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사 상세
[커버스토리: 대선 보도 이대로 괜찮나] TV 토론 점검
커버스토리 | 등록일 : 2021-11-26

내년 대선을 앞두고 올해는 유난히 TV 토론이 많이 이뤄졌다. ‘국민 면접’부터 ‘1대1 맞수토론’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시도도 많았다. 후보들의 정책과 비전을 비교하고 확인할 수 있는 TV 토론. 과연 그 본연의 역할을 해냈을까. 양적, 질적으로 변화가 많았던 TV 토론을 점검해본다. 편집자 주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 후보들이 지난 9월 30일 TV조선에서 열린 방송토론회를 준비하는 모습 Ⓒ뉴스1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월부터, 국민의힘은 9월부터 약 2개월에 걸쳐 경선 TV 토론을 진행했다. 올해 TV 토론은 과거 대비 신선한 변화가 몇 가지 있었다.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공식 토론 레이스에 돌입하기에 앞서 ‘국민 면접’이라는 형식의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후보자의 자질을 색다른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그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의 경우, 국내 각 지역을 돌며 해당 지역 현안에 대해 비전을 제시하는 ‘지역 순회 토론’과 최종 4인의 후보가 1대1로 짝을 지어 토론을 벌이는 ‘1대1 맞수 토론’이라는 기획까지 선보였다. 과거보다 토론회 횟수 또한 증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총 11회, 국민의힘은 총 16회에 걸쳐 토론회를 진행했다. 각 당에서 TV 토론을 통해 후보자들의 정책과 공약을 다각도에서 평가할 수 있도록 질적, 양적 측면에서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이번 TV 토론에서 적용된 새로운 시도들은 전례 없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이 깊다. 팬데믹으로 인해 후보자들이 현장 연설 및 유세를 하며 유권자를 직접 접촉할 수 있는 통로가 축소됐기에, TV 토론은 후보자들의 정책 및 능력을 다수에게 전달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됐다. 게다가 장기화한 팬데믹으로 타격을 받은 국가 전반의 위기 상황에 지친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후보자들이 제시하는 정책과 비전에 관심이 컸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후보,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뚜렷한 경쟁 구도가 형성돼 이들의 치열한 공방이 흥미로운 토론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우기도 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번 TV 토론은 충분한 양질의 토론을 통해 후보자들의 정책, 능력, 자질을 검증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거대 양당의 경선 토론이 종료된 지금, 유권자들에게 올바른 정치적 결정을 내릴 만큼 유용한 정보가 일련의 토론회를 통해 전달됐는지는 의문이다. 

 

‘논쟁’ 아닌 ‘언쟁’ 벌인 TV 토론

 

토론회가 거듭될수록 부각된 것이 주요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아니라 후보자 간 벌이는 ‘언쟁’이었다는 것이 이번 TV 토론회의 가장 큰 한계로 지적된다(한상준·장관석, 2021). 네거티브 공방, 인신공격, 격한 감정 표출 등 토론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후보자들의 언행이 지속해서 발견된 것이다. 예컨대,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른바 ‘바지 논란’, ‘백제 발언 논란’과 관련된 이슈를 둘러싸고 후보자들 간의 신경전이 치열하게 오갔다. 국민의힘은 손바닥 왕(王)자를 둘러싼 ‘주술 논란’, 개 사진을 둘러싼 ‘사과 논란’을 두고 수차례에 걸쳐 언쟁을 벌이는가 하면, 토론회 중 상대방의 막말 리스트를 공개하는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후보자들의 도덕성 및 정치관을 검증하는 차원에서 필요한 공방일 수도 있었겠지만, 정책과 관련된 문제에 집중하기보다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기 위한 특정 이슈를 필요 이상으로 부각하는 것은 유권자들의 피로와 저항감을 유발할 뿐이다. 양적, 질적 변화를 모색한 토론장에서 양질의 토론이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유권자들에게는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동문서답, 답변 거부, 가분수 질문, 답변 가로막기 등 토론회의 본질을 훼손하는 후보자들의 토론 기술 또한 이번 TV 토론의 큰 한계점으로 지적된다(김희원, 2021). 예컨대, 일부 후보들은 주도권 토론 순서에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이 들어오면 의도적으로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대놓고 답변하지 않겠다고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 이러한 방식의 토론 기술은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한다는 토론회의 가장 중요한 목적을 무력화시킨다. 또한, 자신의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변을 듣지 못한 질문자가 상대 후보의 토론 태도를 문제 삼는 방식으로 언쟁이 확장된다는 점에서 토론의 품질을 저해하는 역할을 한다. 가분수 질문은 주도권 토론에서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는 데 질문 시간의 대부분을 사용하고, 상대 후보에게는 제한적인 답변 시간을 주는 경우를 말한다. 애초에 특정 입장을 주장하거나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질문 시간을 사용한 뒤, 10~20초 정도의 짧은 시간이 남았을 때 형식적으로 타 후보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답변 가로막기는 주도권 토론 중 자신의 질문에 대해서 답변을 제시하는 후보의 말을 중간에 자르고 다른 질문을 던지거나 자신의 발언을 이어가는 경우를 말한다. 상대 후보를 강하게 압박하기 위해 자신의 주도권을 이용해 상대방의 발언권을 제약하는 것이다. 질문과 답변의 교환을 통해 특정 이슈에 대한 후보자들의 입장을 깊이 있게 파악하는 것이 주목적인 주도권 토론에서 가분수 질문이나 답변 가로막기와 같은 태도는 사실상 의미 있는 토론을 불가능하게 한다.

