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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100주년을 맞은 2020년부터 ‘히어로콘텐츠팀’을 구성해 디지털에서 참신한 보도를 선보이고 있다. 팀에서 구현해온 색다른 형식의 기사를 보고 “이것을 뭐라고 불러야 하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일각에서는 언론계에서 흔히 쓰는 용어인 ‘인터랙티브’라고 부르지만, 필자는 그것을 단순히 인터랙티브라고 부르지 않는다. 인터랙티브는 이용자와의 상호작용에 대한 기능적인 측면일지언정, 이 같은 구현의 본질은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사의 본질은 ‘취재 소재를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구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글을 잘 쓰거나 많은 부속물을 확보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모든 미디어를 고려했을 때 ‘어떤 요소를 어떻게 조합해야’ 전달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판단해야 한다. 취재 소재별로 그것을 효과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은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무작정 인터랙티브한 요소를 많이 가져다 놓으려 노력하지만, 그것이 능사는 아니다. 인터랙티브한 형태보다는 정적인 형태로 제시하는 게 최적이라고 판단된다면 정적인 콘셉트로 가야 한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이 성공하려면 인터랙티브가 중심이 돼선 안 된다. 취재 소재에 대한 적절한 진단이 중심이 돼야 한다. 소재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매체와 요소를 판단하고, 그 판단을 바탕으로 기사를 설계해야 한다. 그것이 인터랙티브를 활용하는 이유기도 하다.
심층 보도물의 경우 텍스트라는 단일한 요소만으로 전달력이 극대화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은 멀티미디어를 통해 전달력이 극대화되고, 인터랙티브를 통해 다채로워진다. 이를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스토리텔링을 한다는 의미에서 멀티미디어 스토리텔링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인터랙티브를 활용해 내러티브를 전개한다는 뜻에서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또는 인터랙티브 내러티브라고 부르기도 한다. 복잡하고 다채로운 소재일수록 이 같은 요소가 필요하다.

콘텐츠의 힘은 내용물에 있다
일각에서는 언론계에 인터랙티브 붐이 불었다가 잠잠해졌다고 한다. 인터랙티브는 왜 성공하기 어려울까. 상대적으로 많은 자원이 투입되는데 창출 효과가 그에 미치지 못하거나, 유·무형의 효과가 창출되더라도 가시적으로 인식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수많은 공을 들이고도 기대한 효과를 널리 인식시키지 못하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누군가는 인터랙티브가 많은 자원이 투입되기 때문에 실행되기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반쪽의 진실에 가깝다. 자원이란 상대적인 것이다. 투자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창출되는 가치가 확실하다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길을 찾고야 말 것이다. 독자의 가슴에 깊이 남아 두고두고 회자되는 인생작 또는 회사의 대표작을 배출한다면 투자를 마다할 수가 없다.
역으로 말하자면, 인터랙티브는 많은 공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확실하게 효과를 보여주는 결과물’이 돼야 한다. 단순히 새로운 시도를 했다거나 형식에 있어서 다소 색다른 변주를 했다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많은 투자가 들어간 만큼 분명한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 따라서 취재와 제작 전반에 있어서 차별화된 깊이와 고품질의 디테일로 승부해야 한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대부분의 독자는 바쁘며, ‘기자들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열심히 취재한 것’과 ‘기사를 소비할 이유’는 별개라는 것만 생각하면 된다. 기사를 끝까지 읽어야 할 이유는 정말로 찾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는 독자가 기사를 읽고, 그 기사를 끝까지 스크롤할 이유를 줘야 한다. 독자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기사를 소비할 것이다.
