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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 인구 1,500만 시대, 방송에서 반려동물을 보는 것은 일상이 됐다. 최근에는 신문과 SNS에서도 반려동물 콘텐츠가 인기를 얻고 있다. 그만큼 미디어는 반려동물을 제대로 다루고 있을까. 반려동물 관련 콘텐츠의 현황과 문제점, 방향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동물은 미디어에서 끊임없이 다뤄져 왔다. 동물은 ‘동물 미디어’ 하면 흔히 떠오르는 동물 예능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일반 예능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드라마, 영화, 광고, 뉴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등장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늘고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동물이 미디어에 등장하는 횟수도 늘어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이 각각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638만 가구(4가구 중 1가구), 312만 9,000가구(7가구 중 1가구)에 달한다. 한국경제는 통계치가 다른 이유에 대해 조사 방식 차이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발표하는 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건 분명하다. 또 농림축산식품부가 2019년 반려동물 관련 기사량과 주제어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2년 4,068건이던 기사는 2015년 7,061건, 2018년에는 1만 4,308건으로 급속히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방송에서 주로 다뤄진 반려동물
2000년대 초반 반려동물은 신문보다 주로 방송에서 자주 다뤄졌다. 동물의 귀여운 모습은 글보다는 영상으로 보여주는 게 더 효과적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려동물을 다루는 방송 프로그램의 수와 내용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와 시장의 성장, 동물 복지에 대한 시민의 인식 변화에 따라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동물 예능 프로그램인 SBS <TV 동물농장>의 첫 방송일은 2001년 5월 1일이다. 이후 2002년 4월 MBC <와우! 동물천하>와 KBS <주주클럽>이 뒤를 이었다. 당시만 해도 반려동물, 반려견이라는 용어보다는 애완동물, 애완견이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서울 충무로 애견거리에 있는 ‘펫숍’에서 이른바 품종견을 쉽게 살 수 있었다. 동물 예능 프로그램 경쟁이 치열한 건 아니었지만 시청률 저조로 <와우! 동물천하>는 1년 뒤인 2003년, <주주클럽>은 6년 뒤인 2009년 종영했다.
애완동물 대신 반려동물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시점은 농림축산식품부가 2007년 동물보호법을 개정하면서부터다. 하지만 반려동물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고 동물 산업이 성장한 것은 2010년 이후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기업이 반려동물 전문 매장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반면 미디어 분야에서 동물을 다루는 방식에는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이들이 늘면서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고, 이를 반영한 프로그램들이 생겨났다. 2015년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문제 행동을 보이는 동물의 심리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동물 프로그램이 흥미 위주에서 벗어나 동물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시청자에게는 양육 정보를 제공했다는 데서 의의를 찾을 수 있겠다. 반면 같은 해 MBC가 많은 연예인을 등장시키며 시작한 <애니멀즈>는 자체 최저 시청률을 기록하며 10회 만에 종영했다. 같은 해 12월 종합편성채널인 채널A에서는 <개밥 주는 남자>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고 시즌 1이 화제가 되면서 시즌 2까지 이어졌다.
2016년부터 TV 동물 프로그램의 수는 더 늘었다.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에서 동물 프로그램이 홍수를 이루면서 ‘펫방(펫과 방송을 합친 신조어)’이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2016년 JTBC의 <마리와 나>, 2017년 tvN의 <대화가 필요한 개냥>, 2018년 MBC <하하랜드> 등이 잇따라 생겼지만 모두 시청률 저조로 4개월 안팎으로 종영했다.
이후 KBS는 2019년 <개는 훌륭하다> 방송을 시작한 데 이어 2021년 5월부터 ‘리얼 독(dog)큐멘터리’를 표방하는 <류수영의 동물티비>를 2개월 동안 방영했다. JTBC는 지난 8월부터 반려동물과 여행하는 내용을 담은 <개취존중 여행배틀-펫키지>(이하 펫키지)를 방영 중이다.
동물 방송이 미친 부정적 여파
동물 예능 프로그램 이외에 시청률이 높은 일반 예능 프로그램에 동물이 등장하면서 동물 시장에 미친 영향도 컸다. 2007년 KBS 2TV의 <1박2일>에 나온 그레이트 피레니즈종 상근이, 2015년 tvN의 <삼시세끼> 속 장모치와와종 산체 등은 예능 속에서 소품 역할을 하는 데 그쳤다. 제대로 된 정보 없이 화면 속 귀여운 모습에 혹한 이들이 그레이트 피레니즈종과 장모치와와종을 입양했지만, 수년 뒤 이 품종들은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쉽게 발견됐다. 반려견을 맞을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이 외모만 보고 충동적으로 입양했다 키우기 곤란해지자 결국 버렸기 때문이다.
