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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방송》 4월호 ‘저널리즘 하우투’ 섹션에 싣고자 한다며 <지역 언론인을 위한 지역 의제 발굴 하우투> 원고 작성을 의뢰받았습니다. 기자들이 현업에 활용할 수 있는 실무적인 노하우와 팁을 공유하기 위해서라는 친절한 설명 등과 함께.
의아하고 감사한 마음에 앞서 ‘지식과 경험이 일천한 나한테 왜?, 전문가와 훌륭한 분도 많은데 정말 해도 될까?’ 하는 고민과 번잡함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깜냥도 안 되는 작은 지역신문 편집국장이자 기자의 머리에서 나온 얄팍한 생각과 전달력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주저함도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관하는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서 대상을 잇달아 수상한 지역 언론사 팀장으로서 당시 컨퍼런스에서 인정받은 그간의 노하우와 경험 등을 공유하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고 컴퓨터 앞에 앉아 일련의 과정들을 소개합니다. 소개하는 의제는 흔히 말하는 일반적인 ‘뉴스거리’보다는 많은 시간과 노력, 연속성이 필요했던 탐사·기획보도 의제입니다.
섣부르게 결론을 짓자면 ‘지역 의제 발굴 하우투’는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원론적인 명제를 쫓아가는 게 노하우였고, ‘왜 이 의제여야만 하나’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고민이 팁이었습니다. 전문적이거나 체계적이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을 되돌아보는 수준에서 제 경험을 공유합니다.
수많은 시행착오 거쳐 탄생한 기획보도
거제신문은 2019년과 2021년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서 영광스런 대상을 받았습니다. 2019년은 <아픔의 역사 거제, 평화로 치유하다>라는 주제로, 2021년은 <환상의 섬 거제, 쓰레기 천지...이건 아니라고 봐>란 주제였습니다.
2019년에는 민족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거제도 포로수용소의 역사적 배경과 가치, 현재 상황 등을 심층 취재해 거제도 포로수용소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했습니다. 거제도 포로수용소 아카이브센터 건립 및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가 최종 목적이었습니다. 지역 정서도 필요성을 공감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시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의 공감대 형성으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국제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으로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모든 신청 준비를 마쳤습니다. 유네스코에 많은 예산을 지원하는 일본의 반대 등에 부딪혀 현재까지 큰 진전이 없는 안타까운 상태지만 곧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이라 기대합니다. 아카이브는 현재 추진 중이며,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관광지 거제도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내용을 10부작 영상으로 제작, 유튜브와 거제신문방송에 업로드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우리지역 뉴스크리에이터 지원 사업에 선정돼 영상과 함께 기획 기사를 7개월가량 연재했습니다. 생활 쓰레기, 해양·해저 쓰레기, 산림 쓰레기 등으로 주제를 세분화해 실태와 문제점, 대안 등을 제시했습니다. 영상과 기사가 잇달아 보도됨에 따라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한 시민들의 자연환경을 지켜야겠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됐습니다.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정화 활동에 동참하는 분위기와 응원의 메시지가 신문사로 전달됐습니다.
앞서 두 가지 의제의 기사 보도로 거제신문은 독자와 지역민들로부터 지역 저널리즘으로서의 책무와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건전한 여론 형성을 통한 사회적 순기능 효과도 이어졌습니다.
먼저 직원들은 앞선 두 가지 의제 발굴을 위해 수많은 회의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단순하고 필연적인 결과였지만 과정은 힘들고 순탄치 않았습니다.
의제를 선정하기 위해 직원들의 토론과 회의가 계속됐고, 지역 현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격론에 격론을 거듭했지만 결과는 간단했습니다. 현장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기자들의 현장감 있는 의견이 많은 도움을 줬지요.
무엇을, 어떻게, 왜 보도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2개의 의제를 도출해 냈습니다. ‘왜 보도해야 하는지’라는 의제의 목적이 의제 선정의 중심 잣대였습니다. 하고자 하는 무리한 의욕보다 지역신문 여건을 극복하고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의제인지도 염두에 둬야 했습니다.
독자나 지역민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담아낼 수 있는 공론화된 의제 선정도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였습니다. 공익성을 담보하는 것은 기본이었습니다. 2개의 의제를 두고 최종 의제를 선택하기 위해 열띤 토론이 또 이어졌고, 이를 통해 선정된 의제는 많은 시간과 노력, 연속성이 요구되는 탐사·기획보도를 위한 의제였습니다. 최종 의제에서 배제된 의제는 차후에 쓰기 위해 수정하고 보완해 중장기 의제로 남겨뒀습니다.
지역만의 특성을 찾는 것은 필수
지역 언론이 지역 의제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지역만의 특성을 찾아내는 것이 필수입니다. 지역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기자들이기에 지역사회가 절실히 원하고 독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만한 의제를 골라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지역 현실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지역 언론의 강점입니다.
또 의제의 특성에 걸맞은 논리를 개발하고 객관성, 공정성, 공공성 있는 보도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기대 효과도 관철시켜야 합니다. 이 또한 지역 공동체의 문제를 인식하고 지역 정서를 심도 있게 대변할 수 있는 지역 언론의 사명이자 존재 이유기도 합니다. 감시와 비판이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고 지역민과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대안을 마련하는 일도 지역 언론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의제를 선정했으면 어떤 내용을 어떻게 담을 것인지 구체화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용두사미가 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거제신문은 여기에 또 육하원칙을 적용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세웠습니다. 주제를 세분화하고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취재해 보도할지를 꼼꼼히 기획했습니다. 해양·해저 쓰레기 실태 파악에 필요한 수중촬영을 위해 스쿠버 다이빙도 배우고 촬영 장비와 어선도 준비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모하는 우리지역 뉴스크리에이터 지원 사업에 선정돼 여러 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역 언론사를 위한 많은 지원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상 10부작과 기획 보도를 병행하기 위해서 현장을 뛰는 기자들은 여름휴가까지 반납해야 했고, 바닷속에 들어가 현장을 눈으로 확인해야만 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규모가 작은 지역 언론이 지역 의제를 발굴하고 이를 실현하기에는 많은 부침과 제약이 따릅니다. 지역 밀착형 의제를 발굴하고 다루는 것은 지역 언론이 전국지와의 차별성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필수 요소지만, 이를 위한 방법을 잘 알지 못해 난감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 마땅한 의제를 발굴할지라도 부족한 인력과 소규모 자본으로 운영되는 지역 신문의 열악한 근무 환경 속에서는 다루고 싶어도 다루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마감에 쫓기고 능력의 한계와 경제적 지원 부족에 부딪혀 안타깝게 포기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현실입니다.
때문에 지역 의제를 발굴하고 이를 효과적인 결과물로 완성하려면 실행 가능성 있는 기획을 통한 의제의 선택과 집중이 필수 요건입니다. 하고 싶은 것이 많고, 다룰 것이 많을지라도 지역 언론사의 근무·취재 환경에 맞고, 꼭 해야만 하는 절실한 의제를 우선순위에 따라 선택해 역량을 집중하는 게 지역 의제 발굴의 노하우이자 팁이라고 여겨집니다.
지역 현실은 지역 기자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스스로 지역의 미래와 공통된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이를 토대로 발굴한 의제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지역 언론의 역할이자 기자의 몫이며, 지역 저널리즘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