 

물론,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노출됐다고 해서 토론회에서 후보자들 간 정책 관련 논의가 부재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후보자들 간 지나친 네거티브 공방 및 부적절한 토론 기술 사용은 정책에 대한 유의미한 논의마저 잊히게 만든다. 실제로 이번 경선 TV 토론은 ‘네거티브’만 남고 ‘정책’은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 나아가 이런 품격의 토론이라면 거대 양당 모두 굳이 10회가 넘는 토론회를 진행할 필요가 있었을지 의문을 남긴다. 품격 있는 토론이 전제되지 않는 토론회는 유권자의 저항감을 키우고 정치적 무관심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번 경선 TV 토론의 한계점들은 비판적으로 점검돼야 한다. 더 나아가 본선 토론회에서도 경선 토론회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이 그대로 재현된다면 토론회의 유용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9월 16일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자 1차 방송토론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 Ⓒ뉴스1

 


TV 토론의 유용성과 개선 방향 

 

대선 TV 토론회의 유용성에 대한 평가는 해를 거듭할수록 긍정적인 반응이 증가해왔다. 2002년 제16대 대선 TV 토론 유용성에 대한 평가에서는 응답자의 약 49%가,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는 약 78%가 TV 토론회가 유용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답변했다(한정택 외, 2013). 또한, 2017년 제19대 대선에서는 약 90%의 응답자가 TV 토론회가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 유용하다고 평가했다(이소영 외, 2017). 점진적으로 후보자들 간 직접 상호 토론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후보자들 또한 주장, 반박, 반론, 사실 확인 등의 다양한 소통 방식을 사용하게 되면서 토론의 역동성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TV 토론회가 계속 진화했기에 가능한 변화였다(이소영 외, 2020). 2022년에 있을 제20대 대선 토론에서도 유권자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이번 경선 TV 토론에서 나온 한계점들을 보완하려는 다차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사회자의 역할, 언론의 역할, 토론회 평가 체계 마련이라는 측면에서 토론회의 개선 방향을 논의해 볼 수 있다.

 

첫째, 사회자의 역할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TV 토론에서 사회자는 토론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조율하면서 토론회의 취지에 어긋나는 발언 및 행동에 대해서는 적절히 개입하는 역할을 한다. 진행의 측면에서 사회자는 발언 시간 조정 및 전반적인 질서를 정돈할 수 있고, 개입의 측면에서는 보완 설명을 요청하거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제지할 수 있다. 2010년 이후 대선 토론은 주도권 토론 등을 통해 후보자 간 상호 공방의 기회는 확대되는 반면, 사회자의 개입은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이소영 외, 2020). 후보자들 간의 상호 공방이 토론회의 흥미성과 역동성을 증가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경선 TV 토론을 통해 본 바와 같이 후보자들 간 네거티브 공방 및 인신공격성 발언의 수위가 지나치게 높을 경우, 또는 후보자들이 부적절한 토론 기술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사회자의 적절한 개입 역할이 요구된다. 예컨대, 인신공격성 발언을 반복하는 후보자에게 경고하거나 직접적 답변을 거부하는 후보자에게 보충 질문을 하는 방식의 사회자 재량권 확대가 필요하다. 비논리적인 언어 및 격한 감정을 표출하는 후보들 또한 사회자가 제지하고 토론회의 품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역할이 요구된다. 물론, 사회자의 개입은 공정성 및 객관성에 대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에 어느 정도가 적정한 개입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다만, 사회자의 적극적인 진행 스타일은 토론회의 공신력을 높이고 시청자의 만족감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분명 참고돼야 한다(최지원, 허경호, 2014).