동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의 여파도 앞선 프로그램과 다르지 않았다. 채널A의 <개밥 주는 남자>는 방송 때부터 시청자들의 우려가 컸다. 2개월령의 강아지, 고양이가 대거 등장하고, 강아지 입양을 위해 품종견 전문 브리더(번식 전문가)나 펫숍을 찾아간 장면이 버젓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특히 웰시코기종 삼둥이 ‘대, 중, 소’가 인기를 끌면서 시청자들은 “1년 뒤 버려지는 웰시코기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 우려했고 이는 현실이 됐다. 방송 이후 많은 이들이 웰시코기의 외모에 빠져 털 빠짐과 활동성을 간과한 채 입양했다 파양하면서 웰시코기도 유기견 보호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신세가 됐다.
동물, 신문과 SNS로 확장하다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에서 동물 프로그램이 늘어난 2015년 이후 동물 뉴스를 잘 다루지 않았던 신문사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각 신문사는 동물을 다루는 지면을 만들고 콘텐츠를 유튜브 등 SNS와 연계시키면서 서비스를 확장했다. 한국일보는 2015년 동물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버티컬사이트 <동그람이>를 론칭한 데 이어 2017년부터 네이버와 합작으로 ‘동물공감’판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별도로 필자가 참여하는 1인 랩인 <애니로그(동물을 뜻하는 애니멀과 블로그를 합친 말)>를 신설해 동물 관련 전문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애니로그>는 지면과 유튜브, 네이버 TV 채널, 뉴스레터를 운영 중이다. 한겨레는 2012년부터 <생명> 지면을 통해 반려동물뿐 아니라 야생동물, 농장 동물 관련 주제를 다뤄왔고 2017년 8월 “이제는 동물을 이야기할 때”라며 ‘애니멀피플’이라는 동물 매체를 시작했다. 뉴스1도 반려동물 전문 플랫폼 ‘해피펫’을 운영 중이며, 부산일보는 2020년 1월 반려동물 전문 웹진 <펫플스토리>를 론칭한 데 이어 2021년 2월부터 4층 편집국에 구조 묘 ‘우주’와 ‘부루’를 키우면서 <편집국 고양이>라는 코너를 통해 7월까지 고양이들의 이야기와 동물 복지 현안을 다뤘다.

따로 동물 전문 채널을 만들지 않더라도 연재 코너 등을 통해 동물 이슈를 다루는 매체도 있다. 중앙일보는 2020년 5월부터 유튜브 채널과 연계한 동물 코너인 <애니띵>을 연재했고, 조선일보는 반려견의 시각에서 바라본 내용을 쓰는 칼럼 <나는 강아지로소이다>와 뉴스레터로도 제공하는 <수요동물원>을 고정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전통 미디어뿐만 아니라 유튜브 채널에서 동물을 다루는 채널도 많다. 구독자 100만 명을 넘는 채널도 10개가 넘는다. 1위는 SBS <TV 동물농장>이 2016년 5월 만든 <애니멀봐> 채널로 영어 자막 등을 활용하면서 현재 국내외 구독자만 420만 명에 달한다. 이는 전통 미디어가 SNS로 확장한 경우지만 <크림히어로즈>(379만 명), <수리노을>(208만 명) 등은 미디어가 아닌 일반 유튜버가 만든 계정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경우다.
높아진 시민의 눈높이
동물이 등장한다고 해서 모든 프로그램이나 코너가 다 인기가 있는 건 아니었다. 내용 없이 동물을 소품처럼 등장시킨 동물 예능들은 시청률 저조로 수개월 만에 고배를 마셨다.
최근에는 JTBC 예능 프로그램 <펫키지>에서 출연자 중 한 명인 김희철 씨가 “진짜 솔직한 말로 강아지 선생님들, 전문가들은 처음으로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 사람들한테 유기견을 절대 추천 안 한다”라며 “왜냐면 유기견들이 한번 상처를 받아서 사람한테 적응하는 데 너무 오래 걸린다”라고 발언한 것이 반려인들 사이에서 큰 논란이 됐다.

