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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제작기] kbc <광주 아파트 붕괴 현장 생방송>
취재기제작기 | 등록일 : 2022-03-25

kbc광주방송은 지난 1월 11일 일어난 광주광역시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 상황을 무려 18일간 생방송했다. 시청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지역 방송의 역할과 의미를 다시금 입증한 취재 현장의 뒷이야기를 들어 본다. 편집자 주

 

 

유튜브로 시작해 TV 생방송까지 이어진 광주 아파트 붕괴 현장 보도 Ⓒkbc광주방송

 

 

생각 없이 시작한 유튜브 생방송

시청자들이 거기에 있었다

 

계획에 없었다. 시작은 단순했다. 지난 1월 11일 오후 3시 50분. 보도국에 전화가 연이어 걸려왔다. 화정동의 신축 아파트가 무너졌다는 제보였다. 사건팀이 분주해졌다. 정치 기사를 생산하던 나도 일손을 멈춰야 했다. 현장에 첫 번째로 도착한 기자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전달했다. 지역 보도국에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뉴스를 생산하는 기자가 얼마 없다. kbc광주방송 보도국도 지난 1월 사고 당시 리포트 생산 기자는 8명에 불과했다. 이런 이슈가 터지면 기자들은 정치·행정·교육·경제 등 출입처를 막론하고 해당 이슈에 투입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다.

 

곧바로 떨어진 아이템은 오후 5시 30분에 시작하는 뉴스 생방송 현장 중계였다. 급하게 원고를 송고하고 화정동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으로 이동했다. 당초 계획은 LTE 통신 장비를 이용해 2분가량 뉴스만 연결하는 것이었다. 현장을 둘러보니 붕괴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고, 시험적으로 유튜브로 생방송을 해보자고 했다. 유튜브 생방송은 방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들어온 소식을 간단하게 정리해 주자는 차원이었다. 준비도 안 된 상황이었고, 방송으로 나가는 현장 연결을 신경 써야 했기에 유튜브 상황은 제대로 체크할 수 없었다. 그런데 방송 연결이 끝나고 유튜브를 켜보니 반응이 생각보다 뜨거웠다. 구독자 3만여 명의 채널에서 실시간으로 1,000명 이상이 방송을 지켜봤고, 영상은 2만 명 이상 누적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녁 시간대 로컬 방송 시청률로 따져본 시청자 수보다 뜨거운 반응이었다.

 

둘째 날, 다시 켠 유튜브

방송과 다른 형태의 소통

 

여섯 명의 실종자. 전화 연결은 되지 않았고, 밤샘 취재 중 실종자 여섯 명이 붕괴한 건물 내부에 있을 것으로 강하게 추정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사고 이튿날도 붕괴 사고 현장 리포트 아이템이 배정됐다. 취재 회의가 끝난 뒤 곧바로 현장으로 나갔다. 이번에는 유튜브 생방송을 제대로 해보자 마음먹고 촬영 담당 웹 PD와 함께 장비를 챙겼다. 20~30분 만에 다시 1,000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몰려들었다.

 

현장 브리핑 때 들은 이야기, 실종자 가족을 만나 들은 이야기를 유튜브 시청자에게 하나하나 풀어나갔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것저것 질문이 들어오고,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시청자들은 사고의 원인과 현재 상황에 대해 알려주기도 했다.

 

방송 기자 경력 15년 차였지만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형태의 소통이었다. 재난 현장에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런 형태의 방송 자체가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매일 두 시간에서, 많게는 다섯 시간 넘게 생방송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소재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방송을 끌 때면 조금이라도 더 방송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수많은 뉴스 채널에서 화정동 사고 소식을 전하고 있었지만 단편적이고 정제된 뉴스는 시청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현장을 돌아다니며 상황을 설명해주고, 현재 구조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채널이 <kbc뉴스> 유튜브뿐이라며 계속 방송해 달라고 요청하는 시청자들의 바람을 저버리기도 쉽지 않았다.

 

 

유튜브 시청자의 실시간 댓글 Ⓒkbc광주방송

 

 

주말에도 이어진 시청자들의 생방송 요청

 

주말에도 생방송 요청이 이어졌다.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어려운 구조 상황으로 알려졌다. 시청자들은 실종자들의 구조 수색 소식을 주말에도 실시간으로 알려달라고 요청했고, 보도국 자체 회의 결과 생방송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어차피 취재해야 했고, 유튜브 라이브를 해주는 뉴미디어팀 인력만 허락한다면 가능한 일이라 판단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이어간 생방송은 설 연휴 직전인 1월 28일까지 이어졌다. 1월 11일 첫 사고 발생 때 시작했던 생방송이 결국은 18일간 연속 생방송으로 계속됐다. 계획했던 방송도 아니었고, 인력도 충분하지 않았지만 시청자의 관심과 요청으로 이어진 방송이었다. 유튜브 생방송은 누적 3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커피, 핫팩에 식어버린 김밥까지

