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상세
작년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 발표 이후 논란이 일었다. 권역별 평가 방식으로 인해 수도권 대학이 역차별을 받았다는 것이다. 정말 수도권 대학은 역차별을 받았을까? 역차별 주장을 팩트체크해 보도한 단비뉴스 기자에게 그 취재기를 듣는다. 편집자 주
대학평가 결과에 대한 반발과 번복
작년 10월 28일 서울총장포럼은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수도권 대학들이 역차별을 받았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앞선 9월 3일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 발표 결과에 대한 반발이었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은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일반재정지원 대상을 선정하기 위한 평가다. 교육부는 수도권, 충청권, 대구·경북·강원권, 부산·울산·경남권, 전라·제주권으로 권역을 분류한 다음, 지원 대상의 90%를 권역별로 평가하고, 나머지 10%를 전국 단위로 평가했다. 권역별 평가를 도입한 이유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대학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도 수도권과 지방 대학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권역별 평가 결과에 대한 저항은 거셌다. 서울총장포럼 총회는 입장문에서 “일반재정지원 미선정 대학이 과도하게 수도권 대학에 집중돼 있다. 권역별 평가로 인해 경쟁력 있는 수도권 대학들이 아주 근소한 점수 차이로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역차별 주장은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확산했다. 이런 논란을 지켜보면서 과연 교육부의 진단 결과가 수도권 역차별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큼 편파적이었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 역차별이 있더라도 그것이 수도권과 지방 대학의 균형 발전이라는 정책 취지에 맞는 것은 아닌지 하는 문제의식이 생겼다.
그러던 중 교육부는 12월에 전례 없는 번복 결정을 내렸다. 탈락한 대학이 있는 지역의 국회의원을 통해 수도권 역차별 주장이 정치권으로 전달되면서 국회 교육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는 탈락한 대학에 재도전 기회를 부여하기로 합의했고, 교육부가 이를 수용한 것이다. 진단 결과에 대한 검증과정이 생략된 채,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수도권 대학들의 주장과 국회의 압력에 의해 평가 결과가 무효화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탈락하면 대학 재정지원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일반재정지원을 향후 3년간 받지 못해 재정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기 때문에 탈락한 대학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인구 절벽1) 앞에 선 한국 대학의 구조 개혁이라는 정책 방향을 되돌릴 만큼 심각한 역차별이 있었을까? 서울총장포럼의 역차별 주장을 그대로 보도했던 언론들은 주장의 진위에 대해서는 별다른 후속기사를 내놓지 않았다. 평소 지방 대학 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터라 서울총장포럼 총회의 주장을 팩트체크하는 기사를 작성하게 됐다.

수도권 대학 역차별 주장에 대한 검증
팩트체크 기사는 취재원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장의 진위를 가린다. 언론의 취재, 보도에서 사실을 확인하는 팩트체크는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절차이지만, 새로운 저널리즘 형식으로서의 팩트체크 기사는 보도 이전에 이뤄지는 과정이 아니라 보도 이후의 검증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따라서 서울총장포럼의 주장과 그 주장을 그대로 보도한 언론 기사에 대한 사후검증에 들어갔다. 보통 주장은 의견과 사실로 구성돼 있는데, 의견은 팩트체크의 대상이 아니고 사실만이 팩트체크의 대상이 된다.
“수도권 대학이 역차별을 받았다”는 주장을 접하면서 이 사안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됐다. 역차별이란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내린 주관적 판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견이 아닌 사실을 팩트체크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역차별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에 주목하고, 이를 몇 가지로 분류해 봤다.
서울총장포럼 총회는 입장문에서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 일반재정지원 미선정 대학이 과도하게 수도권 대학에 집중돼 있다”고 주장하면서 “수도권 대학은 17.7%가 미선정된 반면 지방 대학은 14.1%가 미선정됐다”는 근거를 들었다. 또한 “미선정된 수도권 대학에는 부실대학이라는 낙인이 찍혔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입장문 내용처럼 미선정 대학이 수도권에 더 많을까?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계산해봤더니, 일반대학으로만 한정하면 입장문에서 밝힌 대로 수도권 일반대학 탈락 비율이 지방 일반대학에 비해 약간 높았다. 그러나 전문대학까지 더하면 수도권과 지방 대학 모두 탈락 비율이 18%로 차이가 없었다. 차이를 부각시키기 위해 전문대학을 빼고 일반대학으로만 탈락 비율을 계산한 것이다. 사실 입장문에 나온 수치만 보더라도 “미선정 대학이 과도하게 수도권 대학에 집중돼 있다”는 말은 어폐가 있다.
