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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브랜드인 언론사와 서브브랜드인 버티컬 미디어는 시너지 효과를 내며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관계다. 언론사 버티컬 미디어 담당자 20명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콘텐츠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최근 들어 국내 뉴스 생태계에도 구독 모델이 가시화하고 있다. 개별 언론사 차원의 움직임도 산발적으로 포착되지만, 그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국내 양대 포털 네이버와 카카오가 선보인 뉴스·정보 콘텐츠 구독 서비스(각각 ‘프리미엄콘텐츠’와 ‘뷰’)일 것이다. 사실 개별 채널에 대한 구독을 기반으로 이용자들이 정보를 비롯한 각종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동은 유튜브라는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먼저 탄탄하게 자리를 잡았다.
이러한 큰 틀의 변화를 언론사들 또한 감지하고 최근에는 모브랜드와는 별도의 여러 버티컬 미디어를 서브브랜드 형태로 만드는 추세다. 그동안 유튜브, 네이버와 같은 대형 플랫폼들을 기반으로 버티컬 미디어 채널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홈페이지·앱 등의 자체 플랫폼을 본진으로 삼고 플랫폼 다각화 전략을 구사하는 사례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또한 열정 많은 몇몇 기자들이 회사의 지원 없이 시작해 사이드 프로젝트의 성격이 강했던 몇 년 전과는 달리, 지금은 조직 개편 등을 통해 회사 차원에서 브랜드를 적극 론칭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언론사 버티컬 브랜드들은 레거시 미디어인 모브랜드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각종 실험적 전략들을 인력 운용, 이용자와의 소통, 새로운 수익모델 개발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실행에 옮겨 왔다.
결국 서브브랜드인 버티컬 미디어와 모브랜드인 언론사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관계이며, 구독 모델이 대세가 된 미디어 환경에서 버티컬 미디어 브랜딩 강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언론사들이 갈 수밖에 없는 길일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언론사들이 버티컬 미디어를 만들고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데 기초자료가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했으며, 이를 위해 <언론사의 버티컬 미디어/콘텐츠 현황과 전략>이라는 연구를 기획·수행하게 됐다. 본고에서는 이 연구서의 내용 가운데 언론사 버티컬 미디어 담당자 20명을 실제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분석한 ‘콘텐츠’ 전략을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개별 버티컬 브랜드 사례들에 대한 자세한 소개, 콘텐츠 전략 외의 다른 버티컬 미디어 전략(조직 운용·소통·플랫폼·수익모델 측면), 그리고 20~40대 미디어 이용자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등은 연구서1) 내용을 참조하기 바란다. 위의 [표]는 연구서에 소개된 브랜드들을 주제별로 구분해 정리한 것이다.

버티컬 주제 집중과 확장
인터뷰에 참여한 버티컬 브랜드 담당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각자 선택한 주제 영역에 대한 나름의 확신을 갖고 있었고, 향후 해당 분야 버티컬 미디어의 전망을 밝게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이들 미디어는 스스로 선택한 버티컬 주제에 집중해서 좀 더 넓고 깊게 가져가는 콘텐츠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대의 변화, 시장의 변화에 힘입어 젠더·기후·동물·주식·부동산·코인 등의 버티컬 주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졌고, 그로 인해 앞으로도 이러한 콘텐츠에 대한 지속적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애초에 선택한 버티컬 주제를 벗어나지는 않되, 브랜드의 확장을 위해 현재 주 이용자층보다 좀 더 젊은 연령대가 관심을 가질만한 세부 주제를 발굴한다든지, 해당 주제 안에서 그동안 집중해 온 것보다는 좀 더 주변부의 이야기를 다뤄 본다든지 하는 식으로 브랜드를 키워가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채널들도 여럿 있다. 부동산이라는 분야를 다루고 있다 보니 주요 구독자층이 40대 이상인 <집코노미TV>와 <매부리TV>는 20~30대가 주로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예를 들어, 세입자 관련)의 콘텐츠를 개발해 이용자층을 확대할 계획을 내비쳤다. <주코노미TV> 또한 미래 투자자들을 위해 주식 관련 교양 콘텐츠를 새로 만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미라클레터>는 현재 테크 뉴스레터로 더 많이 인식되고 있지만, 브랜드에서 내세우고 있는 모토대로 혁신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콘텐츠 제공을 추구한다. 직업 관련 버티컬 브랜드인 <잡스엔>은, 직업이 당장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문제기 때문에 취업, 이직, 창업 전 영역에 걸쳐 다양한 콘텐츠를 다루고 있다.
