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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행정에서 지방의원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럼에도 지역 주민의 안위보다 자신의 잇속 챙기기에 바쁜 이들이 있다. 전주MBC <전북지방의회 이해충돌 보고서> 취재기를 통해 지방의원들의 다양한 이해충돌 사례를 확인해본다. 편집자 주

만으로 서른, ‘프로 불편러가 돼 보겠다’고 기자를 꿈꾼 지 10년이 다 돼서야 목표를 이뤘다. 그게 2018년 가을이었다. 생각보다 더 소수 인원으로 뉴스를 채우는 지역방송사 기자의 삶에 ‘촬영 시작’ 버튼을 누른 지는 3년 반 정도가 됐다.
사건·사고와 법조 기사를 담당하는 기자로서 나날들을 되감기 해보면, 테이프는 민선 7기 지방의원들의 일탈과 관련된 영상물이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 같다. 지방자치단체 공사를 둘러싼 뇌물 스캔들, 부동산 투기, 동료 의원 성추행, 음주운전까지. 장르는 각양각색이다. 동료 의원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공개석상에서 자진 폭로한 지방의원 사례에 대해서는 더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다. 풀뿌리 민주주의 대표 기관으로서 체면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염치도 나 몰라라 한 의원들의 모습은 초심자인 기자의 눈에 생경했고 불편했다. 언젠가 회사 선배가 건넨 말이 머리를 스친다.
“지방의회 기사 썼더니 자료화면에 수영 씨만 나오네.”
지렁이 농장에서 꿈틀댄 생각
발단은 지난해 가을이었다. 카메라 앵글은 어느 ‘지렁이 농장’을 비추고 있었다. 양질의 흙을 만들어 고수익을 창출하지만 동시에 악취 민원으로 혐오시설 취급을 받는 곳. 농장을 찾은 건 그곳에 문제가 있었고, 동시에 어느 지방의원과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하우스 시설로 농가 보조금까지 지원된 곳이었지만 농작물을 키우겠다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바닥에 깔린 건, 그래서 일반 흙이 아닌 하수 찌꺼기였다. 지렁이 분변토 생산시설로 탈바꿈돼 허가까지 나온 그곳, 농장주는 ‘의원님 가족’이었다. 해당 의원은 뭘 했을까. 의회 속기록에서 흔적을 찾았고, 활동이 담긴 영상도 확보했다. 그는 허가 시점을 전후해 지렁이 농장을 둘러싼 규제 여론에 분연히 저항하고 있었다. 이해충돌을 의심하기 충분했다. 지방의원과 지렁이 농장을 취재한 기사를 쓰고 생각이 꿈틀댔다. ‘과연 이뿐이랴.’
지방의원들의 ‘부캐’1)부터 살펴야 했다. 소문에서 착안했다. 딱히 산업인이나 경제인이라 칭송하기 뭣한, ‘업자 출신’들의 진출이 잦은 지방의회다. 일부 의원들이 가족 업체를 통해 관급공사를 수주해 돈을 번다는 이야기는 정치 담당 기자가 아니어도 쉽게 들을 수 있다. 관건은 공익과 권력 감시 활동이란 포장을 벗기는 일이었다.
재산 공개 내역 속 의원님들의 ‘부캐’
대한민국 전자관보와 전라북도 도보 등 공공 기록물을 중심으로 실체에 접근했다. 전북도의원은 대한민국 전자 관보를 통해, 시·군 단위 기초의원은 전라북도 도보에 재산을 공개한다. 부동산뿐 아니라 의원들이 보유했다고 신고한 업체 지분을 확인할 수 있다. 전북 지역 지방의원 220명분에 달하는 재산공개 내역, 여기서 지역에 소재한 업체의 지분을 ‘비상장 주식’ 또는 ‘합명·합자·유한회사 지분’으로 신고한 의원들의 명단을 추렸다. 모두 20여 명 정도였다.
