을 말하기 전에 애도가 먼저 있어야 한다”는 말이 와닿았다. 2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와 이별했던 시간이 떠올랐다. 지난해 가족이 입원한 대학병원 입구에서 임종을 앞둔 환자 가족들이 코로나19로 제한된 면회 규정에 발을 동동 구르던 장면도 생각났다. 코로나19가 앗아간 애도의 시간을 되찾는 일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었다.
박혜수 작가는 유가족의 작별 편지를 모으는 데 신문사 도움을 받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스웨덴 신문의 부고 이미지를 보여 줬다. 고인을 상징하는 작은 그림과 그를 추모하는 짧은 글. 고인의 업적이나 자녀의 사회적 지위를 반영하는 한국의 부고와는 달랐다. 작가는 한국의 부고 문화도 바꿔보고 싶다며 유가족의 편지 형식 부고를 신문에 싣는 방법도 물어왔다.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렸다. ‘사고를 내서 사연을 모집한다-신문 1개 면에 부고를 싣는다-지면과 영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렇게 생각의 나래를 펼 수 있었던 것은 부산일보가 2020년 6월 25일 자 1면에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유엔기념공원에 영면한 유엔군 2,309명의 이름을 모아 게재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경험이 새로운 형식을 만든다.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기획안을 작성했다. 코로나19 시대에 프로젝트가 가지는 의미, 지면·동영상 기사화 가능성, 부고가 실린 신문이 작품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알렸다. 편집국장, 문화부장, 디지털미디어부장, 뉴콘텐츠팀장에게 시간을 내 달라고 했다. 나중에 후배로부터 “보통은 구두로 이야기를 하는데 선배는 아예 서류를 만들어서 들고 왔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만큼 <늦은 배웅>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기대만큼 편지가 안 들어올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편집국장은 한번 해 보자고 했다.
언론과 예술이 협업한 유례없는 프로젝트
언론, 예술가, 미술관이 협업하고, 그 결과물이 미술관에 전시되는 유례없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늦은 배웅> 프로젝트가 포함된 기획전 ‘이토록 아름다운’ 개막까지 두 달. 우선 유가족 편지를 모으는 일이 급했다. 박혜수 작가는 사연을 접수할 구글폼을 만들고, 부산일보는 사고를 준비했다. 고인의 이름(별칭), 고인과의 관계, 사망 원인, 고인 하면 생각나는 것, 고인에 대한 기억, 고인에게 하고 싶은 말 등 온라인 설문 항목을 조율했다. 추후 인터뷰 진행을 고려해 개인 연락처를 기입할 수 있는 부분도 넣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사연이 신문과 전시를 통해 공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고 유가족의 동의를 받는 부분이었다. 구글폼 설문 단계에서 동의를 받는 동시에, 나중에 부고 제작 단계에서 작가가 유가족에게 연락해서 한 번 더 확인했다. 설문 엽서도 제작했다. 미술관의 SNS 홍보 때 엽서 규격 변경을 미리 작가에게 허락받는 등 기자-예술가-학예사 단톡방에서 일어나는 논의들은 생소한 것이 많았다. 언론과 예술의 협업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부고 이미지를 별도로 지면이나 영상에 사용할 경우 그림 크기 등 작가 입장에서 민감한 부분을 신문사 내에서 이해시켜야 했다. 시행착오 끝에 작품 활용과 관련해서는 정확하게 가이드라인을 전달하는 방식을 취했다.
3월 4일 자 부산일보 1면에 사고가 실렸다. 제한된 분량의 사고 대신 온라인에는 별도로 프로젝트를 알리는 기사를 배포했다.1) 부산시립미술관도 SNS 홍보에 나서고 관련 단체에 협조 공문을 띄웠다. 작가는 다음 카페나 인스타그램에서 유가족으로 보이는 분들께 DM(Direct Message)을 보내고, 코로나19 사망자가 많이 나온 요양원 등에 연락하고, 관련 기관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간호사신문, 의협신문 등에도 관련 내용을 보냈다. 병원, 화장장 등에도 설문 엽서를 보냈다. 박혜수 작가, 코로나19 병동 의료진, 장례지도사 등의 인터뷰를 지속해서 보도하며 유가족이 처한 현실과 <늦은 배웅> 프로젝트의 취지를 소개했다.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인 부산대학교병원 의료진을 통해 들은 사연들은 너무 슬프고 생생했다. 하지만 기사를 쓸 때 고인의 마지막 상태에 대해서는 최대한 글을 아꼈다. 기존 코로나19 사망자 관련 보도가 자극적이더라는 작가의 지적을 되새겼다. 기사를 읽을 유가족의 마음을 먼저 생각했다. ‘유가족을 위로한다’는 <늦은 배웅>의 취지를 한순간도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3월 7일 첫 사연이 들어왔다.