타 브랜드와의 차별화 전략
해당 주제 분야에서 국내 언론사들 가운데 최초인 브랜드 사례로는 동물 주제 <동그람이>, 부동산 주제 <땅집고>, 직업 주제 <잡스엔>이 대표적이다. 특히 동물이나 부동산 쪽은 이후에 후발주자들도 많이 생겨났고, 지금은 유튜브를 주무대로 활동하는 개인 크리에이터들도 많아졌다. 김영신 대표는 자신이 <동그람이>를 만들 당시에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도전이었고, 지금은 선발주자로서 반려동물 산업 부분에 참여하는 여러 파트너들과 협업해 문화 자체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후발 브랜드들과 차별화된다고 평가했다. 유하룡 <땅집고> 대표는 독립된 법인 형태로 미디어를 운영하고 있는 곳은 <땅집고>가 유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동산 콘텐츠는 투기를 조장한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객관성 유지와 발품 콘텐츠, 전문가의 통찰력이 반영된 콘텐츠 생산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유튜브 <땅집고> <출처 - 유튜브 <땅집고> 화면 갈무리>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일반인이 아닌 업계 종사자 대상 전문미디어로 만들어졌고, 그런 니치마켓(niche market)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다른 버티컬 브랜드들과의 차별점이라고 김병철 기자는 설명했다. 또한 이 분야에서 활동하는 개인 크리에이터들도 많지만 언론사 자체 조직이기 때문에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또 꾸준히 생산하는 부분에서 강점이 있다고 평가하고, 특히 제도와 관련된 부분을 많이 다루려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음식과 식문화를 다루는 <끼니로그>를 만든 최미랑 경향신문 기자는 음식이 기존의 구획 나누기식 출입처 시스템으로는 놓치기 쉬운 주제고, 과학·생활·미래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고 보고 있었다. 국내 언론사들이 버티컬 미디어로 별로 시도한 적 없는 주제지만, 각종 매거진이나 개인 채널 등을 두루 고려하면 블루오션이 아니라 레드오션인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결국 그들과의 차별점은 언론사여서 잘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검증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 듯 보였다.
젠더를 주제로 만들어진 <플랫>과 <허스토리>는 선행 주자인 한겨레 젠더팀의 콘텐츠와도, 동시에 각자 서로와도 뚜렷이 다른 방향으로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다. <플랫>은 애초에는 경향신문 조직 안에서 만들어진 여성 이슈 콘텐츠를 큐레이팅해서 쌓아가는 아카이빙 성격이 강했지만, 지금은 기존에 생산된 콘텐츠의 큐레이션 외에도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출입처에 협업을 제안하는 단계로까지 성장했다. <허스토리>의 이혜미 한국일보 기자는 젠더 버티컬 브랜드들이 같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구현하고 있기 때문에 선행주자들로부터 영감을 받기도 했고, 또 상호 보완하는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뉴스레터가 가지는 장점, 즉 보다 사적이고 친근한 느낌을 기반으로 한 연결성이 강한 포맷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독자 풀을 만들기에도 더 유리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주식, 부동산 등 재테크 브랜드들은 버티컬 미디어를 만들 때 구독자 수가 많은 개인 채널들도 함께 참조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또한 다른 언론사의 브랜드들이나 개인 채널들과도 확실한 차별 지점을 찾으려 노력하는 듯 보였다. <싱글파이어>의 신희은 머니투데이 기자는 재테크 채널 중 하나가 아니라, 싱글족 그리고 조기은퇴족이라는 명확한 타깃을 위해 운영하는 채널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그는 기자가 인터뷰 대상자에게 질문하는 형식을 취하지도 않았고, 주변의 평범한 사례를 보여주기 위해 전문가 위주의 섭외를 지양하며, 가까이 있는 누군가가 흥미로운 정보를 가르쳐 주고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갈 수 있다는 방식으로 채널 성격을 홍보한다고 전했다. 주식 버티컬 미디어 <주코노미TV>의 나수지 한국경제 기자는 ‘주코’와 ‘노미’라는 캐릭터를 만들고, 4050세대 남성 스피커가 대부분인 주식 및 경제 분야에서 젊은 여성 스피커를 내세운 것이 차별점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캐릭터화는 나중에 혹시 담당자가 바뀌게 되더라도 채널의 정체성을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까지 고려한 선택인 듯 보였다.

타깃 관심사 맞춤 전략
언론사 버티컬 미디어 브랜드들 가운데는 유튜브 채널을 메인 플랫폼으로 운영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유튜브 생태계의 특성상 개별 채널들은 특정 주제에 집중하는, 즉 버티컬 형태로 콘텐츠를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매부리TV>는 반대로 부동산으로 시작해서 주제를 확장하는(예: 교육) 전략을 쓰고 있었다. 실제 이용자들을 분석해 그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 타깃 연령층의 관심사로 주제를 확대한 사례에 해당한다. 단, 중심 주제인 부동산과의 연관성이 너무 낮은 주제로까지 무리하게 확장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있었다.
