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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졸업식 선물로 1.44MB 용량의 플로피 디스켓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한 장 한 장 알록달록 무지개색으로 딱 손바닥에 들어오던 크기(더 이상 이야기하면 연령대가 드러날 수 있으니 여기까지 하겠다). 겨우 저화질 이미지 파일 하나가 담길 용량이었지만 그 선물로 컴퓨터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실감했다. ‘생존형 메타버스 이론/활용’ 교육을 들은 수강생의 마음도 이랬을까?
“오늘 강의를 통해 컴퓨터를 처음 배웠을 때의 기분을 느끼며, 새로운 세상이 왔다는 걸 실감했다. 굉장히 유익한 시간이었다.”
모르면 뒤처지고 마는, 어쩌면 생존을 위해 알아야 하는 메타버스 강의를 기획하게 된 것은 특히 요즘 들어 컴퓨터를 넘어선 ‘그 이상의 세계’가 오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팬데믹 장기화로 비대면 일상이 지속되면서 가상 현실을 활용한 기술, 플랫폼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대학교 입학식과 회사 창립기념회를 메타버스 공간에서 진행하고 기업에서는 신제품 발표회를 AR 공간에서 연다. ‘잔칫집’에 꼭 사람이 우글우글 모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깨지고 있었다.
수많은 정의 속에서 화두를 던지다
과거 컴퓨터, 인터넷 등으로 만들어진 가상 공간을 사이버 공간이라 정의했듯이, 메타버스 연수를 기획하며 나 자신부터 메타버스 공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하지만 조사를 거듭할수록 메타버스에 대한 정의는 너무도 다양해 더 혼란스러웠다. 애초부터 메타버스를 한 문장, 한 단어로 정의하고 이해하려는 시도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럼에도 첫날 강의에서만큼은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강연자가 체화한 생각을 수강생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또, 우리의 일상이 메타버스 공간과 연결될 미래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자 했다.
이렇게 초빙된 신기헌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스트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 <이어스 앤 이어스(Years & Years)> 등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메타버스 세계를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메타버스를 두 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제시함으로써 이해를 도왔다. 그는 메타버스가 △기술 발전에 따라 예측 가능한 미래에 대한 상상 △시·공간, 존재의 개념이 새롭게 정의되는 SF적 상상 사이, 그 어느 지점에서 확장된다고 봤다. 이어 메타버스를 선도적으로 서비스하는 페이스북과 스냅챗의 가상 현실 서비스(Horizon, Spark AR, Lens Studio 등)를 소개했다.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Meta)’로 바꾼 것이 메타버스 사업의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됐듯 언론사 역시 가상 현실, 가상 자산을 매개로 한 수익화 모델과 메타버스 플랫폼 경쟁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네티켓! 메티켓? 메타버스 윤리 교육
메타버스 공간은 여전히 불완전하고 법 제도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가상 공간에서 이뤄지는 사이버범죄나 콘텐츠 IP 침해, 권리 문제 등은 메타버스에서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려는 언론사가 필히 마주하게 될 문제다. 메타버스 윤리 교육 시간에는 법무법인 율촌에서 IP와 기술(IP & Technology) 부문을 담당하는 손금주 변호사가 강단에 나섰다. 강연자는 특허권, 상표권, 디자인권 등 메타버스 공간에서 침해할 수 있는 법률 이슈를 설명했다. 형법이나 정보통신망법이 적용되지 않는 메타버스 내 윤리 문제에 대해서는 채팅창에 수강생들의 처벌 아이디어와 질문이 연달아 올라왔다.
“(범죄자에게) 가상 세계 접근 금지 명령 등의 페널티를 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경제 이익을 침해하는 부분도 있지만 인격 모독 등 정신적인 피해는 어느 수준으로 산정해 낼 수 있을지…”
“개인이 데이터를 이용하는 데 따른 데이터세에 대해 추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외에도 가상 현실 속 범죄는 가상 현실 내부에서 처벌할 수 있으나 아바타와 현실 세계 속 인간의 동일성을 어디까지 볼 것인가 그 경계에 대해 고민하는 기자도 있었다. 언론사 수익화 모델에 대해서는 특정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만든 이미지의 사용 범위와 수익 배분 문제에 관한 질문도 있었다. 물론 법적 문제는 그 무게가 훨씬 더 무겁다. 수강생이 법적·윤리적 문제를 채팅을 통해 자유롭게 질문하는 동안 과거 인터넷 예절을 네티켓이라고 했듯, 메타버스 속 예절을 ‘메티켓(메타버스와 에티켓의 합성어)’으로 부를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언론은 메타버스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VR·AR에 대한 이해 없이 메타버스를 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세 번째 강의를 기획하며 메타버스 핵심 기술을 수강생들에게 어떻게 쉽게 강의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됐다. 이에 XR1) 기술을 메타버스에 적용하는 IT 기업 대표를 초빙해 기술적 내용과 산업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자 했다. 김석중 페이크아이즈(FAKE EYES) 대표는 밝은 톤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아무래도 낯설기만 한 기술적 내용을 최대한 지루하지 않게 설명하려는 노력이었다.