 

둘째, TV 토론에 대한 언론 보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번 TV 토론에서 ‘정책’을 찾을 수 없게 된 데는 언론의 책임도 크다. 왜냐하면, 후보자들이 정책을 놓고 벌이는 논쟁보다, 정책 이외의 이슈에 대한 언쟁 및 신경전을 토론 보도의 주요 관심사로 다뤘기 때문이다. 토론 과정에서 후보자들 간 네거티브 공방이 과열된 것이 근본 원인이긴 하지만, 이를 두고 마치 싸움 중계라도 하듯 언쟁을 벌이는 후보자들에 초점을 맞춘 보도가 쏟아진 것은 TV 토론에 대한 언론 보도의 한계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선거를 앞두고 진행되는 토론회와 토론회에 대한 언론 보도는 국민이 정보에 기반한 올바른 선택(informed decision)을 돕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많은 유권자가 TV 토론을 직접 시청하기보다는 TV 토론에 대한 언론 보도를 통해 토론회의 내용을 인지하거나 평가하게 된다는 점에서 TV 토론을 둘러싼 언론 보도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좋은 선거 보도는 유권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와 정책에 대해서 정확하게 분석하고 해설해줘야 하고, 후보자들의 공약 및 정책에 대한 사실 검증 역할을 철저히 해야 한다. 반대로, 후보자들 간 인신공격, 추문 들추기, 근거 없는 자격 시비 등을 그대로 보도하면서 부정적 캠페인의 대변인 노릇을 하는 행위는 지양돼야 할 관행이다. 나아가, 알맹이 없는 싸움에 몰두하는 후보자나 토론회에 비판적인 보도를 하는 것 또한 정책 중심의 고품격 토론회를 만들기 위해 언론이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셋째, TV 토론에 대한 공식적 평가 및 점검 시스템이 필요하다. 대통령 선거 및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토론회가 진행되기는 하지만, 토론회의 품질을 공식적,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체계는 미미하다. 기껏해야 토론회가 종료된 이후 학계 연구자들이 토론회의 유용성 및 진행자의 역할에 대한 평가를 탐구한 몇몇 사례가 있을 뿐이다. 토론회의 품질을 향상하기 위해 선거마다 진행되는 토론회를 실시간으로 평가한 후 평가 결과를 유권자들에게 공유하고 이전의 기록들과 비교할 수 있는 체계의 도입을 제안한다. 예컨대, 일련의 토론회 진행 기간에 일정 주기마다 시청자가 토론회의 내용에 대해서 느낀 유용성 및 만족감 등을 구체화해 설문 평가하고 공개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토론회에 대해서 좋지 않은 평가가 공개될 경우, 토론회에 임하는 후보자들은 부담을 느끼고 부정적으로 평가 받을만한 태도를 즉각 개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진행자 또한 개선점을 찾고 더욱 발전적인 논의를 생산하는 토론회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즉, 오로지 지지율 변화로 토론회의 효과만을 파악하는 후보들에게 토론회에 대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평가지표는 간접적 압박의 수단이 될 것이라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의 토론회 평가체계는 당장 진행 중인 토론회의 한계를 순발력 있게 개선하고, 장기적인 기록에 기반해 토론회의 형식이나 진행자의 역할을 지속해서 진화시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경선 토론회에서 다소 실망스러운 장면들이 연출되기는 했지만, TV 토론은 본선 국면에서 여전히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자 영향력을 발휘할 선거의 핵심 요소다. 사실과 진실에 기초한 토론, 품위 있고 절제된 언어를 통한 논쟁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일시적인 변화가 아니라, 장기적인 토론회의 질적 개선을 위해 정당및 언론인의 다차원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저자의 다른 미디어
  • 필자 : 장경은
  • 소속 :
  • 직함 :
  • 발행 : 2021-11-26
  • 조회수 : 6
  • 키워드 :
블로그 공유 트위터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