본격적으로 이 의원들과 관련된 업체가 지방자치단체에서 공사를 얼마나 수주해가는지 살펴봤다. 이 작업 역시 공공데이터를 적극 참조했다.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는 알게 모르게 계약정보시스템 홈페이지2)를 운영한다.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한 공사를 어떤 업체가 수주했는지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자체 조사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방의원이 지분 참여한 업체의 관급공사 수주 규모가 200억원 대에 달한다는 통계를 확보할 수 있었다. 다음에 던져야 할 질문은 정해져 있었다. ‘문제는 없는 것일까?’ 법률을 두루 살폈다. 우리 사회는 이미 사회적 합의를 이뤄 지방의원들의 이해충돌을 막기 위한 법제 두 가지를 마련해놓고 있었다.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지방의회의원은 그 지방자치단체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지방계약법 제33조)
재산공개대상자 등은 본인 및 그 이해관계자(배우자 등) 모두가 보유한 주식의 총 가액이 3천만 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2개월 이내에 주식을 매각하거나 주식백지신탁을 하고 그 행위를 한 사실을 등록기관에 신고하여야 한다. (공직자윤리법 제14조의 4 제1항,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27조의 4)
확인 결과 법률에 저촉되는 불법 사례들이 확인됐다. 지방자치단체와 돈이 되는 계약을 맺은 지방의원들이 취재망에 걸려든 것이다. 지방의원 본인이 대표이사로 겸직 중인 업체, 배우자가 대표인 업체를 통해 억대의 불법 수의계약을 체결한 불법이 적발된 것이다. 가액이 3,000만 원을 초과해 매각하거나 신고해야 할 주식을 버젓이 들고 의정활동에 나선 의원들도 줄줄이 확인됐다.
자나 깨나 주민 걱정 수상한 ‘의정 영업’?
법을 어긴 것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이해충돌이 의심되는 지방의원들의 명단을 따로 추려 그간의 의정활동의 속살도 살폈다. 국회 국정감사에 해당하는 지방의회별 행정사무 감사와 본회의, 상임위원회 속기록, 시정 질문, 5분 발언 등 의정활동이 녹아있는 모든 기록물을 점검했다. 평소엔 관심도 없고, 모르고 보면 그저 지방 권력을 감시하는 정상적인 의정활동의 기록들. 그런데 역시 알고 보면 다르게 보이는 법이었다.
공무원에게 특정 공사 사업의 예산 증액을 요구하던 어느 지방의원의 의정 발언에 주목했다. 겉보기엔 분명 주민들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후 맥락을 살펴보니 꼭 그게 아니었다. 공사 발주를 서두르고 예산까지 늘리라며 재촉한 바로 그 공사를 본인 배우자 업체를 통해 수주해간 것이다.
모범을 보여야 할 광역의회 의원들은 주식 관리가 엉망이었다. 기초·광역의원 최다선으로 이름난 전북도의원의 사례는 눈을 의심케 했다. 전주시의원 시절을 포함, 최소 8년 넘게 수억 원대의 건설회사 주식을 버젓이 보유해온 것이다. 건설사는 한 곳도 아니라 두 곳이었다. 해당 도의원의 재임 기간에만 150억 원이 넘는 공사를 수주했다. 모두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한 공사였다. 그가 건설 관련 상임위에 몸담은 건 우연이고, 관련 회사들의 백억 원대 수주는 운이었을까.
나름 방대한 자료 조사와 공직자윤리위원회, 전북도청 감사관실 등 행정기관의 법률 해석까지. 준비를 마친 건 지난해 연말 즈음이었다. 기획안을 살핀 데스크는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힘을 실어줬다.