취재진에게 쏟아진 관심

 

일주일 정도 유튜브 생방송을 계속 이어가다 보니 시청자들과 친근감이 생기기도 했다. 광주에 사는 시청자들은 방송 중인 건물 옥상에 찾아와 취재진에게 따뜻한 커피와 핫팩을 전해주기도 했다. 어떤 시청자는 우리가 있는 건물의 위치를 찾지 못해 한 시간을 헤매다 다 식어버린 김밥을 전달해 주기도 했다. 점심시간에 방송하다 보니 취재진이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고 이를 알고 김밥을 사왔는데, 위치를 찾지 못해 한 시간을 헤맸다고 이야기해줬다. 커피, 핫팩, 김밥을 받는 상황도 유튜브를 통해 실시간으로 시청자들에게 전해졌고, 따뜻한 격려와 취재진을 대신한 감사 인사도 시청자들 사이에서 이어졌다. 전통적인 방송 환경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소통의 따뜻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유튜브 실시간 방송을 TV 생방송으로도 진행 

 

유튜브 생방송에 대한 계속되는 관심에 결국 편성제작국에서 유튜브 실시간 방송을 TV 생방송으로도 진행해 보자는 결정이 났다. TV 생방송은 점심시간 한 시간 정도 편성됐고, 사고 발생 8일 차부터 전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동안 짧은 인터뷰로 출연했던 전문가, 지방자치단체 행정 관계자, 주변 주민, 실종자 가족 등이 현장에서 곧바로 섭외됐고, 모두 흔쾌히 출연을 약속해 줬다.

 

이 또한 일반적인 방송과 다른 모습이었다. 이미 kbc광주방송에서 진행하는 유튜브 생방송은 현장에서 많이 알려져 구조 대원과 실종자 가족, 행정 관계자들도 모두 지켜보는 유명 프로그램이 돼 있었다. TV 생방송 시청률도 기대 이상이었다. 평균 시청률 1.75%, 최고 시청률 2.2%, 평균 점유율 6.25%를 기록했다. 높은 시청률이 아닐지 모르겠지만 같은 시간대 전달 평균 시청률은 0.5%를 넘지 못했다.

 

 

2022년 1월 11일 첫 사고 발생부터 시작했던 생방송은 결국 18일 연속 생방송으로 이어졌다. Ⓒkbc광주방송

 

 

지역 언론 재난 보도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줬다는 평가

 

개인적으로 서울에서 기자 초년 3년을 보내고 10여 년을 지역 방송사에서 일해왔다. 그동안 취재를 하면서 보람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굵직한 이슈라고 생각해서 기사를 쓰면 묻혀버린 경우도 많았다. 단독 취재한 기사를 종합편성채널 지역 기자에게 넘기면 전국 뉴스로 나가고 그제서야 기관별 대응과 여론의 반응이 왔을 때는 지역 방송의 한계를 체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난 방송은 달랐다. 중앙 언론사에서도 모두 재난 현장에 취재 인력을 파견했지만 시청자들이 원하는 방식의 뉴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곳은 없었다. 충분한 뉴스, 가감 없는 뉴스, 최대한 가공되지 않는 날것 그대로의 소식. 시청자들은 이제 정제된 뉴스보다 있는 그대로를 전달해 주기를 원하는 듯했다.

 

“일본도 지역 방송이 재난 방송은 훨씬 잘해요. 이번 사례를 국내 지역 방송의 재난 방송 사례로 학계에 발표해 보고 싶습니다.”

 

방송을 지켜보던 재난 관련 대학교수가 전화를 통해 전달해 준 내용이다.

 

“활발한 소통의 저널리즘을 보여줬고 지역 언론 재난 보도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광주전남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1월의 좋은 기사를 선정하며 했던 평가다. 취재기자도 모르는 평가였는데, 누군가가 알려줘서 이런 평가도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kbc광주방송 시청자 비평 프로그램 <열린TV 시청자 세상>에 출연한 최양호 조선대 교수는 화정동 아파트 붕괴 사고 생방송에 대해, 예능·드라마에서 적용했던 준사회적 상호작용을 방송 뉴스에 도입했다고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열린TV 시청자 세상>에 출연한 최양호 조선대 교수. 그는 kbc ‘화정동 아파트 붕괴 사고 생방송’이 준사회적 상호작용을 방송 뉴스에 도입했다며 향후 지역 방송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kbc광주방송

 

 

kbc광주방송은 이번 재난 방송을 기점으로 앞으로 재난 현장 생방송 강화를 준비 중이다. 재난 현장뿐 아니라 지역 이슈가 있는 곳을 생방송으로 연결해 현장을 전달해 주는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이제는 정제된 뉴스뿐 아니라 충분히 많은 양의 정보, 제작자의 편의대로 편집되지 않은 전체 상황을 시청자들이 원한다는 것을 인지한 kbc광주방송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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