<출처 - JTBC <펫키지> 화면 갈무리>
방송이 나가자 시청자들은 김희철 씨의 발언이 유기견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수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고 동물보호단체인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자유연대’도 잇따라 우려 의견을 냈다. 이번 사태는 언론이나 단체보다 시민들이 먼저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슈가 확산한 경우다. 더욱이 JTBC는 논란이 확산하자 가장 먼저 시청자 게시판을 비공개로 돌렸다. 이후 5일 만에 입장문을 내고 “해당 발언은 반려견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는 신중함과 막중한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방송에 담은 것”이라며 “제작진의 의도와 달리 오해의 소지가 생겨 유감스럽다”고 했다. 이 같은 JTBC의 태도는 논란을 진정시키기는커녕 더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동물단체들은 출연자의 발언도 문제지만 이를 걸러내지 못한 제작진의 잘못이 크다고 지적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출연진이 오해를 살 발언을 하거나 사실관계가 불분명한 발언을 한다면 제작진은 현장에서 멘트를 보완해야 하고, 그것이 어렵다면 송출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동물자유연대도 “편집과 제작 과정에서 과오가 크다”라며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을 고려할 때 필요한 건 유기견 추천 여부가 아니라 배움과 고민이다”라고 지적했다. <펫키지>의 경우 시청거부 움직임까지 더해지면서 첫 회 시청률 0.9% 이후 6회까지 0.5%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동물 복지에 대한 개념 있는 발언으로 꼽히는 사례도 있다. 가수 현아가 뮤직비디오 촬영 과정을 유튜브로 공개했는데 내용 중 실제 말을 타는 대신 ‘모형 말’을 타자고 제안한 것이다. 현아는 그 이유로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뮤직비디오에는 실제 말 대신 분홍색 모형 말이 등장했고 해당 발언은 SNS를 통해 확산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실제 동물을 출연시키지 않은 이유가 동물의 안전과 권리를 위해서라니 반갑다”라며 “뮤직비디오에 실제 동물 대신 제작 소품이 등장해서 다행이다”라고 환영했다. 뮤직비디오는 영상미를 중점으로 제작돼 동물이 하나의 요소, 소품처럼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짧은 기간에 촬영하는 특성상 동물이 현장에 익숙해지기 어렵다는 점도 들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또 현아의 소신 발언이 주목받은 이유에 대해 “그만큼 방송이나 유튜브 등 미디어에서 동물을 출연시킬 때 동물의 안전이나 권리를 고려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봤다.
두 사례는 시민들이 시청률, 트래픽만을 노리는 콘텐츠를 외면하며 동물의 권리와 생명의 소중함을 먼저 고려하는 미디어 콘텐츠를 구별해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디어, 높아진 동물 감수성 따라가야
방송뿐 아니라 동물 이슈를 다루는 신문과 온라인 미디어들도 동물 이슈를 다룰 때 인간의 흥미나 갈등 보도가 중심을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생활방식과 관련한 보도의 경우 개가 유치원에 가고 스파를 하는 등 ‘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식의 보도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과 관련한 뉴스들의 경우 길고양이와 사람의 공존을 위한 근본적인 대안 제시보다는 캣맘 혐오나 당사자 간 갈등에만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동물의 이익과 사람의 이익이 배치될 때는 더욱 사람 위주의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도심에 출현하는 멧돼지 기사의 경우 멧돼지의 위험성과 멧돼지를 피하는 법을 다룰 뿐, 멧돼지가 왜 도심 속까지 내려올 수밖에 없는지 또는 사살만이 대안인지 등을 다루는 기사는 거의 없다.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발생으로 닭과 돼지가 대거 살처분될 때도 달걀값과 삼겹살값에 대한 보도는 많지만 살처분되는 동물에 대한 처우를 다루는 기사는 찾아볼 수 없다.
예쁜 동물을 보여주며 동물을 소품처럼 다루고 소비한다고 해서, 흥미 위주의 보도를 한다고 해서 시청률과 트래픽이 올라가는 시대는 지났다. 수의인문학자인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동물복지에 대한 대중의 인식, 눈높이가 높아졌다”라며 “미디어 관계자들도 시청자들의 높아진 동물 감수성에 대해 공부하고 이에 맞춰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나연 카라 활동가도 “방송이나 유튜브 등에서 동물을 다루는 비중이 늘고 있는 가운데 콘텐츠를 생산하는 미디어 종사자들의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다”라며 “동물을 콘텐츠에서 소품처럼 다루고 소비해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동물은 스스로를 대변하지 못한다. 미디어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에게 목소리(발언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미디어가 동물 이슈를 다룰 때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