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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현장] 서울신문 기사 삭제 사태로 돌아본 디지털 저널리즘의 원칙
미디어현장 | 등록일 : 2022-03-25

오늘도 많은 기사들이 소리 없이 사라진다. 대주주에 불리한 내용이라는 이유로, 협찬금을 받고 눈감아주는 조건으로 기사가 내려지지만 독자들은 알 길이 없다. 하물며 경위를 알 수 없는 오보 삭제는 비일비재하다. 디지털 제작 환경에서의 기사 삭제 문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서울신문이 삭제한 기사 중 일부. 2019년 7월 15일 자 1면 머리기사 <출처 – 필자 제공>

 

 

서울신문이 대주주 호반그룹 비판 기사 일괄 삭제를 결정하는데 걸린 시간은 10분 남짓이었다. 사장이 기사를 내리겠다고 통보한 이후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사장·편집인·사주조합·노조·호반TF팀장·편집국장이 참여한 6인협의체는 형식상의 정당성 부여 절차에 불과했다. 지난 1월 26일 기자총회에 참석한 황수정 편집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1월 16일 기사가 내려졌다. 이틀 전에 사장 직권으로 기사를 내리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만류했다. 그래서 (16일 오후) 6인협의체가 열렸다. 회의 시간은 10분 정도로 짧았다.”

 

삭제된 기사는 2019년 7월 15일부터 11월 25일까지 4개월간 특별취재팀 바이라인을 달고 나간 <호반건설 대해부> 기획 시리즈 57건이었다. 이 가운데 20건은 지면 1면, 8건은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당시는 호반이 포스코로부터 서울신문 지분을 사들이며 서울신문 인수에 눈독을 들이던 때다. 서울신문은 호반의 주식 매입을 언론 사유화 시도로 규정짓고 대주주로 적합한지 점검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호반건설의 편법승계 의혹 및 유령 자회사를 통한 LH 공공택지 편법 싹쓸이, 내부 부당 거래 등을 파헤치는 내용이었다. 호반엔 눈엣가시 같은 기사였다. 실제 이 보도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호반그룹 의혹 조사에 착수했다.

 

기사 삭제 징후는 예전부터 보였다. 호반이 서울신문 대주주로 들어오면서 실행됐을 뿐이다. 호반은 2021년 10월 서울신문 지분 47.58%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2개월 뒤 호반그룹 창업주인 김상열 회장은 서울신문 회장에 취임했다. 그 무렵 김 회장은 서울신문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호반건설 대해부> 기사는 가짜뉴스라며 삭제 필요성을 언급했다. 호반 비판 기사에 대한 그의 인식은 1월 19일 서울신문 게시판에 올린 “당시 4개월이 넘게 반론의 기회조차 없이 지속된 일방적 기사들로 인해 호반그룹은 큰 상처를 입었다”에서 드러났다.1)

 

 

서울신문 호반그룹 비판 기사 일괄 삭제와 관련해 전국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가 낸 성명서가 게시판에 붙어 있다. <출처 – 필자 제공>

 


호반그룹 비판 기사는 그에게 ‘일방적 기사들’에 불과했다. 대주주 회사에 큰 상처를 입히고, 사주의 역린을 건드린 기사는 시점의 문제지 언제든 사라질 운명에 처한 셈이었다. 총대는 사장이 멨다. 편집인을 통해 편집국장에게 지시하고, 6인협의체 논의 구조를 빌어 삭제를 결정했다. 1월 18일과 19일, 기자들의 비판 성명이 잇따르자 곽태헌 사장은 “사장이 된 순간부터 기사를 빼려고 했다”며 “호반에 대해 악의적으로 쓴 기사가 서울신문에 그대로 남아있는 게 맞다고 생각하냐”고 했다. 회장이 ‘일방적 기사’라고 하자 사장은 한술 더 떠서 ‘악의적 기사’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인사권을 앞세워 “경고한다. 두 번 기회는 없다”며 위압적 발언을 내놨다.

 

기사 삭제 경위를 밝히고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서울신문은 “전임 경영진 때 결정된 사안”이라며 책임 모면에 급급했다. 회장은 “기사의 진실성이 밝혀진다면 회장 직권으로 다시 게재하겠다”고 밝혔다. 기사를 싣고 빼는 것이 사주의 직권이라는 위험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사주와 경영진의 지배적인 시각이 이런데, 독자가 안중에 있을 리 없다. 한국기자협회 서울신문지회가 1월 27일 성명을 내 “독자들에게 경위를 밝히고 사과하는 책임감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지만 여태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서울신문의 기사 무더기 삭제는 극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왜일까. 기사의 팩트가 틀렸다면 정정보도를 할 수 있고, 반론이 없었다면 늦게라도 반론을 충분히 실으면 될 일이지 기사를 대놓고 삭제하는 건 일찍이 없었다. 서울신문의 상식 밖의 행태에 언론계 시선이 싸늘하고, 한국 언론사의 수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다양한 이유로 삭제되는 기사들

 

서울신문의 기사 삭제 사태와 맥락이 다르지만 최근 들어 다양한 이유로 기사가 삭제되는 경우가 많다. 기사가 허위로 판명되거나 일반인 명예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보도의 경우 기사를 삭제할 실질적 필요성이 생겨나고, 실제로 과거와 달리 언론사들이 적극적으로 기사를 내리는 편이다. 인터넷을 타고 기사가 빠르게 확산하고, 과거 기사가 검색을 통해 계속해서 노출되는 디지털 시대의 언론 환경 특성이 영향을 미친 셈이다.

