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상세
최근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가 음원을 발매하며 가수로 데뷔했다. 로지를 비롯한 여러 가상 인간의 활동이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김주하 AI앵커를 제작했던 MBN은 가상 인간 기자를 추가로 제작하며 저널리즘 분야에 가상 인간을 활용하는 시도를 확대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면면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가상 인간의 시대
뉴스의 새로운 도전
가상 인간이 출연한 광고부터 가상 인간이 부른 노래까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다양한 분야에서 가상 인플루언서들이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어떤 사람의 목소리와 모습을 딥러닝 해 그대로 흉내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얼굴과 목소리, 자기만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가진 가상 인간의 시대가 등장한 것이다. 국내 최초로 김주하 AI앵커를 개발해 방송 뉴스에 도입했던 MBN은 이 같은 변화에 맞춰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로 했다. 가상 인플루언서인 로지와 루시처럼 자기만의 세계관을 가진 가상 기자를 만들어 기존 방송 뉴스에 없었던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나선 것이다.
독자적인 정체성 가진 가상 기자의 탄생
지난 1월 MBN은 컬처 콘텐츠 AI 기업 클레온과 의 협업으로 MBN 가상 기자 후보 리나, 엘라, 태빈, 진호를 공개했다. 새로운 시도인 만큼 중간 단계의 후보 모델을 공개해 시청자 투표를 거쳐 최종 가상 기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이들 네 명은 MBN 취재 기자들을 모델로 제작됐지만 고향, 나이, 취미, 전공, MBTI까지 각자 자기만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 MBN의 김주하 AI앵커를 비롯해 기존 방송사 AI앵커 대부분이 실제 인간 앵커의 모습을 얼마나 똑같이 구현하느냐가 핵심이었다면, MBN 가상 기자는 방송 뉴스에 적합한 새로운 얼굴과 목소리뿐 아니라 가상 기자 각자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과정에서 가상 기자 챗봇 서비스도 함께 개발됐다. 가상 기자 챗봇은 사용자가 가상 기자 후보에 대해 궁금한 점을 음성으로 물으면, 가상 기자가 그 음성을 인식해 다시 음성으로 답변하는 서비스다. 가상 기자기 때문에 가능한 콘텐츠로, 가상 기자 뉴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가상 기자와 시청자들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가상 기자가 단순히 뉴스 전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국의 로고송이나 캐릭터처럼 MBN 뉴스의 브랜드 정체성까지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창구가 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얼굴과 목소리를 만들다
MBN 가상 기자의 얼굴은 MBN 취재 기자 일곱 명의 얼굴을 대상으로 다양한 이미지를 적용해 완성했다. 총 130여 장의 샘플 이미지를 1차 선별한 후, 다시 MBN 데스크 투표를 거쳐 뉴스에 적합한 신뢰성 있는 이미지를 추려 나갔다. 이렇게 추린 이미지를 다시 MBN 취재 기자들의 얼굴에 적용해 새로운 이미지를 합성해내는 방식이었다. 가상 기자 후보의 모델이 됐던 실제 MBN 기자들은 챗봇 개발 등을 위해 수차례 재촬영이 필요했는데 모두 흔쾌히 협조해줬다. 수차례의 피드백과 재합성, 선별 과정이 반복됐고 결과적으로 총 40여 명의 모델 영상이 구현됐다. 다문화 시대상을 반영해 혼혈인 모델을 제작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는데, 결국 최종적으로 뉴스 보도에 맞는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한 완성도 높은 네 명의 후보가 결정됐다.

가상 기자의 목소리를 선정하는 과정도 수차례 피드백이 반복됐다. 처음 가상 기자의 목소리는 업체가 갖고 있는 샘플을 활용해 제작됐는데, 방송 뉴스에 활용하기에는 발음과 억양 등이 부족한 상태였다. 이에 정확한 발음과 억양을 구현하기 위해 더빙 실력이 우수한 MBN 남녀 취재 기자 두 명을 선발해 해당 기자들의 실제 기사 더빙 음성 데이터를 모아 재작업이 이뤄졌다. 그 결과 발음 등에 있어 훨씬 더 전달력 높은 후보 음성들이 추출됐다. 여러 개의 후보 음성을 비교해 음색, 감정 등을 고려해 매치했다. 이렇게 가상 기자 후보 네 명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얼굴과 목소리로 탄생했다.