“혼자서 마지막을 치렀습니다. 엄마가 아쉬워하실까 봐 부고 부탁드립니다.”
아들이 남긴 마지막 문장은 코로나19 시대 수많은 자식의 마음을 대변했다.
동분서주하며 모은 사연으로 보도의 틀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2021 언론진흥기금 기획취재지원사업 1차(국민 제안 주제 활용 보도) 공모에 선정되며 심층 인터뷰 동영상, 인터랙티브 뉴스 제작 예산도 확보됐다.
한국 부고 문화의 대안 제시
4월 12일 자 신문 1면에 첫 부고가 나갔다. 벚꽃 흩날리던 봄날 떠나가신 어머니를 그리는 아들은 어머니가 즐겨 입으신 분홍 스웨터를 추억했다. 코로나19 사망자의 ‘늦은 부고’를 신문에 게재하는 새로운 시도는 미디어오늘과 기자협회보 등에 소개됐다. 4월 14일, 4월 20일까지 총 세 번에 걸쳐 1면에 부고를 내보낸 뒤 4월 23일 부산시립미술관 전시가 시작됐다. 이번 전시는 부고가 추가되면 전시장에 작품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신문에 실린 부고와 함께 유가족이 보내온 사연 전문도 같이 전시됐다. 작품 ‘늦은 배웅’과 별도로 2021년 3월 15일 자 부산일보로 만든 오르골 작품 ‘글루미 먼데이’도 같이 공개됐다. 코로나19로 사망자가 발생하던 시대를 대변하는 신문에서 부정적인 단어들을 펀칭해서 음악으로 들려줬다. 5월 7일 원래 계획대로 신문 한 면을 부고로 가득 채운 지면이 만들어졌다. 이 지면은 그대로 액자에 걸려 일간지의 부고를 모은 ‘1년의 죽음’과 대비되며 한국 부고 문화의 대안으로 제시됐다. 나중에 다른 언론사 기자가 이 생소한 지면을 보고 “진짜 신문 아니죠?”라고 묻던 순간 때마침 옆에 서 있다 대답했다.
“진짜 부산일보 맞아요.”
신문에 실린 부고를 이미지로 처리했기에 인터넷에 올릴 때는 일일이 부고 내용을 다시 치고 제목을 달아야 했다. 사진으로 생각하고 그냥 넘기는 경우가 발생할 것을 고려해서다. 각각의 부고 밑에는 사연 모집 안내문과 구글폼 QR코드도 덧붙였다. 이대진 디지털미디어부 팀장, 김준용 기자, 서유리 기자는 심층 인터뷰를 할 유가족 섭외에 들어갔다. 심층 인터뷰에는 변수가 많았다. 사연을 보낸 본인은 괜찮다고 했지만 다른 가족이 인터뷰를 반대하는 경우도 있었다. 코로나19 3차 대확산으로 의료진 인터뷰가 갑자기 취소되기도 했다. 선상에서 돌아가신 분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쪽에서 먼저 연락을 취해서 유가족 사연을 받은 경우도 있다. 우여곡절 끝에 6월 21일부터 8월 24일까지 총 10회에 걸쳐 <늦은 배웅> 심층 인터뷰가 보도됐다. 코로나19로 어머니, 남동생, 아버지, 남편을 잃은 유가족의 이야기가 실렸다. 17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정유엽 군, 기저질환으로 사망한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손녀, 코호트 격리 1호 서린요양원 직원들, 부산영락공원 장례지도사, 유가족 트라우마 관련 전문가들에 이어 작가들의 이야기도 소개됐다. 심층 인터뷰 때는 고인에 대한 추억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정유엽 군의 부모님을 인터뷰할 때 같이 울고 같이 웃었다. 고인과의 이별이 슬픔으로만 기억되지 않도록, 그래서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다시 언론에 주어진 숙제