인터랙티브는 독자에게 ‘기사를 소비할 이유’를 주기에 상당히 유리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 상점에 비유하자면, 쇼윈도와 인테리어를 창의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덕에 무궁무진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을 수 있다. 텍스트만으로 제시했을 때는 꽤나 따분하고 복잡해 보이는 내용도 구성의 묘를 발휘해 흥미롭게 제시할 수 있다. 필력은 중요하지만, 필력만으로 복잡다단한 세상사에 독자를 끌어당기기에는 한계가 있다. 인터랙티브는 웹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활용해 독자가 보다 쉽게 뉴스를 소비할 수 있도록 한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이 성공하려면 두 가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선 취재 보도에 기반한 내용물이 정말로 깊이 있고 차별화됐느냐는 것이다. 아무리 화려하게 치장한다 한들, 근원적인 힘은 콘텐츠에서 나온다. 내용물이 독자를 끄는 힘이 없다면 형식도 힘을 잃는다. 이 전제가 충족됐다면, 내용의 전달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구성과 형식을 설계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기존 방식대로 기사를 전개하고 멀티미디어와 인터랙티브를 양념으로 뿌리는 게 아니라, 이 같은 요소의 잠재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기획하기
취재 내용을 디지털 기사로 기획하는 것은 낚시한 생선을 요리하는 것과 같다. 대어를 낚았더라도 먹음직스럽게 요리하지 않으면 입에 넣고 소화하기 쉽지 않듯이, 좋은 기사를 취재했더라도 적절하게 가공하지 않으면 독자의 머리와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장문의 텍스트에 많은 사진을 넣었지만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요리에 실패한 것이다. 취재는 독자에게 전달돼야 생명력을 얻는 만큼, 전달력을 극대화하는 것은 취재를 잘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을 기획하는 것은 단순히 소재나 텍스트를 고안하는 것을 넘어선다. 전하고자 하는 핵심과 이용자 경험을 고민하면서 전체적인 웹페이지의 구성과 흐름, 전달 방식을 설계해야 한다. 전체 경험을 어떻게 기획하느냐에 따라 취재 방식까지 달라진다. 텍스트가 많이 필요할 수도 있고, 적게 필요할 수도 있다. 취재 현장에서 수첩만 필요할 수도 있고, 카메라를 들어야 할 수도 있다. 기획 방향에 따라 취재도 달라지고, 작법도 달라진다.
인터랙티브라는 요리의 발목을 잡는 것은 기술보다는 상상력에 가깝다. 기술은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있지만, 제작자의 설계에 따라 그 효과는 극대화될 수도 있고 미미해질 수도 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제작한다면 취재를 잘하고 기사를 잘 쓰는 것 못지않게, 치열한 기획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사 전개를 넘어서, 전체적인 이용자 경험을 최적화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기자는 텍스트 기사를 도출하고, 다른 부속물은 양념으로 얹는 것에 길들어 있다. 이때 텍스트는 아무런 부속물 없이 제시되더라도 홀로서기가 가능할 만큼 독립적이길 바란다. ‘완결된 텍스트 기사’는 매사의 전제조건이자, 선행조건이다. 이럴 경우 기사를 구상하는 방식은 거기서 거기다. 일단 텍스트부터 구성한 뒤에 무엇을 추가로 붙일지 생각한다.

누군가는 오로지 글을 쓰기 위해 기자가 됐겠지만,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은 글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저널리즘이라는 업의 본질은 텍스트라는 매개를 전제하지 않는다. 글은 소재와 주제를 구현하는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현장을 취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완결된 글부터 생각한다면 ‘가장 효과적인 전달’이라는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웹이라는 공간에서 새로운 시도를 한다면, 텍스트를 쓴 뒤에 ‘어떻게 새롭게 변형할지’를 고안하는 관행부터 벗어나야 한다. 형식에 제약이 많은 포털 뉴스나 신문 같이 ‘다른 플랫폼’에 최적화된 형식을 적용하려 해선 안 된다. 인생에서 신문이나 포털 기사의 형식을 접하지 않았더라면 기사를 어떻게 설계했을 것인가? 틀을 완전히 벗어나 상상해봐야 한다.
필자는 신문사에서 펜 기자로 일하다가 미국의 저널리즘 스쿨에 진학해 현지 기자들과 멀티미디어 기사를 제작했다. 그곳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기자들이 기사를 제안하는 방식이었다. 누구도 텍스트 기사를 전제하지 않았다. 취재 소재에 따라 그것을 어떻게 구현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지 판단하고, 보도 수단을 맞춤형으로 제안했다. 무엇을 취재했는데 어떤 이유에서 오디오가 소재를 강력하게 전달할 것 같으니 그것을 중심으로 구현하겠다거나, 어떤 소재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으니 그걸 통해 전하겠다는 식이었다.
글만 써온 기자들에게 웹페이지라는 빈 도화지를 채워넣는 것은 막막한 일이다. 그림이 그려진 컬러링북만 놓고 색을 칠해왔다면 빈 도화지에 그림을 창의적으로 그리기 어려운 것과 매한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고민의 과정과 주도면밀한 설계 없이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은 성공할 수 없다. 기사의 전달력을 높이고자 한다면 조리법을 고민해야 한다.