 

하지만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이나 법원 소송 등 피해구제 절차를 거치지 않은 보도, 사생활을 침해한 것도 아니고 사실관계에 명백한 오류가 없는 기사들이 사라지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다. 광고나 협찬을 대가로 기사 삭제가 이뤄지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호반그룹 대해부 기사가 사라진 서울신문 홈페이지 <출처 – 필자 제공>

 

 

2020년 3월 한국경제TV의 단독 보도가 사라지는 일이 있었다. 보도 이후 3~4시간 만에 삭제된 기사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고객사들에게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결권 행사를 권고한다는 내용이었다. 보도본부장은 취재기자를 불러 기사를 내릴 것을 종용했고, 기자가 거부하자 보도본부장 독단으로 기사를 삭제했다. 협찬 기업에 피해가 되는 기사는 작성해선 안 된다는 이유였다. 한국경제TV 소속 기자 44명은 “기사를 값으로 매기는 보도본부장에게 우리를 맡길 수 없다”며 반발했다. 금융지주회사들의 로비가 통했던지 한국경제TV의 단독을 받아쓴 타 매체 기사들도 일제히 내려갔다.

 

2019년 12월 경향신문에선 제작 중이던 기사가 삭제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경향신문은 12월 13일 자 1면과 22면에 게재 예정이었던 SPC그룹의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 관련 기사를 해당 기업의 요청을 받고 제작 과정에서 삭제했다. SPC그룹은 기사 삭제를 조건으로 협찬금 지급을 약속했고, 사장과 광고국장은 SPC그룹에 구체적 액수를 언급했다. SPC그룹 기사 삭제는 한국기자협회 경향신문지회의 성명을 통해 알려졌다. 12월 22일 경향신문지회는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는 성명에서 “이번 일을 외부로 솔직하게 공개하고 사과드리는 것이 독자 여러분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기사 삭제 여파로 이에 관여한 사장과 편집국장, 광고국장이 동시에 사임했다.2)

 

독자는 알 길 없는 삭제 경위

 

한국경제TV와 경향신문의 경우 기자들 성명을 통해 외부에 알려진 사례다. 대부분 언론사에선 쉬쉬하면서 기사 삭제가 이뤄진다. 기사 삭제 과정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대개 기사 삭제 여부는 담당 기자와 데스크, 국장이 논의를 통해 결정한다. 기사를 쓴 기자에게 동의를 구하는 방식이지만 결정권은 사실상 경영진과 뉴스룸 간부들이 쥐고 있다. 기사 삭제 회유나 압박을 막아낼 여지가 없다고 봐야 한다. 한국경제TV 노사는 2020년 3월 30일 금융지주회사 기사 삭제 사건을 계기로 공정방송위원회(이하 공방위) 운영 규정에 ‘기사 삭제와 수정의 원칙’을 마련했다. 핵심은 송출한 기사는 원칙적으로 삭제할 수 없고, 부서장과 기자는 송출한 기사에 대한 삭제나 수정이 있을 경우 반드시 공방위에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100% 적용하지 못하더라도 노사가 함께 기사 삭제 기준을 엄격히 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한국경제TV 기자들은 전했다.

 

기사가 이런저런 이유로 삭제되면 기자들의 사기는 꺾이고,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경제지 한 기자는 자신의 기사 삭제 경험을 이렇게 털어놨다. 

 

“편집국 간부가 정부 고위직과의 개인적 친분을 앞세워 비판 기사를 내렸다. 며칠을 공들여 취재한 기사가 개인적 친분을 이유로 내려가니 사흘간 잠이 안 오더라. 나중에 그 간부는 정부 산하기관의 요직에 갔다. 요새도 가끔 기업 관련 기사가 내려지는데, 그럴 때면 기자들이 모여 ‘사외이사 가려고 그런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한다. 여러 경로로 들어오는 압력과 요청을 언론사 간부들이 덥석 받아들이고 있어 우려스럽다.”