이미지 실추에 따른 낙인효과가 있다는 내용도 검증했다. ‘이미지 실추’는 의견에 해당하므로 좀 더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입학경쟁률 자료를 활용하기로 했다.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 발표 직후 이뤄진 2021년 수시모집 경쟁률을 비교해 본 결과, 미선정 수도권 대학의 경쟁률은 전년도의 9.4대 1에서 8대 1로 감소했지만, 일부 대학은 오히려 경쟁률이 올라갔다. 반면 미선정 지방 대학의 경쟁률은 4대 1에서 2.9대 1로 하락했다. 수도권 대학의 경쟁률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지방 대학보다 두 배 이상 높았고, 일부 대학의 경우 오히려 경쟁률이 올라간 것을 보면서 미선정 수도권 대학에 대한 낙인효과가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대체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역차별 주장
팩트체크 기사는 단순히 사실 여부를 가리기보다 사실을 구성하는 맥락까지 폭넓게 검증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전체 맥락을 살펴보면 사실 여부를 판정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독자들이 그 사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러한 검증 방식은 단편적 사실 보도만으로는 진실에 다가가기 어렵다는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역차별 주장에 관한 맥락 설명이 필요했다. 수도권 대학이 집중적으로 탈락한 것은 아니었고, 낙인효과가 뚜렷한 것도 아니라는 점은 검증됐다. 그러나 이번 평가가 지방 대학에 다소 유리한 평가 기준을 적용한 것은 사실이었다. 수도권 대학은 신입생 충원율을 비롯해 여러 면에서 경쟁력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의 미선정 비율이 같다는 사실 자체가 역차별 논란을 가져온 것이다. 따라서 교육부가 권역별 평가라는 기준을 적용한 맥락까지 짚어야 이번 대학역량평가가 수도권 대학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장을 제대로 검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정부 지원은 수도권 대학에 편중돼 있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분석한 2019년 부처별 대학 지원금 현황을 보면 수도권 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이 편중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교육부의 일반재정지원은 수도권 대학이 지방 대학보다 두 배 이상 받았다. 연구개발이라는 특수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연구개발지원금은 수도권 대학이 약 세 배 더 받았다. 교육부 외 부처의 지원금도 수도권 대학이 지방 대학보다 두 배 이상 받아 왔다.
검증 내용을 종합하면 서울총장포럼 입장문에 나온 수도권 역차별 주장은 보편적인 공감을 얻기가 어려웠다. 오히려 지난 70여 년 동안 불이익을 받았던 지방 대학에 대한 지원정책이 필요해 보였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지방 대학의 위기가 나날이 심각해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수도권 대학의 불만과 압력에 못 이겨 평가 결과를 철회한 정부의 결정은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팩트체크 기사에 참·거짓에 대한 판정이 있어야 독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경고하는 효과가 더 크다. 그래서 판정 결과를 기사의 결론 부분에 넣었다. 서울총장포럼의 입장문에 나온 수도권 대학 역차별은 ‘대체로 사실이 아님’으로 판정했다. 탈락한 대학이 수도권에 집중되지 않았다는 점, 탈락에 따른 낙인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점 외에 과거 정부 지원이 수도권 대학에 편중됐다는 맥락까지 함께 고려했다.
더 나은 저널리즘을 위한 노력
<권역별 평가가 수도권 대학 역차별일까?>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지원을 받아 2021년 2학기에 개설한 ‘팩트체크 보도실습’ 수업의 결과물이다. 저널리즘스쿨은 허위조작정보의 홍수 속에서 이를 판별하는 팩트체크의 중요성을 고려해 이 수업을 개설했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한윤정 교수의 지도 아래 팩트체크 저널리즘의 이론과 국내외의 다양한 팩트체크 기사를 공부했다. 그리고 팩트체크 기사를 한 건씩 작성해 저널리즘스쿨이 운영하는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에 <단비✓체크>라는 연재물을 게재했다.
<단비✓체크> 연재물은 8편의 기사로 구성됐다. <탈원전이 온실가스 늘렸다?>, <현 정권에서 풍자 개그가 사라졌다?>, <학교 비정규직, 떼쓰면 다 들어준다?>, <한 해 낙태 110만, 건강보험 안 된다?>, <농산물 때문에 전체 물가 오른다?>, <트랜스 여성, 위험하다?>, <‘화교특별전형’으로 의대 간다?> 등의 기사가 실렸다. 정치인의 발언, 언론 보도, 국민 청원, 온라인 커뮤니티 글 등 우리 사회의 갈등을 유발하는 주제를 다뤘다.
팩트체크 기사는 일반 보도기사에 비해 훨씬 성실하고 정확한 취재가 필요하다. 복잡한 사안을 판정하는 어려움도 따른다. 그래서 기성 언론에서도 주제 선정, 검증, 판정 등을 팀제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팩트체크 보도실습 수업 역시 상호 피드백을 거쳤고, 보도한 뒤 사후 평가가 이뤄졌다. 이러한 노력이 모여 <단비✓체크> 연재물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처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과 <단비뉴스>는 새로운 보도형식을 교육하고 실험하며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저널리즘을 구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자 한다.
1) 미국의 경제학자 해리 덴트(Harry Dent)가 주장한 것으로,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한 국가나 구성원의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어 인구 분포가 마치 절벽이 깎인 것처럼 역삼각형 분포가 된다는 이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