새해 벽두부터 ‘찬물 취재’
본격적인 현장 취재에 앞서 고민한 건 다름 아닌 ‘시점’이었다. 1월 1일은 신정, 다음날도 일요일. 그리고 맞는 3일, 사실상 새해 벽두에 찬물을 끼얹는 취재는 아무래도 인정이 없어 보였다. 하루를 미룰까 망설임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논리라면 4일도, 그다음 날도 가당하지 않았다. 4년 차 기자는 생각하고 되뇌었다. 사람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 그래서 감정 이입을 하지 않는 것. 그게 이 일의 숙명이리라.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의원들은 가슴을 움켜쥐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고, 잘못인 줄 몰랐다고도 했다. ‘새해 벽두부터 도대체 왜 이걸 문제 삼느냐’며 기획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답변이 주류를 이뤘다. 여태껏 문제인 줄도 몰랐다며 “잘못을 일깨워줘 고맙다”는 감사 인사만 뜻밖이랄까. 그는 반론 내지는 해명 과정에서 억대의 건설사 주식을 정리하겠다고 했다.
△지방의원 배우자나 본인 업체가 자치단체와 맺는 불법 계약 실태 △업체 보유지분을 줄여 불법을 교묘히 비껴간 꼼수 △의정활동을 이용한 이해충돌 행위 △주식백지신탁제도 위반 사례 △주식회사와 다른 유한회사를 통한 이해충돌 가능성 △행정의 느슨한 감시 △이해충돌에 안이한 인식을 보인 의원들의 문제까지. 지방의회 이해충돌 논란을 다룬 일곱 편의 기사는 저마다 다른 각도로 각성을 촉구했고, 전북도의회 의장은 이해충돌 방지 교육을 약속했다. 지역 시민단체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개한 ‘불량 정치인’ 명단에는 이해충돌 의원들의 이름이 함께 올라있다. 파장은 사실 지금부터다.
물론 한 차례였지만 항의 방문도 있었다. 해당 지방의원은 3,000만 원이 넘는 건설사 주식을 제대로 신고하지도 않고 의정활동을 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건설 관련 상임위에서 공무원에게 공사 발주를 서두르란 발언을 문제 삼았더니 방송 보도 이후 격한 감정을 드러낸 것이다. 기사 내용이 자신이 예상했던 수위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는 꽤나 자부심 넘쳤던 의정활동이 완전히 부정된 기분이었다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의원이 느꼈을 법한 심정을 인간적으로 공감해주는 것밖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지방 자치와 첫 단추에 대한 경계
다만 팔아야 할 주식을 팔지 않은 것은 확실했다. 비유하자면 첫 단추를 잘 못 끼운 채 의정활동을 이어갔던 셈이다. 보도를 이어가던 중 이뤄진 지방의원의 항의 방문은, 그래서 기획 의도를 점검할 기회이기도 했다. 나 같은 불편러들이 말꼬리 부여잡을 명분을 제공한 건 누구였을까. 가장 기초적인 주의의무를 기울이지 않고 단추를 잘못 끼운 의원님들이 아니던가. 불성실한 주의의무로 첫 단추를 어긋나게 채웠을 때, 성실한 의정활동마저 이해관계가 뒤엉킨 이기적 행태로 비추어질 수 있다는 걸 보도를 통해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지방의회 문제를 꼬집는 기사를 쓸 때마다 반응은 대부분 한결같다. ‘지방의회를 전부 없애야 한다’, ‘이 나라에 무슨 지방자치냐’며 날이 선 여론을 확인할 수 있다. 직간접적으로 지방의회 무용론에 동력을 제공해온 기자로서 이런 여론에 대한 책임감이 적지 않다. 개인적으론 동조하지 않고, 지방의원들의 역할을 존중하며 취재 과정에서도 힘을 빌리는 편이다. 행정이 많은 걸 좌지우지하며 그 역할이 절대적인 지역에서 지방의원의 역할은 중요하다. 무엇보다 지방 권력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지방의원과 지역 언론의 이해는 합치되기 마련이다. 다만 그들이 문제를 덜 일으켰으면 좋겠고 오해를 덜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해충돌 기획 보도 이후 “저 정말 나쁜 사람 아니에요”라던 어느 지방의원의 변론이 진실로 밝혀지길 기대해본다.
1) ‘원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를 지칭하는 용어. 편집자 주
2) 일반적으로 사이트 주소는 https://gyeyak.영문 지역명.go.kr이다