좋은 설계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영감을 주는 작품을 많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보도에 참고할 만한 혁신적인 제작 사례들을 종합해 모음집을 만들고, 상시적으로 업데이트하며 팀원들과 공유하고 있다. 언론계든 언론계 밖이든, 웹의 잠재력을 활용해 전달력을 극대화한 사례를 많이 접하면 구현의 폭을 한층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소재에 맞는 최적의 멀티미디어 판단
기사를 최적의 레시피로 요리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멀티미디어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텍스트도, 사진도, 영상도, 오디오도 중요하지만 모든 기사가 특정한 방식으로 제시돼야만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텍스트가 오감으로 인지할 수 없는 영역까지 미세하게 표현해내는 감칠맛이 있다면 사진은 인물의 표정을 깊이 있게 전하며 눈길을 사로잡고, 오디오는 목소리에 담긴 감정을 세밀하게 전할 수 있다. 취재 소재를 놓고 판단했을 때 그것을 가장 잘 구현하는 멀티미디어가 무엇인지 판단해봐야 한다. 달리 말하면, 어떤 미디어를 활용하더라도 분명한 의도를 갖고 면밀하게 판단해야 한다.
둘째, 인간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사람이 콘텐츠를 소비할 때 얼마나 쉽게 집중력을 잃는지 생각해야 한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필력을 선보이지 않는 이상, 정보를 글로만 전달했을 때 독자는 쉽게 지루해진다. 수많은 종류의 숫자를 제시했을 때는 말할 것도 없다. 많은 정보를 담은 콘텐츠에 호기심을 자아내는 요소가 없으면 끝까지 소비하기가 정말로 어렵다. 독자가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집중도를 유지할 수 있는 요소를 넣어야 한다.
인터랙티브 혹은 멀티미디어 스토리텔링은 모든 기사에 적합한 만능 레시피는 아니지만, 적어도 복잡하거나 심도 있는 사안에 있어서만큼은 ‘최적의 레시피’일 가능성이 높다. 복잡한 사안에 대한 이해를 돕고, 심도 있는 사안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들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멀티미디어로 다채로운 장면을 제공하고, 클릭하거나 스크롤하며 탐험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한 요소를 통해 지속적으로 콘텐츠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시중에서 회자하는 ‘와우(Wow) 포인트’라는 말이 있다. 감탄할 만한 지점을 뜻하는 것인데, 기사 역시 놀라움과 경이를 선사하는 지점이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취재의 깊이에서 와우를 자아낼 수 있어야 하지만, 보고 즐기고 소비할 거리가 많은 이용자에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참신한 접근법과 구성의 다채로움으로 와우를 연발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그 와우 포인트는 스토리에 대한 몰입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일 때만 활용해야 한다.
총체적 고민이 필요한 인터랙티브 제작
이렇게 말하면 ‘기사 하나를 제작하는 데 그 정도의 노력까지 해야 하느냐’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의 힘은 바로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취재 소재를 적당히 취재하는 것을 넘어서 인터랙티브라는 자원을 ‘투입할 가치가 있을 정도로’ 깊이 있고 치열하게 파고들도록 하고, 단순히 새로운 시도를 넘어 수준급 작품이 되기까지 창작의 고통을 겪으며 완성도 높은 경지에 이르게 하는 것 말이다. 투자할 가치를 입증하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그 과정이 있기에 투자의 가치는 정말로 입증된다.
오늘날 언론사의 경쟁사는 더 이상 언론사가 아니다. 독자들은 바쁘고, 기사 외에도 소비하고 즐길 것이 많다. 언론사는 수많은 콘텐츠 회사들과 이용자의 눈동자와 시간에 대한 점유를 두고 경쟁해야 한다. 소비되지 않는 기사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인터랙티브의 진정한 힘은 인터랙티브 바깥에서 나온다. 인터랙티브라는 매개를 활용하는 제작자가 그것을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활용도를 빛내도록 하는 것 말이다. 기자들은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제작할 때 기사를 취재하고, 구상하고, 구현하는 수준을 한층 끌어올려야 한다. 텍스트 읽는 것을 넘어 전체적인 소비 경험을 생각하고, 공급자로서 내용물을 전하는 것을 넘어 수용자 입장에서 ‘어떻게 흡수하고 받아들일지’를 고민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