 

기사 삭제는 오보의 경우 빈번하게 일어난다. 오보는 언론사의 숙명이라는 말에서 드러나듯, 사실 확인이 부실하거나 충분한 확인 절차를 거치지 못한 보도가 나올 수 있다. 오보 경위를 밝히고 사과하는 언론사들이 있지만 슬그머니 기사를 내리거나 문제가 커졌을 때 마지못해 정정이나 해명에 나서는 경우가 부지기수로 많다. 지면에 대문짝만하게 실은 기사, 전파를 타고 전국으로 나간 방송 리포트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걸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동아일보는 2021년 12월 6일 4면에 식당 주인과 비정규직 청년이 최저임금을 놓고 토론하는 기사를 실었다. 양극단의 의견을 가지고 있는 인터뷰이를 초청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극과 극이 만나다 시즌2> 3회차로 최저임금에 대해 다룬 내용이었다. 기사가 나간 당일 비정규직 청년 인터뷰이는 한 대학 커뮤니티에 “자신의 신상부터 틀린 기사고 근본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한 적이 없다. 실제 대화나 사실과는 전혀 무관하게 날조한 기사”라고 주장하면서 이튿날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동아일보는 며칠 후 기사를 삭제했다.3) 이후 언론중재위원회에서 비정규직 청년 인터뷰이에 2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으로 조정이 성립됐다. 동아일보는 내부적으로 기자에게 책임을 묻고 인사 조치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독자에게 어떤 경위도 설명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독자에게 사과해야

 

지금도 기사 삭제가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 기사 삭제는 쉽게 이뤄진다. 과거에 비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언론 보도만큼이나 사라지는 디지털 기사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언론사 요청에 의해 삭제된 기사입니다’라는 문구를 포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요즘이다. 디지털 기사는 좀 틀려도 나중에 고치거나 여의치 않으면 삭제해도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여기에는 게이트키핑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디지털 기사 송고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다. 다른 언론사보다 1초라도 빨리 내보내야 조회수가 올라가니 먼저 출고하고 나중에 수정하는 일 처리 방식이다. 언제, 어디서든 크고 작은 오보가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그나마 오보 경위를 밝히고 사과하면 다행이지, 수정과 삭제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요즘 ‘언론사 요청에 의해 삭제된 기사입니다’는 문구를 포털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만큼 기사 삭제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출처 – 필자 제공>

 

 

언론윤리헌장 2조는 ‘투명하게 보도하고 책임 있게 설명한다’라고 돼 있다. 보도에 잘못이 있다면 책임 있게 설명하고 분명하게 바로잡아야 하는 게 저널리즘의 책무다. 어제까지 있던 기사가 갑자기 사라지는 상황을 독자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기사 삭제를 사실상 방관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인식도 문제지만 해당 기사가 왜 삭제됐는지 밝히지 않는 건 무책임하다.

 

박아란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등은 2019년 《디지털 시대의 잊힐 권리와 기사 삭제》라는 연구서에서 “기사 삭제로 인해 존재했던 기사의 흔적을 완전히 없애기보다는, 기사가 어떤 이유와 과정을 통해 사라졌는지를 남겨야 한다”고 밝혔다.4) 즉, 기사 삭제가 결정됐다면 해당 기사가 제공되는 플랫폼에서 언제, 어떠한 이유로, 어떠한 절차를 통해 삭제됐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서울신문 기사 일괄 삭제 사태가 일어난 지 두 달이 흘렀다. “기자로서 부끄럽다”며 이 사안을 처음으로 공론화한 공채 52기 기자들이 3월 15일 다시 성명을 냈다. 기자들은 사장, 편집본부장, 편집국장에게 “혹시 이대로 조용히 기사 삭제 사태가 묻히기 만을 기다리고 계신가. 진정으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1월 27일 서울신문 기자들이 공동 성명에서 밝힌 △호반건설 그룹 대해부 기사가 일괄 삭제된 경위를 분명히 밝히고 사과할 것 △곽태헌 사장은 “경고한다. 두 번 기회는 없다” 등의 발언에 대해 기자들에게 유감을 표명하고 기사 삭제를 결정한 ‘6인 협의체’의 근거를 충실하게 설명할 것 △현 사태에 대해 어떠한 의사 표현도 없는 김균미 편집본부장도 책임감 있는 입장을 표명할 것 △향후 편집권 침해를 막을 실질적 조치를 위해 필요한 독립적인 협의체 구성 관련 사항을 단체협약에 명시할 것 등을 재차 요구했다.

 

이제는 서울신문 경영진이 응답할 때다. 무엇보다 독자들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 기사 일괄 삭제 경위를 상세히 밝히고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서울신문의 명예를 되찾고 독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신뢰 관계가 산산이 깨졌는데 ‘최고의 역사 118년 미래를 연다’고 천명한들 누가 믿겠나. 지난 1월처럼 침묵과 무시, 복종을 강요하는 길을 계속 간다면 서울신문에 등 돌린 독자들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사주가 아니라 독자들을 보고 뚜벅뚜벅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서울신문의 저널리즘은 존재할 수 있다.

 

 

 

 

 

 

 

 

 

1) 박지은, <침묵 깨뜨린 기자들 성명에… 서울신문 회장이 움직였다>, 기자협회보, 2022.1.25,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0926

2) 김달아, <“먹고 사는 게 중요하지만… 경향 기자로서 떳떳하고 싶었다”>, 기자협회보, 2019.12.31,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47042

3) 박서연, <“모든 문장 기자님 창작” 조작 인터뷰 주장에 동아일보 기사 삭제>, 미디어오늘, 2021.12.14,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1197

4) 박아란·조소영·김현석, 《디지털 시대의 잊힐 권리와 기사 삭제》, 한국언론진흥재단, 109쪽,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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