강연자는 메타버스 기반 기술을 크게 세 가지로 압축했다. △콘텐츠 품질 자동 조절 스트리밍 시스템 △3D 공간에서 손의 위치를 추적하는 기술 △3대 대중적 VR 플랫폼 통합 기술이었다. 수강생들의 관심사는 ‘이러한 기술을 메타버스 환경에서 어떻게 콘텐츠 생산에 활용할 것인가?’였다.
“언론사가 메타버스 안에서 만들 수 있는 콘텐츠와 참여할 수 있는 형식은 어떤 형태가 될까요?”
“기존의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 내년 선거 등에 활용한다고 하면 어떤 플랫폼과 방식이면 좋을까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메타버스 플랫폼을 선거에 활용할 방안에 대한 질문이 꽤 나왔다. 그 외에도 지상파, 유튜브 등 2D 콘텐츠 수명에 관해 묻거나 가상 투어, 노인 돌봄 등 산업 현장에서 VR의 적용 방안을 질문하기도 했다. 강연자가 XR 기술 현업에 있다 보니 플랫폼, 기술의 전망과 견해에 관한 이야기가 주로 나왔다.
캠프파이어부터 행사장까지 메타버스 속 다양한 소통 공간들
첫날 이론 교육으로 몸풀기를 했다면 이제부터는 진짜 생존을 위한 실전이다! 활용 교육의 콘셉트는 3대 대표적 플랫폼(이프랜드, 제페토, 게더타운)을 번갈아 가며 야외, 공원, 편집국 맵에 접속해 소셜 활동을 해보는 것이다. 원활한 교육 진행을 위해 사전에 앱 설치, 회원 가입에 대해 안내했다. 교육 당일에는 단체 채팅방을 개설하여 실시간 소통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강연자인 우정호 한국메타버스연구원 사무처장은 강의 초반 제페토에서 아바타를 꾸며보는 시간을 가졌다. 코로나19 시국에 맞게 마스크 스타일도 정해보는 등 수강생은 최대한 자신과 비슷한 ‘부캐’ 꾸미기에 여념이 없었다. 단체 채팅방에 꾸미기 아이템을 자랑해보기도 했다.
이프랜드 실습 시간에 강연자는 수강생을 화끈한 캠프파이어장으로 불러 모았다. 수강생들의 열기처럼 활활 타오르는 화로를 둘러싸고 이모티콘으로 춤이나 박수치기 등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강연자는 미리 합을 맞춰 녹화한 아바타 댄스 영상을 보여줬고 ‘흥 부자’ 수강생들은 BTS도 울고 갈(?) 춤 실력을 선보였다.

이어 강연자는 다시 제페토의 한강 공원으로 수강생을 초대했다. 제페토 맵당 최대 수용 인원에 제한이 있어 2개 조로 나눴다. 접속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보조강사 김예은 연구부장이 개별적으로 안내했다. 동시에 흐름을 놓치지 않고 따라올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두고 접속을 기다렸다. 수강생들은 한강 다리가 보이는 공원에서 푸드 트럭과 편의점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고 단체 채팅방에 공유했다. 제페토 속 한강 공원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바람을 쐬던 수강생들은 편의점에 들어가 삼각김밥을 사 들고 줄을 서서 계산하는 연습도 해봤다.

게더타운에서는 수강생이 모인 가상의 편집국, 도서관, 재단 건물에서 맵의 조작과 소통 방법에 대해 강의했다. 예를 들어 행사장의 경우, 접속자의 이동을 제한하거나 스피커 영역을 지정하는 방법 등을 설명했다. 추가로 콜라 회사의 마을을 둘러보기도 하고 전시장 컨셉의 맵을 언론사 콘텐츠를 홍보하는 홈페이지로 활용할 수 있는 예시도 선보였다. 후반부에는 의료·교육·금융·의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버스 공간을 활용하는 사례를 소개하고 그 파급 효과에 대해 강의하며 마무리 지었다.
이번 교육을 진행하며 인상 깊었던 것은 당초 젊은 수강생을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신청자의 약 65%가 60~70년대생이라는 점이다. 메타버스 주요 플랫폼의 이용자가 10대라는 점을 고려할 때 뉴미디어에 대한 배움의 열정이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비대면 실습 강의라는 녹록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진도를 놓친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실시간 질문도 활발했다. 신기한 듯 부캐로 춤을 추고 뜀뛰기를 하며 자유롭게 가상 공간을 누비는 수강생들의 적극성에 연수 기획자로서 큰 감동을 느꼈다. 강의에서 뒤처진 사람이 없을까 다시 설명하기를 반복했던 강연자들에게도 감사함을 표한다.
이번 강의로 미지의 플랫폼을 알아가고 접할 기회가 됐길 바라본다. ‘최신 미디어 트렌드의 폭넓은 내용과 실습을 다뤄서 한눈에 관련 쟁점들을 이해하기 좋았다’는 평과 ‘메타버스의 부정적인 면도 다뤄주면 좋겠다, 메타버스에 대해 이제 접하는 것만큼 좀 더 쉬운 설명이 필요하다’는 평이 공존했다. 연수를 진행하는 동안 비대면의 비현실성이 주는 답답함은 어느새 편안함으로, 메타버스 속 무한히 확장된 공간은 어느새 부캐의 활동 무대가 돼 있었다.
1) 확장 현실(eXtended Reality)의 약자로 가상 현실(Virtual reality), 증강 현실(Argumented Reality), 혼합 현실(Mixed reality)을 통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