가상 기자의 정체성을 창조
얼굴과 음성을 제작하는 것보다 어려웠던 것은 네 명의 가상 기자들에게 맞는 정체성을 설정하는 것이었다. 이름도 가상의 성격에 맞게 지었고, 고향, 전공, 취미 등도 최대한 다양하게 설정했다. 특히 챗봇 개발을 위해 단순 프로필이 아니라 150개 정도 되는 질의응답을 하나하나 설정해야 했는데 동료 기자들과 주변인들을 다양하게 참고해 설정했다. 가능하면 최근 저널리즘 동향과 기자들의 관심사를 반영하고자 했다. 엘라의 경우 데이터 저널리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을 고려해 통계학과를 전공하고 데이터 전문 기자를 지망하는 인물로 기획했다. 가상 기자들은 기본적으로 사회 초년생 이미지를 모델로 했기 때문에 2020년 입사한 MBN 27기 기자들에게 여러 조언을 받았는데 덕분에 진호의 경우 재테크에 관심이 많아 최근 주식 투자로 꽤 수익을 얻었다는 등 구체적인 캐릭터 설정이 가능했다.

MBN 시청자 투표 결과 가장 많은 득표를 얻은 리나와 태빈이 최종 MBN 가상 기자로 선발됐다. 투표에 참여했던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가상 인간의 직업이 기자라는 점, 또 특이하게 챗봇 서비스가 함께한다는 점이 흥미롭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가상 인간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이는 앞으로 가상 기자뿐 아니라 모든 가상 인간을 활용한 콘텐츠가 극복해나가야 할 과제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번 MBN 가상 기자는 독자적인 정체성을 가진 최초의 가상 기자를 개발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뉴스 콘텐츠 제작에 있어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가상 기자 통해 AI 뉴스 다변화 시도
가상 기자의 가장 큰 장점은 최소 인력으로도 뉴스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MBN 김주하 AI앵커가 뉴스 프로그램이 없는 공백 시간에 유튜브로 주요 뉴스를 전달하는 것처럼 가상 기자는 또 하나의 뉴스 제작 솔루션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심야나 새벽 시간대 폭우나 폭설이 발생했을 때, 특보를 편성하기 위해서는 현장 취재 인력을 제외하고도 앵커·출연 기자·PD·기술·그래픽·편집 등 많은 인력이 동원된다. 하지만 AI앵커와 가상 기자를 활용한다면 이 같은 인력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물론 아직 기술적 보완이 많이 필요하지만, 기존 방송 인력의 추가 근무를 최소화하면서 낮 시간대보다 인명 피해 위험성이 더 큰 심야나 새벽에 재난 재해 정보 콘텐츠를 더 쉽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MBN은 AI 가상 기자를 통해 AI 뉴스에 다양한 변화를 시도할 계획이다. 현재 MBN은 김주하 AI앵커를 개발해 MBN 종합뉴스 코너와 유튜브 채널에서 AI 뉴스를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AI앵커 한 명으로 구성되다 보니 뉴스 형식이 단조로울 수밖에 없는데, 두 명의 가상 기자 개발이 완료되면 AI앵커 한 명으로 구성됐던 것보다 훨씬 더 길고 다양한 형식의 AI 뉴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실제 기사 작성을 위한 가상 기자는 AI앵커보다 구도와 자세를 세분화해 작업하고 있으며 기존 AI앵커보다 텍스트 입력 후 영상 추출 시간을 대폭 단축해 개발 중이다. 이 같은 성능 개선을 통해 속보 상황에 훨씬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가상 기자는 인간 기자를 대체할 것인가
가상 기자 제작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는 가상 기자가 인간 기자를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었다. 하지만 가상 기자에 담길 콘텐츠를 취재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 취재 기자들의 영역이다. 가상 기자는 인간 기자처럼 직접 현장을 뛸 수 없고, 생생한 인터뷰를 담거나 날카로운 질문으로 대담을 진행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가상 기자는 인간 기자의 영역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인간 기자가 취재한 콘텐츠를 더 효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뉴스 제작 방식일 뿐이다. 가상 기자의 등장으로 인해 오히려 단순 속보 전달자 역할을 뛰어넘는 인간 기자만의 취재 역량과 통찰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