사실 방송사 서브브랜드인 <스브스뉴스>나 <14F>는 전체 콘텐츠를 놓고 보면 버티컬보다는 큐레이션의 성격이 더 강하다. 그런데 ‘데일리픽’ 같은 이슈 큐레이션과 함께 경제, 환경 등 좀 더 버티컬한 주제에 집중하는 코너가 있고, MZ세대가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들을 파고드는 특성 때문에 넓은 범주의 버티컬 미디어 사례로 포함시켜 논하는 것이다. <14F>를 총괄하는 손재일 부장은 MZ세대 혹은 1835세대의 관심사이면서 도움이 되는 콘텐츠, 즉 ‘먹고 사는 것’에 대한 주제라면 다 다룰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구독자들이 채널에 들어와 한 시간 정도 즐겁게 놀고 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고 있다. 하현종 <스브스뉴스> 총괄 대표는 특정 연령대나 세대가 아닌 제작자들과 동시대 사람을 겨냥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지금의 PD들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주 이용자층 또한 함께 나이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한다.
<모아시스>를 총괄하고 있는 엄미령 이사는 왜 하필 ‘탈모’를 주제로 선택했냐는 질문에 경제지인 파이낸셜뉴스의 타깃 연령대는 전체 매체 시장에서 높은 편이고, 그 연령대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가 탈모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브랜드 기획자들의 최대 관심 주제이기도 했고, 탈모는 남성 독자는 물론이거니와 산후 탈모를 겪는 여성 독자까지도 관심을 가질 ‘죽지 않는 시장’이라고도 덧붙였다. 더불어 이 주제가 커머스, 커뮤니티 관련 실험을 해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한다.
한편, <애니멀피플>이 동물권과 반려동물 중 전자를 선택한 것은 모브랜드 한겨레의 정체성도 영향을 미쳤지만, <애니멀피플> 콘텐츠 주 이용자층의 의견을 듣고 반영한 측면도 있다. 박현철 콘텐츠기획팀장은 20대들로부터 ‘자기 또래는 귀여운 동물 뉴스를 잘 안 본다, <애니멀피플> 뉴스를 안 보는 건 진지한 소재여서가 아니라 표현 방식이 사회부 기자처럼 거칠어서다, 동물 사고나 학대를 내러티브로 잘 푸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들을 기회가 있었고, 실제 인스타그램에서 <애니멀피플> 콘텐츠에 대한 반응을 살펴본 결과 귀여운 동물보다 동물권과 관련된 진지한 뉴스를 이용자들이 더 많이 보고 더 많은 반응을 보인다고 전했다.
소주제 시리즈 기획 전략
사실 이 ‘소주제 시리즈 기획’에 속하는 사례들은 엄밀히 말해 버티컬 미디어라기보다는 ‘기획연재’의 성격에 더 가까운 측면이 있다. 실제로도 <제로웨이스트 실험실>은 ‘이 기획연재는 1년 동안 하겠습니다’라는 소개와 함께 시리즈를 내놓은 후 현재는 <그린워싱 탐정>이라는 또 다른 기획연재로 이어가고 있는 상태다. <백년가게> 또한 20회를 끝으로 시리즈 자체를 종료했다. 그런데 이들 사례를 단순한 기획연재가 아니라 버티컬 브랜드로 간주한 이유는 각 시리즈에서 다루는 것보다 상위의 주제를 염두에 두고 소주제 중 하나를 택해 일정 기간 연재한 후 또 다른 세부 주제를 찾아 다른 기획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주제와 인력에 연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두 사례는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이 있다. 신혜정 한국일보 기자는 실험실 콘셉트로 환경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일종의 ‘미끼상품’이 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자신들이 발전시키고 싶은 것은 <제로웨이스트 실험실>이 아니라 기후대응팀이며, 기후위기라는 어젠다를 이끌어가는 젊은 기자들이 있다는 것을 각인시키는 것이 장기적 목표라고 했다. <백년가게>는 원래 100회 정도의 장기기획을 염두에 두고 시작했으나 소재의 고갈, 처음 기대치에 못 미치는 반응, 영상 제작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애초 계획보다 다소 일찍 시리즈를 종료하기로 결정된 경우다. 배재흥 기자는 버티컬 콘텐츠라고 불리기에는 민망한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경인일보가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버티컬적으로 콘텐츠를 기획·생산해 본 경험은 지역신문으로서 새로운 도전의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도 지역성을 살린 주제를 잡아 또 다른 시리즈를 계속 이어갈 포부를 밝혔다.
1) https://www.kpf.or.kr/synap/skin/doc.html?fn=1642747789609.pdf&rs=/synap/result/research/
2) 사례 가운데 중앙일보 <듣똑라>와 <팩플>은 인터뷰 대상 브랜드는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