심층 인터뷰 진행과 별도로 중간중간 미술관을 찾아 사진을 찍고 전시장 분위기를 살폈다. 관람객 반응과 SNS에 올라오는 전시 후기는 학예사가 챙겼다. 한글로 된 부고 앞에서 외국인이 구글 번역기를 돌리고 있는 것을 본 코디네이터의 제안으로 일부 부고를 영어로 번역한 자료를 미술관에 비치했다. 부산시립미술관은 영어판 도슨트 영상도 만들었다. 이를 소개하는 기사를 준비하다 아예 이번 프로젝트를 영어로 알리는 기사가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다. 코로나19는 세계가 함께 겪고 있는 고통이기에 한국에서 이런 프로젝트를 한다는 것을 알리면 좋을 것 같았다. 프로젝트 전반을 소개하는 내용에 심층 인터뷰 네 건을 요약해서 더하니 원고지 40장 분량의 기사가 됐다. 이를 번역해서 미술관의 영어판 도슨트 영상, 작가의 영어 블로그까지 링크를 걸어서 온라인 기사로 배포했다.2) 지난 7월 19일 자 서일본신문에 <늦은 배웅>이 소개된 것까지 고려하면 이번 프로젝트는 특정 이슈에 대해 독자를 세계로 확대하는 방식에 관해 생각할 거리를 준다.
8월 27일 자 신문에 다시 한 지면을 할애해 부고를 실었다. 9월 30일에는 코로나19 희생자를 애도하고 치유하는 ‘온라인 추모관’ 성격의 <늦은 배웅> 인터랙티브 페이지를 오픈했다.3) 인터랙티브 페이지는 ‘멈춰버린 시간’, ‘보고싶은 그대’, ‘기억합니다’, ‘그립습니다’ 총 네 챕터로 구성돼 있다. ‘기억합니다’와 ‘그립습니다’는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망자를 추모하거나 유가족을 위로하는 글을 남기고, 코로나19와 관계없이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추모 메시지를 남길 수 있도록 했다. 독자가 직접 쓰는 가족이나 지인의 부고다. 10월 중순에는 <늦은 배웅> 프로젝트를 다룬 장편 다큐멘터리4)도 공개할 예정이다.

<늦은 배웅> 보도가 나간 뒤 유가족들이 문자를 보내왔다. ‘진솔하게 애도의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글을 읽는 순간순간이 아프고 쓰리지만, 감동과 진정성으로 치유를 받는 듯합니다’ 등. <늦은 배웅> 여러 기사에 달린 그 어느 댓글보다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말이었다. 지난달 시민들이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에 나가서 말한 것과 같이 이번 프로젝트는 유가족들이 용기를 내줘서 가능했던 일이다. 더 많은 분께 위로의 시간을 제공하고 싶었으나 그렇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들이 왜 나서지 못했는지 생각해 본다. 코로나19 사망자와 확진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의 시선, 우리도 모르게 그들에게 그런 시선을 보내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경험을 또 하나 쌓았다. 부산시립미술관의 경우 어떻게 언론과 그런 프로젝트를 진행했는지 다른 지역의 미술관에서 계속 문의를 받고 있다. 부산일보 입장에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의 기사 양식에 도전하는 계기가 됐다. 박혜수 작가는 “자신들의 사연을 꺼내놓고 공론화시킨 분들의 경우 작지만, 변화가 보였다”며 “이번 작업은 코로나19 사망자 유가족에 대한 이야기지만, 어쩌면 우리 보통 사람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랐다”고 했다. 그 숙제가 다시 언론을 향한다.
1) 오금아, <[알림] 코로나 유족의 못다 한 ‘늦은 배웅’에 함께합니다>, 부산일보, 2021.3.3, https://n.news.naver.com/article/082/0001071980
2) 오금아, <COVID-19 and Death… ‘Late Farewell’ from South Korea>, 부산일보, 2021.9.7,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1090309572455569
4) https://www.youtube.com/watch?v=sRG6obh032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